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on Kuper


잔루지이 부폰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2006년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승부차기였을 것이다.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부폰은 결코 자신있어 보이지 않았다. 


부폰은 상대팀 키커의 승부차기 패턴을 미리 준비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며 직감에 의존하는 선수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유벤투스 동료인 다비드 트레제게가 있었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트레제게와 부폰은 서로의 습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벤 리틀턴(Ben Lyttleton)이 집필한 페널티킥에 관련된 저서 <Twleve Yard>에는 유벤투스 훈련장에서 트레제게와 부폰이 트레이닝 세션 이후 페널티 연습을 종종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트레제게는 자신의 레퍼토리를 알고있는 골키퍼를 만났고 결국 막기 어려운 곳  -왼쪽 코너 상단- 으로 공을 차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트레제게의 공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축구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트레제게의 공은 결국 크로스바를 맞췄고 부폰에게는 행운이 따랐다. 결국 부폰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위대한 타이틀을 따냈다.


6월 3일, 웨일즈의 카디프에서 39세 부폰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출전한다. 결승전은 종종 승부차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만약 이번 경기에서도 승부차기에 돌입한다면, 부폰에게는 직감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차기는 과학적이라는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승부차기 과학의 시대를 연 경기는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였다. 당시 첼시의 감독이었던 아브람 그란트는 스페인의 유명한 경제학자 팔라시오스 푸에르타(Palacios Huerta)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팔라시오스 푸에르타는 수천번의 페널티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인물이다. 세계 최고의 페널티 키커, 세계에서 페널티를 최고로 잘 막는 골키퍼를 데려다 놓더라도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푸에르타는 자신의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누구보다 좋은 추측을 해낸다. 그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에드윈 반 데 사르에 대해서 내릴 수 있던 아주 중요한 결론이 있었다 : 승부차기에서 반 데 사르는 주로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한다.


첼시는 푸에르타의 조언을 그대로 사용했다. 첼시의 6번 키커까지 모두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아주 간단한 전략이지만 이 전략은 통하고 있었다. 반 데 사르는 거의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엇고 (호날두의 슈팅을 막은 체흐와 달리) 반 데 사르는 1번의 선방도 해내지 못했다. 만약 존 테리가 미끄러지지 않았더라면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었을지도 모른다. 테리 역시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공을 찼고 반 데 사르는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넘어졌지만 테리의 킥은 골문을 외면했다. 


7번째 키커는 니클라스 아넬카. 유나이티드 벤치에 있는 알렉스 퍼거슨 경은 점차 자신이 내세운 골키퍼의 판단에 실망하고 있었다. "나는 에드윈이 왼쪽으로 다이빙하길 원했는데 에드윈은 계속 오른쪽으로 넘어지더라." 이후 퍼거슨의 모스크바에서의 결승전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아넬카가 킥을 준비하는 순간 키가 큰 반 데 사르는 양손을 뻗었다. 아마 그 순간은 아넬카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 순간이었을 것이다. 반 데 사르가 검지로 왼쪽을 가리킨 것이다. 마치 아넬카에게 "너 여기로 찰꺼지? 내가 다 알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아넬카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다. 아넬카는 이전 키커들과 마찬가지로 반 데 사르의 왼쪽을 향해 차려 했는데 (키커 기준 오른쪽) 반 데 사르가 그 의중을 읽은 것이다. 이제 아넬카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 그는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공을 차려했던 그 결심을 접었다. 대신 반 데 사르의 오른쪽으로 공을 찼다. 거기까지는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날아가는 공의 높이가 문제였다. 푸에르타가 첼시에게 조언할 때 절대로 차지 말아야할 높이, 반 데 사르가 가장 잘 막는 높이로 공이 날아간 것이다. 예상대로 반 데 사르는 아넬카의 킥을 막았다. 이 장면을 TV로 시청하고 있던 푸에르타는 굉장히 실망했다. 아넬카는 2가지 관점에서 푸에르타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첼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했다.


이제 승부차기 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루틴(routine)이 되었다. 2012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둔 첼시는 푸에르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이미 첼시 스스로가 방대한 양의 페널티킥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트르 체흐는 지난 5년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페널티킥 영상이 담긴 DVD를 2시간 가량 학습했고 첼시 구단의 데이터팀은 체흐에게 바이언 선수들의 킥 정보를 체흐에게 제공했다. 그날 밤, 체흐는 바이언의 6번의 페널티킥 방향을 모두 읽었다. (1번은 경기 중, 5번은 승부차기) 결국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는 첼시의 것이 되었다.


