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게임 : 골 - 축구의 절세미인

The Numbers Game 2016. 7. 23. 21:14 Posted by Seolskjaer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한다 - 떼야르 드 샤르댕



앤드류 로니는 주석 세공인이자 수리공이며 동시에 크리켓 선수였다. 어떤 관점에서도 그를 축구의 골키퍼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로니는 다른 스코틀랜드 사내처럼 공짜 식사, 술, 스포츠 활동을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1885년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는 에버딘에 있는 오리온 크리켓 클럽에게 컵대회 초청장을 보냈고 로니와 크리켓 클럽 동료들은 그 제안을 승낙했다. 사실 그 초청장은 오리온 풋볼 클럽에게 전해졌어야 하는 것이었고 크리켓 클럽에게 잘못 전해진 것이었다. 초청받은 바로 그 경기의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크리켓 클럽은 최대한 장비를 빌려 구색을 맞췄다. 그리고 9월 12일 팀의 이름을 본 어코드로까지 바꾸면서 10시간의 비바람을 뚫고 경기가 펼쳐질 앵거스로 향했다. 로니와 친구들은 상당한 강팀인 아브로스를 상대해야만 했고 로니에게는 골키퍼라는 원하지 않는 임무가 주어졌다.


상대팀 아브로스는 상당한 경기경험을 갖춘 선수로 구성되어 있었고 조직력도 우수한 팀이었다. 크리켓 선수들이 감히 어찌 해볼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스포츠 언론은 당시 경기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가죽공이 41번이나 골문을 향했고 5차례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사방에서 크리켓 경기처럼 종이에 득점 현황을 기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니에게는 굉장히 가슴아픈 날이었을 것이다. 특히 아브로스의 구장인 가이필드 파크는 골대에 그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로니는 매 실점마다 공을 주우러 움직이기까지했다. 그 굴욕적인 일을 반복해서 시행하는 것은 로니의 스포츠정신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0:36 패배였다. 이는 영국축구 역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로 남아있다.


근처에서 벌어진 또 다른 경기에서는 에버딘 로버스라는 팀이 본 어코드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던디 하프는 에버딘 로버스를 두들겨패고 있었고 경기가 끝났을 때, 심판은 던디가 37골을 넣었다고 생각했으나 스포츠정신의 발휘로 하프 선수들은 팀이 단지 35골을 기록했다는 것을 심판에게 알렸다. 그렇게 아브로스는 역사에 최다 점수차 승리팀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1885년 하루동안, 2개의 팀이 총 71골을 기록했다. 약 125년이 지난 지난 현재도 그 땅에서는 축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흘렀고 아브로스와 던디 하프는 각각 아브로스FC와 던디 유나이티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2010/2011시즌 두 팀이 1시즌동안 기록한 홈득점은 총 68골이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1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리지지 않았지만, 골에는 가뭄이 와버렸다.


사실 골가뭄 현상은 스코틀랜드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한 경기에 2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들다. 각 클럽의 최다 득점차 승리나 패배 기록은 수십 년전에나 만들어진 것이다. 36골이나 내준 로니는 믿기 어렵겠지만, 득점은 희귀한 것이며 그렇게 가치가 올라갔다.


그래서 전세계 스트라이커들은 서포터들에게서 환호를 받으며 구단은 그런 스트라이커 영입을 갈망한다. 잉글랜드 최초로 이적료 £1m을 돌파한 선수인 트레버 프란시스는 공격수였다. 또한 잉글랜드 선수로 잠시나마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던 앨런 시어러 역시 공격수다. 2011년 £35m의 이적료로 당시 가장 비싼 잉글랜드 선수였던 앤디 캐롤 역시 스트라이커다.


세계 최고 이적료 리스트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스코어러나 어시스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안 스키피아노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까지 그리고 장 피에르 파팽에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축구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발롱도르도 마찬가지다. 1976년 프란츠 베켄바워 이후로 수비쪽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경우는 로타르 마테우스, 마티아스 잠머, 파비오 칸나바로까지 단 3차례가 전부다. 세 선수 모두 당시 국제대회에서 자국을 우승으로 이끈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골키퍼 수상자는 1963년 디나모 모스크바의 전설 레프 야신이 유일하다. 그 외, 발롱도르는 공격수들의 무대이다. 리오넬 메시처럼 마법사가 되거나 안드리 셰브첸코, 마이클 오언, 조지 웨아처럼 무차별적으로 골을 쏟아내면 발롱도르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


축구는 우연의 스포츠로 우리는 우연이 최대한 적게 영향을 발휘하도록 노력한다. 위대한 스트라이커는 자신의 운명과 클럽 운명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선수로 우연성을 통제할 수가 있다. 우연성을 통제하여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는 정말 희귀하고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축구의 희귀함


