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풀백의 역할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제 풀백을 공격에 어떻게 가담시키는지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풀백의 공격을 수비보다 더 비중있게 생각하기도 한다. 윙백을 활용하는 전술이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안토니오 콘테가 3-5-2 시스템으로 성공을 거둔 사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풀백의 스타일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객관적인) 수량화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최근 풀백의 역할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풀백을 구체적이면서 객관적으로 구별해내고자 했다. 그래서 우리는 선수 개인의 스탯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접근했다. 우리는 Opta의 데이터를 활용했고 데이터의 차원을 줄이기 위해 주성분 분석(PCA, Principal Components Analysis) 중에서도 베리맥스 회전(varimax rotation) 방식을 적용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정보를 활용하여 비슷한 성향의 풀백끼리 묶어 그 특징을 수치화하는 것이다.



수치화


우리는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 데이터를 활용, 유럽 상위 5개리그에 소속된 417명의 풀백을 분석했다. 2시즌 데이터로 주성분 분석을 한 결과는 굉장히 안정적인 값을 도출해냈고 우리는 2016/2017시즌 데이터를 바탕으로 군집 분석(cluster analysis)을 시행했다. 유사한 성향을 지닌 선수들, 서로 연관된 특성을 지닌 선수들이 하나의 묶음을 형성하며 성향이 다르거나 유사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는 분리된다. 우리는 분석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다른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을 비교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길 바란다.


우리의 분석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선수의 퍼포먼스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는 11개의 군집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선수들이 서로 같은 군집을 형성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도 중요하다. (마르셀루, 알렉스 산드로, 다비데 자파코스타가 같은 군집에 속했다.) 아래 그림을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각자의 눈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리는 계층적 군집화(agglomerative method) 방법을 사용했고 모든 선수들은 각자의 '스타일 파트너' 를 갖고 이것이 둘을 묶는 선으로 표현된다. 거기서 확장하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되며 이와 비교되는 다른 쌍으로 형성된 그룹이 반복적으로 생성된다. 우리는 선의 길이를 바탕으로 선수들 사이의 유사도를 파악할 수 있다. (두 선수가 이어진 선의 길이가 길수록 서로 다른 유형) 여기서 같은 색깔로 지정된 나무가지에 속한 선수들이 하나의 군집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 각 군집에 속한 몇몇 선수들을 나열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선수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묶인 것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군집화 알고리즘에는 축구에 대한 지식이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결과가 분석이 안정성 측면에서 굉장히 타당하다는걸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활용하는가?


선수에 대한 어떠한 사전 정보없이도 우리는 군집 분석을 통해 유사한 선수들을 객관적 기준으로 묶을 수 있다. 어쩌면 이 방법은 구단의 이적시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제한된 금액을 사용하는 구단에게 더욱 유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구단의 스타일에 맞춰 이적 리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 선수 영입을 담당하는 스태프는 이상적인 영입 (예를 들면 마르셀루) 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델을 활용하여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선수,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선수 (예를 들면 크리스티안 안살디) 를 탐색할 수 있다. 과정은 간단하다. 같은 집단으로 묶인 선수들 속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나무의 높은 지점으로 갈수록 선수 유사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원하는 스타일과 이적 예산 사이에서 타협을 해야하는 상황은 분명 발생한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의 특성을 시각화하는 더욱 현실적인 방법은 방사형 차트(rader chart)를 활용하는 것이다. 방사형 차트를 통해 선수의 장점과 약점을 비교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같은 포지션을 맡는 2명의 영입 대상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잠재적 영입 대상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선수를 대상으로도 시행할 수 있다.


아래 예시를 통해 우리는 라이언 버틀란드가 수비적인 부분과 공격의 효율성 부분에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니 로즈의 경우 수비적인 부분은 강하지 않으나 공을 소유하는 플레이에 우위를 갖고 있으며 버틀란드보다 공격 찬스를 만드는 횟수가 더 많다. 군집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선별한 이후, 지금처럼 방사형 차트를 통해 둘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구단이 결정을 내린다고 볼 수 있다. 





