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urad Ahmed



2016년 10월 2일,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스페인의 두 빅클럽 발렌시아와 AT 마드리드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0-0 스코어 상황에서 주심은 AT 마드리드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가운데 앙투안 그리즈만이 페널티킥을 처리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리즈만은 스트라이커가 갖추는 평균적인 신장과 체격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지만, 세계에서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가장 잘 노리는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 유로 2016에서 그리즈만은 대회 최다득점자로 '골든 부츠'를 수상하기도 했다.


모든 페널티킥은 공격수 입장에서 선물이나 다름없다. 골키퍼와 단 12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슈팅을 시도하며 엘리트 선수들은 약 75% 확률로 골을 넣는다. 그런데 44분경 페널티킥을 차기위해 등장한 그리즈만의 표정은 초조해 보였다. 그리즈만과 맞서야 했던 31세 골키퍼 디에고 알베스는 "그의 얼굴을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많은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라고 말했다.


그리즈만과 달리 알베스는 굉장한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 자신감은 유럽 상위리그에서 가장 페널티킥을 잘 막는 골키퍼가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알베스는 최고수준의 선수가 시도한 페널티킥을 수차례 막아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번, 리오넬 메시, 디에고 코스타, 이반 라키티치, 마리오 만주키치 등...


페널티킥이 선언되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는 단 2명이 남게된다. 이 정지된 상황에서 골키퍼를 보호해줄 수 있는 룰은 존재하지 않는다. 알베스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리즈만은 그 경기 이전에도 페널티킥을 실축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즈만에게 다가가 "또 실축하면 정말 최악이겠지?"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가 페널티킥 시도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죠."


심판이 휘슬을 불면, 단 몇 초만에 결정적인 상황이 마무리 된다. 그리즈만은 공을 향해 달려가 자신의 왼발 인사이드로 공을 강하게 찼다. 그리즈만의 발을 떠난 공은 알베스의 오른쪽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즈만의 킥과 같은 방향으로 몸을 던진 알베스는 왼팔을 뻗어 공을 쳐냈다.


경기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5.5만명의 관중이 일어섰다. 심지어 AT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도 알베스의 선방에 박수를 보냈다. 후반전에 AT 마드리드는 또 다시 페널티킥을 획득했다. 이번에는 미드필더인 가비가 페널티킥을 처리하기 위해 등장했다. 가비는 킥을 세게 차기 않았고 알베스는 쉽게 가비의 공을 막았다. 가비는 마치 실축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발렌시아의 훈련장에서 디에고 알베스를 만날 수 있었다. 리우 데 자네이로 출신인 알베스는 상 파울루의 히베이렁 쁘레뚜(Ribeirao Preto)에서 성장했다. 다른 브라질 어린이들과 똑같이 알베스 역시도 축구에 미쳐있는 소년이었다. "체중이 불어나면서 저는 골키퍼로 축구 경기를 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시합이 있기 전에 부모님은 "오늘 누가 골키퍼를 보니?" 라고 물어봤고 제 대답은 "제가 오늘 골키퍼에요." 였습니다. 모두 저같이 뚱뚱한 녀석이 무슨 골키퍼를 보냐면서 비웃었지만, 저는 계속 선방을 해냈습니다. 경기가 끝난 이후 모두가 저의 활약에 기뻐했습니다." 






이후 체중은 감소했지만 알베스의 슈팅 방어능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18살에 알베스는 아틀레치쿠 미네이루에 입단했고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알메리아를 거쳐 발렌시아에 합류했다.


발렌시아는 알베스에게 페널티킥에 대한 비디오 분석을 제공하지만 알베스는 그것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알베스 주장에 따르면, 페널티킥은 '심리전'이다. "저는 경기 도중 페널티킥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머리 속에 그리고 들어갑니다. 몇가지 상황을 그리는 것이죠. 하지만 페널티킥이 시도되는 그 순간에 상대 선수가 떨고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넌지시 떠보기도 합니다. 저는 상대 키커와 이야기를 나누어 그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상당히 많은 선수들이 페널티킥 전 키커의 마음을 읽는 알베스의 능력에 불안해하고 있다. "저는 브라질 대표팀 동료인 네이마르, 마르셀루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메시와 호날두가 저를 만날 때 (페널티킥 성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메시와 호날두가 네이마르와 마르셀루에게 어떻게 알베스 상대로 페널티킥을 차야하는지 물어본다는데 정작 네이마르와 마르셀루는 저의 트릭을 모르죠."