골은 단순히 축구가 만들어내는 주된 결과물을 넘어서 선수들이 90분간 쉼없이 달리는 목적이다. 골은 아주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클럽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스트라이커 영입을 열망하고 감독은 정교하면서 복잡한 수비 전술을 구상해낸다. 골은 축구를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골을 넣기 위해서 선수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뛰지만 골은 아주 가끔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가끔가다 나오는 골을 보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축구가 독특한 종목이라는 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일 뿐만 아니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부터 아시아의 초원까지 공통으로 사용되는 언어다. 축구는 어떻게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보편적인 종목이 되었으며 인기를 누리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정답은 바로 '골'에 있다. 골은 곧 축구다. 골의 희소성은 사람을 축구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의 근원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축구에 없는 것을 파악해 축구가 특별히 인기있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종목과의 비교를 시행해야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서로 경쟁하는 스포츠를 선정해야만 한다. 두 팀이 규격이 정해진 경기장에서 마지막 휘슬이 불리는 순간까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경쟁하는 그런 게임들을 모아서 축구와 비교할 것이다. 농구, 라크로스, 럭비, 미식축구, 하키는 축구와 같은 분류에 속하는 종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이 스포츠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축구는 골이라는 아주 희소성을 지닌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데 단 1차례의 골을 넣기위해 선수들은 골과 관계없는 수십번, 수백번의 태클, 패스, 롱스로인을 시행한다. 축구가 다른 스포츠와 아주 분명하게 다른 점은 승패를 결정짓는 골은 아주 가끔 발생하는데 패스같은 다른 사건들이 경기 내내 시행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골의 희소성 때문에 축구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희소성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만약 당신이 1달에 1번 골을 넣고 내가 1년에 1골을 넣는다면 당신에게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도 나에게는 빈번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축구에서 골이 얼마나 가끔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야만 한다. 2010년에서 2011년까지 걸쳐서 우리는 1시즌간의 팀득점 데이터를 종합했다.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미식축구, 럭비 리그, 럭비 유니온에 대해서 모든 데이터를 종합했다. 


NBA 1,230경기 NHL 1,230경기 프리미어 리그 380경기 NFL 256경기 럭비 유니온 132경기 오스트리아 NRL 192경기를 종합했다. 한 골이 나오는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했고 슈팅 당 득점 비율 역시 계산했다. 각 스포츠마다 득점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의 보정을 거쳐야만 했다. 미식 축구는 터치다운일 경우 6점, 필드골인 경우 3점을 준다. 농구는 점수가 1~3점으로 3가지 종류가 있다. 축구의 득점과 비교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점수들을 나름의 기준을 삼아 변환해야만 했다. 득점 성공 횟수와 점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우리는 아주 단순화하여 득점 성공 횟수만을 확인해보았다. 보다 복잡한 실험 모델에서는 각 득점마다의 가중치를 두고 작업했으나 수학으로 결과는 단순한 실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그래프에서 2가지 막대가 두드러진다. 우선 농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아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축구가 희소성을 바탕으로하는 스포츠라면 농구는 풍부함 속에서 펼쳐지는 경기라 할 수 있다. 농구는 득점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스포츠와는 상당히 다른 규모를 지니고 있다. 한편 축구는 농구와는 양 극단을 달리고 있다. 농구가 사다리에 올라간 르브론 제임스라면, 축구는 맨홀에 빠진 리오넬 메시같은 수준이다. 축구가 팀스포츠 중에서 가장 득점이 적게나온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그 규모의 차이를 이렇게 직접 목격하는 것은 놀라울 것이다.


또한 축구는 득점을 하기위한 시도 자체도 적은 편이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축구는 한 경기에서 슈팅이 평균 12번 시도하지만 하키는 30번, 농구는 123번의 슈팅을 시도한다. 시간적 요소까지 고려하면 축구는 팬과 선수들에게 골을 보기위해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미식 축구는 평균 9분마다 1골이 나오고 하키는 22분마다 1골이 나오지만 축구에서는 한 팀이 골을 넣기 위해서는 69분을 기다려야만 한다. 축구는 기다려야 감동이 오는 스포츠인 것이다.


또한 축구는 비효율성이 판을 치는 스포츠이다. 데이터 분석업체인 Opta는 2010년 인터 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총 2,842개의 이벤트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디에고 밀리토의 2골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총 2,842개의 이벤트 중에서 중요한 것은 단 2개였던 것이다. 1번의 골을 위해서 1,421개의 이벤트(패스, 태클 등등...)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팀이 1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이토록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는 축구말고 없다. 


이것은 축구를 특별하게 만들고 축구를 더욱 축구답게 만든다. 1득점을 기록하기 위해서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단 한차례의 득점에도 더욱 열광할 수 있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골이 적게 나오는 것은 축구를 재밌게 만든다. 축구에선 어느 순간에라도 단 한 골로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고 기쁨과 슬픔을 결정지을 수 있다. 골은 축구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절세미인이다.