요약


유럽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모든 리그의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이 모델링은 더욱 강력해지며 구단의 이적 정책을 수립에 있어 경쟁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방법은 빠르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시즌 중에도 계속해서 쉽게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모든 통계가 그렇듯이, 이 방법은 기존의 스카우팅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이다. 객관적인 수치화를 통해 우리는 편향없이 선수를 바라볼 수 있고 영입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과 통계적인 판단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여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 선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소개한 방법이 구단의 패닉 바이를 막는 필터링 매커니즘이 되어 많은 돈이 지출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출처 : http://www.optasportspro.com/about/optapro-blog/posts/2018/blog-clustering-playing-styles-in-the-modern-day-full-back/


 


 

by Charlie Eccleshare


풀백이 가장 하찮은 포지션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안루카 비알리는 풀백은 윙어가 될만한 기술력이 없는 선수, 센터백이 될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한 선수가 하는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이미 캐러거 역시 "개리 네빌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풀백은 이제 더 이상 겉도는 인물이 아니라 피치 위 핵심이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이 풀백 영입에만 £210m을 투자한 것을 고려한다면, 풀백은 전세계가 탐내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활발한 공격수


아르센 벵거는 1996년 아스날에 부임한 이후 선수들이 닭고기와 감자튀김으로 구성된 식단을 섭취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었다. 


벵거는 구단의 믿음직한 수비수이나 극히 제한된 역할만 수행하고 있던 나이젤 윈터번(Nigel Winterburn)과 리 딕슨(Lee Dixon)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벵거는 두 선수에게 90분 내내 측면을 타고 움직이길 요구했다. 벵거의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선 짧은 거리를 빠르게 주파할 수 있는 스피드와 엄청난 스태미나가 필요했다.


"조지 그라함(George Graham) 이 감독일 때, 공격 상황에 충분히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꾸중을 듣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벵거가 부임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벵거는 우리에게 앞으로 전진할 자유를 줬고 빠른 속도로 앞쪽, 측면 넓은 공간을 향해 전진하라고 요구했다. 예전에는 딕슨이 전진했을 때, 내가 후방에 남아있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둘은 공격 상황에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윈터번이 말했다.


벵거가 변화를 시도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과거 아스날의 스카우터이며 토트넘과 리버풀에서 풋볼 디렉터(director of fooball) 직책을 담당했던 다미앙 코몰리(Damien Comolli)는 과거에는 풀백이 6:4 혹은 7:3 비율로 수비에 더 높은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로 공격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격을 지원하는 풀백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대지만, "요즘 풀백들은 상대를 몇번 막아내는 것보다 크로스를 몇번 올리는지로 평가받는다." 라고 주장하는 캐러거의 발언처럼 여전히 수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풀백은 물리적 힘과 수많은 거리를 전력 질주로 뛰어다닐 활동량을 요구받는 포지션이다." 라고 코몰리가 평가했고 그는 애슐리 콜(Ashley Cole)이 풀백으로 아주 적절한 예시가 될 것이라 말했다.


"풀백에게 상당한 수준의 공격 가담을 요구하며 풀백에게 측면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에게 공을 뺏겨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그들이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수비를 해주길 바란다. 풀백 1명에게 2가지 포지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1개만 잘하면 되는 시대였다. 다른 포지션보다 풀백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더 많다. 특히 공을 뺏긴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본래 위치로 돌아오기 위해선 30~40야드를 전속력으로 후퇴해야 한다. 고로 풀백이 전력 질주로 누비는 뛴 거리 역시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코몰리가 말했다.


딕슨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풀백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측면 플레이어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풀백이라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나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움직임이 당연스럽게 요구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풀백이 커버해야하는 범위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전력 질주를 하는 횟수도 늘어났기에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기 위해선 뛰어난 활동력이 필요해졌다. 지난 3시즌 사이 상위 4개 구단 풀백의 스프린트 횟수는 12% 증가했고(49.52회→55.3회) 경기당 뛴 거리는 0.4km 상승했다. (9.53km→9.93km)


기술력 요구


이제는 덩치만 가지고 풀백을 보는 시대가 아니다. 공을 다루는 능력은 아주 값진 능력이 되었다. 소위 "빅-6" 라 불리는 구단이 본래 윙어인 선수를 풀백 혹은 윙백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애슐리 영,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제임스 밀너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라.


