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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Taylor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축구를 주제로 글을 써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하는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대담하게 퍼거슨 감독에게 충고를 남기고 싶다. 특히 골키퍼에 관련해 퍼거슨 감독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조나단 윌슨의 <The Outsider>라는 책에는 포메이션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나단 윌슨은 포메이션에 대한 논의를 심도있게 다뤘고 그 포메이션에서 선수가 담당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역할에 대해서 서술했다. 나는 "Tommy & JoJo"로 불렸던 토마스 은코노와 조셉-앙트완 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 부분은 퍼거슨 감독이 지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약 20년간 은코노와 벨은 카메룬 대표팀에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지금까지도 두 선수가 아프리카 축구 역사상 최고 골키퍼로 언급되고 있다. 두 선수가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마치 다비드 데 헤아와 아네스 리니고르처럼 두 선수는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다. 두 선수는 서로의 역할 분담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골키퍼의 잦은 교체는 수비진에게 혼란을 주었다.

 

잉글랜드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피터 쉴튼과 레이 클레멘스는 서로 번갈아 가며 경기를 소화했다. 1979년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잉글랜드가 4-3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론 그린우드 감독은 전반에는 쉴튼을 후반에는 클레멘스를 기용했다. 수비수들이 골키퍼의 성향도 파악해야한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결정이었다. 보통 골키퍼 자리는 확고한 주전이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수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가장 일상적인 일이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2가지 경우도 모두 로테이션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세자르 산체스와 이케르 카시야스의 대결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금방 카시야스가 더 좋은 옵션이라는걸 눈치챘다는 다른 예도 있긴 하다) 현재 퍼거슨 감독은 잇따른 실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면서 계속해서 데 헤아와 리니고르를 번갈아가가며 출전시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이렇게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지만 리니고르와 데 헤아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데 헤아는 리그 1,2라운드를 소화했지만, 2라운드 풀럼전에서 실수를 했던 탓에 리니고르에게 자리를 내줬다. 리니고르도 리그 2경기를 뛴 이후에 다시 데 헤아에게 자리를 내줬다. 다시 자리를 차지한 데 헤아는 리그 5경기 연속 출전했다. 그렇지만 다시 데 헤아가 사랑니 발치로 결장하게 되면서 다시 리니고르가 골키퍼로 나서기 시작했다.

 

데 헤아가 CFR 클루이전에 나서기 전까지 리니고르는 5경기를 연속으로 출전했다. 두 선수가 출전 시간을 나눠먹는 사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금까지 33골이나 실점했고 퍼거슨 감독은 지금 자기가 이끄는 팀이 만화같은 수비를 하고있다고 호되게 꾸짖고 있다. 물론 골키퍼 로테이션이 실점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두 가지가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피터 슈마이켈은 92/93 시즌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93/94, 95/96, 96/97시즌은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전했다. 98/99 시즌에는 4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피터 슈마이켈이 경기에 나섰다. 마시모 타이비가 유명세를 탔던 바로 그 99/00시즌에도 주전 골키퍼 마크 보스니치는 38경기 중 23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이후 영입된 파비앙 바르테즈는 00/01시즌에 32경기를 뛰었고 02/03시즌에는 30경기를 소화했다. 에드윈 반 데 사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던 06/07, 07/08, 08/09, 10/11시즌에 반 데 사르는 각가 32, 29, 33, 33경기를 소화했다.

 

그렇다. 성공한 팀에게는 확고한 주전 골키퍼가 존재한다.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던 04/05, 05/06, 09/10시즌 페트르 체흐는 1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조 하트가 전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을 이끌었다. 퍼거슨 감독도 슈즈버리 타운에서 고작 £100,000에 데려올 수 있었던 하트를 데려오지 못했던 것을 실수라고 말하고 있으니...

