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루이프 -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이탈리아 7부 리그에서 있었던 평범한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U.S.Dro 의 골키퍼 로리스 안젤리는 심장이 쫄깃한 승부차기에서 상대팀 4번째 키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 팀 Termeno의 키커 마이클 팔마가 킥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 만약 여기서 키커가 실축한다면 U.S.Dro가 승격하게 된다.


팔마가 킥을 한다. 안젤리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팔마의 킥은 골대 정중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안젤리는 씁쓸하게 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잠깐, 공이 다소 쎄게 차져서인지 약간 높게 날아오고 있다. 팔마의 킥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추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팔마는 무릎을 꿇고 피치에 쓰러졌다.


떠오른 공은 아치를 그리며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젤리는 이토록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 것을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기적을 같이 즐기기 위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은 6야드 박스 가장 자리에 떨어졌다. 절망에 빠진 팔마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안젤리는 U.S.Dro의 서포터들과 함께 미친듯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공이 한두번 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골라인을 넘어버렸다. 팔마는 이를 주심과 함께 확인을 했고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믿을 수 없는 골이 나온 것이다. 결국 승부차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U.S.Dro는 다음 킥을 성공시키지 못하여 Termeno가 승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정말로 축구는 우연의 게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골은 굉장히 자주 있는 이벤트가 결코 아니며 매우 소중하기까지하다. 클럽들은 자신들의 득점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여전히 골이란 임의적이다. 골은 확률에서 벗어나며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해프닝들이 이탈리아 하부 리그에서만 일어나는건 절대 아니다. 축구에서 행운은 시대와 수준을 막론하고 항상 발생해왔다. 폴란드에 아담 체르스카스라는 무명의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이 선수는 수비수의 클리어링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우연히 23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등으로 골을 넣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는 개리 네빌의 백패스가 피치의 파여있는 부분에 의해 공이 갑자기 튀어 올랐고 폴 로빈슨은 헛발질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실점이 나왔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패배했고 궁극적으로 유로 2008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모든 팀, 모든 팬들이 운명의 장난을 경험하나 최근 리버풀은 유난히 이러한 일들을 자주 겪고 있다. 2009년 10월 17일, 라파 베니테즈가 이끄는 리버풀은 선덜랜드와 경기를 펼쳤다. 대런 벤트가 박스 외곽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리버풀 수비수 글렌 존슨은 이를 몸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벤트가 찬 공은 피치에 난데없이 들어와있는 빨간 풍선을 맞고 굴절되어 페페 레이나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 날 리버풀은 15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코너킥만 7번 얻어냈다. 선덜랜드는 13번의 슈팅, 단 1번의 코너킥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기는 풍선이 넣은 골로 리버풀이 패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리버풀이 불평만할 것은 아니다. 이들은 행운이 따라 더 큰 이득을 봤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부터 4년 전, 리버풀은 클럽 역사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밤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AC밀란의 3점 차 리드를 따라잡으며 우승컵을 차지했는데, 특히 후반전에 단 6분만에 3골을 연달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는 이 날의 경기를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리버풀의 라이벌인 에버턴 팬들조차도 그 날 리버풀의 활약이 실로 대단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의 승리가 정말로 기적적이었는가, 단순히 우연이었는가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 날 어떤 사건들이 있었기에 리버풀의 추격이 가능했는지 언급할 때 우리는 보통 디트마르 하만의 투입, 드레싱룸에서의 라파 베니테즈의 스피치, 결코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초인적인 투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럴 듯한 이유들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는 없다. 만약 리버풀이 하만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베니테즈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했다면? 제라드가 포기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운이 좋다면 밀란 스스로가 3점 차를 포기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풍선이 뜬금없이 날아와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는게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 때문은 아니라는거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풍선, 콘스탄티노플에서의 영광은 우리가 통계에서 '아웃라이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항들이다. 이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오랫동안 경기를 뛰거나 지켜본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풍선이 골을 넣는다거나, 밀란이 단 6분만에 3점을 따라잡힌다거나, 로빈슨이 헛발질은 한다거나, 체르스카스의 등에 공이 맞고 골이 들어간다거나하는 이벤트들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그러나 크루이프 역시 축구를 계속 해오면서 깨달았듯이 스포츠에서 운은 항상 따르는 일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기적이란 것이 발생하는게 자연스러운거다.



때로는 아인슈타인 마저도 틀리기 마련 


연구가들과 축구광은 서로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는데 이들이 진지하게 축구에 대한 호기심을 암암리에 연구해온 사례들은 존재한다. 축구를 경제학, 물리학, OR, 심리학, 통계학과 같은 학문들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축구란 게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신들만의 연구법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들은 다각도로 축구에서의 확률과 무작위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했다. 이들의 방법론과 그에 따라 활용되는 도구는 서로 다르나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과거 축구 통계의 시초이기도 했던 찰스 리프의 도전처럼, 이들의 공통된 주제 역시 마찬가지다 : 축구 경기와 우승은 실력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면 운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는 축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아닐 수 있으나, 축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게임이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대회는 가장 강한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는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이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구단주들은 선수 수급에 뭣 하러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감독은 완벽한 조직력을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시도하며, 팬들은 팀의 승패에 그토록 열성을 보이는 것일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감독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선수들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전자를 그러니까 운보다는 실력이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이길 바라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 1966년 월드컵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처럼 이변의 발생은 축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소잿거리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위대한 감독을 데려온다면 자연스레 (실력 상승으로) 우승이 따라오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축구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고 각각의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베팅업체, 연구실의 협조를 받아 아름다운 축구를 동경하는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시간동안 유럽에서 진행된 리그 경기와 컵 대회 경기 그리고 1938년 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이 수많은 경기를 조사한 결과 우리는 기본적으로 50:50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로 절반은 실력이고 절반은 운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축구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조차도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조차도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확률의 존재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어쨌든 신은 주사위 놀음은 하지 않는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불확실성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축구팬들이 오죽하겠는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행운이 아닌 경기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위안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축구란 경기의 미학에 대해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 팬들은 추하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멋진 패배를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미국의 스포츠 기자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위대한 평가관은 당신들이 경기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가 아닌 경기 내용이 어땠는가를 보고 결정한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게는 성적에 무관한 찬사가 따르기 마련이다. 1954년 매직 마자르의 헝가리,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1970년과 1982년의 브라질, 근래의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은 성적과 무관한 찬사가 뒤따른다. 그러나 유로2004 우승의 그리스, 1990년대 이탈리아와 서독, 스토크 시티는 합리주의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심미성이라는 것이 사실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 결승전을 회상해보자. 네덜란드는 의도적으로 상당히 난폭한 축구를 펼쳤고 우연의 논리성을 지지하는 요한 크루이프조차도 당시 네덜란드를 "추악하고 천박하며 꽉막힌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안티 풀볼" 이라고 표현했다. 토탈 사커의 고위 성직자와도 같은 크루이프는 욘 헤이팅하와 나이젤 데 용을 제명시키는 것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빠뜨린 관점이 있다. 만약 82분에 나왔던 아르연 로번의 찬스가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의 전략을 통해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미녀(70년대 네덜란드 토탈 사커)가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야수(2010년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가 이뤄낼 뻔 했다. 2010년 네덜란드 축구가 보기 좋은 축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공을 만드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빨 좋은 前바이어 레버쿠젠의 스포팅 디렉터 라이너 칼문트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축구는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축구에는 예술 점수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름다운 축구는 성공을 거둔 팀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필요조건 역시 못 된다.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분석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치는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효율적'이란 말에 대해서 짚고 가야할텐데 공을 소유하고 되찾아오며, 프리킥을 얻어내고, 슈팅을 시도하여 결국에 골을 넣는 것들을 '효율적'이라 가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으로 피치에서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해왔다.