축구는 골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경기며 단 1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가 많다. 따라서 페널티킥의 가치는 상당히 높다. 1990년 월드컵에서도 굉장히 지루한 경기를 펼치고 있던 서독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85분에 나온 안드레아스 브레메(Andreas Brehme)의 페널티킥으로 승부가 갈렸다.


39%의 높은 페널티킥 선방률로 유명한 PSG 소속의 케빈 트랍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언제나 페널티킥 상황에서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들어갑니다. 이 상황에서 골키퍼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1963년부터 1974년까지 아스날에서 활약한 밥 윌슨(Bob Wilson)은 페널티킥 상황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골키퍼였다. 그가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페널티킥을 막기까지는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다. 


발렌시아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코치를 담당하고 있는 호세 마누엘 오코토레나(Jose Manuel Ochotorena)는 페널티킥 상황이 키커에게 모든 조건에서 유리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디에고 알베스가 페널티킥 선방에 관해 아웃라이어(outlier)임을 인정했다. "디에고는 페널티킥 상황을 상당히 잘 지배하는 골키퍼입니다. 그는 직감, 반사신경, 페널티 상황을 지배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들은 알베스의 뛰어난 페널티킥 선방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으나 그가 굉장히 이례적인 선수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알베스는 평균 선방률 25%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트랜스퍼마르크트(Transfermarkt) 웹사이트 기록에 따르면, 알베스는 총 46차례 페널티킥 중 22번을 막아냈다. 알베스는 비슷한 수의 페널티킥 상황을 맞이한 골키퍼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선방률을 기록하고 있다. 


페널티킥 통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마틴 서튼(Martin Sutton)은 상대 키커가 얼마나 킥을 정교하게 시도했는지도 고려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알베스는 유럽 최고의 페널티킥 선방률을 자랑한다. 우리는 알베스의 접근법에 대해 보다 더 심도있게 알아볼 것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과정까지 접근할 것이다. 알베스는 어떻게 페널티킥을 많이 막을 수 있던 것일까?


사람들은 페널티킥이라면 자연스럽게 승부차기를 떠올리며 월드컵 대회처럼 무승부 끝에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무대를 머릿속에 그린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피어스, 사우스게이트, 인스, 베컴, 바셀, 제라드, 램파드, 캐러거, 에슐리 영, 콜까지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이들의 실축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은 대회에서 탈락했다.





승부차기는 치열한 120분 경기 이후에 펼쳐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지쳐있고 이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차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승부차기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맷 르 티시에(Matt Le Tissier)처럼 킥의 스페셜리스트와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사우스햄튼에서 활약한 르 티시에는 사우스햄튼 팬들에게 "르 갓(Le God)" 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르 티시에는 굉장히 본능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골을 넣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페널티킥에선 상당히 계산적이었다. "저는 언제나 페널티킥을 전담하길 원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골을 넣을 수 있는 포지션에 있길 원했고 페널티킥은 저에게 아주 유리한 출발을 제공해줄 수 있는 찬스였습니다. 저는 구단 유스팀 골키퍼에게 제 페널티킥을 한 번 막을 때마다 돈을 주겠다고 말하고 연습을 했습니다. 약 10번의 기회에서 선방 1회당 약 5~10파운드씩 제안을 했습니다. 비록 연습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금전적 제안은 골키퍼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돈을 잃고싶지 않았고 그것은 연습 상황에서 저한테 압박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렇게 르 티시에는 페널티킥 기술을 연마했고 갈고닦은 르 티시에의 페널티킥은 골포스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을 향해 (막기 어려운 곳을 향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도되었다. 목표지점이 잘 설정된 페널티킥을 막으려면, 골키퍼는 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방향을 설정하는 도박을 걸어야 한다. 르 티시에는 동시에 공과 골키퍼를 바라볼 수 있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먼저 움직이는 골키퍼들을 상대로 상당한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공에서 약 3~4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주변시력(peripheral vision)을 통해 골키퍼와 공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골키퍼가 어떤 모션을 취하고 있는지, 몸의 밸런스가 어디로 가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축구 선수들에겐 페널티킥 상황에서 자연스레 선호하는 방향이 있다. 오른발잡이는 보통 키커 기준으로 왼쪽을 향해서 차고 왼발잡이는 오른쪽을 향해서 찬다. 오른발잡이가 왼쪽으로 왼발잡이가 오른쪽으로 차는 것은 발 스윙이 몸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만듦으로써 정확성을 유지한채 쉽게 힘을 실을 수 있다.