지난해 밀라노에서 개최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도 승부차기 끝에 승부가 갈렸다. 아틀레티코는 동전 던지기에서 승리했는데 매우 치명적이고, 절대 하지 말아야할 실수를 저질렀다. 아틀레티코가 나중에 차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푸에르타의 연구에 따르면, 먼저차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60%다. 나중에 차는 팀은 골을 넣어야만 스코어를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동전 던지기에서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것을 잘 모른다. 중계진은 동전 던지기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동전 던지기에서 이겨놓고서 나중에 차는 선택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 캡틴이 또 한명 있다. 그가 바로 잔루이지 부폰이다. 유로 2008에서 부폰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는데 스페인의 선축을 선택했다. 스페인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를 이겼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체 왜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축을 넘긴 것일까? 아틀레티코가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PSV를 이겼을 때, 나중에 찼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푸에르타는 2015/2016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종료 이후 나에게 이메일로 "최고 수준 레벨에서 (동전 던지기를 이기고도 선축을 선택하지 않는)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놀랍다." 라고 말했다.


푸에르타는 11,000회의 페널티킥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부차기에서 선축이 매우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아틀레티코는 나중에 차고 PSV를 이긴 단 1번의 사건을 너무 과신해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며칠 후, 네덜란드의 분석가인 피테르 츠바르트(Pieter Zwart)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주 흥미로운 비디오를 올렸다. 그 비디오의 제목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얀 오블락의 다이빙 방향을 알았던 것인가?" 이다.


그 비디오는 얀 오블락이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상대 키커가 슈팅을 시도하기 바로 전, 오블락은 자신이 다이빙하기로 마음먹은 방향으로 스텝을 밟는다. 그 스텝으로 오블락은 자신이 마음먹은 방향으로 빠르게 다이빙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상대팀 선수가 그걸 읽는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오블락의 그 습관을 알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5번의 슈팅 중 4번이 모두 빠르지 않은 공이었고 선수들은 오블락이 스텝을 밟는걸 기다린 후 반대 방향으로 공을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데이터 분석이 승리한 것이다. 축구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유벤투스는 부폰이 상대의 킥을 분석하고 나오길 바라야할 것이다. 유로2012에서 잉글랜드전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이후 부폰은 스스로 잉글랜드 선수들의 페널티킥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도 부폰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토요일 결승전을 위해 부폰은 더 많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www.espnfc.com/uefa-champions-league/2/blog/post/3136513/penalty-shootouts-in-champions-league-and-other-cups-and-tournaments-decided-by-science






by Murad Ahmed & John Burn-Murdoch


부자들이 실패한 수많은 투자와 나쁜 영입을 감추기 위해 최상위 리그에 돈을 들이붓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구단은 수십억이오가는 축구계 이적시장 게임에서 승자가 된다.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회계를 다루는 KPMG가 지난 4시즌간 축적한 69개 구단을 분석한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막대한 지출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 임금지출 대비 누적 승점을 고려했을 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가장 '스마트한 소비'를 하는 구단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임금 지출 규모 및 동일 리그 내 타구단과 비교하여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이들은 통계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승수를 훨씬 뛰어넘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경쟁자들보다 피치 위에서 지출 대비 더욱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구단이 돋보인다. 에버턴, 토트넘 핫스퍼, 사우스햄턴 모두 임금 지출 대비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한편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구단으로 이탈리아의 체세나, 프랑스의 브레스트, 잉글랜드의 퀸스 파크 레인저스를 언급할 수 있다. 이들은 막대한 돈을 투자했지만 효과는 미비했고 1부 리그에서 강등까지 당했다.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지출 대비 나쁜 성적을 기록한 범주에 명문 구단이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인테르, AC 밀란은 수년간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나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럽에서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가장 많은 돈을 소비하는 구단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임금으로 €321m을 지출했지만 지난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5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축구 팬들은 비싸게 모아진 스쿼드를 가지고 그 정도의 이적료를 지불할 가치가 있었는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지만, <사커노믹스>의 저자인 스테판 지만스키 교수같은 분석가들은 팀의 리그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지표가 (이적료가 아닌) 바로 임금 지출이라 말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헤드 코치(head coach) 디에고 시메오네 지도 아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축구팬들과 펀딧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보다 훨씬 부족한 재정 능력 속에서 두 구단의 리그 지배를 깨고 2014년 스페인 라 리가 타이틀을 획득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재력의 불균형 속에서 두 구단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37m을 임금으로 지출했다. 이는 유럽에서 8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유럽 최고의 대회로 손꼽히는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라 리가 챔피언에 등극한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단 3점차에 불과한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바르셀로나의 임금지출 비용은 €372m이다.