아주 확실하게 경기를 압도하면서도 패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10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첼시는 25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는데 단 1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버밍엄 시티에게 패배했다. 1년 전에는 헤르타 베를린이 쾰른을 상대로 17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2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쾰른에게 패배했다. 2006년 만우절에 있었던 사라고사와 비야레알의 경기에서는 29번의 슈팅을 시도한 사라고사가 비야레알에게 0:1로 패배했다. 축구에서는 '경기를 못 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1950년 월드컵에서 미국이 잉글랜드를 이겼고, 1990년 월드컵에선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이겼으며 1988년 FA컵 결승전에서는 윔블던이 놀랍게도 리버풀을 이겼다.


가장 최근에는 첼시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준결승에서 첼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80분간 수비만 했고 결승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120분간 두들겨 맞았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리오넬 메시, 챠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첼시는 80%의 점유율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1,2차전 합계로 바르셀로나는 5번이나 골대를 맞췄으며 1번의 페널티 미스,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첼시는 결승전에서도 바이언 공세에 포위를 당했지만 끝내 이를 버텨내 승리를 만들어냈다.


독일 언론은 첼시의 우승이 조롱거리라 주장하며 '부당한 결과' 라고 서술했고 특히 독일 언론 Die Zeit 는 첼시의 우승이 축구 역사 교과서의 사고(accident)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결승전 당일, 바이언과 첼시의 슈팅 수는 각각 35:9였으며 코너킥 횟수 역시 20:1이었다. 이 단 한 번의 코너킥에서 첼시의 득점이 만들어졌다. 독일 축구협회 DFB 회장 볼프강 니어스바흐는 '축구는 공평한 스포츠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특성이기도 하다. 더 많은 슈팅, 더 많은 패스를 기록한다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상은 골을 기록하는 팀에게 향한다. 가디언의 리차드 윌리엄스는 바이언과 첼시의 결승전에 대하여 "축구는 예술성을 가늠하는 대회가 아닌 골을 넣는 대회다. 물론 두 가지가 온전히 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름다움은 최우선의 가치가 아니다." 라고 평가했다.


풍선, 기적, 승부차기 실축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 것 모두 우연의 한가지 케이스일 뿐이다. 축구에 관심이 적은 학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비슷한 사례들을 취합하여 분석 기법을 활용, 그 불확실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우연에 대해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고 하늘의 뜻이라고 설명하려 하지 않았으며, 결과 대신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발견한 해답은 요한 크루이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이다. 우연은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연을 두가지 경우로 분리하여 볼 수 있다. 먼저 리그와 컵 대회에 우연성의 논리가 통한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대회 전체 득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시즌 전체 예측보다는 개별 경기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더 강한데 골을 만드는데 있어서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사실 거의 50:50이라 봐야할 정도다.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득점의 절반이 선수의 기술이나 실력이 아닌 운과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축구에서 성공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나는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것, 다른 한가지는 운이 따라주는 것. 개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 가지만 충족되어도 충분할지 몰라도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Die Zeit 의 기자가 했던 말은 옳은 말이다. 축구의 역사는 사건 기록의 집합체이다. 크루이프가 주장했던 것처럼 우연은 당연히 발생한다.



프러시아 말과 축구 선수의 공통 분모


우리는 이제 우연과 확률을 활용해 1시즌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일단 본론으로 가기 전에 살짝 우회하겠다. 우선 우리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19C 말 프러시아 기병대와 러시아 경제학자들에 대한 사례를 알아볼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처럼 기병대 말 역시 미쳐날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에 의한 결과는 축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1875년부터 1895년까지 20년간 196명의 병사들이 자신의 애마에게 차여서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애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우연이 아닐까? 기병대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말이 겁을 먹거나 미쳐 날뛰는 상황들을 최소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군대 역시 없다. 각각의 사건은 우연히, 무분별하게 발생한 사건으로 말그대로 불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러시아 기병대 군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위치에 서있던 것일 뿐이다. 여기에 패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건 그냥 단순히 우연이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학자 라디슬라우스 본 보르트키에비치는 19C 자신의 애마에 차여 죽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는 280칸의 표를 만들었고 (14개 기병대 x 20년) 각각의 칸에 기병대마다 연간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그는 절반 정도의 칸이 비어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51%) 즉각적으로 발견했고 칸이 비어있다는 것은 그 해에 말에게 차여서 죽은 병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에 1명이 죽은 경우는 33% 미만 이었고 2명이 죽은 경우는 11%, 3명이 죽은 경우는 4%, 4명이 죽은 경우는 단 2차례, 5명 이상이 죽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보르트키에비치는 표를 연구하며 우연함에 어떠한 논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무작위성에도 일종의 지속성이 있는게 아닐까란 추측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상은 프랑스의 수학자 시몽-데니스 포아송이 포아송 분포를 발견하는데 기여했고 포아송은 자신의 저서에 두 개의 트럼프 카드 묶음을 놓고 가장 위에 있는 카드부터 순서대로 집었을 때 같은 숫자가 매칭되는 경우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


기병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르트키에비치는 포아송 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포아송 분포는 주어진 범위 혹은 시간 내에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확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포아송 분포를 활용하여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전반적인 빈도, 분포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속적이며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분석을 하는 것이다.


