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6.04 감독이 선수들에게 맞지않는 전술을 사용해도 되는가?



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1년 9월 1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나치오날레는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의 전술은 현재 인테르 스쿼드에 맞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3경기에서 3패이다.


3경기를 치렀고 3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이미 저 멀리서부터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를 향한 위험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그는 인터나치오날레 감독직에 결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스페리니 이전에 인테르가 고심했던 마르셀로 비엘사가 인테르에 부적합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스페리니가 비엘사처럼 굉장한 이상주의자이진 않으나 그는 자신이 선호하는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팀, 성공으로 인한 자부심이 충만한 팀에 새로운 색깔을 집어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그러한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할지라도 인테르 정도의 클럽 규모를 고려해 빠른 시점부터 성공을 거두길 희망하는 요구가 곁들여진다면 새로운 변화는 일어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적어도 비엘사는 가스페리니와 달리 이러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엘사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감독이며 인테르 감독직을 수락했을 때 '자신의 철학을 어느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팀에 녹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인테르와 리버 플라테 감독직을 걸렀다. 결국 그는 아슬레틱 빌바오를 선택했는데 아슬레틱은 그처럼 독특한 팀이었다. 비엘사의 아슬레틱은 2경기에서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그치고 있지만 가스페리니의 3경기 3패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 보여진다. (추가로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아슬레틱은 트라브존스포르와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페네르바체가 승부조작으로 인해 유럽 대항전 출전이 불가능해져 트라브존스포르가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하게 되엇고 아슬레틱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역동적인 3-4-3 포메이션으로 재밌는 축구를 구사했고 가스페리니는 이러한 축구 철학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다. 그가 잘할 줄 아는 전술이 바로 그것이었며 그가 하는 것도 그게 전부였다. 이러한 감독을 임명해서 다른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길 바라는 것은 나이얼 퀸을 영입해서 타깃맨으로 뛰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다. 인테르 스쿼드에겐 3-4-3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필자는 가스페리니가 임명되었을 때 베슬리 스네이더가 4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지금까지 가스페리니가 스네이더를 기용하고 있는 전방 3명에서의 왼쪽에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사실 스네이더는 참 기용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왜나하면 그는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조세 무리뉴의 지휘하에 마지막 한 달간 그는4-2-3-1의 꼭짓점에 위치했는데  굉장한 기동력을 갖췄었고 현대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언제든지 필요로한다면 기꺼이 후방으로 내려올 준비가 되어있었던 창조자였다. 그 이후 월드컵에서 5골을 기록했는데 이 때는 클래식한 No.10 유형의 선수였다. 그는 무리뉴 아래에서 4-3-1-2 포메이션도 소화했는데 지난 09/10시즌의 대다수 경기를 4-3-1-2 포메이션으로 소화했다.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시즌 초반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포메이션이었다. 그가 활용폭이 굉장히 좁은 선수라는 것은 샬케04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도 아주 잘 드러났다.


지난 일요일 인테르는 팔레르모에게 3:4로 패배했는데 이 날 가스페리니는 스네이더를 벤치에 대기시켰다. 마우로 자라테를 대신해 스네이더가 전반전 중반에 투입되었지만 이러한 기용은 가스페리니 본인이 스네이더가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에 맞지 않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스네이더에 비해서 덜 언급되었을 뿐이지 디에고 포를란도 3-4-3 포메이션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가 가스페리니 부임 이후에 인테르와 계약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네이더의 투입 이후 포를란이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다. 스네이더는 약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왼쪽에서 위아래로 대충 뛰는데 그쳤다. 그러다 그는 중앙에서 자신이 빛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중앙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인저리 타임에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아오는 상황에 두 선수 모두 박스 안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사실 두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분명하다. 스네이더가 포를란을 향해 패스를 건네주고 그 패스가 코너킥으로 이어졌으며 코너킥 상황에서 인테르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2:1로 앞서가는 골을 기록했다.  또한 인테르의 3번째 득점은 스네이더의 패스를 받은 포를란의 득점이었다. 이처럼 지능적인 두 선수는 상호 배치가 앞뒤로 되어있을 때 확실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인테르에서 3-4-3 포메이션에 적합한 선수는 마이콩과 유토 나가토모밖에 없다. 인테르의 3-4-3 포메이션은 수페르 코파에서 AC밀란에게 패배하기 이전부터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지난달 말 인테르의 구단주인 마시모 모라티는 결국엔 가스페리니가 백4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는 잘못된 것이었다. 새로운 감독은 현재 남아있는 스쿼드에 알맞는 전술을 선택해야하고 점진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자신의 지도를 통해서든 선수 영입을 통해서든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만 보고 나아가 선수들을 억지로 끼워넣는다? 그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는 바이지만 몇몇 감독들은 특히 파비오 카펠로같은 극도의 실용주의적인 감독은 선수단 구성을 고려하여 그에 걸맞는 전술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가스페리니는 리그 1라운드가 끝나고 3-4-3에 대한 고집을 꺾었고 인테르의 원래 전술로 돌아왔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인테르는 포메이션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였고 가스페리니는 2명의 포워드를 배치시키는 팀을 상대로는 3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이 옳은 결정이며 3명의 공격수가 있다면 4명의 수비수를 배치시키는 것이 옳은 것이라 말했다. (사실 공격수는 1명이지만 상대팀의 윙어 2명을 추가하면 3명이 된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은 말그래도 정석적인 대답이었다. 리누스 미헐스는 상대팀 공격수보다 1명 더 많은 수비수를 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난 비야레알과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백3를 꺼내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논리를 따른 것이었다.