KPMG의 글로벌 스포츠 부장인 안드레아 사르토리(Andrea Sartori)는 피치 위에서 투자대비 성공적인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는 구단은 마침내 유럽 정상 수준의 수입을 기록할 것이라 주장한다. "축구에는 한가지 사이클이 있습니다. 피치 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면 그걸 바탕으로 팬이 유입되고 스폰서와 수입이 증가합니다. 늘어난 자금을 바탕을 잘 투자한다면, 피치 위에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선순환입니다."


이 분석에는 지난시즌 모두를 깜짝 놀라게만든 2015/2016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 레스터 시티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이 자료는 2015년까지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이유는 아직 2016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구단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레스터가 프리미어 리그 하위권에서 놀고있기 때문에 일부 펀딧들은 지난시즌의 행보는 일정부분 운이었다고 주장한다.


지만스키 교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그 앙의 셍테티엔, AS모나코의 성취가 반드시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이적시장에서의 지성으로 인해 만들어진게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 대비 뛰어난 성과(outperforming) 혹은 나쁜 성과(underperforming)를 올리는 것에 2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구단 운영과 관련된 고정적인 효과입니다. 하지만 확률적 오차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운이 나빠서 혹은 운이 좋아서 상반된 성적표를 받은 것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운(luck)'을 뺀다면, 스포츠가 과연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파이낸셜 타임즈는 얼마나 돈을 잘 쓰는지와 상관없이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돈을 소비하는 능력에 있어 기타 유럽구단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잉글랜드에서 무려 14개 구단이 2012년에 비해 2015년 수입이 증가했지만, 다른 유럽구단의 1/3은 수입이 감소했다.





프리미어 리그와 다른 리그간의 불균형은 심해지고 있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 리그는 Sky 및 BT와 국내 중계권료 계약으로 £5.1bn의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여기에 해외 중계권료 £3bn이 추가된다. 한편 지난 6월 분데스리가가 Sky 및 유로스포츠와 맺은 4년간의 중계권 계약 규모는 €4.6bn이었다.


이적료 지출을 통해서도 잉글랜드 구단과 기타 유럽구단의 소비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피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구단들은 2016년 리그간 이적료로 총 $3.93bn을 소비했다. 고로 이 수치는 같은 리그 내에서 이적하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는다. 잉글랜드 구단들은 리그 간 이적에서 $1.37bn을 소비했고 이는 2015년 대비 8.7%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는 지난 8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폴 포그바 영입을 위해 유벤투스에게 지불한 €110m도 포함되어 있다.


딜로이트 주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은 선수 영입에 £215m을 지출했음에도 사상 최초로 이적시장에서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 리그 선수를 구매하기 위한 중국 구단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하이 SIPG는 첼시의 오스카 영입을 위해 $63m을 지출했고  장춘 야타이는 왓포드의 오디온 이갈로 영입을 위해 £20m을 지출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부(wealth)가 피치 위에서의 성공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지 않다. 프리미어 리그 상위 구단은 막대한 돈을 쓰고 있음에도 최근 챔피언스 리그에서 부진하고 있다. 유럽 최고 대회로 불리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잉글랜드 구단이 결승에 진출한 것은 2012년이 마지막이다.