말이 자신의 주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벤트이다. 브로트키에비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1년에 부대 당 0.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브로트키에비치의 자료와 포아송 분포를 활용한 확률을 대조해본 결과 상당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포아송 분포는 불확실하며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우연인 사건도 사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브로트키에비치는 마굿간의 상태, 말에게 적절하게 사료를 제공했는지, 말의 훈련량, 그 말이 어떤 종인지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분석을 시도했다.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것은 가장 기본적인 비율, 그러니까 '1년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말에게 차여서 죽는가'였다.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망자가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꽤나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우연과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포아송 분포를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들을 조사하는데 활용해왔다. 세계 2차대전에서 런던에 V2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교통 사건의 발생 빈도, 방사선 붕괴 확률 같은 것들 그런걸 예측하는데 포아송 분포를 활용했었다. 이것이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방사선 붕괴,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말에게 차여서 사망할 확률처럼 득점 역시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가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동시에 득점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득점은 무작위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득점에 더욱 짜릿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최상위 리그의 득점을 포아송 분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간동안 경기당 평균 2.66골이 나왔고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경기에서 총 몇골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예측을 해볼 수가 있다. 앞에서 사망자 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여러 환경 조건을 몰랐듯이 이번에도 어떤 전술이었는지 무슨 포메이션었는지 라인업이 어땠는지 감독이 누구였는지 관중 수는 몇이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해도 예측해낼 수 있다. 축구는 무작위성의 게임이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하다.

 

즉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다음 시즌에 대략적으로 30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이며, 70경기에서 딱 1골, 95경기가 전체 2골, 80경기가 3골, 45경기가 4골, 50경기 이상이 5골 이상이 들어가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일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고? 1시즌에는 총 380경기가 치러지며 득점은 약 1,000골 가까이 나온다. 포아송과 브로트키에비치의 연구에 따라 우리는 우연의 논리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포아송 분포는 개별 경기 득점 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주 평펌한 토요일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 11월 7일 경기 스코어는 각각 2:2, 2:1, 2:2, 4:2, 1:1, 2:1, 2:0 이었다. 딱히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스코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한 시즌을 통틀어 더 자주 나오게 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의 2:1 승리가 선덜랜드의 2:0 승리보다 더 자주나올까?

 

우리는 네덜란드의 스포츠 미디어 그룹인 Infostrada로부터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록, 지난 10년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어떤 스코어가 어떤 빈도로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받았다. 우리는 각 스코어 빈도에 대한 확률을 계산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스코어는 바로 1:1 무승부이다. 전체에서 11.6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홈팀의 1:0, 2:1, 2:0 승리보다 앞섰고 무득점 무승부, 원정팀 1:0 승리보다 더 높은 확률을 기록했다.





득점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귀중한 이벤트이다. 전체 경기의 30% 이상이 1득점 혹은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절반 가량이 홈팀의 1~2득점으로 승부가 갈린다. 원정팀의 2:1 승리, 홈 팀의 3:1 승리, 2:2 무승부 같은 경우들은 약 5%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우리가 뽑았던 표본에서도 단 1경기, 볼턴이 토트넘에게 4:2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하게 특별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는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대륙에 있는 다른 상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축구와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는 축구는 다르지 않았던가? 특정한 한 주를 지정해서 각 리그별로 그 날의 스코어를 확인해 보아라. 별다른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축구광들에게 꽤나 놀라움을 선사하겠지만, 축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결과가 아니기도 하다. 예측한 수치와 실제값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아송 분포를 통해 우리는 7.7%의 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34%였다. 우리는 1:0 승부를 19.7%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8.5%였다. 그러나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꽤나 근접하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말의 발길질이 사람의 발길질보다 더 정확한 예측성을 가지는 것은 축구에서 무승부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프러시아의 마굿간보다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 더 복잡하고 강한 우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날뛰는 말보다 축구공이 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리그 수준과 시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골에는 언제나 우연의 수학적 논리가 작용한다. 이것이 진정한 축구의 모습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독에게 위로가 되고 도박사들에게는 용기를 북돋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팬은 다른 면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연이 내가 주말에 지켜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지하는 팀의 승패는 실력 때문일까? 아니면 운명의 배신 때문일까?



도박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리버풀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5,000경기 이상의 경기를 치러왔고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 AC밀란 전 역시 그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112년의 클럽 역사에 있어서 3골을 따라잡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팬들이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같은 경기는 정말 드물게 나오는 케이스이며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승부지만 그것이 기적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4년 오스트리아는 리버풀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는 단 3분만에 3골을 따라잡았고 스위스를 7:5로 이겼다. 찰턴은 빌 샹클리가 허더스필드를 지휘할 당시 4골 차이를 극복하고 7:6 승리를 만들어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을 3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에우제비우가 혼자서 3골을 넣었다. 사례를 찾아보면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 2000년에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전반전 3:0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를 5:3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AC 밀란도 2011년 레체에게 3골 차 리드를 허용하고 있었지만 케빈-프린스 보아텡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역전 승을 만들었다.


우리는 앞서 이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보기 드문 케이스인가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그러나 스위스 통계학자 야콥 베르누이가 만들어낸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베르누이가 말한 대수의 법칙은 이런 식이다 : 무언가를 충분히 많이 계속 시도한다면, 모든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8개의 동전을 던진다고 하자.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지만, 8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을 일주일에 4번, 40년간 시행한다고 한다면? 매년 2주씩의 휴가가 있다고 가정하고 40년 동안 한다고 하면 8,000번 이상을 시행하게 되고 동전만 6만 4천번 던지는 것이다. 이제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경우는 희박하지 않다. 어쩌면 꽤나 많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40년간 단 한 번이라도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고 하면, 당신은 무조건 나온다에 돈을 걸어야 한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끝내 적어도 한 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리버풀처럼 축구를 오래하고 보면 3골차 리드를 따라잡는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2011년에 아스날은 뉴캐슬에게 4골 차 리드를 따라잡혔지만 2012년에는 레딩을 상대로 4골 차를 따라 잡았다. 시즌 무패를 달성하는 것, 12경기 연속으로 패배하는 것, 풍선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모두 시간을 넓게 잡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통계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아웃라이어(이상치)라고 부른다. 하지만 얼마나 드물게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희귀하길래 이스탄불의 기적에서처럼 경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만큼 운이 중요한 것일까? 운은 축구의 중요한 요소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증명을 해냈다. 어떠한 감독, 스트라이커, 골키퍼 모두 항상 운이 따를 수는 없다. 베팅 업체와 프로 도박사들은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생사가 걸려있다.


베팅 업체는 운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경기가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면 어느 누구도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예상은 불가능 할지라도 최근 폼, 부상같은 변수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을 할 수 있다. 그런 정보들이 배당률에 영향을 주며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팀이 선정된다. 우리는 배당률을 통해서 스포츠의 우연과 예측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팀이 경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즉 상대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운이 필요하다. 만약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행운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베팅업체는 두 팀의 승리 가능성을 동일하게 예측할 것이다.


일단 이 정도 사항에 대해서 알아두고 지금부터는 도박사들이 축구와 다른 스포츠에서 행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우리는 베팅업체들이 축구에 대해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라 예상하자. 그러니까 '야구보다는 축구가 경기 결과를 맞추기 어렵다' 라고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2010/2011시즌의 NBA, NFL, MLB, 독일 핸드볼 대회, 잉글랜드부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프로축구 1부 경기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질 첫번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 배당률 상으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클럽은 실제로 경기에서 이겼는가?


