by Jonathan Wilson

 

시즌이 막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센 벵거의 아스날은 익숙한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백3 전환은 결국 특효약이 아닌 것으로 판결이 났다. 아직 평가하기 이른 감이 있으나 아스날이 오늘날 유행하는 전술로 변화한 것 (백3 사용) 조차도 언제나 4~5월에 성적 호전을 이뤄내는 아스날 흐름의 2017년 버전에 그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도 '평범함'을 이렇게 잘 화폐화시키진 못할 것이다 : 아스날은 시즌티켓 판매를 극대화시킬 적절한 타이밍에 팬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마구 발산하는데 마스터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 스토크 원정은 아스날에게 불운한 날이기도 했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의 득점은 한끝 차이로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었는데 정말 미세한 차이였기 때문에 다른 부심이라면 그 장면에서 온사이드라고 판정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스날의 유효 슈팅은 6개인 반면, 스토크의 유효 슈팅은 4번 밖에 없었다. 유효 슈팅으로 비교하는게 다소 구식이라면, xG 비교는 어떨까? 아스날은 xG 분석에서도 1.74 대 0.68로 스토크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겼다. 어쩌면 가끔씩 찾아오는 안 되는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필 스토크 원정일 때, 아스날에게 그 안 되는 날이 찾아온 것일 수 있다.

 

아스날은 이제 선수 영입에 비교적 큰 돈을 지출하고 있고 마침내 높은 수준의 센터-포워드를 영입했다. (물론 라카제트가 박스 바깥에서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지만) 또한 아스날은 마침내 신체 조건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선수 세아드 콜라시나치를 영입했으며 팀을 나가고 싶어하는 선수를 보내지 않고 붙잡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아스날에게는 중앙 미드필더를 지휘할 선수가 없다. 지금껏 임시방편으로 땜질을 해왔지만, 아스날은 결코 패트릭 비에이라를 완전히 대체한 적이 없었다. 아스날이 비에이라를 대체하지 못했다는건 결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지루함을 느끼게 할만한 주제이나 10년 넘게 아스날의 문제로 남아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을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끈 오트마르 히츠펠트는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 지역을 레드 존(red zone) 이라 자주 표현했다. 팀의 최우선 과제는 그 지역을 항시 보호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상대가 그 지역에서 슈팅, 패스, 드리블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압박, 라인 사이의 공간을 죽이는 대열을 완성하기, 1명 이상의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그 레드 존을 방어할 수 있다. 그렇게 레드 존에서 상대팀 선수를 아군 중앙 수비수 혼자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든다.

 

3-4-2-1 포메이션에서 2명의 홀딩 미드필더가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팀은 안정적인 토대를 갖춘다. 이는 최근 3-4-2-1 포메이션이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다. 3-4-2-1 포메이션은 W-M 포메이션을 기초로 하여 풀백이 자신의 수비적인 임무에서 벗어나 센터백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는 형태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시즌이 끝날 무렵, 이러한 형태는 아스날에게도 안정성을 부여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개막주부터 레스터 시티가 아스날의 공간을 휩쓸고 다녔고 아스날의 홀딩 미드필더인 모하메드 엘네니, 그라닛 쟈카는 너무나 자주 레스터 진영까지 전진했다. 스토크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고 헤세 로드리게스는 그 공간을 충분히 활용했다. 물론 헤세의 결승골 장면은 아스날의 형태 문제보단 쟈카가 집요하게 헤세의 질주를 추격하지 않았다는 기본적인 임무 실패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쟈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시즌 쟈카는 거의 90%에 육박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경기당 2.4회 태클을 시도하는 선수지만 점점 쟈카는 집중력을 잃고 본인 뒤에 위치한 수비수를 상대팀 선수에게 노출시키고 있다. 물론 쟈카의 역할이 공을 순환시키고 아스날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것에 있다고 주장하며 그를 옹호할 수는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의 임무가 무엇이든간에 중앙 미드필더라면 헤세가 그렇게 나홀로 아스날의 박스 안으로 침투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만약 공을 순환시키고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것이 쟈카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왜 쟈카 옆에 공을 따내기 위해 싸우는 탄탄한 선수, 상대의 공격 과정에서 방파제가 되어줄 선수를 세워두지 않는 것인가. 지금 언급한 문제는 메수트 외질의 수비 커버가 넓지 않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훨씬 중대한 사항이다.

 

세상은 점점 만능형 선수를 원하고 있고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에게는 패스는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인 수비 임무까지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아스날은 점점 시대에 뒤쳐져가는 듯하다. 아스날의 문제는 아르센 벵거가 문제를 완화시켜줄 홀딩 미드필더 영입을 거부함으로써 악화되었다.

 

일요일 안필드 원정을 떠나는 아스날은 리버풀에게 특히 더 약점을 노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시즌에도 아스날은 리버풀과의 2차례 맞대결에서 7골을 허용했다. 2경기 모두 로베르토 피르미누가 아스날의 취약 지점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만약 아스날이 이번 경기에서도 수비수의 앞 공간에서 초래하는 위협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수비 뒷 공간에서 훨씬 더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이다. 수비수가 피르미누를 따라 움직이면 리버풀의 측면 공격수가 침투할 공간이 발생한다. 모하메드 살라의 합류로 리버풀은 양쪽 측면에서 모두 빠른 발을 보유하게 되었다. 일요일 경기는 아스날이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실패하는 엉망진창인 날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7/aug/25/arsenal-midfield-weakness-tactics-vieira-xhaka-we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