가스페리니의 주장이 다소 곤혹스러운 것은 그가 2006년 제노아에 부임한 이후로 전체 경기의 20.4%에서만 백4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09/10시즌의 팔레르모는 4-4-2가 아닌 4-2-3-1이었는데 제노아는 백4로 팔레르모를 상대했다. 이는 가스페리니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탈리아에서는 4-3-1-2가 보편적인 전술이지만 5팀 중 1팀은 최전방에 1명의 스트라이커를 두고 있다. 그래서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가스페리니가 백4를 활용한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Gazzetto dello Sport)가 말하길 전술의 변화가 인테르에게 좌절을 선사했다고 하고 어찌되었건 가스페리니는 인테르에서 실패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일요일의 인테르는 엉망진창이었고 무기력했으며 3:4로 패배했다. 오늘밤 인테르는 수동적이며 움직이지 않았고 창의성도 부족한 모습으로 0:1로 패배했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떠한 패배를 선택할 것인가? 이건 복통과 두통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같다."


팀 플레이가 정돈되지 못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불안한 출발로 인해 인테르는 기동력도 떨어졌고 창의성도 결여되어버렸다. 팔레르모는 결코 인테르를 3:4로 이길만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줄리우 세자르는 확실히 2~3년전보다 기량이 하락한 모습이었고 3,4번째 실점은 거의 세자르의 실책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3번째 실점같은 경우는 세자르가 더 멀리있는 팔로 막으려는 이상한 버릇을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예를들면 낮게 오는 공을 막으려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하는데 왼손으로 공을 막으려는 시도)


루시우는 이전처럼 빠르지 않으며 되려 더 느려졌다.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고 브라질이 파라과이와 2:2로 비겼던 경기에서 전진한 다니 알베스의 자리를 커버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론적으로는 백3 시스템이 루시우의 느려진 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루시우는 맨마킹에 집중하면서 공중볼을 따내고 수비진의 추가 인원이 커버를 해주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가스페리니가 바라보는 3-4-3 시스템은 네덜란드식 3-4-3이다. 네덜란드식 백3의 중앙 수비수들은 결코 리베로와 2명의 스토퍼가 아니다. 3명의 수비수들은 피치에 간격을 넓혀서 위치해있고 윙백들은 공격적인 수비수가 아닌 사실상 미드필더나 다름없다. 루시우는 팔레르모와의 경기에서 아주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트라브존스포르와의 경기에선 머뭇거리다가 온드레이 셀루츠카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비단 루시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야를 인테르 수비진 전체로 넓히면 다른 선수들도 루시우와 마찬가지로 노쇠화하여 속도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가스페리니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재고해야할 것이다. 백3든 백4든 현재로는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건 위험하다. 가스페리니의 제노아는 강한 압박과 높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가 인테르의 감독이며 현재의 인테르 수비진은 발이 느리고 그들 뒤로 넘어가는 공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인테르의 선수진 구성을 고려했을 때 도대체 왜 가스페리니가 인테르의 감독으로 임명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가스페리니가 추구하는 3-4-3 전술과 그가 추구하는 빠른 템포의 경기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술은 결코 혼자서만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전술은 선수와 상대팀 그리고 주변 환경과 같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포메이션은 없다. 전술은 언제나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스타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이전에 자신이 가지고있는 이론과 현실적인 조건 사이의 적절한 타협이 있어야만 한다.


스네이더를 3-4-1-2의 플레이메이커로 사용하는 것이 임시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를란 역시 측면보다 더욱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서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다 할지라도 이번 인테르의 감독 선임은 완전한 실패이다. 가스페리니의 성향이 대다수 선수들의 성향과 정반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모라티가 그에게 굉장히 오랫동안 시간을 줄 수 있다면 가스페리니 선임이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 다다르기 이전에 여론은 그의 전술적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결국 그는 움츠러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멸할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1/sep/15/gian-piero-gasperini-internazionale-i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