축구에서 배당률이 낮은 팀이 승리할 확률은 아주 근소한 우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50%를 간신히 넘겼다. 반면에 핸드볼, 야구, 미식축구는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실제로 이긴게 2/3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야구는 거의 정확하게 60% 수준이었다. 즉 베팅 업체의 배당률은 축구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2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유독 축구가 행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아니면 도박사들이 특별히 축구만 못맞추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지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종목별로 배당률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서 배당률의 격차가 다르기 때문에 적중률이 낮은 것이 아닐까?


배당률은 동등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보통 경기를 치르면 이길 것이라 기대되는 팀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있다. 만약 동전 던지기가 스포츠 종목이라면 승리가 점쳐지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50:50의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은 항상 2.0이 될 것이다. 만약 실력이 승리로 100% 연결된다고 할 경우, 배당률은 언제나 1.0일 수밖에 없다. 리그 경기나 스포츠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팀의 배당률은 1.0에 가깝게 형성될 것이고 더 낮은 가능성을 두고 싸우는 언더독은 1.0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위 그림에서 점은 중위수를 나타내며 수직선은 확률의 폭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수직선의 가장 아래쪽은 그 시즌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팀의 최저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고 위쪽 끝은 최고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게 축구는 기타 4종목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핸드볼은 축구에 비해서 강팀이 우세가 심한 스포츠다. 즉 저배당을 받은 팀은 높은 확률로 승리한다. 승리 예측팀의 배당률의 중위수는 1.28이었다. NBA와 NFL은 1.42와 1.49였고 야구는 배당률의 차이 폭이 상대적으로 제일 좁았다. 압도적인 저배당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가장 낮은 배당률은 1.24였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승리할 것이라 예상되는 팀의 배당률 중위수 값이 1.95였다.


축구에서는 낮은 배당률을 받아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2가지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축구에서는 골이 드물게 나오며 무승부가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구는 배당률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배당률이 높은 팀이 승리할 확률도 높다.


저배당인 팀 승률이 50%에 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지식들과 충돌한다. 당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이 정도의 데이터 만으로 답을 낼 수는 없다 : 축구 경기는 항상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도박사들도 실수할 수 있는게 당연한 사실 아닐까?


그러면 우리는 저배당과 고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확률이 종목 별로 서로 다른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팀의 배당률 차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의 배당률과 언더독의 배당률 차이를 확인해보았다.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들자면, 50:50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 차이는 0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다면, 배당률 차이는 50%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료들을 리스크 수준에 따라 6개의 그룹(블루칩부터 정크 본드까지)으로 구분을 했다. 블루칩은 저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역시 아주 낮은 경기다. 언더독 입장에서는 여기서 승리할 경우 가족 생계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승부가 예측되는 경기다. 우리는 각 그룹 별로 오버독이 이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채권 상품처럼 리스크와 실적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래프에서 추세선은 리스크와 수익률에 대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데 축구의 추세선은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낮은 위치에 있다. 이는 배당률값이 얼마나 낮았는가와 전혀 무관하다. 50% 이상의 배당률 차이를 만들어낼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예상된 경기들을 살펴보았을 때, 축구는 65%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농구는 80% 이상의 승률이 기록되었다. 6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보다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승리할 확률이 낮다. 축구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와 10~15%의 차이를 보이며 축구는 위험성이 높은 베팅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베팅 업체도 전력 차에 상관 없이 행운이란 변수에 축구가 상당히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2010/2011시즌 딱 1시즌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고 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로스 알러모스 국립 연구소 소속의 이론 물리학자 엘리 벤-나임이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보스턴 대학의 시드니 레드너와 페데리코 바스케스는 과거의 기록까지 조사하여 훨씬 복합적인 연구를 시행했고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벤-나임과 레드너, 바스케스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어떻게 대회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는가였다. 이들은 약팀이 강팀을 잡을 확률을 계산하고자 했고 이들은 베팅 업체의 도움을 빌리지 않은채 자체적으로 배당률을 결정했고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알아봤던 사실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888년 이후 잉글랜드 축구 리그, 1901년 이후의 MLB, 1917년 이후의 NHL, 1992년 이후의 NFL을 모두 합친 결과 300,000 경기나 되었다.


연구팀은 축구가 가장 불확실한 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장에 갑자기 풍선이 등장할 확률도 골대를 맞출 확률도 다른 종목에 비해서 크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43,000 경기를 조사한 결과 언더독이 승리할 확률은 45.2%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와 꽤나 비슷했다. 


즉 준비가 미흡하거나, 선수의 질이 나쁘거나, 부상자가 속출하더라도 막상 경기를 치르면 이길 확률이 꽤 된다는 것이다.



축구 과학자들의 연구 자취를 따라


축구에 정말로 관심이 있는 극히 소수의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에서 행운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시도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안드레아스 호이어 교수와 연구진은 말의 발길질로 인한 사망과 포아송 분포의 차이, 경기당 득점과 포아송 분포를 통한 예측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했고 왜 그런 오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축구의 득점이 포아송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이들은 한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골이 연달아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떄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2골이 터지면 3골, 4골 심지어 6골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2011년의 맨체스터 더비를 생각해보자. 시티 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자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반드시 잊고 싶은 날 : 4번째 득점부터 6번째 득점까지 연달아 들어간 것은 축구에서 흔히 언급하는 '모멘텀(momentum)' 때문일까? 아니면 시티 선수들의 더 우세한 컨디션과 기량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호이어 팀은 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지난 2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분석했다. 이들은 전체 득점의 패턴에서 당일의 컨디션과 실력이 더 중요한 사항인지 아니면 퇴장, 부상, 모멘텀 같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한 '노이즈'가 더 중요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수학적으로 표현했을 때, 축구 경기는 두 팀이 동전 던지기를 펼치는 게임과 같다라는 것이었다. 득점이 나올 확률은 동전이 연속으로 3번 앞면이 나올 확률과 동등하며 동전을 던지는 전체 횟수는 두 팀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즉 스쿼드 퀄리티는 전체 슈팅 횟수를 결정지을 것이고 각각의 슈팅은 1/8 확률로 득점으로 연결될 것이다. 호이어 팀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이며 그 다음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 그리고나서 모멘텀 같은 부차적인 것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승리팀을 결정짓고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지는가를 결정한다. 만치니의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들겨 팰 수 있던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기량이 특별히 더 우세하거나 원사이드(one-side's direction)한 경기여서가 아닌 단지 맨체스터 시티의 운이 끝내주게 좋았기 때문인 것이었다.


팬들은 팀의 전반적인 기량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도 충분히 존재한다. 몇년 전에는 천체 물리학자인 매리랜드 대학의 제라드 스키너 박사, 워릭 대학의 가이 프리먼 박사까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행했다.