르 티시에는 커리어 통틀어서 49차례 페널티킥을 시도했고 48개를 성공시켰다. 르 티시에는 프리미어 리그 페널티킥 최고 성공률을 자랑하는 선수이며 축구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힐만한 성공률을 남겼다.


각 구단의 페널티킥 전담키커는 자신의 성공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분데스리가 소속 FC 아우크스부르크의 페널티킥 전담키커인 폴 베르헤흐(Paul Verhaegh)는 "구석을 향해 적절한 속도로 잘 찬다면, 그 킥에 빠르게 반응하여 막을 수 있는 골키퍼는 얼마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한다. "골키퍼들은 일찍 방향을 정하는 도박을 걸 수 있지만, 대다수 골키퍼들은 먼저 방향을 설정하는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안좋은 슈팅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따라서 저는 정확하게만 찬다면 페널티킥을 넣을 수 있다고 꽤나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베르헤흐는 유럽 상위리그에서 손꼽힐만한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베르헤흐는 17번의 페널티킥 중 단 2번만 실축했는데 그가 페널티킥을 처음 실축하게 만든 골키퍼는 바로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다. "노이어 수준의 골키퍼를 상대할 때는 반드시 좋은 페널티킥을 차야만 합니다. 노이어의 반응속도와 팔 길이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좋은 킥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노이어는 베르헤흐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구석을 노리려했던 베르헤흐의 슈팅은 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페널티킥 분석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문헌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페널티킥이 게임 이론(game theory)를 반영하는 현실 세계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은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주는 상호의존적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이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은 군사적 충돌에 소련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 게임 이론을 활용했다. 게임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노벨상을 수상한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는 2011년 영화화된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의 실제 모델이었다.


런던 경제대학의 교수이자 아슬레틱 빌바오에서 경영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푸에르타(Ignacio Palacios-Huerta)는 90년대 중반 시카고에서 대학원 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페널티킥이 내쉬가 주장한 게임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수천개의 페널티킥 결과를 기록했고 2003년 <Professionals Play Minimax>라는 아주 영향력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게임 이론가들은 행위자가 서로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페널티킥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키커에게 최선의 결과 -득점- 은 곧 골키퍼에게는 최악의 결과이며 골키퍼에게 최선의 결과 -실축- 은 키커에게 최악의 결과이다. 키커는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차는 아주 순수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골키퍼는 키커의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그 결과 키커와 골키퍼는 복합적인 전략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킥의 방향, 다이빙 방향을 무작위화 한다. 


그렇다고 키커가 정확히 양쪽에 50:50 비율로 킥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키커가 어느 발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더 힘을 실어 킥을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이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키커는 그 쪽으로 더 많은 킥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방향을 향해 차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선택은 골키퍼가 방향 설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팔라시오스-푸에르타는 키커들이 킥을 시도하는 발에 따라 자연스레 선호하는 방향(natural side)로 약 61.5%의 페널티킥을 시도하는걸 밝혔다. 다른 방향으로 차는 경우는 38.5%였다.


