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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4 축구는 모멘텀(momentum)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by Sean Ingle (원문은 2016년 4월 10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멘텀(momentum)을 지나치게 신격화 하는데 연구 결과 모멘텀의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승리를 만드는 것은 팀의 근원적인 힘이다.


0-1, 1-0, 0-1. 1-0. 레스터 시티에게 2진법이 지금처럼 아름다웠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3월부터 레스터 시티는 경기마다 단 1골로 4연승을 만들었고 어제는 선덜랜드를 2-0으로 이겼다. 선덜랜드전 승리로 레스터는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레스터의 캡틴 웨스 모건은 레스터의 이 경이로운 질주를 '모멘텀(momentum)'이라 표현했다.


모멘텀이란 용어는 올시즌 레스터의 돌풍을 설명할 때 사실상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제이미 바디의 뛰어난 활약을 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신감 효과'가 레스터 선수들에게 작용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1997/1998시즌 아스날 소속으로 리그 10연승을 기록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리 딕슨은 이를 더욱 현실감 있게 설명해줄 수 있을텐데 그는 그 때의 기세를 유체 이탈 체험(out-of-body-experience)라 표현했다. "드레싱 룸에서 우리는 말그대로 경기를 즐기는 것 빼고는 어떠한 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딕슨이 묘사한 현상이 일반적으로 모멘텀이라 여겨진다.


사실 모멘텀은 축구계에서 가장 진부한 표현 중 하나다. 팀이나 선수가 갑자기 '핫(hot)'해진 것을 운과 재능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설명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몇년 전, 경제학자 스테판 돕슨(Stephen Dobson)과 존 고더드(John Goddard)는 1970년부터 2009년 사이의 잉글랜드의 모든 리그 경기 81,258경기를 관찰했고 장기간의 연승행진 혹은 무패행진, 연패가 확률적 기대값보다 자주 발생하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연승행진과 무승행진이 확률적 기대값보다 더 빠르게 종료된다는 놀라운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멘텀이 사실 음의 값을 가진다는 것이다.


고더드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한다 : 승리하는 흐름을 타는 팀은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유지하게 되고 그렇게 고착화된 방식은 팀의 퍼포먼스를 끝내 저해시킨다. 한편 연달아 패배하는 팀은 그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서 분투하고 확률적 기대값보다 빠르게 연패를 끊어낸다. 미래에도 승리하는 근원적인 힘은 팀의 강점에서 나오는 것이지 이기는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가장 결정적이다.


모멘텀이 선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농구와 야구에서도 '핫 핸드(hot hand)'라고 짧은 시기동안 자신의 평균보다 더 좋은 실력을 선보이는 것에 관련된 단어가 있다. 농구와 야구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차례 연구가 진행되었고 대다수 결론은 단순한 통계적 노이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축구에선 그런 연구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모멘텀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스트라이커들은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후 더 잘 들어간다고 말하고 수차례 선방을 해내는 골키퍼는 자신이 철벽이라 느끼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런 선수들의 느낌을 어떤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수화할 수 있는가이다.


이런 예시를 들어보자. 평균 2경기당 1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가 있다. 그런데 그가 4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그가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약팀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단지 운이 좀 따랐고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이것은 단순한 변동에 불과하다. 동전을 던지는 베르누이 시행을 4번했고 여기서 동전의 앞면이 잇따라 4차례 등장한 것일 뿐이다.


데이터 부족으로 축구는 모멘텀을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고 있다. FA의 발행물에도 모멘텀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주는 힘 : 항상 득점에 반영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잠재된 힘이라 할 수 있다." 라고 서술되어 있다. 


이렇게 서술된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페널티를 놓친 팀의 심리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루드 굴리트(Ruud Gullit)는 페널티를 놓치는 것이 남은 경기 퍼포먼스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페널티는 성공률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이다. 


축구 데이터 전문가인 마크 테일러(Mark Taylor)는 2005/2006시즌 모든 프리미어 리그 경기들을 관찰했고 0~70분 사이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경기를 분류했다. 페널티를 내주는 반칙으로 인해 레드 카드가 나온 경우, 리바운드 볼을 골로 연결시킨 경우는 모두 제외하여 총 68경기란 샘플을 얻어냈다. 페널티킥 실축으로 인해 팀이 정신적으로 약해졌는가에 대해서 검증하기 위해서 테일러는 킥오프 이전에 각팀의 배당률과 페널티 선언 직전의 실시간 배당률을 참고하여 상대적 승리 가능성을 바탕을 둔 채 연구를 진행했다. 페널티 선언 직전 각 팀의 승점 기대값을 구하여 여러 차례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놀랍게도 테일러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동점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팀은 경기 전 배당률에 기반한 기대값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인다. 페널티킥 실축이 심리적 동요를 불러온다는 루드 굴리트의 주장은 본인이 경험한 바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자면, 삼프도리아 시절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굴리트는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페널티를 실축했고 끝내 데이빗 플랫에게 2실점을 허용해 삼프도리아에게 2-1 역전패 당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도 있다.


테일러는 "모멘텀에 대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결과가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지만, 사람들은 인지적 편향에 의존해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라고 주장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개막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고 지난 2월 본머스와 레스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이후 아런 램지와 아르센 벵거는 모멘텀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아스날은 그 이후 8경기에서 단 1경기만 승리했다. 두 팀의 모멘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팀의 사례를 지적하며 레스터의 모멘텀에 대해서 다시 주목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여전히 탐구되지 않은 영역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에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pr/10/leicester-title-momentum-sean-ingle?CMP=Share_iOSApp_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