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Cox


기술과 볼 점유율을 우선시하는 축구의 시대에서 플레이메이커의 개념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더 이상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와 격렬한 태클을 시도하는 선수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가 아니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고 킬러 패스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크로아티아만큼 재능있는 플레이메이커를 많이 배출해낸 나라는 흔치 않다.


세르히오 부스케츠, 챠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유산이라 한다면, 크로아티아 출신 플레이메이커의 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반 라키티치와 루카 모드리치는 과거 디나모 자그레브와 밀란에서 10번 역할을 수행했던 즈보니미르 보반의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평론가로 활동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보반은 피치 안밖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었고 보반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경기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한다.


보반의 영향을 받은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가 다가오는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대결을 펼친다.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는 유럽 정상급 플레이메이커이며 두 선수는 엘 클라시코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놀랍게도 라키티치는 시즌 초에 레알 마드리드가 3:1로 이겼던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교체 출전했다. 따라서 이번이야말로 라키티치와 모드리치가 제대로 정면 승부를 펼칠 기회인 것이다.


서로 굉장히 비슷해 보이지만...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는 다재다능한 플레이메이커이다. 미드필드 삼각형 배치에서 두 선수 모두 후방 미드필더와 전방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이끌었던 니코 코바치 감독은 라키티치와 모드리치의 뒤를 받쳐줄 선수를 기용할 것인가, 아니면 라키티치와 모드리치 앞에 다른 3번째 미드필더를 배치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는 4-2-3-1 포메이션도 4-3-3 포메이션도 소화할 수 있는 국가였다.


비교하기 적절하게도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2014-2015시즌 팀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아주 똑같다.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나 4-4-2와 4-3-3 포메이션을 적절히 섞어놓은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후자인 4-3-3 시스템일 경우 모드리치는 미드필더 트리오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라키티치도 마찬가지로 챠비의 역할을 이어받아 바르셀로나에 자리를 잡았다.


똑같은 위치에서 플레이하고 있지만 사실 두 선수는 살짝 다른 유형의 선수이다. 모드리치는 조금 더 엄밀하게 경기를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기의 리듬을 설정하며 굉장히 혼잡한 미드필드 지역에서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상대의 압박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플레이하지만 과감한 전진 패스는 지양한다. 대신 모드리치의 패스 분포는 좌우를 향한 것이 많다. 토트넘에서 모드리치는 좌우 날개인 가레스 베일과 아런 레넌을 향해 장거리 패스를 연결해주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마찬가지로 베일과 레넌보다 더 클래스가 높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향해 공을 연결해주고 있다. 아래 그림을 통해서 시즌 초 레반테와의 경기에서 모드리치의 패스 분포를 살펴보면, 모드리치의 패스가 조심스럽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내내 모드리치가 잘못 연결한 패스는 단 1개에 불과하다.





라키티치 역시 모드리치처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지만, 라키티치는 모드리치보다 과감한 패스를 연결시키는데 집중한다.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던 세비야에서는 공격수들을 향해 공을 찍어서 넘겨줬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맞춰 포지셔닝이나 공을 분배하는 방식이 변하게 되었다. 아래 그림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라키티치의 볼 분배 기록과 세비야 시절의 기록을 비교해보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이후로 라키티치의 짧은 패스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라키티치가 바르셀로나의 방식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바르셀로나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통합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에서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는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피치 중앙에서 삼각형 형성에 집중하며 3명의 미드필더 중 가장 오른쪽에서 뛰는 라키티치는 (터치라인과 근접한) 측면과 가까운 위치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라키티치가 공격적인 침투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는 것은 라키티치가 모드리치보다 더 적극적으로 득점 상황을 만드려는 움직임을 가져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드리치는 지난 7년간 18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라키티치는 지난 3시즌간 25골을 기록했다. (물론 세비야에서 라키티치가 페널티킥을 담당했다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두 선수는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공을 점유하는데 일가견있는 선수들이고 다양한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만큼 영리한 두뇌를 지닌 선수들이다. 경기장 전술 흐름에 굉장히 잘 적응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전에 뛰었던 클럽에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었으나 라 리가의 거대 클럽으로 이적한 이후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희생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다가오는 엘 클라시코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크로아티아 출신 미드필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대결에서 누가 웃게될 것인가 역시 우리의 흥미를 끄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fourfourtwo.com/features/clasico-crunch-time-croatias-finest-rakitic-and-modric-prepare-battle





