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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5 티키-타카(tiki-taka)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by Jonathan Wilson


점유율 축구를 상대로 엄격한 수비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승리를 거둔 것은 축구 전술의 또 다른 진보를 암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짢아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처럼 계속해서 공을 지켜내면서 점유율을 유지해 끝내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팀, 첼시처럼 수비를 깊숙히 내려 의도적으로 상대팀이 공을 소유하게 만들고 그걸 끊어내 역습만 시도하는 팀을 보는 것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이 열린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바이에른 뮌헨처럼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는 축구, 첼시처럼 수동적인 축구 모두에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도적인 축구, 수동적인 축구 모두 다 재미없다는 말은 문자 의미 그대로는 모순적이라 할 수 있지만, 문자 그 자체의 의미를 벗어나면 실제로 그러하진 않다. 우리는 극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티키-타카 축구를 시작했을 때, 그들은 전례없는 수준의 점유율을 보여줬었다. 아리고 사키가 이끈 밀란 이후,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이 등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사키의 밀란과 펩의 바르샤는 다른 철학을 지니고 있다. 포지션을 살짝 뒤트는 것, 1명의 센터포워드를 조금 더 후방으로 내리는 것, 풀백을 조금 더 전진시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두 축구는 완전히 다른 축구이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은 사키의 그것과는 다른 완전한 새로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가 더 이전세대의 극단적 축구였던 토탈 풋볼에서 자신의 철학의 기본적인 색채를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바르샤의 특정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인 라 마시아를 거쳐 1군 무대에 데뷔하기 때문이고, 과르디올라가 다소 공상가적인 감독인 부분도 있으며, 작지만 보다 기술적인 선수들이 풍부해진 상황, 오프사이드 규정의 완화로 인해 효율적인 플레이 범위가 보다 증대되었다는 것들은 과르디올라가 토탈 풋볼에서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탈 풋볼(totaalvoetbal)이라는 단어는 7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70년대 totaal 이라는 가치관은 네덜란드의 문화관 특히 건축쪽에서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건축 분야의 전문가인 JB 바케마가 주장하길, 당시 네덜란드의 건물들은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지녔지만, 전체적인 주변 환경을 고려해 주변과 조화되는 건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바케마의 주장은 축구에도 적용이된다 : 선수들은 팀의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인지하고 있다. 플레이하면서 위치가 변경되지만 선수들은 계속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인지하며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토탈 풋볼은 네덜란드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어느 선수이건 모든 것을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세계에 던졌다 : 수비수도 공격을 할 수 있고 공격수도 수비를 할 수 있다.


티키-타카는 높은 수비라인, 지속적인 포지션 변화,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 (토탈 풋볼의 특징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모든 것은 패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철학을 토탈 풋볼과 공유하고 있다. 센터 포워드는 팀 움직임의 유동성 증가와 공이 움직일 수 있는 추가적인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펄스 나인(false nine)으로 변형되었고, 풀백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으며, 미드필더들은 후방에서부터의 패스가 중요시되면서 수비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골키퍼는 후방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볼터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우리는 티키-타카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몰랐다. 첼시가 2009년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바르샤를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갔기에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뛰어난 신체조건이 티키-타카를 막게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렇지만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 다음시즌 조세 무리뉴가 이끈 인터나치오날레가 바르셀로나를 잡았다. 이 승리는 티키-타가를 대응하는데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승리였다. 인테르가 어느정도 운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경기 도중 창의성을 잃어버리고 사이드로 향하는 패스를 줄이면서 수직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물론 바르샤가 평소에는 넣었을만한 기회를 이 경기에서는 넣지 못했고 특히 보얀 크르키치의 슈팅은 득점으로 연결되었어야했지만, 이 경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실은 분명하다 : 극도의 점유율 축구는 극도로 점유율을 포기한 축구에 패배할 수 있다. 


이제는 과르디올라와의 정반대 축구로 대조되는 조세 무리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조세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할 때 다음과 같은 매뉴얼을 활용했다고 한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 말이다.