두 사람은 대수학과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실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팀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1938년 부터 2006년까지의 월드컵 경기를 조사했는데 더 잘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결과가 실제로 두 팀의 실력 차이를 아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만약 실력이 경기 결과와 일치한다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유벤투스가 로마를 상대로 이긴다. 로마는 우디네세를 이긴다. 그러면 우디네세는 결코 유벤투스를 이길 수가 없다. 실력적으로 우리는 이미 유벤투스가 로마보다 강하고 로마는 우디네세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방금 주장한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키너와 프리먼은 이런 흐름이 축구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사실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3팀 사이의 실력 차, 유벤투스와 로마 그리고 우디네세의 실력 차가 굉장히 근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유벤투스가 우디네세 1군이 아닌 우디네세 U-10팀이나 지역 조기축구회 팀가 경기를 펼친다면 성립될 수는 있겠다. 현저한 실력차는 축구에서 더 많은 실수가 발생하도록 유발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력이 나쁜 팀은 실력이 좋은 팀을 더욱 이기기 힘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는 월드컵 경기의 절반 가량이 실력이 아닌 행운으로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축구에서 우세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는 절반, 그러니까 동전 던지기와 축구는 상당히 비슷한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캠브릿지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교수는 2006/2007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 순위가 실제로 그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진짜 리그 최고의 팀이고 강등을 당한 왓포드, 찰턴, 셰필드가 가장 실력적으로 뒤떨어지는 팀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스피겔할터 교수는 전체 승점 중 몇 점이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파악해보았다. 프리미어 리그 역대 전적을 고려했을 때, 홈팀이 승리할 확률은 48%, 무승부가 나올 확률은 26%, 원정팀이 이길 확률은 26%였다. 그는 이것을 48/26/26 법칙이라고 부른다. 각 팀의 실력이 구분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48/26/26 법칙을 이용해 모든 경기 결과를 예측해낼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위치, 강등을 면하기 위해 경쟁하는 위치의 테이블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 팀들 사이의 확실한 실력차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운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승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피겔할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정도 승점은 행운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겔할터 교수는 프리미어 리그의 20개팀 중에 상위권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뿐이라는 답을 내렸다. 두 팀이 리그 테이블 상위 10위에 위치할 확률은 각각 53%와 31%였다. 왓포드는 강등당할 확률이 77%였고 이는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강등 확률이었다. 반면에 셰필드는 강등될 확률이 30%였고 이는 위건이나 풀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팀은 그 시즌에 살아남았다. 풀럼과 위건은 셰필드보다 나을게 없었지만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행운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나다


마틴 람스 교수는 팬들에게 가장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뮌헨 공대에서 스포츠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FC 아우크스부르크, 바이에른 뮌헨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즉 생계를 위해서 축구를 지켜보는 인물이다. 람스 교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것은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록 및 분석하는 시스템인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픽은 바로 축구에서의 '행운'이다.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각 팀의 행운과 불운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굴절되어서 들어간 골, 크로스같았던 슈팅같이 이것이 피땀 흘린 훈련의 결과인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보유한 선수의 초인적인 센스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행운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 파악하고자했고 람스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선수들이 기록한 6번의 득점 상황 가운데 1번은 행운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과를 알아냈다. 즉 6번 중 한 번의 골은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컨트롤할 수 없는" 사항들이 강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년간 2,500경기 이상을 관찰했고 어떤 득점이 행운의 결과인지 구분을 했다. 람스 교수의 조교인 알렉스 뢰슬링은 어떤 과정을 통해 행운이 들어간 골인지 구분하는가 설명한다.


"2006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필립 람의 멋진 골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람의 슈팅 이전에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사건입니다. 코스타리카가 공을 잘못 걷어냈고 이것은 람의 득점이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획할 수 있는 성격의 골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3번째 득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람의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맞고 궤적이 바뀌었습니다. 공의 낙하지점이 바뀌었고 운이 좋게도 클로제에게 공이 연결되었습니다. 클로제의 헤더를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하필 또 골키퍼가 막아낸 공이 클로제 앞으로 리바운드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람스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골들에 행운이 섞여있는 것이라 판단했을까? 리그와 대회 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발견한 대답은 44.4%였다. 즉 행운이 영향을 미친 골이 44.4%라는 것이다. 또한 0:0 상황에서 그런 가능성이 나올 경향성이 더 짙었다. 두 팀의 자신들만의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 때, '우연'이 골이 들어가는데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즉 절반에 가까운 득점에서 우리는 행운을 감지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과 강팀이 이길 확률 모두 50:50 싸움이다. 당신이 이번 주말에 축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승리에 완벽히 도취되거나 혹은 패배의 씁쓸함) 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축구가 50:50 싸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지 더 행운을 많이 누릴 수 있을까?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슈팅을 더 많이 때리면 행운이 찾아올 기회도 더 생기지 않을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람스 교수는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하는 팀이 실제로 이길 확률도 계산해보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 리가, 세리에A에서 펼쳐진 총 8,232개 경기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47% 정도에 불과했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그것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슈팅 말고 유효 슈팅으로 좁혀보아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었다. 벗어날 수도 있는 슈팅보다 상대의 골문을 직접 위협하는 유효 슈팅이 더 낫지 않을까란 판단 하에 이루어진 작업이었으나 유효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58% 사이였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자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라는 크루이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루이 반 할이다. 과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을 수행한 반 할은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온 자신의 감독 생활동안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저항했고 그는 철저한 규율론자이며 선수들이 지켜야할 여러가지 행동 강령들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할은 피치 안팎으로 아주 명확하고 절대적인 규율이 있어야 최고의 축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 할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루카 토니의 식사 태도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토니는 점심 식사시간에 자신의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물음표와 같은 모양처럼 허리가 휘어져 있었다고 한다. 반 할은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토니를 발견했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라고 고함을 질렀다. 토니가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고 이에 반 할은 자신이 직접 다가가 토니의 티셔츠를 부여잡고 토니를 들어올리 듯 일으켜 세워 꼿꼿이 앉도록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 할은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축구에서 행운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축구에서 팀규율, 질서, 재능, 조직력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부정을 할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포아송 분포가 사실로 맞아 떨어지고 있고 득점의 절반에는 행운이 따른 것이며 더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우리는 기병대의 말, 도박사들, 과학자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발견해냈고 과거에는 시행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축구는 동전 던지기와 똑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우연과 논리는 정확하게 절반씩 나뉘어 축구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축구에서 행운을 떼고 볼 수 없다. 축구에 행운이 개입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소 철학자스러운 면모를 지닌 스페인의 후안마 릴로 감독은 "감독이 하는 것은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최대한 높여보려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축구에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즉 예산, 선수 그리고 클럽의 자산들을 가지고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이라는거다. 돈을 현명하게 투자하고 훈련을 잘 시키고 전술을 잘 개발하고 그렇게 해낼 수 있는 훌륭한 감독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은 결코 컨트롤 할 수 없다. 우리는 피치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 손으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돈이 오가는 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들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 올리고, 가능한대로 불확실성을 낮춰보려는 노력이 바로 축구다.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ris Anderson & David Sally 