"이제는 풀백이 숏패스 게임에 참가하거나, 파이널 서드(the final third) 지역까지 드리블하는 모습, 조화 플레이에 참여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지 크로스 올리는 것만 기대했다면, 이제는 동료 선수와 원투를 주고 움직이거나 좁은 공간에서도 스루패스를 넣을 줄 아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코몰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토트넘에 있을 때, 우리는 2006년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우리 팀의 풀백은 폴 스톨테리(Paul Stalteri)와 이영표였다. 두 선수는 지금 스퍼스에서 뛰고 있는 풀백들과는 다른 선수고 감독 역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두 선수에게 주문했다." 


풀백에게 추가적인 것들을 요구하면서 점차 풀백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난 풀백을 찾고 있다. 이제 풀백은 피치 높은 곳에서 공을 받고 있으며, 과거보다 공을 더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과거 사우스햄턴의 스카우터인 필 스프레드베리(Phil Spreadbury)가 말했다. 필은 루크 쇼가 8살일 때, 쇼를 스카웃한 인물이다.


이제 풀백은 드리블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10년 사이 풀백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는 0.59회에서 0.87회로 상승했다. 또한 상대팀 진영에서 패스를 하는 비율 역시 과거에 비해서 상승했다. 지난시즌 탑4 구단의 풀백(윙백)이 상대진영에서 시도하는 패스 횟수가 2006/2007시즌 대비 약 10% 증가했다. (54.58%→64.87%)

 

전술적 유연성

 

이 시대의 감독들 중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아마 풀백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본 감독일 것이다.


과르디올라 팀의 풀백은 팀의 예비 윙어나 다름없이 경기를 펼친다. 거기에 과르디올라는 풀백이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하여 중앙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해주길 요구한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필립 람과 다비드 알라바를 그렇게 활용했다. 과르디올라의 풀백 활용은 상대 측면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과르디올라의 팀이 A라 하고 상대팀을 B라 하자. A의 풀백을 따라 B의 윙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B의 풀백은 A의 윙어를 1:1로 상대해야 한다. 여기서 B의 윙어는 딜레마에 빠진다. A의 윙어를 막기 위해 측면에 그대로 붙어있으면, 중앙 포지션에서 A의 풀백이 무방비 상태로 플레이를 펼친다.


올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펩은 비슷한 전략을 활용한다. 첼시를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으로 경기를 소화한 파비앙 델프, 카일 워커의 히트맵, 볼터치 기록을 보라. 두 선수는 피치 중앙에서 공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풀백의 위치와 측면 미드필더 위치에서도 공을 잡았다. (워커의 볼터치 맵 / 델프의 히트맵)

 

 

 


결국 풀백은 지금 1경기에서 각기 다른 3가지 포지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스프레드베리는 과르디올라의 아이디어가 잉글랜드 내로 퍼지고 있으며, 결국 풀백의 역할은 점점 더 유동적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아카데미팀 경기에서 풀백들이 전진하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스퍼스에서 선보이는 것처럼 높은 위치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백4는 백4가 할 일, 미드필더는 미드필더가 할 일, 스트라이커는 스트라이커가 할 일을 해내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팀 전체가 하나의 유닛이 되어야 한다."

 

시장가치


각 구단이 풀백 영입을 위해 투자하는 자금을 살펴보면, 지금 풀백이 어느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비싼 풀백 11명 중 5명의 선수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탄생했다. 첼시가 윙백 전략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제 여러 구단이 뒤늦게나마 풀백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벤자민 망디, 다닐루, 워커 영입에만 £130m을 투자했고, 스퍼스는 세르주 오리에 영입에 £23m, 첼시는 다비데 자파코스타 영입에 £23m을 투자했다. 

 

 

 


"풀백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정말 많기 때문에 탑-클래스 풀백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라이트백 자원이 부족하다. 자파코스타 딜은 유럽 전체를 놀라게 만들었다. 오리에는 매우 좋은 선수지만, 피치 밖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스퍼스는 (좋은 풀백을 영입하기 위해) 기꺼이 막대한 금전적 도박을 감행했다. 만약 라이트백 자리에 선택지가 많았다면, 스퍼스는 오리에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첼시 역시 자파코스타 영입에 그 정도로 많은 돈을 투자하진 않았을 것이다." 코몰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뛰어난 라이트백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그들은 결국 위험을 감수하는 영입을 해야만 했다."


풀백은 이제 화려한 포지션이 되었다. 따라서 "개리 네빌처럼 되고 싶은 선수는 없다." 란 말이 앞으로는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어린 아이들이 넥스트 망디 혹은 넥스트 워커가 되길 바랄 지도 모른다.



