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istair Tweedale


1992년 백패스 규정이 도입되었다. 잉글랜드에서는 프리미어 리그 시대가 시작되었고 월요일 <The Telegraph> 는 첼시와 올드햄의 1-1 무승부 경기에 대한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았다 : <백패스 규정이 만들어낸 희생양> 


이 경기에서 나온 2골 모두 새롭게 적용되는 백패스 규정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의 실수로 인해 만들어졌다. 선수들의 실수에 기분이 나쁜 두 감독 조 로일(Joe Royle)과 이안 포터필드(Ian Porterfield)는 미래에도 (백패스 규정에 적응하지 못해) 비슷한 실수로 골이 양산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2달 만에 백패스 규정을 언급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 (즉 새로운 규칙에 완전히 적응했다)


2014년 월드컵으로 가보자. BBC의 코멘테이터 조나단 피어스(Jonathan Pearce)는 프랑스와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새로운 기술인 골-라인 테크놀로지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지만, 정작 실수를 저지른 쪽은 조나단 피어스였다.


가장 최근의 사례라면, 컨페더네이션스컵에서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도입과 관련해 상당한 반대가 있었다는걸 이야기할 수 있다. 이들은 VAR 도입으로 인해 경기의 속도가 떨어지는걸 우려했다. 축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축구는 항상 변화했고 성장했으며 언제나 진화하는 스포츠였다. 오늘날 가장 뛰어난 발전을 보인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급증한 통계량의 활용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축구가 (통계가 없어도) 완벽하게 관리되어 왔음에도 왜 우리가 상세한 통계에 신경써야 하는가?" 라고 팬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건 결코 놀랍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통계를 기꺼이 수용하고 있다. 논쟁을 벌일 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숫자로 표시된 사실(a numerical fact)을 사용하면 그 주장은 힘을 받는다. 어시스트, 슈팅, 태클, 패스, 파울 횟수 등은 이전에 우리가 답하지 못했던 것들을 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가로채기는 경기를 읽는 능력을 강조해줄 수 있고 전환율(conversion rate)은 누구의 마무리 능력이 더 좋은지 증명해줄 수 있다. 뛴거리와 전력질주 횟수는 피치 위에서 누가 게으른 선수인지, 누가 게으르지 않은 선수인지를 분별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더 심도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그 순간부터 대중의 흥미는 사그라든다. 


지금까지 축구는 다른 스포츠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특히 심층적 분석이 아주 흔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의 스포츠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최근 ESPN의 고위 연구자인 폴 카(Paul Carr)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미국의 주요 스포츠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강의했고 그것은 마치 바보같은 잉글랜드 미디어를 위한 가이드 같았다.


우리는 미식축구의 쿼터백 레이팅(QBR, Total Quarterback rating), 야구의 타구 속도(exit velocity)와 발사 각도(launch angle) 같은 이야기에 사로잡혔다. 경험에 기인할 수 없는 메트릭(metrics)이지만, 이것은 축구가 활용하는 수준 (단순한 패스, 공중볼 경합, 클리어링) 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단계였다.


정말 인상적인 강연이었는데 막상 이 강의를 들으니 문득 세계 축구가 기회를 놓쳐 다른 종목들과 엄청난 격차를 이미 허용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구단은 은밀히 섬세한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구단의 데이터만 질과 양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팬들은 수준있는 통계 분석에 노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축구계는 지금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따라서 팬들이 심도있는 분석을 무시하는데 애써 노력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팬들이 심도있는 분석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축구를 즐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숫자적 근거 없이) 각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형성할 것이다 : 메수트 외질이 정말 피치 위에서 노력이 부족한 선수인가?, 에딘손 카바니는 정말로 마무리 능력이 좋은 선수일까?, 폴 포그바는 £89m 값어치를 하고 있는걸까?


해리 레드냅은 과학적 근거로 퍼포먼스 분석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던 인물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인터뷰는 2008년 버밍엄 시티 감독일 때, 그가 했던 인터뷰이다.


"원하는만큼 통계를 볼 수 있고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만 지나치게 빠질 수 있다.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실제 사건보다 컴퓨터를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위험이 있다. 최근에 피트니스 코치와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선수가 충분히 훈련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코치가 하는 말은 심장 감지장치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피트니스 코치에게 "저 선수가 뛰지 못하는걸 내 눈으로 봤다.(그런 상황에 이상이 없다고 말하는) 심장 감지장치는 필요 없다." 라고 말했다."