골키퍼가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다이빙 방향은 주로 어느 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골키퍼는 약 58%의 비중으로 자연스러운 방향을 향해 다이빙을 한다. 수천번의 현실 세계 페널티킥을 조사한 결과, 축구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키커는 더 빠르고 강하게 공을 찰 수 있는 방향으로 약 60% 비중으로 킥을 시도하며, 골키퍼는 더 날렵하게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57.7% 비중으로 몸을 던진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는 골키퍼도 있다. 그 비중은 약 10%이며 이 집계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작은 수 법칙(the law of small numbers : 대수의 법칙처럼 소표본도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믿는 경향)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팔라시오스-푸에르타는 동전을 10번 던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한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H, 뒷면이 나오면 T를 적어보자고 했다. 10차례의 동전 던지기를 통해 나는 'HTTTHTHHTH' 라는 결과를 기록했다. "만약 제가 10차례 동전 던지기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면, 당신은 결과가 50:5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할 것 입니다. 왜나면 여러번 시도할 경우 확률이 50:50에 가까워질 것이란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50:50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다면, 당신은 동전을 10번 던지는 시행을 다시 해보려할 것 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팔라시오스-푸에르타는 덧붙여 말했다. "동전을 10번 던지는 것 대신 이번에는 50번 던진다고 합시다. 동전을 10번 던졌을 때, 4번 연속으로 같은 면이 나올 것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50번 던질 경우에는 적어도 1번은 그런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조금 더 강하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소표본으로도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다는 작은 수 법칙에 사로잡혀있습니다."


그러나 축구 선수는 결코 일반인이 아니다. 프로 선수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플레이를 펼친다. 따라서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행동 전략을 더 혼합해서 사용한다. 바이에른 뮌헨의 프랭크 리베리,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페널티킥 상황에서 방향 설정을 가장 잘 랜덤화하는 선수들 중 하나다.





사이먼 쿠퍼와 스테판 지만스키가 2009년 발간한 사커노믹스<Soccernomics>에 따르면,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둔 첼시가 승부차기 상황을 대비해 팔라시오스-푸에르타에게 조언을 구했다.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가장 결정적인 페널티킥 대결은 첼시의 니콜라스 아넬카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에드윈 반 데 사르의 맞대결이었다. 아넬카가 킥을 시도하기 전, 반 데 사르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 방향을 가리켰다. 반 데 사르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은 팔라시오스-푸에르타가 첼시 선수들에게 노리라고 했던 바로 그 방향이었다. (반 데 사르는 주로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하고 첼시는 그 이전까지 6명의 키커 중 5명이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공을 찼다.) 반 데 사르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아넬카는 반 데 사르의 오른쪽으로 공을 찼다. 반 데 사르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오는 공을 막았고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차지하게 되었다.


리버풀은 페널티킥 전략 수립을 위해 심도있는 통계적 분석을 시행하는 여러 구단 중 하나다. 리버풀을 소유한 FSG는 미국 프로야구의 보스턴 레드삭스도 소유하고 있다. 레드삭스는 2002년 28세 테오 엡스타인(Theo Epstein)을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구단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엡스타인은 통계적으로 스포츠에 접근하는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 신봉자이다. 2년 후, 레드삭스는 86년만에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리버풀을 인수한 FSG는 축구에서도 똑같은 혁명을 일으키고자 한다. 리버풀의 분석과를 이끄는 사람은 데이터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안 그래엄(Ian Graham)과 토트넘 핫스퍼, 포츠머스에서 퍼포먼스 분석가로 활약했던 마이클 에드워즈(Michael Edwards)이다. 두 사람은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페널티킥 선방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시몽 미뇰레를 돕고 있다.


"리버풀 골키퍼들은 경기 전에 항상 분석팀을 만나 상대의 모든 세트피스에 대해 검토합니다. 페널티킥은 물론이구요. 우리는 상대팀 전담키커가 어떻게 킥을 시도하는지 파악하고 만약 패턴이 존재한다면 그 패턴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갈 수 있는지 체크합니다." 미뇰레가 말했다.