득점 가뭄의 원인을 설명하기


바스크 태생의 이그나치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골이 굉장히 풍성하게 나왔으나 그것이 갈수록 희귀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러나 왜 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는가는 단번에 알아낼 수 없는 문제였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런던정치경제대학의 경제학자다. 그는 축구의 가장 주된 결과물인 득점과 경기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축구가 시작된 이래로 경기당 평균 득점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했다. 그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시행하는 것처럼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았고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큰 규모의 작업이었고 그는 영국에서 시행된 프로축구, 아마추어 축구를 모두 계산했다. 무려 1888년부터 1996년까지. 전체 경기 수는 무려 119,787경기였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1부리그 경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의 연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축구에서 골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189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는 경기당 평균 4.5골이 기록되었지만 1925년 오프사이드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지속해서 감소했다. 오프사이드 규칙에 적용되는 선수의 숫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골을 넣기가 더 쉬워졌다. 그 결과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1골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다시 득점수는 줄어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경기당 평균 3골로 떨어졌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의 데이터가 종착점에 도달한 1996년에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이 2.6골이었다. 


환경적 조건이 향상되면서 득점이 자연스럽게 상승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치 상태는 과거에 비해서 아주 말끔하게 정돈되어지고 있고 선수들 역시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장비 역시 좋아졌으며 구단은 전세계에서 재능을 긁어모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 외적인 사항들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제프 콜빈의 저서인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Talent is Overrated>에서 콜빈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사람에게 요구하는 능력의 기준이 상승하고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사람은 모든 방면에서 이전보다 더 숙달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콜빈은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제시한다. "오늘날 고등학생 마라톤 선수의 기록은 190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기록보다 20분 정도 빠르다. 1924년 올림픽에서는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더블 서머솔트 자세가 금지되었지만, 오늘날 그것은 따분하기 그지없는 기술일 뿐이다."


콜빈의 이론이 옳다면, 경기당 득점 수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물론 스트라이커의 기술이 발전한만큼 수비수도, 골키퍼도 능력이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커플처럼 동시에 발전해야할 것이고 100년전만큼 지금도 골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점차 골은 희귀해져만 가는 것일까? 지금까지 규정의 변화는 득점 수에 영향을 미쳐왔다. 1925년 오프사이드 규정 완화, 1981년 승점 3점 도입, 1992년 골키퍼에게 백패스 금지는 실제로 득점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영향도 잠깐이었다. 마찬가지로 2차례 세계대전도 장기적인 골 감소 트렌드를 바꾸지 못했다.


전술이나 훈련이 아닌 선천적 재능이 득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 그리고 그 이하의 차이를 확인해야만 한다. 20세기 초 1부 리그 선수와 2부 리그 선수의 기량 차이는 지금만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부 리그 선수와 2부 리그 선수 사이에는 임금 격차가 발생했고 훈련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1부 리그 팀은 전세계에서 재능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그것이 현재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의 차이다. 즉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실력 차이는 10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심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2부 리그와 3부 리그, 3부 리그와 4부 리그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겠다. 골키퍼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골문을 커버하기 시작했고 수비수는 더 빠르게 공을 낚아채며 태클을 시도한다. 미드필더들은 더 빠른 스피드와 체력으로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누비게 되었다. 기술과 재능이 득점 수 감소의 유일한 원인이라면, 각 리그 티어마다의 수준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리그 티어마다 득점 수 차이가 발생해야만 한다. 즉 상위 리그로 갈수록 골이 적게나와야 할 것이다.


이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 리그마다의 실력 차이가 심화되었다는 가정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티어에 있지만 같은 대회에서 마주할 수 있는 FA컵 자료를 확인하려고 한다. 서로 다른 티어에 있는 구단끼리 경기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1900년 이후로 FA컵 8강에 진출하는 리그별 구단수를 나타낸다. 트로피 1개는 1개의 구단을 의미하는 것이고 뚜껑이 없거나 손잡이가 없는 것은 소수점을 표기하기 위한 방책이라 보면 된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C 초 평균적으로 1부 리그에서 4.8개의 팀이 8강에 진출했고 2부에서는 1.7개의 팀 3부 이하에서는 1.5개의 팀이 8강에 진출했다. 








그래프에서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1부 리그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2004년의 밀월, 2008년의 카디프 시티같은 예외들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트렌드는 아주 분명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8강에 진출하는 1부 리그 숫자가 1.5 증가했다. 즉, 시간이 흐르면서 리그 사이의 수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다음으로 던져야할 질문은 바로 '수준 차이로 각 리그마다 득점력 차이가 발생하는가?' 이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일련의 세밀한 통계 테스트를 거쳐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득점력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두 리그의 득점 분포는 동일했으며 세계대전 종료 이후에도 1부 리그부터 하부 리그 가릴 것 없이 전체적으로 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한다. 선수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가에 관계없이 골이 줄어드는 추세는 모든 리그에서 동일했다. 


