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Cox


이번 주말은 전설적인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 스페인 무대에서는 챠비 에르난데스가 프리킥 득점을 기록하면서, 바르셀로나의 2-0 승리를 이끌었고, 이탈리아에서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경기를 지배하여 유벤투스에게 5-0 대승을 안겨주었고, 환상적인 칩슛을 시도했다. 그 다음날 잉글랜드에서는 폴 스콜스가 이번에도 수준높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울브스를 두들겨패는 것에 일조했다.

 

피를로와 스콜스가 맞이했던 상황은 동일했었다. 두 선수 모두 전반전에 퇴장을 당했던 팀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가졌었다. 피오렌티나와 울브스 모두 압박을 잘해내지 못했고,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경기를 이끌고 가질 못했다. 즉 유벤투스와 유나이티드에게는 미드필드 깊은 지역에서 공을 만질 많은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따라 피를로와 스콜스가 빛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어려운 경기 진행양상이 아니었다. 스콜스는 전력질주를 거의 하질 않는 선수고, 피를로는 득점을 확실히 노리고 있을때만 전력질주하는 선수이다. 질주하는 선수들은 아니지만, 이 두명의 선수의 기술적 능력을 볼 수 있었던 경기인건 확실했다.

 

중앙을 거닐면서, 동료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 그리고 반대편 측면으로 공을 뿌리면서 10명이서 싸우는 상대를 힘들게 만들기. 피를로는 143개의 패스를 했으며 성공률은 97%였다. 스콜스는 98개의 패스를 했으며 성공률은 98%였다.오직 챠비만 11명을 상대했고, 그는 경기 중간 교체되었다. 따라서 챠비의 패스 횟수는 88회밖에 되질 않는다. 그의 성공률은 90%이다.

 

피를로와 스콜스는 이번주말 같은 경험을 했으며, 커리어를 통틀어봐도 이들은 유사하다. 커리어 초기에 이 두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냄새가 났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딥라잉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는 선수였다. 속도가 떨어져가는 선수 경력 막바지에 더 뒤로 쳐져서 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속도라는 것은 두 선수에게 필수적 요소는 아니였다. 스콜스의 스피드는 그의 최고 무기가 아니였었다. 오히려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 더 뛰어났었다. 피를로는 역동적인 선수가 아니였고, 그는 공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선수였다. 오히려 그의 팀동료 때문에 그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만약에 그들의 속도가 그들이 경기장의 뒤로 물러난 이유라고 치더라도, 경기자체의 속도가 빨라져서이지 그들의 스피드가 떨어진 것이라 보긴 힘들다. 피를로는 브레시아 임대시절인 22세 즈음부터 수비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로베르토 바죠가 그의 팀 동료였고, 피를로는 좀 더 깊숙히 내려간 위치해서 플레이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밀란으로 이적했을 때, 루이 코스타와 클라렌세 셰드로프도 같이 이적했고 피를로는 계속 후방에서 뛸 수 밖에 없었다. 스콜스는 커리어 말년 10년에 걸쳐서 점차 후방으로 내려오는 자연적인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 변화는 오히려 그의 경기력을 더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챠비는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두 선수와 구별되는 부분은 확실히 짧은 패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반면 스콜스와 피를로는 반대편 측면을 향해 대각선으로 길게 연결해주는 패스를 선호한다. 또한 그는 두 선수와 포지션 측면에서도 다르다. 득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피보테' 역할을 바르셀로나에서 담당하기 시작했다. (피보테 : 수비적 역할보다 공격의 시발점이 되도록 경기를 조율하는 선수) "그들은 저에게 경기장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어시스트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챠비가 그라함 헌터가 쓴 '바르샤 :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팀을 만든다' 집필 과정에서 했던 인터뷰입니다. "깊숙히 내려앉은 위치에서 뛰는건 어렵습니다. 그 위치보다 10~15미터 정도 앞서있는 지금의 위치가 제일 쉽게 느껴집니다."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 세명의 선수는 사장되어가던 딥라잉 역할을 되살리는데 기여했습니다. 피를로와 챠비가 우상으로 삼았던 펩 과르디올라의 존재가치를 되살리고 있으며, 과르디올라는 2001년 31세의 나이로 바르셀로나를 떠날때 스콜스를 가리키면서 '나의 세대에서 최고의 미드필더'라고 치켜세운 바 있습니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피를로의 대체자를 원했던 브레시아로 이적했습니다.

