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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 Wigmore


연이은 감독 경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프리미어 리그 버전처럼 느껴진다. 시즌의 1/4이 지난 현재, 4명이 경질되었다.

 

감독 경질 카드는 먹힌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유 때문에 효과가 있는건 아니다. 감독을 경질한 구단은 단기간 성적 향상을 맛본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감독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감독이 경질되는 시점은 팀이 침체기에 있을 때일 뿐더러 동시에 극심한 불운이 겹치는 때이다. 유럽 상위 5개 리그에 소속된 여러 구단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21st Club은 감독 경질 전후 8경기의 기록을 비교했다. 감독이 경질되기 전, 8경기 평균 승점은 0.8점이었다. 감독을 경질한 이후, 8경기 평균 승점은 1.2점이었다. 분명한 상승 효과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대 득점(expected goals)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  감독이 경질되기 전 8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승점은 평균 1.2점이었다. 이는 새로운 감독이 실제 획득한 승점과 동등한 수치다.

 

따라서 새로운 감독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새로운 전술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다. 단지 전임 감독의 불운에서 벗어나는 것일 뿐이다.

 

만약 (부진하고 있는) 감독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행운이 상승하면, 성적은 감독을 경질했을 때 나오는 결과와 동등한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프리미어 리그 감독 경질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을 때, 평균적으로 감독 경질은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똑같이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는데 한쪽은 감독을 경질한 집단, 한쪽은 감독을 유지한 집단으로 나누어 둘을 비교했다. 감독 경질 유무에 관계없이 향상된 결과의 수준은 동등했다. 다른 리그에 대해 연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에 의한 반등'은 불가능한 생각이다. 이 착시 형태의 반등은 단순히 평균을 향한 회귀에 지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시즌 중에 부임한 감독이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은 0에 가깝다.

 

물론 감독이 차이를 조금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건 아니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특출난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대다수 감독들은 중간 수준에 밀집해있다. 이 집단 내에서는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영향력이 없다. 1973년부터 2010년까지의 잉글랜드 축구를 주제로 한 스테판 지만스키(Stefan Szymanski)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부 리그에서 구단의 임금 지출 수준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보여준 감독은 전체의 단 10%에 불과하다.

 

시즌 도중 안좋은 방향으로 고꾸라진 구단은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한다. 하지만 이들은 10% 속하는 엘리트 감독을 구하기 어렵다. 다른 구단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결국 무직 상태인 감독풀에서 새 감독을 구하는 수 밖에 없다. (대다수 구단은 감독을 경질한 상황에서 다른 구단 감독을 돈 주고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직인 감독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 그들이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만스키 교수와 다른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잉글랜드 구단들은 감독을 경질한 상황에서 기존 감독보다 "더 경험이 없고 능력도 떨어지는 신임 감독" 을 임명한다. 신임 감독의 1/4은 전임 감독보다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신임 감독이 전임 감독보다 정말로 뛰어난 감독인지 고려하지 않는 상당수 감독 교체는 또 다른 교체를 위한 교체일 뿐이다. 평범한 수준의 감독이라면, 때로는 경질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더 나쁜 감독을 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 선임하는) 끊임없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축구 외적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운전자 중 90%는 본인이 평균 이상의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을 평가하는데 사실적이지 못하다. 스스로를 우월하게 평가하는 성향이 축구에도 스며든 것이다. 구단주와 팬들은 팀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희망사항을 바라본다. 냉철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사커노믹스(Soccernomics)에서 말했듯이, 성적과 임금 지출은 90%의 상관 관계가 있다.

 

구단은 무작위성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축구는 득점이 적게 발생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다른 종목들보다 '우연'이 차지하는 영향이 크다.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과 데이비드 샐리(David Sally)의 저서 <The Numbers Game / 한국판 :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에 이렇게 설명했다 : 축구의 승패는 50%의 기술과 50%의 행운이 결정한다. 모든 득점의 절반 정도는 행운이 따른 사건 이후에 발생한다. 공의 굴절, 행운이 섞인 공의 바운드,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골이 만들어질 때가 있고 심지어 (경기장에 있지 말았어야할) 풍선으로 인해 골이 나올 때가 있다. 또한 축구는 경기수가 비교적 적은 종목이다.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경기 수는 NBA 구단의 경기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MLB 구단의 경기수 1/4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축구는 비교적 작은 표본 크기에서 판단을 내린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되는 것은 재정적인 면에서 엄청난 타격을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 끊임없이 쇠약해지는 단기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모든 감독에게 면죄부를 줘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일부 경질은 타당하다. 예를 들면, 올시즌 웨스트 햄을 21st Club의 기대 득점 모델로 평가했을 때, 그들의 순위는 리그 18위다. 2016/2017시즌에도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에 슬라벤 빌리치를 향한 동정론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넓은 견지에서의 요점이 남아있다. 잉글랜드에서 활동하는 감독의 임기 중위수는 고작 1년이다. 대다수 경질은 부당하며 (감독 경질은 그 효과가) 과대평가된 솔루션이다. 


비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그 비효율성을 알아보는 자에게 기회가 생긴다. 끊임없이 감독을 경질하는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감독을 경질하는데 돈을 펑펑 쓰는 것보다 스카우팅, 유스 코칭, 시설 투자같이 실제로 경기장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돈을 쓰는 것이 훨씬 낫다.





출처 : http://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premier-league/sacking-managers-pointless-stats-slaven-bilic-west-ham-premier-league-a80445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