오늘날 최고의 수비수는 1948년 당시 최고의 수비수보다 더 우수한 기량을 보여준다. 골은 동일하게 줄어들었지만, 4부 리그 수비수는 과거의 4부 리그 수비수보다 기량 면에서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따라서 스코틀랜드의 앵거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골이 줄어든 것이 축구 선수 개인의 기량이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걸 확인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 후반부터 골은 계속해서 희귀해져가고 있다. 축구 규정의 변화 때문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대변동이나 선수 개인의 기술 향상 때문도 아니다. 축구를 금욕의 스포츠로 만드는 것은 (골이 적게 나오게 만드는 것은) 이와는 전혀다른 무언가이다. 축구는 과거보다 골이 적게나오고 있고 그것은 스포츠의 성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평등화


축구에 2가지 역사가 존재한다. 하나는 완벽을 향해 나아간 천재들의 이야기다. 콜빈의 이론이나 앞서 우리가 목격한 FA컵 데이터가 각 세대별로 위대한 축구 선수들이 존재했다는 것들 뒷받침한다 : 디 스테파노, 펠레, 마라도나, 지단, 메시는 모두 축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경기를 한 단계 발전시킨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역사는 그 천재들을 저지하기 위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주로 수비수가 아닌 감독의 이야기다. 카테나치오, 지역 방어, 스위퍼 시스템 등 모든 방어 체계는 피치 위의 지휘자인 천재를 막기위해 고안된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티키-타카도 스페인은 수비적인 목적으로 받아들였다. 즉 티키-타카는 패스나치오(passnaccio)라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경기함으로써 상대팀을 공소유에서 말라죽일 수 있었다.


경기가 발전하면서 선수들 역시 성장해갔다. 더 빠르게 피치를 누비기 시작했고 슈팅의 파워는 더 강력해졌다. 드리블 속도가 빨라지고 패스는 더욱 정교해졌다. 선수 기량이 성장하면서 그들을 한 곳에 결집시키기 위한 구조적 형태 역시 발전하게 되었다.


오프사이드 트랩, 압박, 지역 방어, 삼각형 패스같은 구조적 형태는 골이 말라비틀어가는 원인이다. 전술과 전략이 더욱 복잡해져 골의 공급이 끊겨버렸다. 선수 개인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고 팀은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축구가 발전하면서, 축구란 스포츠는 점차 기술좋은 선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시키고 잘 융합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골키퍼가 골대로 들어간 공을 주우러 가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포메이션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 7명의 공격수, 2명의 하프백, 1명의 풀백을 배치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명의 공격수를 밑으로 내려 자연스럽게 W-M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헝가리와 브라질에서 4-2-4가 등장했고 지금은 단지 1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시대가 왔다. '가짜 9번'이라 불리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심지어 공격수를 두지 않고 있다. 조나단 윌슨의 아주 권위있는 저서 제목처럼 피라미드가 거꾸로 뒤집혔다. <원제 : Inverting the Pyramid, 번역된 제목 : 축구 철학의 역사> 


이런 성질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이 스포츠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과거 축구는 단지 골을 넣는 것만 집중하는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득점과 실점 모두를 생각하며 뛰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수비와 공격이 보다 균형을 맞추는 형태로 흘러간 것이다. 만약 어떤 팀이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고도 여전히 승리한다면, 혹은 이전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다면 상대팀은 이에 적응하여 대응하게 될 것이다. 수년간, 축구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최소화하고 상대의 실수를 잡아내 최대한 응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만약 Opta가 1910년 경기도 담당했더라면, 공격수가 100차례 넘는 볼터치를 기록하는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팀에서 영향력이 적은 수비수는 공을 만지는 횟수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공격수보다 훨씬 많은 볼터치를 기록하고 있다. Opta의 2010/2011시즌 프리미어 리그 통계자료를 보면 수비수는 평균 63회, 미드필더는 73회의 볼터치를 기록하지만 공격수의 기록은 단지 51차례에 불과하다.


경기의 포커스가 공격에서 수비로 맞춰져 가면서 우려스러운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골이 벌써 멸종의 위기에 봉착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까지 왔을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든다. 과연 언제쯤 골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 오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팔라시오스-후에르타의 자료를 이어받아 1997년부터의 자료를 추가했다. 운과 날씨같은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서 LOWESS 회귀란 통계적 분석법을 시행했고 놀라운 결과를 마주했다.


골은 100년전부터 꾸준히 감소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60년간 변동이 없었다. 골은 결코 멸종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당한 안정세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평균 득점의 감소는 70년대부터 멈추기 시작하더니 지난 20년간은 거의 일정한 상황이다. 즉 공격적 혁신과 수비적 기법이란 두가지 세력이 완벽한 균형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에 대한 이해력이 상승하고 성공적인 혁신은 전세계에서 모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 팀의 스타일이 흡사해졌다. 축구 초창기에 대량득점이 가능했던 것은 선수 수준의 격차 때문이 아니라, 소수의 클럽이 훈련, 전술적 준비, 조직력 극대화같은 부분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던 오리온 크리켓 클럽의 참패는 드리블, 패스 경험 부족이나 악천후라는 기후조건이 아닌 조직력 부재와 총체적인 전술적 무지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모든 클럽들은 실수와 약점을 줄여가면서 서로 비슷해져가고 있다.


