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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4 포제션 축구는 더 이상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by Gerard Brand


2008년이 포제션 풋볼의 탄생을 알렸다면, 2016년은 포제션 풋볼이 사망 선고를 받은 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만 포제션 풋볼에 대한 수차례 장례식이 있었다. 레스터 시티는 아주 특별한 게스트였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탈리아는 공을 소유하는 것만이 과거처럼 승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유로2016 토너먼트에서 공소유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보이지 않았던 포르투갈이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8년간 축구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공을 가진 상태로 수비하는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도 루이스 엔리케 지도아래 더 빠른 공수전환과 간결한 공격전략으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어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티키-타카를 바탕으로 공을 독점하면서 2번의 유로 우승과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역시 전술적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스페인은 16강전에서 고작 40% 점유율에 그친 이탈리아에게 0:2로 패배했다. 2년 전 브라질에서 66%를 뛰어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네덜란드에게 1:5, 칠레에게 0:2로 패배하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당황스런 결과를 맞이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르셀로나는 팀 정체성을 재확립했지만 스페인은 그러지 않았고 실망스런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스페인이 탈락한 후 로이 호지슨의 잉글랜드 역시 아이슬란드에게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아이슬란드 역시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와의 대결에서 점유율 33%를 넘기지 못했다. 유로2016는 지난 2년 간의 전술 변화를 목격할 수 있는 축소판과 다름없었다. 우리는 4주간의 대회를 통해 어떻게 축구가 티키-타카에게 굿바이 신호를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운 예시인 호지슨의 잉글랜드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잉글랜드는 4경기에서 각각 52%, 70%, 61%, 6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상대보다 더 많은 공을 점유했음에도 이긴 경기는 단 1차례 뿐이었다. 이번 유로2016의 부진을 두고 잉글랜드의 인재풀과 퀄리티 부족에만 집중포화를 날릴 것이 아니다. 점유율 축구의 변화에 대한 혁신 부족 그리고 (상대의) 압박이 올라올 때의 정신력 결여에도 질타를 날려야한다.


아이슬란드 뿐만 아니라 웨일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모두 포제션 축구에서 탈피했다. 이들은 상대가 공을 소유하길 원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미드필더진에 우아하고 기술적인 미드필더가 아닌 지시대로 움직이고 힘과 운동량을 갖춘 선수들을 배치했다. 이것이 재미없는 대회를 만드는 것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유로2016에서 45%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이긴 경우는 전체의 30%(15경기)였다. 이 중 포르투갈의 토너먼트 4경기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2006년 45%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이긴 경우가 단 2차례 (전체의 3%) 에 불과했고 2010년에는 전체의 5% (3경기) 에 불과했던 것과 아주 대비되는 결과다. 사실 이런 변화는 2년 전 브라질에서도 분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공을 소유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조직을 통해 라 리가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2014년 월드컵에선 45%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승리한 경우는 총 16차례로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결과였다. 그리고 이 경향성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쭉 이어졌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2010년 월드컵에선 45%에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경우 20번 싸워 1번 이길 수 있었지만 유로 2016에서는 똑같은 점유율을 기록해도 3번 싸워 1번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점유율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Possession is no longer nine-tenths of the law)






아르센 벵거는 이렇게 말한다. "점유율은 이제 과거만큼 승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처음으로 점유율이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스스로의 철학을 유지하겠지만, 나 역시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관찰하는 사람이며 매 경기마다 통계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흐름인지,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무언가가 발생하는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르센 벵거가 이 발언을 했던 날,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37%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승리했고 리그 1위의 자리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경기인 사우스햄턴 원정에서 아스날은 65%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0:4 패배를 당했다. 아스날의 우승 가능성은 3월이 다가오면서 끝났는데 아스날에게 패배를 안겼던 2팀의 점유율은 각각 3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7%(스완지 시티)였다. 마찬가지로 아스날에게 무승부를 안겼던 팀들도 점유율 45%를 넘어가지 못했다. (스토크 45%, 사우스햄턴 33%, 웨스트 햄 39%, 크리스탈 팰리스 28%)


첼시의 임시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는 2월에 레스터의 우승 가능성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점유율을 과대평가해서는 아니된다. 다수의 팀은 공을 가지고 경기하길 바라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65~70%의 점유율을 기록하더라도 상대가 개의치 않는다면 계속 그 방식을 유지하는게 옳은 것일까? 그것은 융통성이 떨어지는 접근이다."