출처 : http://www.telegraph.co.uk/football/2017/10/13/full-backs-became-footballs-important-players/






by Jonathan Wilson (본문은 2009년 3월 2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잭 찰튼(Jack Charlton)은 처음으로 풀백이 11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팀의 공격을 이끌어가는 선수중 가장 핵심적인 선수가 풀백이라는 찰튼의 주장은 당시에 굉장히 이상한 소리로 받아들여졌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우리는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굉장히 공격적인 풀백을 보유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 1994년 브라질에는 조르지뉴(Jorginho)와 브랑코(Branco)가 있었고 1998년 프랑스에는 릴리앙 튀랑과 비센테 리자라쥐가 있었다. 2002년에는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카푸가 있었고 2006년에는 지안루카 잠브로타와 파비오 그로소가 있었다.


월드컵 우승 국가에 공격적인 풀백이 좌우로 있었다는건 어쩌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겠지만, 전술 싸움에서 풀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임이 분명하다. 유로 2008에서 스페인이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를 기억해보자. 지금 이 경기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3:0 스코어와 안드리 아르샤빈의 부진'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러나 이 경기의 시작은 생각보다 팽팽했다.


러시아의 에이스였던 아르샤빈은 스페인의 마르코스 세냐의 압박으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경기의 판을 뒤흔들었던 결정적인 순간은 34분에 있었던 다비드 비야의 부상이었다. 비야의 부상으로 비야가 빠지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투입되었으며, 스페인은 4-1-3-2 포메이션에서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러시아의 유리 지르코프와 알렉산더 아뉴코프는 유로 2008 대회에서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던 선수들이었는데 이제 이 선수들이 다비드 실바와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를 더욱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어버렸다. 이니에스타와 실바를 직접 마주하게된 아뉴코프와 지르코프는 자연스럽게 공격 가담 횟수를 줄였고 이에 러시아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사그라들었다. 스페인이 미드필드 구역을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후반전에만 3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유로 2008 득점왕인 다비드 비야가 없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스페인은 최고로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인터나치오날레 밀라노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을 떠올려보자. 전반전에 마이콘의 공격 가담을 제지하기 위해서 퍼거슨 경은 박지성을 선택했고 박지성은 마이콘의 전진을 막아냈다. 인테르의 미드필더들이 폭을 좁게 유지하여 위치해있었기에 파트리스 에브라에게는 앞으로 전진할 공간이 많았다. 11vs11의 싸움이었지만 경기장에는 유나이티드 선수가 1명 더 많은 느낌이었다.


하프-타임에 조세 무리뉴 감독은 형편없는 경기를 펼친 넬슨 리바스를 빼고 이반 코르도바를 투입했다. 수비가 조금 더 안정을 찾게되자 에스테반 캄비아소가 전반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펼치게 되었고 -전반전에 캄비아소는 사실상 센터백이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하비에르 자네티가 에브라의 전진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전에 비해서 후반전에는 양팀이 더욱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브라질에서의 근원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풀백 개념은 50년대 브라질에서 발전했다. 4-2-4 포메이션의 시초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은 굉장히 복잡한 논쟁거리들 중 하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1958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국가도 4-2-4 포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흔히 우리에게 브라질의 이미지는 '공격적 색채'가 강하다. 그런데 그런 브라질이 3명의 수비수를 활용하는 W-M 포메이션이 아닌 4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4-2-4를 채택했다는 것은 지금으로썬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3명의 수비수를 둔다고 공격적이고 4명의 수비수를 둔다고 수비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포메이션 그 자체는 항상 중립적인 것이고 그 포메이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공격적인 운영, 수비적인 운영- 에 팀의 색깔이 구분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5-1 포메이션은 그 자체만으로 결코 수비적이지 않다)


여기서 용어에 대한 정리를 확실하게 해두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잉글랜드에서 '풀백(full-back)'은 2-3-5 포메이션의 유물이다. 기존의 2명의 수비수들은 W-M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센터 하프(centre-half)가 후방으로 내려왔기에 측면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미드필더(left-half)가 밑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기존의 수비수 2명은 보다 더 측면으로 빠지게 되었고 이렇게 잉글랜드는 백4 라인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잉글랜드의 백4 라인 넘버가 오른쪽부터 2-5-6-3인 이유이다)