지난 1월 첼시를 안필드로 초대한 리버풀은 77분에 첼시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첼시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디에고 코스타가 페널티킥을 시도하기 위해서 나섰다. 골라인에 서있는 미뇰레는 자신의 팔을 뻗은 상태로 껌을 씹고 있었다. 리버풀 분석팀은 코스타가 골키퍼의 오른쪽 방향으로 킥을 시도하는 성향을 미뇰레에게 이미 알려줬다. 하지만 여전히 코스타에게는 골키퍼 오른쪽 상단, 하단이라는 선택지가 남아있었다. 미뇰레는 높은 슈팅과 낮은 슈팅에 모두 반응할 가능성을 위해 그 중간을 향해 다이빙을 시도했고 결국 코스타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사전에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페널티킥 선방이 골키퍼 인생 최고의 선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경기 도중에 발생하는 세이브가 훨씬 더 반사적이며 또 그것은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페널티킥 선방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운 슈팅이 존재하게 됩니다." 미뇰레가 말했다.


리버풀 분석팀이 예측한 것처럼 코스타는 골키퍼의 오른쪽 방향으로 공을 찼고 공은 잔디를 따라 골키퍼의 몸 아래쪽을 향했다. 하지만 미뇰레는 오른손을 사용해 공을 쳐냈고 터치라인에 있었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대기심을 향해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어!" 라고 소리쳤다. 경기는 1-1 스코어로 종료되었다.





통계분석을 통해 상대팀 키커에 대해 준비를 한다면, 디에고 알베스조차도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을 수 있다. 알베스가 상대 키커의 방향을 읽는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알베스는 약 63% 비중으로 상대 키커가 자연스럽게 선호할 방향을 향해 다이빙 했고 37%를 자연스럽지 않은 방향을 향해 다이빙을 했다. 이것은 게임 이론가들이 예측하는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다. 알베스를 상대하는 키커의 약 15%는 중앙을 향해 찼지만, 알베스는 한 방향을 선택해 다이빙하지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알베스의 진짜 뛰어난 능력은 페널티킥 방향 선정 이후다. 골키퍼가 방향을 맞게 선정해도 60~70% 확률로 골이 들어간다. 하지만 알베스의 경우 방향을 맞게 설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알베스가 지금까지 키커의 페널티킥 방향을 읽었던 27차례 사례 중 골을 허용한 것은 단 3번에 불과하다. 알베스가 방향을 읽는다면, 키커의 득점 확률은 1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알베스는 페널티킥 상황에서 심리전이 아니라 반사신경이 좋은 것이다.


발렌시아의 훈련장에서 알베스는 자신이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는 간단한 방법들에 대해 소개했다. 첫번째 방법은 살짝 대각선 앞쪽 방향으로 다이빙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골라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골포스트와 페널티 스팟 사이의 각을 좁힐 수 있고 키커가 타깃 지점으로 선정할 공간을 좁힐 수 있다. 흥미롭게도 알베스는 자신만의 페널티킥을 막을 다른 숨은 비법이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알베스는 게임 이론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비범한 능력을 지닌 프로선수라는 것이다.


AT 마드리드의 2차례 페널티킥을 막은지 3주가 지났고 이번에는 메스타야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게 되었다. 2-2 스코어 상황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돌입했다. 92분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즈가 페널티 박스에서 반칙을 당했고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발렌시아의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벤치에서 물병을 던지면서 강렬하게 항의했다. 페널티킥을 차기위해 등장한 선수는 리오넬 메시. 주심은 알베스에게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알베스는 계속 메시 옆에 서있었다. "저는 메시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나는 이전에도 너의 페널티킥을 막았었지." 라고요. 그 날 경기가 끝나고 메시는 저에게 어느 방향으로 차야할지 정말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메시는 그저 공을 빠르고 강하게 차길 원했다고 하더라고요."


