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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1 엘 클라시코(El Clasico), 이반 라키티치 vs 루카 모드리치



by Michael Cox


기술과 볼 점유율을 우선시하는 축구의 시대에서 플레이메이커의 개념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더 이상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와 격렬한 태클을 시도하는 선수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가 아니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고 킬러 패스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크로아티아만큼 재능있는 플레이메이커를 많이 배출해낸 나라는 흔치 않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챠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유산이라 한다면, 크로아티아 출신 플레이메이커의 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반 라키티치와 루카 모드리치는 과거 디나모 자그레브와 밀란에서 10번 역할을 수행했던 즈보니미르 보반의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평론가로 활동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보반은 피치 안밖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었고 보반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경기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한다.


보반의 영향을 받은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가 다가오는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대결을 펼친다.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는 유럽 정상급 플레이메이커이며 두 선수는 엘 클라시코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놀랍게도 라키티치는 시즌 초에 레알 마드리드가 3:1로 이겼던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교체 출전했다. 따라서 이번이야말로 라키티치와 모드리치가 제대로 정면 승부를 펼칠 기회인 것이다.


서로 굉장히 비슷해 보이지만...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는 다재다능한 플레이메이커이다. 미드필드 삼각형 배치에서 두 선수 모두 후방 미드필더와 전방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이끌었던 니코 코바치 감독은 라키티치와 모드리치의 뒤를 받쳐줄 선수를 기용할 것인가, 아니면 라키티치와 모드리치 앞에 다른 3번째 미드필더를 배치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는 4-2-3-1 포메이션도 4-3-3 포메이션도 소화할 수 있는 국가였다.


비교하기 적절하게도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2014-2015시즌 팀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아주 똑같다.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나 4-4-2와 4-3-3 포메이션을 적절히 섞어놓은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후자인 4-3-3 시스템일 경우 모드리치는 미드필더 트리오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라키티치도 마찬가지로 챠비의 역할을 이어받아 바르셀로나에 자리를 잡았다.


똑같은 위치에서 플레이하고 있지만 사실 두 선수는 살짝 다른 유형의 선수이다. 모드리치는 조금 더 엄밀하게 경기를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기의 리듬을 설정하며 굉장히 혼잡한 미드필드 지역에서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상대의 압박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플레이하지만 과감한 전진 패스는 지양한다. 대신 모드리치의 패스 분포는 좌우를 향한 것이 많다. 토트넘에서 모드리치는 좌우 날개인 가레스 베일과 아런 레넌을 향해 장거리 패스를 연결해주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마찬가지로 베일과 레넌보다 더 클래스가 높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향해 공을 연결해주고 있다. 아래 그림을 통해서 시즌 초 레반테와의 경기에서 모드리치의 패스 분포를 살펴보면, 모드리치의 패스가 조심스럽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내내 모드리치가 잘못 연결한 패스는 단 1개에 불과하다.





라키티치 역시 모드리치처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지만, 라키티치는 모드리치보다 과감한 패스를 연결시키는데 집중한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던 세비야에서는 공격수들을 향해 공을 찍어서 넘겨줬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맞춰 포지셔닝이나 공을 분배하는 방식이 변하게 되었다. 아래 그림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라키티치의 볼 분배 기록과 세비야 시절의 기록을 비교해보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이후로 라키티치의 짧은 패스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라키티치가 바르셀로나의 방식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바르셀로나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통합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에서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는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피치 중앙에서 삼각형 형성에 집중하며 3명의 미드필더 중 가장 오른쪽에서 뛰는 라키티치는 (터치라인과 근접한) 측면과 가까운 위치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라키티치가 공격적인 침투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는 것은 라키티치가 모드리치보다 더 적극적으로 득점 상황을 만드려는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드리치는 지난 7년간 18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라키티치는 지난 3시즌간 25골을 기록했다. (물론 세비야에서 라키티치가 페널티킥을 담당했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두 선수는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공을 점유하는데 일가견있는 선수들이고 다양한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만큼 영리한 두뇌를 지닌 선수들이다. 경기장 전술 흐름에 굉장히 잘 적응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전에 뛰었던 클럽에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었으나 라 리가의 거대 클럽으로 이적한 이후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희생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다가오는 엘 클라시코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크로아티아 출신 미드필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대결에서 누가 웃게될 것인가 역시 우리의 흥미를 끄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fourfourtwo.com/features/clasico-crunch-time-croatias-finest-rakitic-and-modric-prepare-bat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