 

챠비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핵심인 반면, 스콜스와 피를로는 언제 팀에서 떠날지 모르는 선수들입니다. 밀란은 피를로와 재계약을 원하지 않았었고, 피를로도 새로운 도전을 원해서 유벤투스로 이적했습니다. 폴 스콜스는 리저브팀 코치 생활을 하다가 선수로 복귀했습니다. 두 선수에게는 현재 에이전트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계속 증명하겠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으로도 '올 시즌 최고의 공짜 영입'으로 손꼽힐만 합니다. "피를로와 같은 수준과 능력을 지닌 선수요? 그를 영입한건 이탈리아 내에서 최고의 영입일 것입니다." 지안루이지 부폰이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피를로와 스콜스는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모자람이 있을까 예상했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있습니다. 피를로는 그 어느시절보다 더 깊숙히 내려앉아 뛰고 있으며, 젠나로 가투소와 같은 선수와 뛰고 있지도 않습니다. 아르투로 비달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피를로보다 앞선에서 뛰고 있습니다. 수비진 앞에는 피를로만 남아있을때가 있지만, 그의 포지셔닝으로 방어에 성공합니다. 주로 패서-러너로 구성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진이지만, 스콜스의 가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의 분배에 더 초점을 맞춰 경기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조건들은 이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들입니다. 그들의 주변은 차분해야하고, 참을성 있게 경기를 진행시켜 상대팀을 궤멸시켜버립니다. 보통 이런 부류로 구분되는 선수들(마이클 캐릭, 리카르도 몬톨리보, 네스토 오르티고사)과 챠비, 스콜스, 피를로의 차이는 후자가 그런 경기환경들을 스스로 만들어낼줄 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경기를 만들어가려는 시도는 상대가 강하게 나설 경우에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격렬한 경기에서 템포를 끊어 자신들이 원하는 페이스로 이끌줄 아는 능력은, 그 반대로 만드는 능력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입니다.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만큼, 그들의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도 유사합니다. "경기장과 드레싱룸을 저에 대해서 알 경계로 삼겠습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인터뷰도 좋아하질 않고, TV프로에 나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없습니다." 피를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폴 스콜스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챠비의 경우에는 취미 생활이 버섯 따기입니다.

 

폴 스콜스가 지난 여름에 은퇴선언을 했을때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그의 개인상복은 피를로와 챠비에 비해서 모자랍니다. 피를로는 2006년 월드컵 결승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고, 2006년 대회에서 브론즈볼을 수상했습니다. 챠비는 발롱도르 3위에 3차례 이름을 올렸고, 유로 2008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습니다.

 

스콜스가 아무런 개인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지만, 그의 메이져대회에서의 임팩트는 모자란 부분이 있다. 그 점에서는 그의 개인상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가 여지껏 발롱도르 투표에서 단 1표도 얻지 못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다. 2000, 2001, 2003, 2004, 2007년 이렇게 5차례 발롱도르 5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표를 던졌던 기자들은 여지껏 없었다. 그가 딱히 어느해에 상위 5인에 손꼽힐 정도의 뛰어난 활약을 했던 것은 아닌데, 얀 콜러, 파파 부바 디우프, 프레드릭 카누테도 받았던 표를 그가 여지껏 단 1표도 못얻었던 것은 의아하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다. 챠비와 피를로의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스콜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스콜스의 유로 2012 참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스콜스의 수준에서 아직 마치지 못한 과제들은 많다. "제가 잉글랜드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2010년 카펠로 감독의 대표팀 복귀 설득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하지만 그는 대회가 끝나고 이런 말을 남겼었다. "제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폴 스콜스는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한 선수다. 은퇴하고 돌아온 선수의 기량에 의문을 품고 그가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의문을 품을순 있겠지만, 스콜스는 그에 대한 대답을 지금 하고 있다.

 

 

 

 

 

 

 

출처 : http://www.guardian.co.uk/football/blog/2012/mar/19/paul-scholes-xavi-andrea-pirlo-playmaker



by Paul Scholes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웸블리에서 다시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 리그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을 때, 우리 스스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우리 나라(잉글랜드)에서 열리는 결승전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의 축구로 바르셀로나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만 보여줬다.


당시 경기에서 나는 13분을 남긴 상황, 그러니까 사실상 경기가 끝나버린 상황에 마이클 캐릭과 교체되어 경기에 투입되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에게 철저하게 제압당했고 우리는 상대의 플레이를 막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리오넬 메시의 2번째 득점이 하프-타임이 얼마 지나지않아 나오면서 우리의 희망의 끈을 제거해버렸다.