by Jonathan Wilson


아직까지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라는 성배(The holy grail)를 연속으로 들어올린 팀은 없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 밤에 7년 사이 3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바르셀로나는 이제 단순히 위대한 팀(great team)이 아닌 위대한 왕조(great dynasty)라 불려도 무방하다고 본다.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유러피언 컵 대회 초창기 5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와도 비슷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7년간 3번의 우승과 3번의 준결승 진출이 5회 연속 우승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의 바르셀로나를 꿰뚫는 핵심 인물이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일관성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목격하게 되는 광란의 이적 시장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이전과 상당히 흡사한 선수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지난 토요일 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추가시간에 투입되었다. 페드로가 투입되는 시점에서 피치 위에 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 무려 6명이 7년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경험했던 자들이었다. 마찬가지로 2011년 결승전에 뛰었던 선수는 8명이었다. (또한 바르샤가 우승을 차지한 3번의 결승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모두 상대팀에 파트리스 에브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공을 이뤄오면서 팀이 스쿼드 구성에서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라고 본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에는 1956년에 우승을 경험했고 1960년에도 유러피언컵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 프란시스코 헨토, 알프레도 디 스페타노, 마르퀴토스, 호세 마리아 자라가


그러나 팀의 연속성은 여기까지가 전부인 것 같다. 2012년을 끝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팀을 떠나면서 바르셀로나에게도 표류하는 시기가 있었고 과르디올라 시절처럼 다시 잘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극단적인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독일에서 등장한 '게겐 프레싱' 전술과 마드리드에서 새롭게 떠오른 라이벌의 등장으로 취약점을 노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결승전에서 득점을 기록한 3명의 선수 모두 2011년 결승전에 뛰지 않았던 선수이며 동시에 이들이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의 색깔과 아리고 사키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축구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준 인물이기도 하다. 


사키가 말하길 "축구란 팀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스포츠이다. 웬만한 팀은 진정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건 하나의 팀이 아닌 그룹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정말 유기적인 팀은 선수들 사이의 공통적인 움직임과 완벽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경기를 펼친다. 절대적으로 다수의 팀에 독주를 하는 선수(soloists)가 있다. 그러나 그런 선수의 존재는 팀의 조화를 깨뜨린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도 독주자가 없다. 우리(AC 밀란)팀에도 없었고 70년대 아약스에도 그런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경기 시간 내내 피치 위에서 팀을 위해서 팀과 함께 싸워주는 선수가 존재했을 뿐이다."


바르셀로나는 조화 플레이에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끊임없는 패스만 시도했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패스와 드리블 돌파를 억제해 스스로 점유율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예측 가능한 공격만 시도하게 되었다. 2010년과 2012년 각각 인터나치오날레 밀라노와 첼시가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이긴 것이 행운 섞인 일이라고 평가절하 할 수도 있으나 이미 바르샤를 상대하는 최선의 전략은 라인을 뒤로 내리고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은채 단번에 넘어가는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알려진 상태에서 두 팀이 그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의 팀에는 독주를 펼치는 네이마르와 수아레즈가 추가되었다. 두 선수의 가세는 리오넬 메시에게서부터도 독주가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2011-2012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보다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는 3배 이상 많다) 스스로 조화 플레이를 깨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첫번째 득점 장면을 본격적으로 만들었던 리오넬 메시의 대각선 패스는 과르디올라 체제 아래서 나올 수 있었던 패스였을까? 100% 아닐 것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메시가 반대편 측면으로 빠른 속도로 단번에 공을 넘겨주는 플레이는 올 시즌부터 메시가 보여준 경기 운영방식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골의 퀄리티 측면에서 조화 플레이의 부족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득점을 합작해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이반 라키티치를 제외하더라도 9명의 플레이어가 이전까지 15번의 패스를 통해 득점 상황을 만들어냈고 메시를 향한 라카티치의 정확한 전진 패스 연결은 바르셀로나의 2번째 득점 장면을 만들어냈다. 라키티치의 패스는 바르셀로나에 라키티치의 직선적인 패스가 어떠한 영향을 행사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만약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가져갔다면,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플레이에 집중했을 것이고 유벤투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1973년 아약스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그렇게 했었고 당시 유러피언 컵 3연패를 달성한 아약스는 다음 우승인 1995년까지 오랫동안 빅 이어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약스가 70년대 아약스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을까? 바르셀로나도 자칫 똑같은 늪에 빠질 수 있었으나 라키티치, 네이마르, 수아레즈의 가세는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7년간 3번의 우승이며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이것을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5/jun/07/barcelona-champions-league-final-juventus-lionel-me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