by Omar Saleem 


누군가에게 있어서 루이 반 할이란 인물은 지난 20년간 엄격한 형식을 위해 화려함을 희생하는 출중한 감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각할 정도의 원칙주의자로 여겨지며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거리를 만드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당신이 루이 반 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던간에 현대 축구에서 루이 반 할이라는 인물이 불화를 일으키는 감독 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감독은 7번의 리그 우승 타이틀, 4번의 유러피언 트로피를 획득한 감독이고 경험이 부족한 네덜란드 선수들을 데리고 월드컵 3위로 대회를 마감한 인물이다. 국내 컵대회 우승과 반 할 감독을 향한 긍정적인 코멘트들을 종합해보면, 그를 깎아내리는 평판들은 하찮아보일 수도 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불화가 시작되는 것일까?


1991년 10월 20일로 돌아가보자. PSV는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라이벌 아약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에레디비지에 5라운드에서 두 팀이 대결을 펼치게 되었고 새로운 감독 루이 반 할 아래서 인상적인 시즌 스타트를 기록한 아약스는 홈팀 PSV의 축제를 망치고자 한다.


자유롭게 유기적이며 모험적인 아약스 축구는 반 할 아래서 조직적이고 밸런스 있는 접근에 기반한 축구로 변했다.  아약스의 플랜은 아주 명확했다 : PSV가 활용할 공간을 죽여 호마리우가 경기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 이 경기는 루이 반 할이 데니스 베르캄프에게 후방으로 내려와서 상대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라고 지시한 첫번째 경기다. 더불어 베르캄프가 공개적으로 반 할 감독의 수비 가담 요구에 어깨를 으쓱이며 달갑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경기이기도 했다.


그 날부터 루이 반 할의 매니지먼트 성향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리누스 미헐스, 요한 크루이프가 아약스에 심어놓은 화려한 축구 역시도 냉철한 강철 튤립(Iron Tulip, 반 할의 별명) 루이 반 할에 의해  변하게 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de Godenzonen(아약스의 애칭, 신의 아들이란 의미)에서 반 할이 남긴 분열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반 할에 대한 베르캄프의 의견은 아주 명확하다. 1993년 암스테르담을 떠나 인테르로 향한 베르캄프의 결단은 반 할의 코칭 스타일에 반기를 드는 첫번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반 할에 대해 베르캄프의 자서전 <Stillness and Speed>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물론 반 할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 할 스스로가 보급시켰다고 생각하는 축구는 크루이프와 벵거의 축구이기도 하다. 반 할의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지 그게 전부다. 크루이프의 코칭 스타일은 자신이 선수였을 때 어떻게 했는가에 기반한다. 모험적이고 볼거리 풍부하고 공격적인 모습 말이다. 그에게 분석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본능에 충실하고 기술을 중요시한다."


"루이는 남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는 시스템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에게 시스템은 아주 성스러운 것이다. 반 할에게 모든 선수들은 평등하다. 빅네임이란 것은 그에게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 모든 구성원은 팀과 시스템,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의 시스템의 부속물이다. 크루이프는 위대한 선수들에게 개인주의자가 되도록 독촉했다. 왜냐면 그들 스스로가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 할은 결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그가 추구하는 방식에 어긋나는 것이거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 10명의 평범한 화가가 있고 1명의 렘브란트가 있다고 하자.  당신은 렘브란트에게 "어짜피 너도 다른 10명과 다를 것이 없어"라고 말하며 다른 평범한 10명의 화가들과 동등하게 대할 것인가? 스스로 독창적인 상상을 펼치지 못하게 막을 것인가? 아니면 그에게 특별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우수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가?"


베르캄프의 이야기는 팀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반 할의 방식을 보여준다. 크루이프는 트레이닝에 대해 굉장히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인물이고 경기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쏟는 인물이었다 : 개인의 퀄리티, 테크닉, 점유율과 압박. 반면에 반 할의 방식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구조와 형태의 패러다임이 우선이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명 선수들이 반 할 밑에서는 뛰기 까다롭다고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한다.


아약스에서 237경기 122골이라는 우수한 득점 기록을 남겼음에도 베르캄프는 반 할의 권위적인 지도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베르캄프와 반 할 사이의 이런 미묘한 감정은 바르셀로나에서 드러난 반 할과 히바우두 사이의 갈등과 결코 비교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68.7%의 승률을 기록한 아약스를 떠나게 되었고 그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구애를 받는 감독이 되었다. 아약스에서 6년간 11개의 우승을 차지했고 아약스의 주요한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트로피는 물론이고 다수의 선수들이 아약스가 자체적으로 배출해낸 선수라는 것 역시 의미가 컸다. 일부 사람들은 6년 사이에 단 1차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기록했다는 것이 완벽한 실패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당시 세리에A의 강세, 잉글랜드에서 부상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당시에도 여전히 막강했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의 존재를 아주 완벽히 간과한 잘못된 의견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유러피언 컵 우승을 비롯해 1991년부터 1994년까지 4연속으로 라 리가 타이틀을 안겨줬고 현재의 바르셀로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팀을 이끌었던 감독 요한 크루이프는 미래를 위한 틀을 만들고 있었다. 칸테라에 미치는 크루이프의 영향력은 아주 상당했고 이 시스템을 거쳐서 성장하는 선수들의 테크니컬 퀄리티를 향상시키기 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 마련에 크루이프는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당시보다 더 많은 선수들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식 코칭 방법을 적용해 클럽은 스페인 전역, 특히 바스크 지역으로 스카우터를 점차 파견하기 시작했고 그 인원 수를 더욱 늘리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 역시 마찬가지로 스카우터를 파견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크루이프의 장기적인 관점에 바탕을 둔 결정이었던 것이다.


크루이프는 끝내 1996년 바르셀로나를 떠나는데 그는 다양한 방면에서 클럽 운영의 컨셉을 잡아주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클럽 아카데미의 코치 수급 방식, 인프라까지 개선해 놓았고 여기에서 크루이프가 아끼던 제자이자 홈그로운(home-grown), 바르셀로나 스타일로 철저하게 훈련이 된 펩 과르디올라가 배출되었다.


반면 크루이프와 달리 반 할이 아약스를 떠났을 때, 사람들은 테크닉을 중요시하는 트레이닝과 토탈 풋볼(totaalvoetbal)이 반 할 아래서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하는 구조에 기반하는 트레이닝으로 바뀐 것을 비웃었다. 크루이프는 자신의 방식을 바꿔놓은 반 할의 코칭 스타일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우리는 축구를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나쁜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축구장 피치 위에서 시도해야하는 것이 아닌 사무실에서나 시행되어야할 방법이다." 