마찬가지로 유벤투스에게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펼친다면 10번 싸워서 10번 모두 패배할 것이다. 대신에 우선 수비를 신경쓰고 역습을 노리면 아마 10번 싸워서 1~2번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유벤투스를 높게 평가하지만 사실 이러한 가능성이 유벤투스가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유벤투스에는 공격적 재능이 우수하고 창의적인 선수들이 있으며 팀은 자국 리그를 지배하고 있지만 우선 수비를 탄탄히 하고 그 이후에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이 유벤투스가 맞이한 달갑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원한다면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준결승전에서 1,2차전 모두 그렇게 플레이를 펼쳤다. 우리는 피치 전반에 걸쳐서 상대를 마크했고 상당히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었다. 우리는 끝까지 집중력 있는 수비를 선보였고 결국 나의 결승골로 우리는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유벤투스엔 90분 내내 집중력 있는 수비를 펼칠만한 자원들이 있지 않은가.


나의 동료였던 파트리스 에브라는 이번으로 5번째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를 소화하게 되었다. 엄청난 업적이며 강인한 성격을 지닌 전사와 같은 파트리스는 어느 팀에서나 보유하고 싶어할만한 그런 선수다. 포기라는걸 모르는 사람이거든.


사실 지금처럼 폭주하고 있는 메시를 수비해야하는 것은 어느 수비수에게나 버거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에브라가 철저하게 압도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에브라는 항상 상대에게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매우 잘해왔다. 유벤투스의 백4 라인은 노련미를 갖추고 있다. 키엘리니가 출전이 불가하고 안드레아 바르잘리가 출전 의심 상태지만 만약 두 선수가 모두 출전이 가능하게 된다면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함께 2명을 모두 기용해 백3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본다. 시즌 초반처럼 말이다.


에브라는 유벤투스 이적 초기에 팀 적응에 약간 애를 먹었었다, 에브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정성적인 백4 형태에서 더 능력을 발휘하는 수비수인데 유벤투스는 이런 관점에서 수비 형태에 고심이 많을 것이다. 또한 에브라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다시 만난다는 것이 주목을 받고 있고 당시에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은 굉장히 심각했었지만 나는 에브라가 그 때의 사건에 얽매여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에브라에겐 그 때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에 불과하다.


에브라는 지금까지 4번의 결승전에서 3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그만큼 이번에는 승리하고자하는 열망이 강할 것이다. 에브라의 경험과 이탈리아 센터백들의 풍부한 경험은 유벤투스가 집중력 높은 수비를 펼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슈테판 리히슈타이너의 역할도 중요할거다. 지금으로썬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를 막는 것보다 더 강력한 테스트는 없을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상대 선수에 대해 대인-방어를 펼치는 전략을 자주 활용하지 않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안드레아 피를로가 바로 그 예외였다. 2007년 준결승전에서 밀란에게 패배한 이후 감독님은 2010년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다시 AC 밀란을 만났을 때, 박지성에게 피를로를 대인-방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피를로가 정말 힘든 경기를 펼칠거라고 알려줄 수도 있었다. 왜냐면 훈련장에서 종종 감독님이 박지성에게 나를 방어하라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난 그게 정말 싫었다. 고무인간 같았다. 어디를 가도 박지성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박지성은 분명 하루종일 뛰어다녔을 것이다. 박지성은 감독님에게 있어서 충성스러운 전사(loyal soldier)같은 존재였다. 감독님은 박지성에게 명확한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박지성은 그것을 그대로 수행해낸다. 피를로가 박지성에게 대인-방어를 당했던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들었다. 


피를로의 존재는 바르셀로나가 전술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려야할지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상대 선수를 대인-방어하는 것은 바르셀로나스러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피를로에게 공간을 허용하면 그는 언제든지 상대를 파멸시킬 수 있다.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펩 과르디올라 시절처럼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지 않는다. 즉 피를로가 공을 잡을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를로는 항상 차분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유형인데 주변에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항상 평온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피를로는 한 손에 레드 와인잔을 가지고도 충분히 경기를 펼칠 것만 같은 선수다. 피를로 주변에는 아르투로 비달과 카를로스 테베즈처럼 언제든지 열심히 뛰어다녀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뛰어다니는 선수들도 피를로가 자신에게 공을 연결시켜줄 것을 인지하고 있다. 대인-방어가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피를로를 압박하는 것은 결코 소홀히해선 안 된다.


