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Cox


유로2016의 4강 첫번째 경기를 '호날두 vs 베일'이란 개인의 대결만으로 압축하는 것은 지나치나 그 두 선수가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전술 중심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웨일스는 가레스 베일 중심으로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중심으로 매끄럽게 돌아갈 때 자신들의 전술을 효과적으로 펼쳐보일 수 있다. 베일은 웨일스의 공격 전개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반면, 호날두는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넓은 시야에서 이 경기를 본다면, 이 대결은 전통적인 센터포워드가 없는 팀이 그 자리에 뛰어난 윙어를 대신 배치하여 서로 상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할 롭슨-카누와 나니는 본래 측면에 위치하는 것에 더 익숙하지만 두 선수 모두 베일과 호날두의 공격수 파트너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따라서 양측 수비수에게 모두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가 나타난 효과를 주었다. 당초 수비수들은 페널티 박스에서 굳건하게 움직이는 선수를 상대하지만 이번에 마주한 상대는 그와 달랐다. 수비수들은 피치 사방을 누빌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춘 변형 스트라이커를 상대로 어디까지 쫓아나가야할지에 대해 아주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제임스 콜린스와 브루노 알베스는 기동성이 좋지 못했고 특히 두 선수의 경우는 이번 대회 들어서 첫번째 선발 출전이었기에 특히 더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크리스 콜먼의 3-5-1-1 시스템에서 베일은 10번 역할을 수행하지만 실질적으로 베일은 피치 사방을 누빌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포르투갈은 수비적으로 경기에 나섰고 웨일스는 베일의 발을 향해 패스를 넣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 베일은 공을 받기 위해서 후방으로 점점 더 내려왔고 때로는 윙백의 위치까지 왔으며 심지어 센터백의 숏패스를 베일이 직접 받는 순간도 있었다.


베일이 원하던 것은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서 질주할 수 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베일의 경기는 전반전 중반부터 확실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라이트백인 세드릭 소아레스가 왼쪽 윙백 닐 테일러를 바짝 쫓아 움직였고 그 결과 발생하는 공간을 베일이 노려 가까운 쪽 포스트를 향한 낮은 크로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반대편으로 옮겨 드리블을 시도했는데 그 많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호날두가 베일을 쫓는 장면이 있었다.


베일이 역습을 시도할 장면도 나왔다.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연결받은 베일은 포르투갈의 유일한 홀딩 미드필더 다닐루의 공을 뺏기 위한 도전을 기다렸고 다닐루의 시도를 완벽하게 제쳐냈다. 70야드를 공을 가지고 돌파한 후 25야드 지점에서 루이 파트리시오를 향해 슈팅을 시도했다. 한편 호날두는 베일처럼 역습 위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페널티 박스에서 베일을 쫓아가는 그 놀라운 광경을 제외하고 그다지 기동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슐리 윌리엄스가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태클을 시도하면서 호날두는 주로 크로스를 받으려 노력했다. 콜먼은 호날두와 나니가 빠른 발을 이용해 백3 라인을 좌우로 벌릴 것을 우려했겠지만 호날두와 나니는 오히려 중앙 지향적인 모습을 보였고 웨일스는 그런 움직임에 적절히 대처했다.


콜린스는 소아레스의 크로스를 호날두보다 먼저 따내기 위해서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는데 포르투갈은 이에 페널티킥을 선언해달라는 항의를 했다. 전반전 종료를 앞둔 시점 왼쪽 측면에서 아드리엔 실바가 호날두를 향해 헤더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실바, 헤나투 산체스, 주앙 마리우 모두 비슷한 중앙지역에서 공을 잡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측면에서 적극적인 콤비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보다 좋은 위치에서 크로스를 시도하지 못했고 후방에서 밋밋한 크로스만 계속 시도했다.


포르투갈의 위협적인 지역에서의 크로스는 코너킥이었다. 후반전 시작 5분 후 주앙 마리우가 왼쪽 코너킥을 라파엘 게레이로에게 낮게 연결시켰고 그곳에서 시작된 크로스는 호날두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웨일스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포르투갈의 크로스 공격을 확실히 방어했지만 조직화된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호날두의 밋밋한 슈팅이 나니를 거쳐 골로 연결되었고 이는 상당한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나니가 의도한 골은 아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벌써 3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나니가 최전방에서 능력을 증명해보이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지난 10년간 포르투갈은 메이저 토너먼트 대회에서 항상 월드클래스 윙어진을 갖추고도 센터포워드의 부재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와 나니를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페르난도 산토스는 오랫동안 포르투갈이 고심하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 간단히말해 이제 더 이상 명백한 센터포워드를 두지않아 걱정 자체를 하지 않는 것. 웨일스의 콜먼 역시 똑같은 책략을 바탕으로 웨일스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게 만들었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16/jul/07/portugal-cristiano-ronaldo-nani-euro-2016-wa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