알베스로 인해 급하게 작전을 변경했는지 메시는 굉장히 이례적인 테크닉을 사용했다. 메시는 오른쪽 코너로 강하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왼발 바깥쪽을 활용하여 페널티킥을 찼다. 알베스는 "메시가 페널티킥을 이렇게 처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라고 말했다. 공은 잔디를 스치듯이 지나 가까스로 알베스의 손가락을 피해 골로 연결되었다. 이는 알베스가 방향을 맞게 추측했고 또 그가 오른쪽으로 넘어졌을 때 허용한 2번째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메시지만, 알베스를 꺾기 위해서는 완벽한 페널티킥 시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팔라시오스-푸에르타는 메시의 페널티킥 영상을 보고서는 "메시가 알베스의 왼쪽으로 공을 찼어야 했다." 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ft.com/penalties




메스타야에서 용감한 전술적 선택을 보여준 발렌시아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연승행진을 22경기에서 마감시켰다.


발렌시아의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윈터 브레이크(winter break)이전에 있었던 에이바르전(1:0 승리)에서 처음으로 꺼내들었던 3-5-2 시스템을 다시 선택했다. 그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롭게 영입된 엔조 페레즈가 바로 경기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페레즈는 기존 하비 푸에고가 뛰었던 곳에 위치했으며 오른쪽에는 소피앙 페굴리를 대신하여 안토니오 바라간이 선택되었다. 왼쪽 윙백으로는 파블로 피아티가 선발로 출전했지만 전반전조차도 다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호세 가야로 교체되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예상할 수 있는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발렌시아 진영에서의 3 vs 3 상황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볼 전술적 포인트는 발렌시아가 3명의 공격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3명의 수비수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이건 3명의 수비수가 단순히 3명의 상대팀 공격수를 상대하는게 아니다.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이적료를 기록한 2명의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을 상대하는 것이며 득점 능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팀을 상대로 3명의 수비수를 기용하게되면 사실상 윙백까지 수비에 가담시켜 5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과 유사한 흐름을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이 날 발렌시아의 윙백들은 베일과 호날두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 날 행운이 따랐는지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막강한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이는 시코드란 무스타피, 니콜라스 오타멘디, 루카스 오르반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3명의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대인 방어하는 역할을 부여받았고 특히 오르반은 가레스 베일을 아주 타이트하게 방어했다. 베일을 밀치기도 하고 몸싸움 과정에서 과격한 태클을 시도하면서 베일에게 위협을 가한 오르반이지만 전반적으로 오르반은 베일을 확실하게 무력화시켰다. 베일은 후반전 중반에 완벽한 기회를 맞이했는데 그것조차 발렌시아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뜻하지않은 프리킥 실수로 레알 마드리드가 역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제외하고는 베일은 별달리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래 : 베일을 타이트하게 방어해낸 루카스 오르반)






중앙에서는 오타멘디가 벤제마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 벤제마를 대인 방어한 오타멘디는 벤제마가 발렌시아 박스 근처에서 터치라인 근처까지 이동하더라도 그를 따라갔다. 그러나 벤제마가 자신의 진영으로 깊숙히 내려갈 경우, 자신의 임무를 페레즈에게 넘겼고 스위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말로는 이러한 전술적 선택이 발렌시아의 수비 안정성을 배가시켰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타멘디가 방어할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2번의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레알의 빌드업은 벤제마가 후방에 있을 때 더욱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대체적으로 베일과 호날두보다 벤제마가 더 후방에 위치하게 되었다.


가장 힘든 임무를 부여받은 선수는 무스타피지만 무스타피도 멋진 활약을 펼쳤고 덕분에 이 경기에서 호날두가 특별한 기여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물론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팀을 앞서나가게 만들었고 1:2 상황에서부터 슈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긴 했지만 경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레알의 공격진이 이토록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개개인에 대한 타이트한 대인 방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며 레알은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꽁꽁 묶여있었기 때문에 미드필드 지역에서 전방으로 공을 빠르게 연결시키지 못했다.