반면 브라질에선(스페인어권 국가에서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풀백(full-back)은 '측면(lateral)'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풀백의 정의에는 선수들이 배치되는 폭의 넓이만 설정되어있지 이 선수들이 위치하는 깊이(전방 혹은 후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 브라질에서 '풀백'이란 단어는 그 선수가 측면에 위치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지 반드시 수비적인 임무를 가진 선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포한다. 브라질 축구 특유의 공격 지향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1949년 아스날은 브라질 투어를 시도했고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투어를 펼쳤으나 브라질에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기를 맞이했다. 당시 아스날의 풀백이었던 로리 스콧(Laurie Scott)은 이렇게 아스날의 1949년 브라질 투어 경기였던 플루미넨세전을 회상한다. "갑자기 어떤 선수가 측면에서 나타나서 공을 잡고 슈팅을 시도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둘러보면서 누가 맨마킹에 실패했는지 서로를 탓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지 않았다는걸 알게 되었고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상대의 풀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전혀 거리낌없이 시도했다."


그러나 풀백의 과도한 전진은 브라질 축구에 크게 도움되지 않은게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고작 2회 우승에 그쳤었고 1950년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2골 모두 레프트백인 비고데(Bigode)가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있었기 때문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4-2-4 포메이션이 브라질의 공격적 성향이 한껏 발휘될 수 있도록 촉진한 구조임에는 틀림 없다.


풀백 앞의 공간을 향해 풀백들이 전진하면 동시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임무가 수행되어야한다. 맨투맨(man-to-man)방어를 포기하면, 풀백은 수비에 부담감을 덜 느끼면서 전진할 수 있다. 한명이 전진하면 다른 3명의 선수들이 4명이 차지하고있는 공간을 커버해주면 되고 W-M 시스템에서 3명으로 수비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유동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1958년, 1962년 브라질이 월드컵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좌우 풀백을 담당했던 닐톤 산토스(Nilton Santos)와 자우마 산토스(Djalma Santos)의 기여도는 종종 간과되고 있지만 이들은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었다.



자연스런 진화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가린샤(Garrincha)는 계속해서 전방에 위치했지만, 반대편에 위치한 마리우 자갈루(Mario Zagallo)는 피치 위아래를 왕복(수비 가담)하면서 정통 윙어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1966년 잉글랜드는 오늘날 4-1-3-2로 묘사되는 윙어없는 전술을 사용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풀백이었던 조지 코헨(George Cohen)과 레이 윌슨(Ray Wilson)은 브라질 선수들만큼 공격력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들의 오버래핑은 잉글랜드가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아주 핵심적인 요소였다. 풀백의 오버래핑 시도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진화다 :  막아야할 상대팀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동시에 만약 우리팀에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팀 공격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공격을 시도해야한다. 


1970년 브라질은 단 한명의 공격적인 풀백을 활용했다. 오른쪽 풀백인 카를로스 알베르토(Carlos Alberto)가 전진하고 왼쪽에는 에베랄두(Everaldo)가 수비 진영에 남아 밸런스를 맞추었다. 공격 가담을 좌우를 언밸런스하게 지시하는 것은 처음에 특이한 전술로 받아들였지만, 이것은 하나의 트렌드였다. 리베로(libero)를 배치한 다수의 유럽 팀들은 한쪽 측면에는 공격적인 풀백을 배치하면서 다른쪽에는 대인방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정도로 수비적인 선수를 배치했다 : 지아친토 파케티(Giacinto Facchetti)와 타르치시오 부르니크(Tarcisio Burgnich)는 엘레니오 에레라(Helenio Herrera)의 인테르의 좌우 풀백이었고 파울 브라이트너(Paul Breitner)와 베르티 포그츠(berti Vogts)는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서독의 풀백이었다. 1982년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의 풀백은 안토니오 카브리니(Antonio Cabrini)와 클라우디오 젠틸레(Claudio Gentile)였다.


