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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23 압박은 PL의 트렌드이나 압박만 추구하는 것은 또 옳지 않다




by Michael Cox


만약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이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 성공할 경우,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머지사이드 더비 1:0 승리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으로 언급될 것이다. 머지사이드 더비는 챔피언 구단이 보이는 특징이 집약된 승리였다. 지역 라이벌의 홈구장에서 형편없는 경기, 기대 이하의 경기를 펼쳤음에도 뒤늦게 터진 골로 승리를 거뒀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수준높은 경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이번 머지사이드 더비는 맥빠지는 경기였다. 선수들의 집중과 적극성은 뛰어난 경기지만 좋은 콤비네이션 플레이나 뛰어난 개인기량이 나온 장면은 드물었다. 사디오 마네와 로베르토 피르미누가 원투를 주고받으며 에버턴의 수비진을 교란한 것이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두드러진 장면이었다. 90분 경기에서 정말 좋았던 장면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


최근 프리미어 리그에서 머지사이드 더비같은 경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4시즌 전에는 수많은 구단이 '점유'에 집착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압박'으로 옮겨졌다. 리버풀과 토트넘의 압박은 살짝 다른 방식이지만 두 구단은 전방에서부터 상대의 공간을 쥐어짜내고 있으며 위르겐 클롭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그런 전술로 리버풀과 토트넘을 아주 경쟁력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압박을 열렬히 지지하는 감독이며 안토니오 콩테의 경우는 압박의 강도에 있어서 다른 구단만큼 강하지 않으나 훨씬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때때로 전술적 트렌드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아르센 벵거조차도 선수들에게 피치 높은 지역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라고 주문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압박 그 자체만으로 문제될 사항은 없다. 뛰어난 팀으로 칭송받는 1970년대 네덜란드는 압박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시행하는 팀이었다. 다만 오늘날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압박은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되었고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그 세대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한 팀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런데 그 때의 네덜란드와 바르셀로나가 기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압박은 그들이 선보인 강력한 무기였지만 그들이 최우선으로 추구했던 것은 점유율과 포지션의 자유로운 변경이었다. 네덜란드와 바르셀로나에게 압박은 2번째로 중요했던 전술적 요인이었다. 압박은 다시 공을 되찾아와 공 점유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도구였다.


토트넘과 리버풀은 본질적으로 압박을 추구하는 팀이다. 지난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디보크 오리기가 기록한 골은 아주 멋진 팀골(team goal)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이 스스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것과 동등한 수준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플레이를 주 전술로 삼는다면 경기는 굉장히 단편적인 형태로 흘러갈 수 있다. 


구디슨 파크에서 있었던 경기는 아주 적절한 예시라 할 수 있다. 로날드 쿠만은 에버턴이 리버풀의 템포를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선수들에게 최대한 타이트하게 붙으라 지시를 내렸다. 머지사이드 더비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퇴장 선수가 발생한 매치업이다. 그런 경기에서 전반전에 과격한 태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후반전이 20분 남은 상황에 나왔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때까지 선수들은 상대가 공을 뺏어내기 위해 달려들 때 급한 마음으로 방향을 조준하지 않고 공을 차내기 급급했다. 공격 전개라기보단 클리어링에 가까운 처리였다.


에버턴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롱볼 전략에 의존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서 싸울 때도 똑같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로멜루 루카쿠에게 단번에 넘겨 리버풀의 전방 압박을 우회했다고 볼 수 있다. 루카쿠는 낮게 찔러주는 공에 강점을 가진 선수지만 타깃맨처럼 활용되었고 미드필드 진영에서 질주하는 선수들에게 공을 연결해주는 단순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에버턴에서 유일하게 창조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바클리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임무가 아닌 루카쿠가 만들어주는 세컨 볼(second balls)을 따내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세컨 볼은 다시 한번 주요한 컨셉으로 재등장하게 되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세컨볼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감독은 샘 앨러다이스와 토니 퓰리스 뿐이었다. 아스날에게 2:1 승리를 거둔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빠르게 세컨 볼을 따낼 수 있는 트레이닝 세션을 만들어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없는 리그 경기 흐름에 맞춰 세컨 볼을 빠르게 따내는 훈련을 고안해내는 과르디올라는 정말이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고관을 지닌 전술가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최근 자신이 지도했던 티에리 앙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컨 볼 상황 혹은 그 이상으로 4번째 경합 상황까지 익숙해져야만 한다.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러한 사항에 포커스를 둔 적이 없었다. 스페인 무대 선수들은 스페인 축구 문화에 맞춰서 경기를 펼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월드컵, 유로를 우승했으며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에서 스페인 구단이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스페인 구단은 (전술적으로) 가장 발전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스페인보다 신체적인 특징을 강조한다. 하지만 잉글랜드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아마 첼시를 제외하고서는 다른 구단 모두가 키가 크고, 탄탄한 선수들을 기용한다. 이 문화에 적응해야하고 이 문화 속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프리미어 리그는 바르셀로나를 따라하려는 구단으로 가득했다. 차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빌드업 플레이를 만들어가려는 구단이 많았다. 펩 과르디올라도 당시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의 그러한 시도를 간파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티키-타카를 지루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프리미어 리그는 너무나도 그와 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하이-템포(high-tempo)와 압박 축구는 평정심과 기술적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을 때 완벽할 정도로 매력적인 축구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변질되어 흘리는 공을 두고 싸우는 경기가 되었을 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www.espnfc.co.uk/english-premier-league/23/blog/post/3024603/premier-league-teams-like-liverpool-and-tottenham-focus-on-pressing-but-there-are-draw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