지만스키 교수는 피치 위에서 성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팬들과 달리 구단 수뇌부들은 이전만큼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갈망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승점 3점을 더 챙기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 도달한 것일 수 있습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프리미어 리그에 모이는 자금과 전세계적인 관심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얻는 수입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구단들의 이적시장 행보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구단은 이적료 지출에 대해 보고할 때 선수의 장부 가격(book value)을 기록한다. 여기서 선수의 계약 기간에 따른 할부 상환이 적용된다. 스포츠 법률가인 다니얼 게이(Daniel Geey)는 이렇게 말한다. "선수 구매가 완료되었을 때, 그 선수의 가격은 대자대조표에 계약 기간에 걸쳐 기록된다. 즉, £25m을 지불하며 5년 계약을 했을 경우, 매년 £5m씩 할부상환하는 것이다. 1년 후 선수의 장부 가격은 £20m이 된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일부 구단이 제공한 회계 보고서와 선수들의 시장 가격을 상호 참조했다. 선수들의 시장 가치은 트랜스퍼마르크트(Transfermarkt)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벤투스 선수단은 회계 보고서에 기록된 선수 장부 가격에 비해 훨씬 높은 시장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4개 구단은 어린 선수를 구매함으로써 현재 시장 가치 대비 이적료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장부 가격은 임금 지출과 같은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 아카데미 출신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에게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지만 장부 가격은 그런 지출을 포함하지 않는다. 뛰어난 선수를 판매하지 않고 지키는 것 역시 상당한 비용 지출을 불러온다.




출처 : https://www.ft.com/content/5928c186-e6c1-11e6-893c-082c54a7f539


지나친 경쟁은 빅클럽 사업에 해롭다

The Telegraph 2016. 9. 8. 21:34 Posted by Seolskjaer




by Jonathan Liew


우리는 올림픽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스포츠의 본질의 무엇인가에 대해서 항상 논의한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기이한 활동들을 (스포츠에 대한) 기준으로 삼은 깔때기 속으로 통과시켜 본다. 근대 5종 경기(modern pentathlon)가 지금의 기준에서 스포츠라면, 포스트모던 5종 경기(postmodern pentathlon)는 어떤 형태일까?


축구도 스포츠라고 할 수 있을까? 굉장히 웃긴 질문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신체 활동만 고려해서 스포츠라 말하지 않는다. 모하메드 파라(Mo Farah)가 올림픽 결승전 무대에서 10,000m를 질주하는 것은 스포츠라 할 수 있지만, 그가 공원에서 연습 차 뛰는 것은 스포츠라 할 수 없다.


결국 본질적으로 스포츠는 경쟁과 불확실성이 첨가되어야 한다. 스포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승리를 갈구하는 어떤 존재가 필요하고 또 그들을 꺾을 가능성을 지닌 또 다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축구계 엘리트 집단에서 점차 그 2가지 사항이 사라져가고 있다.


승리에 대한 자극은 여전하지만 성공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의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재정 보고서에 의하면, 레스터 시티의 연간 수입은 £104m이었다. 한편 아스날은 £345m이었다. 아스날 이사진과 채권자들은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부러워했고 그들의 성과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들이 레스터 시티로 자리를 바꾸려 할까? 그럴리 없다.


최근 유럽 빅클럽들의 챔피언스 리그 개편 시도는 똑같은 신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경쟁과 (승패의) 불확실성은 스포츠를 이루는 아주 근본적인 특성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크립토나이트일 뿐이다. 회사는 투자자가 필요하고 투자자는 수익을 원한다.  따라서 비즈니스는 내년 그리고 10년 후의 확실한 수입을 보증해야만 한다. 빅클럽들이 챔피언스 리그 자리를 토트넘 혹은 레알 소시에다드에게 내줄 위험을 애써 감수 하려고 하겠는가?


바르셀로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음달에 있을 알라베스전 티켓을 £50~640m 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당신이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기 위해서 그 수준의 돈을 지불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기대하게 될까? 당연하게도 캄프 누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기대할 것이다. 스타디움 투어는 물론, 셀카봉으로 사진을 남겨 즉각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이다. 지인들 모두가 당신이 캄프 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품을 잔뜩 구매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네이마르가 메시에게 공을 연결하고 메시는 슈팅하는 척하면서 공을 수아레즈에게 넘겨 수아레즈가 빈골대에 가볍게 공을 밀어넣는 그림을 상상할 것이다. 그리고 마치 3명의 선수가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신처럼 서로를 껴앉는 모습을 희망할 것이다. 그리고 람블라스 거리가 상대의 피로 넘쳐흐를 때까지 바르셀로나의 골이 연달아 나오길 바랄 것이다.


상상만해도 즐거운 당신의 몽상 속에서 당신은 바르셀로나가 패배할 아주 극소의 확률에도 즐거워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바로 이것이 바르셀로나와 다른 빅클럽들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이자 경험 그리고 보증된 수익이다. 이는 스포츠라기보다 블록버스터 영화, 테마파크가 제공하는 즐거움과 현금의 거래에 더 가깝다. 알라베스는 이 거래에 있어서 단순히 엑스트라일 뿐이다. 이들에게 알라베스는 경기에 등장해서 잠깐 어울려주다가 6-2 정도로 패배해주면 되는 그런 존재다.