지안루이지 부폰은 아직까지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난 골키퍼가 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 탐탁치않게 생각하지만, 위대한 골키퍼들에 한정해서는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본다. 피치 위에서의 부폰의 존재는 분명히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고 있다. 부폰의 존재는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때로는 골키퍼의 존재만으로 부담이 갈 때가 있다. 피터 슈마이켈의 덩치는 슈팅을 시도할 공간이 좁아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줬고 부폰 역시도 슈마이켈과 마찬가지다.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은 부폰과는 다른 유형의 골키퍼다. 부폰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발밑이 굉장히 좋은 골키퍼다. 잉글랜드 무대에선 테어 슈테겐이 센터백으로도 뛸 수 있을거라고 본다. 부폰은 부폰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벤투스에게 믿음직스러운 인물이다. 


나와 동시에 피치를 누볐던 위대한 선수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에릭 칸토나, 지네딘 지단, 피를로, 챠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선수가 있었다. 그 중 단연 최고는 바로 리오넬 메시이다. 메시는 득점 기록 뿐만 아니라 경기 수 대비 득점 측면에서도 굉장히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시가 골을 기록하는 경기의 중요도이다. 메시는 빅 클럽을 상대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매 순간마다 골을 기록해왔다. 그것도 매 시즌을 그렇게 유지하고 있다. 메시는 지쳐보이거나 부상을 당한 상태로 뛰고 있을 때도 항상 피치 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대치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훌륭한 선수들은 많지만 메시처럼 매주, 그것도 다른 어느 선수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선수는 없다.


메시가 국왕컵 결승에서 빌바오를 상대로 기록한 믿을 수 없는 돌파와 기록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우선 선수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확신과 믿음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펼친다. 나는 선수 생활을 이어오면서 동료들과 상대편 선수들이 가진 확신과 믿음이 굉장히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는걸 자주 목격해왔다. 실력이 부족한 선수도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진정 위대한 선수가 그처럼 자신감과 믿음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펼치면 막을 수 없게 된다.


난 경기를 보면서 왜 빌바오 선수들이 메시를 쓰러뜨리거나 옐로우 카드를 감수하는 파울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난 그저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자신을 제치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빌바오 선수들이 긴급하게 막으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메시의 득점 장면을 일반인들처럼 굉장히 흥분하면서 지켜보았다.


내가 예전에 말한 적이 있는데 메시를 방어하는 것은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메시는 언제나 수비수를 골탕먹일 수 있는 선수고 메시를 막으려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메시는 공을 가진 상태로 수비수를 지나쳐간다. 


매번 메시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비수는 없지만 가끔 공간 싸움에서 승리하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팀은 메시 방어에 성공한다. 유벤투스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팀인만큼 가능성이 있을거다. 그렇지만 문제는 바르셀로나에는 메시말고도 수아레즈와 네이마르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압도적인 공격력이다.


유벤투스 수비수들의 연령을 고려한다면, 이번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결승전에서 패배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난 2009년과 2011년에 그 경험을 했고 이렇게 합리화시켰다 :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팀이고 우리는 바르셀로나가 더 뛰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유나이티드처럼 매 순간 승리하리란 기대를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는 클럽도 그렇게 패배를 합리화시켰다. 유벤투스는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준비만큼 상황이 돌아가지 않아 패배하더라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세계 최고의 팀에게 졌다고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거다.


모든 선수들은 트로피와 함께 무대를 떠나는 것을 꿈꾼다. 나는 유나이티드에서 2번의 은퇴를 경험했는데 2번 모두 트로피와 함께 은퇴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챠비의 경우는 은퇴가 아니지만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시점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낙승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챠비는 20분 가량 출전 시간을 부여받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경기가 팽팽한 상황에서도 챠비의 패스 능력은 바르셀로나에게 충분히 도움될 것이라고 본다.


챠비는 무척 영리한 선수였고 내가 챠비를 상대할 때, 챠비를 막으려고 다가가면 항상 그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선수였다. 팀동료는 물론이고 상대의 위치, 경기의 흐름을 상대 선수보다 더 빠르게 읽어냈다. 챠비는 바르셀로나가 자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만 모든 위대한 클럽이 그래왔듯이 대체 불가능한 선수는 없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을 것이다.




The Independent 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칼럼니스트로서 정말 즐거운 한 시즌을 보냈다. 독자들의 피드백도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글에 관심을 가져준 모두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매치 출전을 위해서 운동을 조금 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시즌에 다시 만나길 바라며 모두가 여름을 즐기길 바란다!  




출처 : http://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news-and-comment/paul-scholes-column-you-cant-beat-barcelona-at-their-own-game--juventus-must-defend-and-hit-them-on-counterattack-102982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