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터무니없을 정도의 금액이 이야기 되고 되었던 베일, 카바니, 팔카오. 과연 이들이 전술적인 이유로 이적이 논의되는 것일까? 단지 이들은 클럽 자체의 이미지 형성을 위해 영입되는 것일 뿐이다. 다른 부자 클럽들에 비해 맨체스터 시티는 아주 현명하게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다.


 

2004/2005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아리고 사키를 기술 이사로 임명했을 때로 돌아가보자. 아리고 사키의 철학과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철학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사키는 팀을 기반으로 하는 축구의 신봉자였다. 사키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나의 팀으로서 맞춰진 시스템을 중시했고 선수들이 그 시스템에 맞춰주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팀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철학이었다. '지단&파본' 정책으로 표현되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철학은 축구에 대한 사키의 철학과는 양립할 수가 없었다.

 

"각각의 특징을 가진 선수들을 다루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셜리스트를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었죠. 팀보다 개인이 중요시되었던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약점이었죠. 사전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없었고 일이 터진 이후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동적인 방식만 있었습니다.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는 그랬습니다. 사실 그건(갈락티코 정책) 프로젝트도 아니고 그냥 재능있는 선수를 과포화시키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단, 라울, 피구같은 선수들이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겠습니까?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는 포백 앞에 수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이랬습니다. 선수들의 능력만을 통해서 부족했던 역량을 채우는 것이였죠."

 

"제가 바라는 축구에서는 레지스타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마켈레레 같은 선수에게는 바라기 어려운 역할입니다. 마켈레레는 공을 가지고 자신이 경기를 풀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공을 뺏어내는 것에 있어서는 마켈레레가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건 사실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그 분야에서는 스페셜리스트였죠. 그렇지만 축구는 모두가 공통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겠습니까? 과연 X만큼의 재능있는 선수들을 배치시키고 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Y만큼을 또 다른 스페셜리스트로 채우는 것이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바르셀로나는 팀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지난 몇년간 이들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지만 석유재벌들이 축구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슈퍼클럽들은 전체적인 전술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내리지 않고 선수를 사들이고 있다.

 

AS모나코가 다시 프랑스 1부리그로 돌아왔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라다멜 팔카오를 £50m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모나코의 팔카오 영입은 대략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를 보라고! 우리는 이제 엄청난 돈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주요 클럽이 되었어!" 과거 맨체스터 시티의 호비뉴 영입도 이와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이런 부류의 영입은 자신의 클럽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이미 지난 시즌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하면서 전세계의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파리 셍제르망도 아직까지 똑같은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다. 에제키엘 라베찌가 있는 상태에서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했던 PSG는 이제 여기에 에딘손 카바니까지 추가시켰다. 도대체 어디에 에딘손 카바니를 투입할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비에르 파스토레, 루카스 모우라, 제레미 메네즈, 마르코 베라티를 고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카바니에게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카바니 이적에 대한 뒷배경이 있는걸까? 아니면 단순히 PSG는 카바니가 이적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가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그를 구매한 것인가?


필자에게 굉장히 당혹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팬들이 클럽의 '체면'을 위해 이적시장에 뛰어들길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여전히 빅클럽이라는걸 확신받기 위해 클럽이 매년 여름마다 £30m씩 지불하길 바란다. 이들은 이적시장 막바지가 되면 하루 종일 윈도우, 트위터에 접속해서 이적설에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데드라인에 마무리된 이적은 성급하게 진행되었거나 확신이 서지 않은채로 진행된 것이 많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카가와 신지를 영입했을 때 카가와의 능력, 적응성에 대해 논의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지 카가와의 이적료가 £18m에 불과한 클래스라고 불만을 토로했던 부류들도 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영입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와 비슷하다. 유나이티드가 데이비드 모예스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 파브레가스를 영입해야한다는 것이다.

 

영입은 마치 위안을 삼기위한 음식과 같다. 만약 지난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라 리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이뤄냈다면 가레스 베일을 데려오려고 했을까? 분데스리가의 놀라운 상승세, 프리미어리그가 새롭게 TV 중계권 계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클럽임을 증명하기 위해 베일을 원하는 것일까? 더불어 세계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필요 이상의 돈을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스스로 인플레이션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베일을 영입하는데 팔카오, 카바니 이적료의 2배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구단이라는 레알 마드리드만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선 베일만큼 적당한 영입 후보가 없다.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가 이러는 것이다. 베일의 이적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과연 베일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간과되고 있다. 만약 베일이 주전이 된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근성있는 앙헬 디 마리아를 잃게될 것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바르셀로나조차도 똑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시즌 바이에른 뮌헨과의 2번의 경기에서 통합 스코어 0:7로 패배한 이후, 바르셀로나는 산토스에서 네이마르를 영입했다. 네이마르 영입은 그 치욕적인 과거를 잊을 수 있게 해줬다. 네이마르가 확실한 재능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브라질, 산토스 경기를 봤을 땐 그가 수비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희생해줄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도르트문트와 뮌헨 모두 현명한 이적시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팀에 필요한 구석구석을 보강하면서 착실하게 리그를 준비했다. 리버풀의 브렌단 로저스 감독 역시 자신이 그리고 있는 전체적인 그림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적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기록한 클럽은 바로 맨체스터 시티다.

 

맨체스터 시티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해임뿐만 아니라 팀을 전반적으로 바꿨다. 올 여름 이들의 영입 철학은 아주 분명했다. 페란 소리아노 단장은 지난 3월 맨체스터 시티가 3~4명의 선수를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소리아노 단장은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방대한 스쿼드를 가졌을 뿐이지 이전보다 더 좋은 스쿼드를 가지진 않았다고 느꼈던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4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물론 이들도 아주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스타 선수는 없지만 이들이 스쿼드에서 맡는 역할을 아주 분명하다.

 

페르난지뉴는 후방에서 창의적인 경기 운영으로 야야 투레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 헤수스 나바스는 측면에서 속도와 정교한 연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알바로 네그레도와 스테판 요베티치는 세르히오 아게로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네그레도는 득점과 격렬한 몸싸움을 요베티치는 현란한 기술과 센터포워드 뿐만 아니라 2선 어디에든 배치될 수 있는 상당한 옵션을 제공할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구매는 차분하고 일리가 있는 영입이었다. 다른 클럽들은 스타급 선수들을 데려가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올 여름을 통해 바르셀로나, 바이에른의 성공 요인이었던 조화로운 스타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3/jul/30/big-transfer-comfort-food-clu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