비(非)스포츠화 된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당신은 스타 선수와 대중이 더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꼈을 수도 있다. 경기를 보러가는 경험은 사치재처럼 재포장되고 있다. 하부리그는 점차 B팀으로 채워져가 빅클럽의 예비 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빅클럽은 부동산 투기를 하듯 선수를 보유하고 불우한 클럽들에게 선수를 빌려준다. 부유한 엘리트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그들이 누비는 최고 수준의 대회는 접근이 막히고 있으며 점차 더 범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그런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당신이 알아챘을 수도 있다. 미래의 축구가 여기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아닌 승리의 확신 속에서도 논의가 펼쳐지는 그런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당연히 이 게임은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이것을 포스트모던 풋볼(Postmodern Football)이라 해도 괜찮을까?




출처 : http://www.telegraph.co.uk/football/2016/08/30/age-of-postmodern-football-has-already-dawned-for-barcelona-and/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면서 7년만에 2번째 트레블을 달성해냈다. 


바르셀로나의 선발 라인업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선택한 라인업에는 깜짝 카드가 없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출전 여부가 다소 의심스러웠으나 선발 출전할 컨디션은 유지되었고 주장 완장까지 달고서 경기에 나섰다. 나름의 변수는 골키퍼였는데 컵 대회에서는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아닌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을 활용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유벤투스의 선발 라인업


반면에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에게는 불운한 소식이 있었다. 결승전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죠르지오 키엘리니가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안드레아 바르잘리가 대신 센터백으로 투입되었다. 키엘리니를 대신해 바르잘리가 투입되면서 보누치가 2명의 센터백 위치 중에서도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물론 경기 시작부터 백3 시스템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았으나 키엘리니의 부상으로 경기 도중 백3 시스템으로 전환할 가능성 역시 상당히 줄어들은 채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기 요약


바르셀로나가 경기 내내 우세했고 특히 전반전 초반부터 경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오히려 추가골은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유벤투스의 압박


경기를 앞두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전술적 키포인트는 과연 유벤투스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였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엉덩이를 뒤로 뺀 상태로 경기를 펼칠 것인가? 경기가 시작된 그 순간에는 먼저 이야기한 강력한 전방 압박이 유벤투스가 꺼내든 카드였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유벤투스의 포워드는 바르샤의 센터백을 강하게 압박했고 아르투로 비달은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압박했다. 마치 바르셀로나처럼 유벤투스가 상대를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유벤투스의 거센 압박 때문인지 바르셀로나는 전방으로 공을 보내는데 어려워하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물론 최근 몇년 사이 빅매치에서 바르셀로나가 경기 시작부터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말이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같은 팀이 킥오프 순간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초조한 상태로 공을 돌리게 유도했고 이번 유벤투스의 경우는 백4 구성원 중에서는 가장 패스 능력이 떨어지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압박해 2차례의 실수를 이끌어냈다. 유벤투스가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낸 기회에서 카를로스 테베즈가 득점을 만들어냈다면 이보다 반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유벤투스의 압박에 대응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4분만에 멋진 패스 연결을 통해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의 경기 흐름을 끊어버렸다. 특히 첫번째 득점은 루이스 수아레즈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모두 합작해낸 골이라는 점에서 팀이 만들어낸 최고 수준의 득점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특히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르셀로나가 후방에서부터 슬슬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전진했고 리오넬 메시의 횡패스부터 공격 템포를 빠르게 올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반 라키티치의 첫번째 득점 상황은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라키티치가 골을 적게 넣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동시에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 침투한 것이 드물었다는 말이다. 2014-2015시즌의 바르셀로나는 공격적인 부분에선 전방에 위치한 3명의 선수의 기량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관점에서 바르셀로나의 첫번째 득점은 펩 과르디올라 스타일의 플레이가 만들어낸 득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호르디 알바를 활용한 방향 전환







첫번째 득점 상황에서 메시가 반대편 측면으로 단번에 연결시켜주는 것이 상당히 큰 효과를 보았고 사실 이러한 방식의 공격 전개는 경기 시작 후 30분간 굉장히 두드러진 바르셀로나의 공격 방식이었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더가 폭을 좁히고 컴팩트하게 모여있었기 때문에 알바는 피치 위에서 가장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던 선수였다. 메시와 알베스는 알바를 향해 단번에 넘어가는 패스를 자주 시도했고 특히 패스의 길이가 평소보다 더 길었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패스는 경기 시작 후 30분까지만 나왔다.