평균 득점이란 기록만 보면 잘못된 해석을 할 수 있다. 5경기에서 각각 0,0,0,6,9골을 기록한 클럽의 평균 득점은 경기당 3골이다. 5경기 모두 3골을 기록한 클럽과 평균 기록에서는 동일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평균은 흥미로운 데이터지만 편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웃라이어의 기록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해왔는가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1888년 이후 매시즌, 매경기마다의 평균 득실차를 계산해보았고 여기서도 우리는 모든 팀의 공수 기록이 상당히 비슷해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과거보다 더 적은 골 차이로 승리를 거두고 평균적인 득실 차이는 1골 가까이 줄어들었다. 100년 사이에 두 팀의 차이는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30년간의 자료를 보면, 전체 득점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골득실 차이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축구란 산업은 상당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선수들은 성장기에 비해서 득점 생산성이 떨어졌다. 한편 전술이라는 생산 기술은 시간이 흐르면서 널리 퍼졌고 그렇게 모방과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클럽이 서로 비슷해져버렸다. 축구도 경제 모델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도 초창기에는 각자가 자사의 부품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도요타의 차와 혼다, 폭스바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트 클럽의 권력과 부가 전세계적으로 리그를 불균형 상태로 만든다 : 우리는 이것을 스포츠계의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잘못된 믿음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정설은 틀렸다. 50~100년 전보다 지금의 리그가 더 치열하다.


골은 60~100년 전보다 더 희귀해지고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팬들이 골을 좋아한다는 것은 완벽한 착오다. 모든 서포터가 골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오프사이드 룰의 개정, 승점 3점 제도 도입, 골키퍼를 향한 백패스 금지 규정이 생겼다.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모든 골이 승패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기다.


득점력이 평준화되고 동시에 두 팀 사이의 골득실 차이가 줄어들면서, 축구란 산업은 팬들에게 더 치열한 경기, 더 적은 골이 나오는 경기, 과거처럼 결코 확실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경기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은 더 많은 골이 나오면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적게 발생하는 그 소중함 때문이다.


현재 잉글랜드에서는 모든 디비전에서 평균적으로 경기당 2.66골을 생산해내고 있다. 때로는 그것보다 더 많은 골이 나오거나 더 적은 골이 나오지만, 넓게보면 상당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매시즌마다 1,000골을 볼 수 있다. 축구는 지금 평형 상태를 찾았다.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한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자신의 논문 <축구의 빛과 그림자>에서 "나는 축구한다. 고로 존재한다." 란 표현을 했다. 그의 논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축구 스타일은 각 커뮤니티의 독특한 특색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당신이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수년간 축구는 서로 각기 다른 스타일로 구성되어왔고 그렇게 각자의 개성을 표현해왔다. 현재 그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갈레아노는 오해의 소지를 남겨두었다. 외국인 선수 혹은 이민자가 새로운 리그의 복잡하고 미묘한 특성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전세계적인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예를 들면, 잉글랜드에는 '비오는 날 밤의 스토크 검증' 이란 신조가 있다. 그 믿음은 비오는 날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스토크의 홈구장)에서 힘든 경기를 소화해야만 프리미리어 리그 무대에 비로소 적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뛰기 위해선 잉글랜드화 되야한다는 것이다. 


편협함과 내재된 우월주의가 겉으로 표현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잉글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첼시의 기술이사였던 프랑크 아르네센이 함부르크 SV로 팀을 옮겼을 때, 그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같이 일했던 스카우터 리 콘거튼과 스티븐 휴스톤을 같이 데려갔다. 이에 독일 측에서는 분데스리가의 정세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었다.


콘거튼과 휴스톤을 임명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휴스톤은 본래 보험 분석가였지만, 축구계 최초의 '과학적인' 스카우터였다. 휴스톤은 데이터를 통해 상대를 분석했고 영입할 선수를 결정했으며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원년 멤버로서 유럽에서도 역사가 깊은 클럽 중 하나다. 2011년 함부르크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적용하길 희망했고 우리와 상당한 미팅을 가졌다. 당시 함부르크는 피치 안팎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르네센은 분데스리가에 적합하지 않은 이상한 접근법을 시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잉글랜드 사람들이 프리미어 리그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분데스리가가 특별한 리그라고 생각한다. 자국 리그가 독특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 스타일이 다르거나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에 있어서 차이는 크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리그라고 거론되는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모두 가장 중요한 기록에 있어서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하게 된다.


국가별 플레이 스타일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2011년, 정치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미겔은 모국에서 정치적 탄압이나 내전을 경험한 선수가 피치 위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선수가 받은 옐로우 카드, 레드 카드의 숫자로 폭력성을 수치화했다. 연구 결과는 아주 직설적이다.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부유하고 안정적이며 민주주의가 잘 자리잡은 국가에서 성장한 선수들도 있다. 선수의 성장 배경이 피치 위에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 결과는 'Yes'. 2004/2005시즌부터 2005/2006시즌까지 미겔은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5개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더 많은 폭력성을 보이는 상관 관계를 입증했다. 성장기에 내전을 경험할수록 그 선수의 평균적인 옐로우 카드 수는 증가한다.