반 할은 바르셀로나에서 메이저 스타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인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히바우두가 아주 적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히바우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공격력에 제한선이 생길 것이라 생각해 윙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을 거부했다가 벤치에 앉아야만 했다. 그는 특히 반 할이 빠른 속도를 이용해 역습 전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풀백을 커버하기 위해서 후방까지 내려오는게 과연 가치가 있는 움직임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는 항상 상대 진영에 머물러있다. 히바우두같은 재능에게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해도 되지 않았을까? 


카탈루냐 관중들에게 히바우두가 벤치로 물러나야한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벤치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고 이는 크루이프와 반 할의 가장 극명한 차이기도 했다. 


크루이프가 누 캄프에서 감독 생활을 했을 때, 그에게는 다루기 어려운 선수 3명이 있었다. 스토이치코프, 라우드럽, 호마리우. 추가로 크루이프의 마지막 시즌에 로베르토 프로시네츠키가 합류했다. 사소한 불화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메이저 스타들이 경기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어 승리를 쟁취해냈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에는 결코 고집불통이란 것은 있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 2번의 라 리가 타이틀을 획득했음에도 루이 반 할의 바르셀로나가 잡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55%의 승률과 최고 수준의 스쿼드에도 불구하고 2000년까지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바르셀로나 시절의 기억을 희석시킨다. 충분하지 않은 성적이었고 그 때부터는 팀이 쇠퇴하려는 조짐이 보이기까지 했다.


히바우두 이후로, 야리 리트마넨의 경기 소화시간 부족 역시 도마위에 올랐다. 리트마넨은 아약스시절 가장 영향력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스트라이커였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골칫거리였다. 리트마넨에 대한 반 할 감독의 코멘트는 왜 그의 지도 방식이 양극단의 평가를 받게 되는지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수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야 말로 모든 것이다. 나는 선수들의 피치 위에서의 퀄리티 이상의 가치를 요구한다. 특히 피치 위에서 모든 것을 다 던져놓을 수 있는가에 대한 자세같은 것 말이다.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방식에 따르지 않으려는 개성과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이번에도 반 할은 창조적인 자원들을 가지고 자유로움을 부여하지 않았다. 비슷한 구성원이었지만 크루이프는 득점을 바라본 반면, 반 할은 상대의 침투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네덜란드를 2002년 월드컵에 데려가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아일랜드보다 더 우수한 탤런트를 보유하고 있다."라는 오만한 그의 발언은 네덜란드의 월드컵 진출 실패로 인하여 그의 지도 방식에 궁극적인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그의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더욱 많아졌다.


놀랍게도 2002년 후반, 그는 다시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게된다. 약 6개월간 30게임 정도를 소화한 이후 다시 바르셀로나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다. 반 할은 바르셀로나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2년 반의 공백기를 청산하고 반 할 감독은 AZ 알크마르 감독직으로 복귀를 신고한다. 1988년 알크마르의 수석 코치로 일을 시작했기에 그에게는 결코 낯선 클럽이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AZ 알크마르가 반 할 감독의 최대 업적이라 생각한다. 2006년 2위로 시즌을 마감하더니 2007년에는 3위를 기록하는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마침내 그는 2009년 리그 타이틀을 차지한다.


AZ 알크마르는 반 할의 커리어에 있어서 아주 신선한 곳이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을 지키기 급급한 클럽 팀의 감독을 맡아보게 되었고 상황이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법론을 밀고 갈 수 있는 클럽을 지휘한 것이다. 즉 AZ 알크마르는 과거 그가 지휘하던 아약스, 바르셀로나, 네덜란드와는 그 규모가 달랐던 곳이었다.


구단의 신뢰에 반 할 감독은 무사 뎀벨레, 저메인 렌스, 아리, 그라차노 펠레, 세르히오 로메로, 니클라스 모이산더 등의 선수들을 데리고 에레디비지에 타이틀을 획득으로 보답한다.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알크마르는 FC트벤테와 아약스를 제치고 8개월의 무패 기간을 기록하며 타이틀을 따낸다. 


리그 최고의 수비 기록과 더불어 무니르 엘 함다위, 아리의 득점력 역시 알크마르 우승에 보탬이 되었다. 알크마르는 역습을 바탕으로 이기기 쉽지 않은 팀이 되었다. 빅클럽에서는 승리와 경기 스타일 모두가 중요하지만 알크마르에서는 스타일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실재하는 승리야 말로 알크마르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알크마르에서는 유스 선수 수급에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뎀벨레, 모이산더, 로메로, 렌스, 펠레와 함께 성공을 거둔 것은 결코 과소평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선수들에게 목표를 정해주고 훈련을 통해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완벽한 팀을 만들어냈다. 슈퍼스타가 아닌 효율적인 축구 선수를 만들어냈다. 확실한 것은 슈퍼스타를 길러내진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의 위상이 어떤지 생각해보라. 그런데 반 할은 이들을 조화시켜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 다음해 알크마르가 타이틀 방어에 실패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반 할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다시 타이틀을 사수하는 것은 알크마르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AZ 알크마르를 네덜란드 내에서 우수 클럽으로 발돋움시켰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명성을 입증했다. 알크마르 시절은 스페인과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으면서 쌓여온 부정적인 이미지 청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 단계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반 할은 "나는 내가 꿈꾸던 클럽에 왔다" 라고 말하며 바이언에 입성했고 아르연 로번을 데려왔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도한 팀에서 우수한 재능을 컨트롤 하는데 있어서 다소간 마찰을 빛어온 감독이지만 그에게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차지한 아약스의 세대 그리고 20살도 안 된 시점에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데뷔기회를 준 로번이 바로 그 예외라 할 수 있다.


반 할에게 있어서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은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반에는 또 다른 위르겐 클린스만이 부임한 것처럼만 느껴졌고 결과는 형편없었다. 반 할은 항상 자신의 방법론을 팀에 주입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감독이 있기는 할까? 어느 감독에게나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 보장과 성적은 서로 틀어져있는 관계이다. 처음으로 그가 스타일을 바꿔야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반 할 아래서 홀거 바트슈트버, 토마스 뮬러같은 선수들이 1군 주전멤버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가장 성공적인 변화는 윙어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중앙 미드필더로 변화시킨 것이었다. 반 할은 바이언 코어(Bayern Core), 바이언 유스 출신들이 팀의 척추 라인을 휘어잡는 일을 해냈다.