이 3가지 조합을 보았을 때, 우리는 왼쪽에 위치한 선수가 공격적인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왼쪽에는 공격적인 풀백을 두고 오른쪽에는 수비적인 선수를 배치하는 것은 하나의 정석과 같은 행동이었다. 지안루카 비알리(Gianluca Vialli)의 주장은 이러하다 : 라이트백은 팀에서 가장 최악인 선수가 담당하는 포지션이다. 평균 이상의 신장을 갖춘 선수가 수비력이 좋다면 그 선수는 중앙 수비수로 기용될 것이다. 만약 볼을 잘 다룰 수 있는 선수면 그 선수는 미드필더로 활용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수비적이지도 않고 기술력도 두드러지지 못한 선수가 라이트백 자리를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프트백은 특수한 케이스이다. 일단 왼발잡이 선수가 흔하지 않으며 왼발잡이들은 보통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물론 비알리의 주장은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힘을 잃어버렸다.


윙어가 없는 시대에서 윙백이 출현하게 되었고 그런 변화는 풀백을 다시금 자유롭게 만드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1명의 스트라이커를 두는 전략적 움직임이 생겼고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은 낭비적인 일이 되어 다시 백4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풀백에게 공격적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풀백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고 이 때문에 다니 알베스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측면에만 머물러있는 윙어를 배치하는 팀은 없다. 4-2-3-1 포메이션은 경기장에 다시 드리블러가 등장할 수 있게 만들었고 드리블러들은 중앙에서 수적 열세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측면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4-4-2 포메이션에서의 윙어들도 피치 높은 곳에만 위치해있지않고 후방으로 내려온다. 따라서 잭 찰튼의 주장처럼 피치 위에서 자신의 앞 공간이 허락되어진 선수는 풀백밖에 없다. 공간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where there is space there is oppertunity). : 직접적으로 상대해야하는 윙어가 없다면 풀백은 전진해서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 유나이티드가 인테르를 상대로 산 시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상대 풀백에 대응한다


문제는 풀백들에게 상당한 공격 의존도를 지닌 팀이라면, 유로 2008에서의 러시아처럼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에슐리 콜과 조세 보싱와에게 과도하게 전진을 요구했던 첼시의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상대팀들이 두 선수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자 첼시에서 처참한 실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풀백의 공격력이 중요시되면서 박지성과 딕 카윗처럼 피치 전방에 위치하면서 수비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부류인 선수의 등장은 지난 몇시즌간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엘레니오 에레라가 이끌던 인테르에는 오른쪽 윙어에 자이르(Jair)란 선수가 있었는데 이 선수는 '토르난티(tornante)'라고 불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토르난티는 영어로 표현하면 'returner'이며 토르난티의 역할은 클래식 카테나치오 전술에서 자신의 공격 가담을 억제하고 상대 풀백의 전진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박지성과 딕 카윗은 토르난티의 현대적 재림인 것이다.


공격적인 윙어와 공격적인 풀백이 대결을 펼치면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발생한다. 지난 2007-2008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바로 그 적절한 예시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에슐리 콜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에 알렉스 퍼거슨 경은 호날두를 왼쪽 측면으로 보내서 마이클 에시엔과 대결을 펼치게 만들었다.


약 30분간 호날두는 철저하게 에시엔을 파괴했다. 개인기로 에시엔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에시엔보다 더 높에 점프하면서 유나이티드에게 리드를 안겼다. 호날두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니 호날두를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해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첼시는 그 반대의 전략을 꺼내 오히려 에시엔이 공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첼시는 미드필드 진영에서 한 명이 더 있는 효과를 누렸고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호날두를 내버려두었지만 호날두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프랭크 램파드의 동점골도 사실 에시엔의 전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 흐름은 에시엔과 호날두의 대결로 표현할 수 있는 경기였다.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둔 것 역시 윙어와 풀백의 대결로 결정지어졌다. 유로 2008에서 다니엘 프라니치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오른발잡이인 이반 라키티치가 왼쪽에 위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시오 월콧을 만난 프라니치는 수비도 엉망이었고 공격 가담도 수월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프라니치의 공격 가담 감소로 크로아티아의 공격적 위력이 죽어버렸고 프라니치는 월콧을 상대로 자신의 수비적 결함만 노출했다. 이 날 월콧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010년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 프랭크 리베리, 웨인 루니, 페르난도 토레스, 사무엘 에토, 호비뉴-같은 포워드나 판타지스타들이 신문 1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대결은 -세르히오 라모스, 필립 람, 알렉산더 아뉴코프, 파트리스 에브라, 다니 알베스, 에슐리 콜-이 위치한  풀백 자리에서 펼쳐질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09/mar/25/the-question-full-backs-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