피지컬 싸움


이 경기는 포메이션 싸움보다 격렬한 태클과 파울이 넘쳐났던 피지컬 게임인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발렌시아가 피치에서 1:1 싸움을 선택한 것이 반칙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경기 시작 후 30분간 너무나 많은 파울을 범해 상대에게 프리킥 찬스를 허용했다. 그 결과 프리킥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는 호날두의 선제골로 연결되었다. 너무 많은 선수들이 경고를 받으면서 이 경기가 과연 발렌시아 선수가 11명으로 유지된 상태로 끝날 수 있을지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진행되었다. 60분까지 총 6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발렌시아는 퇴장은 면한 채 경기를 마쳤다. (아래 : 수없이 많은 파울을 저지른 발렌시아)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전문적인 홀딩 미드필더, 신체적 강점을 가진 선수,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 없이 경기를 펼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발렌시아의 전략은 레알 마드리드를 당황하게 만들기 딱 좋은 선택이었다. 4-3-3 시스템의 중앙 미드필더 3명을 10번 역할의 선수로만 구성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신체적 접촉에서 분명한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경기가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를 지휘할 수 있는 파괴자가 없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재 안첼로티 감독이 시도하는 전략은 거의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 중앙에 큰 구멍이 하나 있는데 22경기를 연속해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발렌시아처럼 신체 접촉을 강하게 걸어오는 팀에게 고전했던 것은 사실이고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고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대인 방어가 아니라 완벽한 형태 유지에 신경쓰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3년 전, 메스타야에서 3:2 승리를 거두었을 당시의 경기력과 현재의 경기력을 비교하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볼만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3번째 득점은 용맹함의 결정체였고 이는 조세 무리뉴가 지휘하는 팀의 특성이기도 하다. 50:50 확률 경합에서 6번 승리를 거두었고 이 날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은 머리를 쓰는 창조적인 역습보다는 체력을 바탕으로한 역습이었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가 당시의 상황에서 그럴 수 있는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안드레 고메스의 역할


그러나 이 경기를 단순히 (공을 점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지컬 싸움, 수비적인 퍼포먼스에만 초점을 맞춘다는건 멋진 경기를 펼친 발렌시아 선수들에게 실례가되는 일이다. 이들은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도 멋진 능력을 보여줬다. 전방에 위치한 파코 알카세르와 알바로 네그레도는 공 점유에 특별히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공이 없는 상황에서 두 선수의 운동량 기여는 상당했다. 미드필드진과의 간격을 조밀하게 유지할 수 있게 움직였고 토니 크로스를 방해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안드레 고메스이다. 가장 전진배치된 미드필더였던 고메스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압박을 걸었고 공을 뺏어내서 영리하게 공을 가지고 질주해 크로스를 제치고 레알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로 들어갔다. 고메스의 적극적인 공격적 움직임 덕분에 발렌시아의 다른 미드필더들은 위험한 곳으로 계속해서 전진 패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고메스는 박스 바깥쪽에서 득점이 될 뻔한 기회들을 만들어냈고 레알은 계속해서 고메스가 위협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게 공간을 내주었다. 이 경기가 크로스가 중원을 지배하지 못한 첫번째 경기가 아닐까 싶다. (아래 : 수비적 기여도 훌륭했고 위협적인 슈팅까지 시도한 안드레 고메스)






발렌시아의 윙백


발렌시아 공격에 있어서 2명의 윙백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하다. 윙백들은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 90분 내내 자유롭게 경기를 펼쳤다. 굉장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바라간은 공격을 펼쳤고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피아티와 가야는 기술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위협했다.


역습 상황에 대기하고 있는 호날두와 베일은 일반적으로 피치 전방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윙백들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레알 마드리드가 특별히 역습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좀처럼 나질 않았다. 상대의 스트라이커가 2명이기 때문에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 역시 2명의 센터백만 남겨두고 전진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에는 백4 라인 앞에서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가 없었던 것도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전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풀백은 공격하러 전진하지 않고 윙포워드는 수비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 진영에는 40야드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발렌시아의 풀백들은 그 사이 공간에서 공을 점유하고 빠른 발을 이용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발렌시아의 동점골은 이러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요약해준 골이었다. 왼쪽에서 자유로운 상태인 가야는 반대편에 위치한 바라간을 확인했다. 두 명의 윙백 모두 상대의 마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였고 두 명의 윙백이 중요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발렌시아의 에스피리누 산투 감독이 0:1로 이끌려가는 상황에서 하프-타임에 전술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는 발렌시아가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고 당황하지 않았던 것이다. 후반전에도 같은 전략으로 결국에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레알의 문제점


레알이 특별하게 경기를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번뜩이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분명 안첼로티 감독은 발렌시아 후방 지역에서 3 vs 3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호날두와 베일은 언제든지 상대의 마크를 제쳐내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니까 말이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대인 방어는 굉장히 탄탄했다.