1980년 이후로 이스라엘과 콜롬이바는 매년 내전을 경험하고 있고 그 두 국가 출신 선수들은 피치 위에서 상당히 거칠다. 콜롬비아 출신이자 인터 밀란에서 뛰고있는 수비수 이반 코르도바는 2004/2005시즌부터 2005/2006시즌까지 총 25차례의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또한 가난하고 덜 민주화 되어있는 OECD 미가입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 결과는 왜 이런 상관 관계가 발생하는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못하지만 적어도 서로 다른 문화와 정치 배경 속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가 발생하고 있다는걸 말해준다.


국가마다 플레이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자료는 상당히 많다. 프리미어 리그 팀이 자주 활용하는 포메이션과 라 리가 클럽이 자주 활용하는 포메이션을 떠올려보라. Opta의 데이터는 2010/2011시즌 전체 리그 경기에서 라 리가 클럽이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한 빈도가 57.8%였다고 말한다. 한편 잉글랜드에서 4-2-3-1을 활용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이와 반대로, 잉글랜드 클럽은 정통 4-4-2를 선호한다. 같은 기간에 잉글랜드 클럽의 44.3%가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잉글랜드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포메이션은 18%의 비중을 차지하는 4-5-1 포메이션이다. 하지만 라 리가에서 4-5-1이 사용된 경기는 1.3%에 불과했다. 두 국가가 서로 다른 전술적 접근법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정의 적용 차이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2005/2006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파울 수, 경고 수를 비교했고 상당한 차이를 목격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경기당 평균적으로 24회의 파울이 선언된다. 하지만 라 리가에서는 그 횟수가 34회로 증가한다. 40%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고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어 리그는 경기당 평균 3.2개의 옐로우 카드가 나오지만, 라 리가에서는 5.1개다. 여기서의 차이는 59%다. 선수의 퀄리티, 모국의 안정성, 연령에 관계없이 스페인에서 더 많은 파울과 경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기에 너무나도 미약하다. 21세기 들어서 최고 레벨의 축구는 상당히 닮은꼴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와 리그 관계없이 축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공통적이다 : 골의 희귀함과 귀중함


골에 관해서 갈레아노의 철학과 미겔의 연구는 유효하지 않다. 외국인 선수와 자국 선수의 비중은 득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축구 전술적 철학이 리누스 미헐스와 요한 크루이프에서 비롯되었건, 네레오 로코와 엘레니오 에레라에서 비롯되었건 골은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북유럽 출신과 프랑스 출신을 중용하는 프리미어 리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출신을 중용하는 라 리가와 세리에, 동유럽 출신을 중용하는 분데스리가 모두 마찬가지다. 골은 그 비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체격이 좋고 활발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약싹바르고 기술이 좋다. 브라질 선수들은 리드미컬하고 창조적이다. 대한민국이나 일본 출신 선수들은 상당히 열심히 뛰어다니며 조직력을 중요시한다.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최상위 리그 득점에 한해서는 이것은 전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서 분명히 스타일의 차이가 존재함을 언급했고 전술적인 면이나 선수 개인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존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수비적인 축구가 진행되고 스페인에서는 보다 우아한 축구가, 잉글랜드에서는 체력적이고 빠른 경기가 진행된다. 국가마다 대륙마다의 축구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또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골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가? 갈레아노는 자신의 논문에 "당신이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잉글랜드는 인스윙 크로스에서 강력한 헤더 슈팅으로 골이 나오고, 스페인에서는 오랫동안 물흐르듯 지속된 패스 속에서 골이 나오고, 이탈리아에서는 번개같은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패스 기록, 슈팅 기록처럼 셀 수 있는 것도 리그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Opta의 2010/2011시즌 유럽 탑4 리그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는 경기당 평균 패스 횟수가 425회였고 세리에A는 449회였다. 한편 세리에A에서 롱패스 횟수가 경기당 54회였지만, 분데스리가에서는 59회였다. 짧은 패스에서 이탈리아와 독일은 서로 양 극단점에 위치했다. 독일에서는 경기당 짧은 패스가 332회 나왔고 이탈리아에서는 356회 나왔다. 그러나 리그별 차이의 존재성은 피상적이고 허울 뿐이다. 최상위 리그는 서로 닮았다. 각 리그의 명칭이 적혀있지 않은 데이터를 줬다면, 아마 당신은 그에 맞는 리그를 매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체 패스 횟수 

롱 패스 횟수 

숏 패스 횟수 

분데스리가 

425 

59 

332 

라 리가 

448 

56 

355 

프리미어 리그 

438 

57 

343 

세리에 A 

449 

54 

356 



수렴성은 다른 데이터에서도 유효하다. 4대 리그는 모두 경기당 14회에 가까운 수준의 슈팅을 기록하고 있었고 유효 슈팅은 평균적으로 4.7회를 기록했다. 코너킥 갯수 역시 약 5개로 비슷하고 경기당 발생하는 페널티킥 수 역시 마찬가지로 기록이 아주 유사했다. 프리킥 갯수, 오픈 플레이에서의 크로스, 헤더 골 횟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4대 리그에서 그런 자료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슈팅 