사실 오른쪽에 위치한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수비수 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네이마르를 향해 공을 길게 넣어주는 것은 2014-2015시즌 후반기부터 자주 볼 수 있던 장면이다. 수아레즈가 경기 초반 비교적 조용했지만 바르셀로나는 계속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유벤투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슈테판 리히슈타이너의 팔에 공이 맞았으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던 장면도 있었고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낸 기회에서 네이마르가 근소한 차이로 공을 터치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컴팩트한 두 팀


두 팀 모두 전반 내내 간격을 조밀하게 유지했고 전반 5분까지 강한 압박을 펼쳤던 테베즈와 알바로 모라타는 수비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까지 내려와서 마스체라노와 헤라르드 피케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두 선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막는 것에 집중했다. 마찬가지로 중원에서 3 v 4명이라는 열세에 놓이는 바르셀로나도 수아레즈를 다소 수비적으로 활용하면서 유벤투스의 플레이메이커인 안드레아 피를로가 쉽게 공을 뿌리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피를로의 부진은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도 특별한 기회를 더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달의 흥분


유벤투스의 전반 퍼포먼스에서 가장 기이했던 점은 비달의 경기력이었다. 비달은 소위 '되는 날'에는 축구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선수다. 공이 있는 상황에서도 없는 상황에서도 탁월한 공수 능력과 기술력을 맘껏 뽐내지만 이 경기에서 비달은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고 경기를 컨트롤 하는데 실패했다. 겁없이 달려들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비달이 무자비할 정도로 부스케츠를 압박하면서 칠레의 승리를 만들어냈고 아마 이번 경기에서 그 때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반칙과 태클 실패였다. 비달이 압박을 들어가지만 결국 공은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에게 연결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런 소득 없이 비달은 힘만 빼버리고 말았고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경고를 받은 선수였으며 퇴장을 당하지 않은 것도 다소 운이 따랐다고 표현할 수 있다. 유벤투스가 0:1의 스코어로 고전하던 것을 아주 잘 집약해주는 것이 이 날 비달의 퍼포먼스였다.






미드필드 조직이 깨져버린 유벤투스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진영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태껏 유벤투스의 다이아몬드 미드필드 배치는 수비 상황에서 一자 라인을 잘 형성했지만 이 경기에서만큼은 누가 누구를 막아야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 2명이 동시에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첫번째 득점 장면도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비달이 수아레즈를 마크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비달이 다이아몬드 배치에서도 가장 윗쪽에 있고 유벤투스의 후방에는 분명 추가적인 인원이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아한 장면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v 유벤투스의 왼쪽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오히려 핵심 매치업은 반대편에서 일어났다.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파트리스 에브라는 메시를 따라가지 않고 레프트백 위치를 고수했고 대신 보누치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 메시와 수아레즈를 마크하러 피치 높은 곳까지 전진했다. 보통 유벤투스가 백3 시스템을 활용하는 순간에 보누치는 스위퍼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평소 키엘리니가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니 알베스 역시 평소와 다르게 터치 라인을 타고 움직이는 횟수가 적었다. 반대편 측면에 위치한 알바와 비교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경기 도중에 오히려 피치 중앙에서 피를로를 압박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알베스가 라이트백 자리를 비우고 피치 중앙에 가까이서 플레이한 것은 포그바로부터 시작되는 역습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결과 포그바는 전반전에 영향력이 미비했고 대신 알베스가 중앙에 가까이 뛰면서 에브라가 전진할 공간이 넉넉하게 되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강한 압박을 보여준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하프-타임에 다시 똘똘 뭉쳤고 다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녔던 비달 역시도 평온해졌고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도 똑뿌러지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벤투스는 득점과 함께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경기 지배력을 회복하면서 동점골을 넣은게 아니라는 점이 신기하기는 하다. 또한 유벤투스의 득점 장면은 이전까지는 자주 보기 어려운 방식의 공격 전개였다는 점에서도 독특했다. 네이마르는 리히슈타이너의 전진을 막을 생각이 별달리 없어보였고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된 수비 소홀은 모라타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네이마르의 수비 소홀 역시 유벤투스가 우세한 경기력을 가져간 시기를 잘 요약해주는 장면이었다. 유벤투스는 동점골 이후 약 10분 정도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는데 이 때 동시에 바르셀로나는 컴팩트한 라인을 유지하지 못했고 공격수들도 수비 가담이 떨어진 상태였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은 즉각적으로 유벤투스 수비진을 위협하기 위한 생각에만 몰두했고 그 결과 바르셀로나는 뒷쪽이 헐거워졌다. 바르셀로나의 수비 라인은 아래로 내려갔지만 공격수들은 그만큼 따라 내려와주질 않았고 유벤투스가 피치 중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수아레즈 역시 피를로 마크에 손을 놓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약 60분경 나왔던 테베즈의 박스 바깥쪽에서의 슈팅 역시도 수아레즈가 피를로 대신 유벤투스의 센터백 가까이 위치하면서 만들어진 공격이었다. 오히려 부스케츠가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 대신 피를로 방어를 위해 더 앞쪽까지 나가있었고 리히슈타이너의 패스가 비달에게 연결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평소 부스케츠가 이 상황을 처리해줬기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테베즈의 슈팅은 사실상 경기에 무의미한 영향이었지만 바르셀로나가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컴팩트한 대형 유지도 안 되었고 미드필드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역습