 

여기서 조 하트가 흠잡을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심화시켜보자.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현재까지 로버트 그린, 페페 레이나, 셰이 기븐, 아담 페트리치가 치명적인 실수로 자신들의 확고한 입지를 잃어버렸다. 사우스햄튼은 켈빈 데이비스, 아르투르 보누치, 파올로 가자니가를 모두 기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내주고 있다. 아스날의 보이치에흐 슈체즈니와 비토 마노네 모두 데이비드 시먼의 안정감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팀 하워드, 유시 야스켈라이넨, 마크 슈워처, 시몬 미놀렛, 알리 알-합시는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도 주전 골키퍼가 정해지지 않은 클럽이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퍼거슨 감독이 이토록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그리고 굉장히 복잡한 이유로 결장이 잦아지는 것 같고 일관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비드 데 헤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던 초기에 데 헤아는 불안함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퍼거슨 감독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데 헤아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기 전까지 계속해서 데 헤아를 믿어줬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실수 한 번 하면,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리니고르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문제는 데 헤아와 리니고르가 아주 특출나게 뛰어난 골키퍼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전 과거 프로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익명의 선수를 만났는데 그 분은 두 선수 모두 아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걸맞는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리 네빌도 골키퍼 로테이션 정책에 달갑지 않아하는 모습이다. 네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너킥 실점 장면에서 골키퍼의 페널티 박스 지배력 부족을 지적했다. "수비수들은 자신들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고 있을꺼에요." 네빌이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누구를 선택해야하는가? 1978녀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22명의 선수에게 쉴튼과 클레멘스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물어보았는데 9명이 쉴튼을 2명이 클레멘스를 선택했다. 클레멘스를 선택했던 2명 중 한 명은 클레멘스와 리버풀에서 발을 맞추고 있었던 데이비드 존슨이었다. 11명의 선수는 기권을 선택했다.

 

나는 데 헤아를 선택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완벽한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으나 데 헤아는 지금까지 번뜩이는 장면을 여럿 연출했다. 조만간 22살이 되는 데 헤아는 상당한 잠재성을 지닌 선수다. 그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퍼거슨 이후도 바라보면 더더욱 데 헤아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데 헤아의 실수가 잦다는 것도 인정해야한다. 데 헤아의 실수를 만회할 정도의 공격력을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 데 헤아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물론 데 헤아가 새로운 국가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도 고려해줘야한다. 전체적으로 데 헤아는 빠른 속도로 적응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공평하게 주면서 데 헤아의 자신감을 깎아먹고 있다.

 

골키퍼는 예외적인 케이스다. 골키퍼 로테이션은 수비수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앞서 언급했던 카메룬의 2명의 골키퍼를 통해 말해보고자 한다. 은코노는 세트 피스에서 양쪽 골대에 모두 수비수들을 배치시켰다. 반면에 벨은 골대에 수비수를 세우지 않았다. 또한 은코노는 수비수들이 라인을 뒤로 내리면서 수비해주길 요구했지만, 벨은 자신이 뒷공간을 담당하겠다면서 수비수들에게 앞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쉴튼과 클레멘스도 서로 달랐다. 쉴튼은 상대와 과감하게 맞서는 것을 꺼려했지만, 클레멘스는 공격적으로 앞으로 나갔다. 또한 쉴튼은 수비수들이 자신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수비수들과 거리를 두었지만, 클레멘스는 수비수들이 자기 근처에 위치해주길 희망했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라 볼 수 있겠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재능은 넘치지만 안정감이 부족한 데 헤아, 멋드러진 세이브는 없지만 안정감 있는 리니고르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칼럼을 쓰는 이 시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시티보다 10골이나 더  실점했다. (맨체스터 더비 승리로 현재는 9골차)

 

퍼거슨 감독은 현재까지 두 선수 모두에게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실 두 선수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받는다는건 두 선수에게 아직까지 확고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www.guardian.co.uk/football/blog/2012/dec/08/sir-alex-ferguson-manchester-uni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