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아직까지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라는 성배(The holy grail)를 연속으로 들어올린 팀은 없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 밤에 7년 사이 3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바르셀로나는 이제 단순히 위대한 팀(great team)이 아닌 위대한 왕조(great dynasty)라 불려도 무방하다고 본다.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유러피언 컵 대회 초창기 5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와도 비슷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7년간 3번의 우승과 3번의 준결승 진출이 5회 연속 우승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의 바르셀로나를 꿰뚫는 핵심 인물이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일관성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목격하게 되는 광란의 이적 시장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이전과 상당히 흡사한 선수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지난 토요일 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추가시간에 투입되었다. 페드로가 투입되는 시점에서 피치 위에 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 무려 6명이 7년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경험했던 자들이었다. 마찬가지로 2011년 결승전에 뛰었던 선수는 8명이었다. (또한 바르샤가 우승을 차지한 3번의 결승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모두 상대팀에 파트리스 에브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공을 이뤄오면서 팀이 스쿼드 구성에서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라고 본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에는 1956년에 우승을 경험했고 1960년에도 유러피언컵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 프란시스코 헨토, 알프레도 디 스페타노, 마르퀴토스, 호세 마리아 자라가


그러나 팀의 연속성은 여기까지가 전부인 것 같다. 2012년을 끝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팀을 떠나면서 바르셀로나에게도 표류하는 시기가 있었고 과르디올라 시절처럼 다시 잘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극단적인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독일에서 등장한 '게겐 프레싱' 전술과 마드리드에서 새롭게 떠오른 라이벌의 등장으로 취약점을 노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3명의 선수 모두 2011년 결승전에 뛰지 않았던 선수이며 동시에 이들이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의 색깔과 아리고 사키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축구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준 인물이기도 하다. 


사키가 말하길 "축구란 팀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스포츠이다. 웬만한 팀은 진정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건 하나의 팀이 아닌 그룹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정말 유기적인 팀은 선수들 사이의 공통적인 움직임과 완벽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친다. 절대적으로 다수의 팀에 독주를 하는 선수(soloists)가 있다. 그러나 그런 선수의 존재는 팀의 조화를 깨뜨린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도 독주자가 없다. 우리(AC 밀란)팀에도 없었고 70년대 아약스에도 그런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경기 시간 내내 피치 위에서 팀을 위해서 팀과 함께 싸워주는 선수가 존재했을 뿐이다."


바르셀로나는 조화 플레이에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끊임없는 패스만 시도했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패스와 드리블 돌파를 억제해 스스로 점유율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예측 가능한 공격만 시도하게 되었다. 2010년과 2012년 각각 인터나치오날레 밀라노와 첼시가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이긴 것이 행운 섞인 일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으나 이미 바르샤를 상대하는 최선의 전략은 라인을 뒤로 내리고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은채 단번에 넘어가는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알려진 상태에서 두 팀이 그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의 팀에는 독주를 펼치는 네이마르와 수아레즈가 추가되었다. 두 선수의 가세는 리오넬 메시에게서부터도 독주가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2011-2012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보다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는 3배 이상 많다) 스스로 조화 플레이를 깨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첫번째 득점 장면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던 리오넬 메시의 대각선 패스는 과르디올라 체제 아래서 나올 수 있었던 패스였을까? 100% 아닐 것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메시가 반대편 측면으로 빠른 속도로 단번에 공을 넘겨주는 플레이는 올 시즌부터 메시가 보여준 경기 운영방식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골의 퀄리티 측면에서 조화 플레이의 부족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득점을 합작해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이반 라키티치를 제외하더라도 9명의 플레이어가 이전까지 15번의 패스를 통해 득점 상황을 만들어냈고 메시를 향한 라카티치의 정확한 전진 패스 연결은 바르셀로나의 2번째 득점 장면을 만들어냈다. 라키티치의 패스는 바르셀로나에 라키티치의 직선적인 패스가 어떠한 영향을 행사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만약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가져갔다면,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플레이에 집중했을 것이고 유벤투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1973년 아약스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그렇게 했었고 당시 유러피언 컵 3연패를 달성한 아약스는 다음 우승인 1995년까지 오랫동안 빅 이어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약스가 70년대 아약스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을까? 바르셀로나도 자칫 똑같은 늪에 빠질 수 있었으나 라키티치, 네이마르, 수아레즈의 가세는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7년간 3번의 우승이며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이것을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5/jun/07/barcelona-champions-league-final-juventus-lionel-me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