이 경기에서 굉장히 주목해야할 점은 유벤투스가 우세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골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역습 상황에서 특히 위협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챠비를 중심으로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가 역습 상황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해 공격을 펼치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후반전에 이런 방식이 확실히 효과적이긴 했다. 







사실 49분에 수아레즈의 니어포스트를 향한 슈팅을 부폰이 막아내는 장면이 유벤투스에게 있어선 일종의 경고였다. 두번째 득점 역시 굉장히 비슷한 흐름이었고 수아레즈의 이전 슈팅 장면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많은 선수가 공격에 나간 상황에서 내준 공격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이전과 다르게 빠르게 공격을 진행할 능력이 있고 빠른 속도로 피를로와 백4 라인 앞에 도달했다. 메시의 슈팅을 부폰이 막아냈지만 바운드된 공은 수아레즈의 사정권 내로 들어갔고 결국 스코어는 2:1이 되었다.


유벤투스는 너무나도 담대한 포지셔닝 때문에 일종의 벌을 받은 것이다. 아마도 예상치 못한 경기력 우세로 인해 들뜬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우세한 상황에서도 라인을 내리고 보수적인 경기를 운영할만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할 것이다. 유벤투스는 자신들이 우세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전반전에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한 번 생각했어야만 했다. 



교체


전술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교체는 거의 없었다. 지친 이니에스타를 대신한 챠비의 투입, 비달을 대신한 로베르토 페레이라, 모라타를 대신한 페르난도 요렌테는 그 자리에 맞는 선수 교체였다. 추가 시간에서야 포지션이 바뀌는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제레미 마티유의 투입은 센터백 수를 늘리는 결과를, 킹슬리 코망의 투입은 에브라의 부상으로 인해 나온 결과였다.


3번째 교체 선수였던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네이마르의 세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역습이었다. 유벤투스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던진채 전방까지 올라갔었고 네이마르의 결승골과 동시에 경기는 끝이 났다.



결론


좋은 결승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양 팀 모두 찬스가 많았던 오픈 게임이었고 두 팀 모두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시기가 있었다. 물론 골은 자신들이 최고로 잘하던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골이 터진 시점이 경기를 혼란 속으로 빠뜨렸고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되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우리가 예상하던 방식으로 플레이를 했고 유벤투스가 경기 초반에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으로 우릴 놀라게 했으나 결국에는 내려앉았다. 바르셀로나 역시 공을 중앙에서 많이 소유했지만 실질적인 위협 상황은 역습에서 나왔다. 바르셀로나가 역습을 장착한 것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이다.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기록한 득점은 바르셀로나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사무엘 에토가 오른쪽에서 짤라 들어와 득점을 기록한 장면, 메시가 중앙에서 헤더 득점을 기록하는 장면 모두 두 선수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한 방 먹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1년 결승은 3명의 공격수가 3골, 3명의 미드필더가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당시의 팀이 얼마나 응집력이 있었는가를 보여줬다. 이번 결승전은 라키티치,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골을 넣었고 세명의 선수 모두 근래 2년 내에 영입된 선수들이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력과 득점이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6/09/barcelona-3-1-juventus-barca-pounce-to-end-spells-of-juve-pressure/



선수와 전술은 어떤 관계인가?