뮬러는 반 할의 이상적인 포워드이다. 측면과 중앙 미드필드 지역까지 가리지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선수고 팀을 우선시하며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선수다. 반 할이 그를 중용한 것은 아주 시기적절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빅스타와 반 할은 마찰을 일으키고 만다. 이번 상대는 박스 안에서는 효율적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 루카 토니였다. 토니는 빌드업 과정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고 역습 전개에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 또한 상대의 뒷공간을 파괴하는데 적합한 유형도 아니었다. 반 할은 팀의 치밀한 구조를 원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뒷공간을 파괴할 수 있는 모습을 원했다. 결국 토니는 전술의 희생양이 되었고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토니를 팀에서 제외시켰지만 그는 결국 2010년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차지한다. 독일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첫번째 네덜란드 태생 감독이란 기록을 남긴 반 할의 시작은 아주 좋았다. 그렇지만 반 할에 대한 평가는 자국 리그가 아닌 유럽 대항전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챔피언스 리그 조별라운드에서 보르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이언에 대해 팬들은 우승은 남들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였다. 토너먼트 매치업에서 피오렌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옹을 꺾으며 결승에 진출해 조세 무리뉴가 이끄는 인터나치오날레 밀라노를 상대한다.


반 할은 너무 신중하게 생각했고 묘책을 부리려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그의 제자 무리뉴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보여줬는데 정작 스승은 그러지 못했다. 무리뉴는 선수 개인의 탤런트와 자유를 보장하면서 팀이 최우선이라는 철칙을 효율적으로 섞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테르는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되었다. 규율을 중요시하면서 슈퍼스타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줄 수 있는 무리뉴는 보다 현대적인 사고를 지닌 반 할이라 할 수 있다.


2010/2011시즌은 리그 3위라는 성적으로 누가봐도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을 만들어냈다.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도르트문트에게 승점 10점이 뒤쳐진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는데 누가봐도 차이가 극명했다. 한쪽에는 신선하고 유머러스하고 팬,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위르겐 클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스타 플레이어와의 불화를 일으키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루이 반 할이 있다. 반 할에게 보내는 독일 축구의 짧았던 애정선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독일 저널리스트가 이렇게 물었다. 반 할 스스로 본인이 신(god)이라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물음에 울리 회네스는 아주 직설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단순히 신이 아니라 그는 자신이 신의 애비라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껄?"



이 때부터 요한 크루이프와 반 할의 마찰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실 두 사람의 첫번째 갈등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그는 공개적으로 반 할의 방법론에 대해 반감을 표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결코 무시당할 수 없는 레전드 크루이프는 굉장히 직설적인 발언을 자주하는데 그의 발언은 이랬다. 


"반 할은 축구에 대한 훌륭한 시야를 가지고 있지만 축구에 대한 그의 사고방식은 나와 같지 않다. 그는 손발이 척척 들어맞고 마치 군대처럼 자신의 전술 철학을 시행할 수 있는 팀을 원한다. 나는 그런 팀을 원하지 않는다. 선수들 스스로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크루이프는 반 할이 아약스에서 시도한 훈련 방식과 선수 선발에 관해 마찬가지로 비판을 한적이 있다.


"선수를 평가할 때는 직감과 가슴이 시키는대로 행동해야 한다. 현재 반 할의 지시에 따라 아약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표준치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면 실수하게 된다. 내가 15살이던 시절에 나는 왼발로 볼을 약 15m 정도 밖에 차지 못했다. 오른발은 아마 20m 정도? 당시에 나는 코너킥을 담당할 수 없었고 신체적으로도 약했으며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훌륭한 테크닉과 통찰력이라는 2가지 퀄리티가 있었다. 그 2가지는 결코 컴퓨터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이다."


크루이프의 발언은 자신의 가치와 충돌하는 철학의 가치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실례되는 발언일 수도 있다. 크루이프가 다소 직선적으로 말하는 성향인 것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크루이프의 발언이 옳을 수도 있다. 왜냐면 크루이프의 시대 이후로 네덜란드가 국제 무대에서 세계를 주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 할과 크루이프의 철학 중에서 누구의 것을 더 선호하는가?



우리는 이제 반 할의 커리어 막바지에 도달했다. 반 할이 2번째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맡으며 이뤄낸 발전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선 안 된다. 그는 유망한 더치 스타들이 월드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심지어 그들로 월드컵 준결승까지 이끌고 갔다. 사람들은 네덜란드가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월드컵 4강 진출은 상당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반 할의 네덜란드는 아주 전형적인 반 할스러운 팀이었지 네덜란드스러운 느낌을 뿜어내는 팀이 아니었다 : 엄격한 대열 유지, 조직력, 역습을 바탕으로 하는 반 할스러운 팀이었다. 물론 네덜란드 내부에서는 이러한 경기 접근법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있지만, 이것은 그토록 헐거운 수비를 가지고 펼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었다. 지난 20년간의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고유한 스타일이란 것은 반 할 아래서 언제나 희생되기 일쑤였던 것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루이 반 할의 매니지먼트 결과물을 받아들이고 있다.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다시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 복귀를 신고하지만 빅네임과의 충돌은 다시 시작되고 말았다. 세계에서 반 할과 가장 친분을 쌓고 있다는 평이 자자했던 로빈 반 페르시는 순식간에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팔카오는 반 페르시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대우를 받았지만 몸상태가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지 못한 것은 팔카오에게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한) 결코 반가운 해결책이 아니었다. 앙헬 디 마리아의 경우는 왜 그토록 폼이 다시 살아나지 못했는지 여전히 미스테리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다비드 데 헤아까지도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 반 할에겐 위한 테스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야누자이, 맥네어, 윌슨, 페레이라같은 올드 트래포드의 유망한 어린 자원들을 가지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카데미에서 배출해낸 자원들이 시원찮으나 이들의 퀄리티는 충분히 좋다. 다만 성적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반 할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에슐리 영은 개인의 우수한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반 할의 철학에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활을 선언했다. 호전적이며 열심히 뛰는 영과 발렌시아는 반 할의 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들로 2014/2015시즌 재기에 성공했다. 시스템 속에서 철저하게 움직이는 마테오 다르미안, 모르강 슈네들렝,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영입되었고 다가오는 2015/2016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클래식한 반 할의 모델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창조적인 멤피스 데파이, 후안 마타, 웨인 루니에게 어느 정도의 공격적 자유도 희생이 따르는지가 관건이다. 반 할의 축구 모델이 잘 돌아가느냐 역시 중요하지만 공격 자원들이 만족할 수 있게 자유도 제한에 있어서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직선도로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다. 한쪽 방향은 요한 크루이프가 있고 그와 함께 베르캄프, 과르디올라가 위치해있고 숏패스를 선보이고 있다. 다른 방향은 반 할이 위치해있고 그 옆에는 론 블라르, 토마스 뮬러같은 선수들이 마치 기계마냥 반복적인 세트피스 훈련을 연습하고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축구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지난 20년간 분열과 함께 성공 스토리를 기록한 루이 반 할에 대해 당신이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출처 : http://thesefootballtimes.co/2015/08/02/louis-van-gaal-divis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