유효 슈팅 

코너킥 

페널티킥 

분데스리가 

12.9 

4.6 

4.9 

0.14 

라 리가 

13.0 

4.8 

5.4 

0.15 

프리미어 리그 

14.5 

4.6 

5.5 

0.13 

세리에 A 

13.8 

4.4 

5.3 

0.14 



비록 스페인에서 주심이 더 많은 카드를 꺼내고 더 많은 파울을 선언하지만, 이탈리아보다 잉글랜드의 경기 속도가 더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차이는 결과적으로 허울 뿐이라는 말이다. 리그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전년 대비 편차보다 변동이 작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골만 바라본다면, 모든 부수적인 것을 다 떼어내고 가장 기초적인 구성품을 본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 닮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어디서 경기를 펼치든, 골은 희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 Chap2. The Goal : Soccer's Rare Beauty>















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1년 9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나치오날레는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의 전술은 현재 인테르 스쿼드에 맞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3경기에서 3패이다.


3경기를 치렀고 3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미 저 멀리서부터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향한 위험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그는 인터나치오날레 감독직에 결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스페리니 이전에 인테르가 고심했던 마르셀로 비엘사가 인테르에 부적합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스페리니가 비엘사처럼 굉장한 이상주의자이진 않으나 그는 자신이 선호하는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팀, 성공으로 인한 자부심이 충만한 팀에 새로운 색깔을 집어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그러한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할지라도 인테르 정도의 클럽 규모를 고려해 빠른 시점부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하는 요구가 곁들여진다면 새로운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적어도 비엘사는 가스페리니와 달리 이러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엘사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감독이며 인테르 감독직을 수락했을 때 '자신의 철학을 어느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팀에 녹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인테르와 리버 플라테 감독직을 걸렀다. 결국 그는 아슬레틱 빌바오를 선택했는데 아슬레틱은 그처럼 독특한 팀이었다. 비엘사의 아슬레틱은 2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그치고 있지만 가스페리니의 3경기 3패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 보여진다. (추가로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아슬레틱은 트라브존스포르와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페네르바체가 승부조작으로 인해 유럽 대항전 출전이 불가능해져 트라브존스포르가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하게 되엇고 아슬레틱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역동적인 3-4-3 포메이션으로 재밌는 축구를 구사했고 가스페리니는 이러한 축구 철학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다. 그가 잘할 줄 아는 전술이 바로 그것이었며 그가 하는 것도 그게 전부였다. 이러한 감독을 임명해서 다른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길 바라는 것은 나이얼 퀸을 영입해서 타깃맨으로 뛰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다. 인테르 스쿼드에겐 3-4-3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필자는 가스페리니가 임명되었을 때 베슬리 스네이더가 4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지금까지 가스페리니가 스네이더를 기용하고 있는 전방 3명에서의 왼쪽에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사실 스네이더는 참 기용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왜나하면 그는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조세 무리뉴의 지휘하에 마지막 한 달간 그는4-2-3-1의 꼭짓점에 위치했는데  굉장한 기동력을 갖췄었고 현대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언제든지 필요로한다면 기꺼이 후방으로 내려올 준비가 되어있었던 창조자였다. 그 이후 월드컵에서 5골을 기록했는데 이 때는 클래식한 No.10 유형의 선수였다. 그는 무리뉴 아래에서 4-3-1-2 포메이션도 소화했는데 지난 09/10시즌의 대다수 경기를 4-3-1-2 포메이션으로 소화했다.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포메이션이었다. 그가 활용폭이 굉장히 좁은 선수라는 것은 샬케04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도 아주 잘 드러났다.