크리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샐리의 저서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이일까?> 에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축구계에 만연한 진부한 문구를 반박하고 있다. 두 저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구단이 스쿼드를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젝트 연구를 제안받았다. 구단의 보드진은 그 방법에 흥미가 있지만, 감독들은 그걸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들은 이렇게 말한다. "통계는 누구를 영입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못한다. 숫자로는 선수들의 핵심적 능력의 규모를 측정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를 고려해 보면, 축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통계 활용이 뒤떨어지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혁신적인 연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축구계 주류 인사들은 점점 심도있는 분석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Expected goals' 와 같은 통계량 활용은 이미 이루어낸 큰 진전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Expected goals' 은 각 개별적인 슈팅이 골로 연결될 확률을 평가하는 분석 모델이다. 이 모델링은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팀의 스트라이커 혹은 팀 전체가 너무나 많은 기회를 날리고 있는지, 아니면 팀이 만들어내는 찬스의 퀄리티 자체가 떨어지는 것인지 구분해낼 수 있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즌까지 예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xG(Expected goals) 를 사용하는건 쉽지 않다. xG가 실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카이스포츠나 BBC의 Match of the Day 같은 주류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구단이나 분석가들 사이에서 이미 xG는 상당한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The Telegraph>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Opta를 비롯해 다른 통계 업체들도 이미 xG 를 수용했고 다가오는 시즌 이를 손쉽게 활용할 것이다. 새로운 시즌에는 xG 란 단어를 더 많이 듣게될 것이다.





스포츠 분석을 다루는 웹사이트 <Statsbomb>의 테드 넛슨(Ted Knutson)을 비롯해 xG 활용의 선두 주자였던 인물들은 통계를 활용한 혁명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넛슨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축구에서 통계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막 시작한 수준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누비는 구단을 포함해 굉장히 소수의 구단만이 이러한 접근법을 수용했습니다. 문제는 대다수 사람들이 심도있는 분석(in-depth analysis)에 불편해 한다는 것 입니다.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죠. 이들은 피치 위에서 약 10년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치를 밟아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불현듯 찾아와서 이들에게 경기에 숫자를 활용하라고 주장하는 상황이죠."


"이는 다른 스포츠에서도 반복해서 발생했던 상황입니다. 구단주들은 통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추구해야할 방향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다른 스포츠에서 통계를 빨리 접목시킨 팀이 전례없는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죠."


xG가 더 많은 통계량을 발견해내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게 넛슨의 견해다. 특히 그는 xG가 주류 미디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TV에서 다루는 범위도 훨씬 개선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굉장히 고전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평론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80~90년대를 활약한 선수들이죠. 그들의 사고방식은 업데이트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와 지금의 축구는 달라졌고 우리가 경기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도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그들은 일반적 통념(conventional wisdom)만 말할 뿐 더 이상 날카로운 비평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슈팅 시도마다 xG 값을 보여준다면, (설령 이것이 미디어가 원하지 않는 주제라 하더라도) 논쟁거리가 생깁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TV에서 xG를 이야기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 입니다. 물론 아직 그 순간은 오지 않았지만 말이죠."


"WhoScored 나 Squawka 같이 통계를 다루는 웹사이트의 성장, MNF(Monday Night Football)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지적인(intelligent) 논쟁와 지적인 분석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걸 의미합니다. 따라서 주요 방송사와 미디어들이 더 세밀한 통계를 과감하게 활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통계와 그에 대한 지식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Opta의 메인 트위터 계정인 @OptaJoe 는 현재 약 백만명의 팔로워를 기록 중이다. 마찬가지로 WhoScored와 Squawka 의 팔로워 수 역시 60만명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140자로 표현된 정보 이상의 것을 원한다. 140자로 압축하면 명료하지 못하다. 단순한 리트윗과 "해리 아터(Harry Arter)가 본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다." 라는 2,000개의 단어로 만들어진 논문을 읽는건 엄청난 차이다.


"축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축구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통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 입니다." 넛슨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확실히 우리는 더 많은 통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축구는 여전히 다른 종목에 비해 뒤쳐진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계량에 한정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미국이 이뤄내는 데이터 혁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통계를 활용해 숨겨진 보석을 찾기 위한 노력, 라이벌 구단보다 앞서기 위한 노력은 각 구단에서 행해지는 가운데 누군가는 팬들이 어느 수준까지 데이터를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한다. 


축구 분석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원더골이 따져보니 사실 대단한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아니면 당신의 눈에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선수가 사실 팀을 이끄는 엔진이라는 것을 통계가 증명해주길 원하는가?


세계 축구의 데이터 발전은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발전을 즐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축구의 단순한 특성에서 재미를 즐길 요소도 존재한다. 이는 끊임없는 논쟁과 토론을 생산해낼 것이다. 결국 두 관점 사이의 경쟁이 형성된 것이다.




출처 : http://www.telegraph.co.uk/football/2017/08/03/search-footballs-true-meaning-far-should-go-statistical-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