1) 경기는 실수를 적게하는 팀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2) 축구는 상대팀에게서 더 많은 실수를 이끌어내도록 해야한다.

3) 원정 경기에서 우리는 상대보다 우수한 경기를 펼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들이 실수하도록 만들어야한다.

4) 어떤 선수가 공을 가지고있던간에 그 선수는 실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

5) 점유율을 포기하는 선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6)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두려울게 없어서 더욱 강해진다



무리뉴는 첼시를 이끌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위의 철학을 그대로 실행했다. 다소 다른 형태지만 다른 팀들도 무리뉴와 비슷한 철학을 공유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홈과 원정 구분할 것 없이 바이언을 상대로 기꺼이 수비 라인을 내렸고 카운터를 다시 카운터로 때리지 않는 바이언의 속성을 그대로 이용했다. (UEFA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시즌 전체의 득점의 40%가 역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역습의 비중은 지난시즌 27%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공격에서 수비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격하게 전환되었다는 소리다) 더불어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팀의 취약부분 중 하나인 세트 피스에서의 부주의도 레알의 승리를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선수를 마크하고 공중전을 이기는 선수보다 패스 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우선 기용하는 과르디올라의 성향이 세트 피스 상황에서 그의 팀의 결점으로 드러나곤 한다.


첼시에 다시 부임한 이후 이전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무리뉴 감독은 시즌 도중에 다시 수비적인 경기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팀은 수비 라인을 더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서 경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많은 역습을 시도해야하는건 제가 원하던 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만약 1:0으로 경기를 이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저는 제가 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 승리를 만드는 것은 축구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입니다. 선수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억제하면 되기에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무리뉴는 선더랜드와의 캐피탈 원컵 8강전을 끝내고 나서 이렇게 말했었다.


선더랜드와의 경기가 끝나고 9일 뒤 펼쳐진 아스날과의 경기에선 0:0으로 경기가 끝났고  그 때부터 첼시엔 새로운 색깔이 입혀졌다. 상대팀은 공격적인 첼시에 대해 준비했으나 첼시는 그러하지 않았고 첼시의 시즌 도중 변화는 아주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무리뉴는 리버풀과의 경기를 수비적인 마인드로 준비했고 선수들은 무리뉴가 준 미션을 완전히 수행했다. 경기 후 무리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미디어들이 정의하는 수비적인 플레이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수비적인 자세로 나서서 정말 잘 막아낸다면 당신들은 그걸 수비적인 플레이라 말하겠죠. 그렇지만 (수비적인 자세로 나와도) 좋은 수비를 보이지 못해서 2~3골을 실점한다면 수비적인 플레이라 말하지 않을 것 입니다."


그렇지만 AT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은 첼시의 수비가 문제점을 노출한 날이었다. 에당 아자르는 후안프란을 내러벼뒀고 결국 후안프란의 오버래핑은 AT의 동점골로 이어졌고 첼시는 다시 쫓기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무리뉴는 골을 넣기 위해 사무엘 에투를 두번째 스트라이커로 투입했는데 에투가 페널티킥을 내줬다는 사실을 떠나서 에투는 기꺼이 미드필더가 되려하지 않았다. "(에투의 투입은) 우리 팀이 5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공간이 생겼고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투가 투입된 후 12분만에 아드리안 로페즈를 빼고 라울 가르시아를 투입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말했다.