지난 일요일 인테르는 팔레르모에게 3:4로 패배했는데 이 날 가스페리니는 스네이더를 벤치에 대기시켰다. 마우로 자라테를 대신해 스네이더가 전반전 중반에 투입되었지만 이러한 기용은 가스페리니 본인이 스네이더가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에 맞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스네이더에 비해서 덜 언급되었을 뿐이지 디에고 포를란도 3-4-3 포메이션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가 가스페리니 부임 이후에 인테르와 계약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네이더의 투입 이후 포를란이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다. 스네이더는 약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왼쪽에서 위아래로 대충 뛰는데 그쳤다. 그러다 그는 중앙에서 자신이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중앙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인저리 타임에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아오는 상황에 두 선수 모두 박스 안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사실 두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분명하다. 스네이더가 포를란을 향해 패스를 건네주고 그 패스가 코너킥으로 이어졌으며 코너킥 상황에서 인테르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2:1로 앞서가는 골을 기록했다.  또한 인테르의 3번째 득점은 스네이더의 패스를 받은 포를란의 득점이었다. 이처럼 지능적인 두 선수는 상호 배치가 앞뒤로 되어있을 때 확실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인테르에서 3-4-3 포메이션에 적합한 선수는 마이콩과 유토 나가토모밖에 없다. 인테르의 3-4-3 포메이션은 수페르 코파에서 AC밀란에게 패배하기 이전부터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지난달 말 인테르의 구단주인 마시모 모라티는 결국엔 가스페리니가 백4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는 잘못된 것이었다. 새로운 감독은 현재 남아있는 스쿼드에 알맞는 전술을 선택해야하고 점진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자신의 지도를 통해서든 선수 영입을 통해서든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만 보고 나아가 선수들을 억지로 끼워넣는다? 그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는 바이지만 몇몇 감독들은 특히 파비오 카펠로같은 극도의 실용주의적인 감독은 선수단 구성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전술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가스페리니는 리그 1라운드가 끝나고 3-4-3에 대한 고집을 꺾었고 인테르의 원래 전술로 돌아왔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인테르는 포메이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였고 가스페리니는 2명의 포워드를 배치시키는 팀을 상대로는 3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며 3명의 공격수가 있다면 4명의 수비수를 배치시키는 것이 옳은 것이라 말했다. (사실 공격수는 1명이지만 상대팀의 윙어 2명을 추가하면 3명이 된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은 말그래도 정석적인 대답이었다. 리누스 미헐스는 상대팀 공격수보다 1명 더 많은 수비수를 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난 비야레알과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백3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논리를 따른 것이었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이 다소 곤혹스러운 것은 그가 2006년 제노아에 부임한 이후로 전체 경기의 20.4%에서만 백4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09/10시즌의 팔레르모는 4-4-2가 아닌 4-2-3-1이었는데 제노아는 백4로 팔레르모를 상대했다. 이는 가스페리니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탈리아에서는 4-3-1-2가 보편적인 전술이지만 5팀 중 1팀은 최전방에 1명의 스트라이커를 두고 있다. 그래서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가스페리니가 백4를 활용한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Gazzetto dello Sport)가 말하길 전술의 변화가 인테르에게 좌절을 선사했다고 하고 어찌되었건 가스페리니는 인테르에서 실패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일요일의 인테르는 엉망진창이었고 무기력했으며 3:4로 패배했다. 오늘밤 인테르는 수동적이며 움직이지 않았고 창의성도 부족한 모습으로 0:1로 패배했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떠한 패배를 선택할 것인가? 이건 복통과 두통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같다."


팀 플레이가 정돈되지 못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불안한 출발로 인해 인테르는 기동력도 떨어졌고 창의성도 결여되어버렸다. 팔레르모는 결코 인테르를 3:4로 이길만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줄리우 세자르는 확실히 2~3년전보다 기량이 하락한 모습이었고 3,4번째 실점은 거의 세자르의 실책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3번째 실점같은 경우는 세자르가 더 멀리있는 팔로 막으려는 이상한 버릇을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예를들면 낮게 오는 공을 막으려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하는데 왼손으로 공을 막으려는 시도)


루시우는 이전처럼 빠르지 않으며 되려 더 느려졌다.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고 브라질이 파라과이와 2:2로 비겼던 경기에서 전진한 다니 알베스의 자리를 커버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론적으로는 백3 시스템이 루시우의 느려진 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루시우는 맨마킹에 집중하면서 공중볼을 따내고 수비진의 추가 인원이 커버를 해주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가스페리니가 바라보는 3-4-3 시스템은 네덜란드식 3-4-3이다. 네덜란드식 백3의 중앙 수비수들은 결코 리베로와 2명의 스토퍼가 아니다. 3명의 수비수들은 피치에 간격을 넓혀서 위치해있고 윙백들은 공격적인 수비수가 아닌 사실상 미드필더나 다름없다. 루시우는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아주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에선 머뭇거리다가 온드레이 셀루츠카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비단 루시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야를 인테르 수비진 전체로 넓히면 다른 선수들도 루시우와 마찬가지로 노쇠화하여 속도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가스페리니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재고해야할 것이다. 백3든 백4든 현재로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건 위험하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강한 압박과 높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가 인테르의 감독이며 현재의 인테르 수비진은 발이 느리고 그들 뒤로 넘어가는 공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인테르의 선수진 구성을 고려했을 때 도대체 왜 가스페리니가 인테르의 감독으로 임명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가스페리니가 추구하는 3-4-3 전술과 그가 추구하는 빠른 템포의 경기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술은 결코 혼자서만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전술은 선수와 상대팀 그리고 주변 환경과 같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포메이션은 없다. 전술은 언제나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스타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지고있는 이론과 현실적인 조건 사이의 적절한 타협이 있어야만 한다.


스네이더를 3-4-1-2의 플레이메이커로 사용하는 것이 임시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를란 역시 측면보다 더욱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서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다 할지라도 이번 인테르의 감독 선임은 완전한 실패이다. 가스페리니의 성향이 대다수 선수들의 성향과 정반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모라티가 그에게 굉장히 오랫동안 시간을 줄 수 있다면 가스페리니 선임이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 다다르기 이전에 여론은 그의 전술적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결국 그는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멸할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1/sep/15/gian-piero-gasperini-internazionale-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