이 경기에서의 레알의 문제점이라면 움직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방에 위치한 3명의 공격수들은 좀처럼 서로의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만약 세명의 선수가 포지션을 교대했다면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위치를 잡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의 공격수들은 전혀 그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상대를 대인 방어하기가 쉬워졌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나 이스코의 공격 가담도 적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올바른 교체를 시행했다. 헤세가 베일 대신 투입되었는데 베일은 오르반의 지속적인 근접 마크에 질색한 모습이었다. 또한 카림 벤제마를 대신하여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투입했고 에르난데스의 빠른 발이 높은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오타멘디를 상대로 통하길 바란 것일거다. 


가장 흥미로운 교체 투입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빼고 사미 케디라를 투입하는 결정이었다. 추가적인 공격 카드를 투입하지 않고 지고있는 상황에서 플레이메이커를 빼면서 전투적이고 피지컬 싸움을 할 수 있는 활발한 미드필더를 투입시켰다. 지고있는 상황에 좀처럼 하기힘든 결정인데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가 피치 중앙에서 고전했는지를 알려주는 교체이기도 하다. 케디라는 단 20분간 경기를 소화했음에도 풀타임을 소화한 토니 크로스보다 더 많이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냈다. (아래 : 발렌시아로부터 공을 좀처럼 뺏어내지 못한 토니 크로스)






레알 마드리드는 결국 만회를 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조차도 크로스 공격 혹은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이스코에게도 헤더 찬스가 있었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두 차례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코너킥으로 결승골을 집어넣은 팀은 발렌시아였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는 발렌시아의 수비 퍼포먼스를 결코 빼놓을 수 없는데 수비수 오타멘디가 골을 기록하면서 홈팀에 승리를 안겼다.



결론


발렌시아는 팀 자체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경기를 펼쳤지만, 수많은 개개인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오르반과 무스타피는 베일과 호날두를 무력화시켰다. 추가 인원 없이 3 vs 3 상황에서 발렌시아 선수들이 레알의 화려한 공격진을 막아낸 것은 아주 인상적이다. 새롭게 영입된 엔조 페레즈는 자신에게 부여된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벌써 완전히 숙지한 것으로 보이고 멋진 데뷔전을 치러냈다. 윙백들은 굉장히 공격적이었고 고메스는 공이 있는 상황이건 공이 없는 상황이건 가릴 것 없이 아주 멋진 활약을 펼쳤다.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3-5-2 시스템은 우리 팀이 2명의 스트라이커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상당한 공격적 이점을 준다." 라고 말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다른 클럽들은 발렌시아의 포메이션 자체보다 이들의 (윙백의 수비 가담을 억제하고 피지컬 싸움을 시도하는) 경기 접근 방식에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발렌시아의 전략은 굉장히 잘 먹혀들었다. 그렇지만 이 전술은 상당히 위험한 전술임에 틀림없다. 발렌시아 선수들보다 기량이 미달인 선수들이 과연 호날두와 베일을 1:1로 막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물음을 한 번 던져볼 필요가 있다. 크로스는 후방 미드필더 역할에 상당히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탑클래스 팀을 상대할 때에는 사미 케디라가 옆에 있어주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중원에 3명의 '10번 역할'을 배치하는 것은 다수의 라 리가 클럽에게 통할지라도 상위권 클럽에게는 아닐 수 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1/07/valencia-2-1-real-madrid-valencia-risk-3-v-3-at-the-back-and-push-the-wing-backs-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