과르디올라의 철학이 녹아든 팀과 무리뉴의 철학이 녹아든 팀이 만나면, 한 팀은 공을 계속해서 점유할 것이고 다른 한 팀은 공을 잡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한 팀이 75~80%의 점유율을 기록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실질적으로 경기를 지배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체계와 새로운 체계가 맞붙는 것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하나의 특징(극도의 점유율)이 등장하고 그에 반대되는 특징(극도의 점유율 포기)이 등장해 대결을 펼친다. 그러다 어느 선에서 두가지 특징이 통합될 것이고 다수의 클럽은 그렇게 통합된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게 될 것이다. 두가지 양극단의 축구는 현재 그다지 사람들 입맛에 맞지않는 것 같다. 극도의 점유율, 극단적 점유율 포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은 앞으로 전술적 발전에 영향을 줄 요소를 암시하고 있다 : 물론 다수의 팬들은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지만, 축구가 세계화되면서 해외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현지인들보다 덜 충직한 팬들이다. 이들과 광고주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위해서는 미학적인 축구가 더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필자는 바이언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나 티키-타카가 죽었다는 식의 반응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과르디올라가 지난 5시즌간 감독으로서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슈퍼 클럽들이 유럽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과르디올라의 업적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지난 시즌의 바르샤가 바이언에게 패배했고 올 시즌의 바이언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배했다고 티키-타카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전술에는 절대적 옳고 그름이 없으며 완벽한 공식이란 있을 수 없다. 전술 이론가들은 과거의 연금술사처럼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 한가지 요소인 에테르(고대,중세 철학에서의 제 5원소)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다. 전술적 사고에는 진화와 한 단계의 발전이 있을 뿐이고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전술이란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케마씨도 서로에게 연관되어있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기술적 우수성, 상대팀이 여전히 오프사이드 규칙 변화에 적응하고 있었다는 점,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높은 집중력이 모두 어우러져 티키-타카가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적으로 구사되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정점으로부터 내려온 것에는 집중력 저하가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WhoScored.com의 통계를 참고하면, 리오넬 메시가 태클이나 가로채기로 공을 다시 탈취하는 횟수는 2010/2011시즌 경기당 2.1회에서 올 시즌 0.6회로 줄어들었다. 바이언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경기에서 집중력과 열의가 레알만큼은 아니었다. 아니면 지난 2시즌간의 성공적인 행보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다거나, 리그 우승을 너무나 빠르게 확정지으면서 최고조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물론 과르디올라가 전술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 2012/2013시즌 바이언이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티키-타카를 붕괴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와 똑같이 올 시즌 티키-타카의 색채를 입은 바이언에 그와같은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아주 큰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2/2013시즌의 바이언은 바르셀로나처럼 굉장히 주도적인 축구, 점유율을 기반으로하는 축구, 바르셀로나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에서 상대보다 점유율 우위에 있었던 팀이다. 지난 시즌 바이언보다 자국리그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클럽은 유럽 톱5리그 클럽들 중에선 바르셀로나가 유일하다.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만의 점유율을 놓고 보았을 때도 바이언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팀은 바르셀로나가 유일했다. 유프 헤인케스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자신들보다 공 점유에 더 능숙한 팀인 것을 인정했던 것이고 바르셀로나를 상대하기 위해 수동적인 전술을 선택해 큰 성공을 거둔 것 뿐이었다.


그 어떠한 것도 티키-타카가 하나의 전술로서 생명을 다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어떠한 사실도 더 이상 여러 클럽들이 점유율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걸 포기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2010년 인테르의 축구, 2012년 바이언과 바르샤를 상대한 첼시의 축구는 수동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팀이 티키-타카를 상대로 극단적인 전술을 꺼낼 수 있다는걸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2009년, 2011년에는 아무도 바르셀로나의 탁월함을 막지 못했지만, 2010년의 인테르와 2012년의 첼시는 그들을 막았다. 1973년 유러피언 컵 결승전 이후 아약스 세대가 해체된 이후, 바르셀로나처럼 높은 수비 라인과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준 팀은 없었다. 토탈 풋볼도 그러하고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도 그러하듯이, 특정 부류의 선수들과 환경 그리고 시대가 어우러져 특정한 방식의 플레이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토탈 풋볼이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듯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로 축구계에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같은 스타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트렌드를 지배할 것이냐는 질문은 또 다른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진화의 바퀴는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거꾸로 가는 일은 없다시피하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4/may/01/the-question-is-this-the-end-for-tiki-taka-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