지난 10년간의 통계자료 역시 공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상당히 많은 팀들이 상대가 공을 소유하도록 내버려두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레스터는 5000/1의 확률을 뚫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레스터의 경기 스타일은 당연하게도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것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레스터는 효율적이면서도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레스터의 전방 6명은 기술, 스피드, 플레이의 명쾌함, 파워 모든 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선보였다. 


아틀레티코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틀레티코의 경기를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직접 그런 경기를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모든 팀이 레스터와 아틀레티코의 경기를 따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계는 프리미어 리그가 점차 그런 경기가 많아지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2007/2008시즌 4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승리한 경우는 총 19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2015시즌에는 그 숫자가 46경기로 증가했고 지난 2015/2016 시즌에는 52경기로 더 늘어났다. 








낮은 점유율 속에서도 승리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지 않다. 2006/2007시즌에 상대가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게 내버려둔 경우가 총 96차례 있었고 2013/2014시즌에는 163회까지 그 숫자가 증가했다. 지난 2시즌간은 150회 정도 그런 경우가 발생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같은 트렌드가 보인다. 2006년 월드컵에서 상대가 5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게 냅둔 경우가 31%였는데 2014년 월드컵에는 그 수치가 75%로 늘어났고 유로2016에서는 76%로 또 증가했다.


스카이스포츠의 스페인 전문가인 기옘 발라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체적으로 축구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다. 현재의 축구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유로2016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그 때의 축구가 유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히카르도 콰레스마, 주앙 무티뉴, 안드레 고메스, 라파 실바, 킹슬리 코망, 앙토니 마샬같은 기술력 좋은 선수들이 하드워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게 되었다."


"포르투갈은 윌리엄 카르발류, 헤나투 산체스, 아드리엔 실바를 선택했고 프랑스는 폴 포그바의 짝으로 블레이즈 마튀디와 무사 시소코를 선택했다. 모두 상당한 힘을 가진 선수들로 그간 유럽 챔피언에서 볼 수 있었던 재능과 우아함과는 다소 동떨어진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점유율을 포기하면서 유럽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떨치는 한 사람이 2016/2017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트로피 사냥을 위해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비록 2015/2016시즌 첼시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지만, 발라그는 전체적인 축구 스타일의 변화가 조세 무리뉴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좋은 소식으로 다가올 것이라 말한다.


"축구는 항상 순환한다. 한동안 우리는 점유율에 기반한 경기, 후방에서 공격을 만들어가는 것, 공을 소유하면서 수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은 끝났다. 무리뉴의 첼시가 10명이 뛰는 PSG를 꺾지 못할 때, 이미 그 팀은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였고 신선함 역시 떨어졌다. 나는 그 순간 무리뉴가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하지만 디에고 시메오네와 유로2016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하는 스타일의 귀환을 알렸고 그 축구 스타일은 무리뉴를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보수적인 경기가 유행하고 있고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리뉴 고용을 꺼릴 이유는 없었다고 본다."


프리미어 리그의 2015/2016시즌은 굉장히 놀라운 스토리였다. 충격적인 결과들이 양산되었고 홈팀은 이전보다 더 많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으며 1997년 이후 1~8위 사이의 승점차가 가장 적었던 시즌이었다. 클럽간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상위권 팀 역시 변화에 적응해야한다. 과르디올라의 점유율 기반 축구는 독일 내부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유럽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무리뉴와 안토니오 콩테는 챔피언스 리그 없이 오로지 에너지를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


챔피언 레스터 시티를 보면서 탑클럽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 공을 소유한 축구로 이길 수 없다면, 레스터처럼 공없이 경기를 하자.







출처 : http://www.skysports.com/football/news/12040/10500158/how-has-football-changed-possession-is-no-longer-nine-tenths-of-the-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