The Question 2016. 6. 4. 16:42 Posted by Seolskjaer



by Jonathan Wilson (이 글은 2013년 4월 10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선수들은 전술로부터 자유로운 것일까? 아니면 선수들이 감독의 전략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일까?


몇 주전에 밀란에서 나는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질문을 하나 받았다. 그의 질문은 '과연 우리가 선수들이 전술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뛸 수 있는걸 다시 볼 수 있는가'였다. 굉장히 머쓱한 순간이었다. 나는 통역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이었고 맨 앞줄에 있는 데메트리오 알베르티니, 페란 소리아노,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등이 나를 쳐다보고 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그의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회에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아주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 나를 당황케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고위 관계자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은 참 적절했던 질문이었다. 사실 그러한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너무나 막연했던 주제였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굉장히 꺼려지는 주제인건 사실이다. 아마 오늘은 굉장히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을 던져야할 것 같다. : 과연 전술이란 무엇일까?


지난 화요일 밤 말라가를 상대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아주 멋진 역전을 이뤄내는 것을 보았다. 이 경기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작용한 경기였다. 전술은 혼란으로 이루어진 축구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래서 전술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언어적인 축구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전술이 적용되는 범위는 어느 정도인 것인가?


사실 이 날 도르트문트는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말라가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아주 훌륭한 팀이었다. 후반전에 도르트문트는 2번의 기회를 잡았지만 말라가의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가 도르트문트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도르트문트의 슈팅은 아주 정교하게 시도된 슈팅이 아니었고 동물적 감각이나 팔을 정확하게 뻗어 막은 방어보다는 윌리가 슈팅을 방어하기위한 최적의 위치에 서있던 것이었다. 마르코 로이스의 슈팅은 윌리를 맞췄고 골문 밖으로 나갔다. 물론 공이 윌리를 맞고 골이 되지않았기 때문에 윌리가 칭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상당한 운이 작용했던 세이브였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로이스의 실수도 조금은 가미된 장면이었다. 


마지막 10분은 정말 정신이 없는 수준이었다. 득점이 절박했던 도르트문트는 역습에 쉽게 노출될 정도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훌리우 밥티스타의 도움을 받은 엘리세우가 득점을 기록하면서 말라가가 2:1로 앞서나갔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패스 플레이를 포기하고 무작정 공을 박스 안으로 집어넣는 시도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경기 내내 성공적이었던 말라가의 오프사이드 트랩은 서서히 무뎌져갔다. 도르트문트의 롱볼 공격은 공격에 가담한 네벤 수보티치에게 연결되었고 수보티치에게 공을 연결받길 기다리고 있던 필리페 산타페를 헤수스 가메스가 아주 대담한 태클로 저지했다. 그렇지만 공은 로이스에게 연결되었고 로이스가 골로 연결시켰다. 도르트문트의 결승골 과정에서 처음 크로스가 올라오는 과정에서 4명의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산타나가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산타나의 결승골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80분 이후에 터진 3번의 득점은 전부 승리를 향한 열망과 실수에 의해서 만들어진 골이었다. 사실상 전술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전술적인 표현을 하자면 아주 기본적인 것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역습에 취약한 구조를 선택했고 말라가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 활용했으며 수보티치가 더 이상 수비수가 아닌 공격하는 역할로 활용되었다는 것 정도로 말이다. 


(말라가가 앞선채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90분이 되자 나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안쓰러워졌다. 도르트문트가 자신들만의 기준에 걸맞지 못하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1,2차전 내내 긍정적이지 못한 경기력이었고 사실 말라가보다 도르트문트가 4강에 올라가는 것이 4강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가 경기를 역전한) 93분이 되자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안쓰러워졌다. 2차전에서만큼은 전술적으로 말라가가 더 좋은 팀이었고 말라가의 강한 압박은 도르트문트가 실수를 연발하도록 만들었다. 아니면 도르트문트가 그 날 굉장히 무뎠거나. 경기 후 수보티치는 (말라가에게 지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압박감이 도르트문트를 뭉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날 도르트문트의 패스가 경기 결과만큼 썩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술적 책략인 것인가? 아니면 선수들을 향한 동기부여인 것인가?


정답은 두개 모두라고 말하고 싶다. 나딤 아슬람의 <헛된 기다림>이라는 책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여기서 실타래를 풀게 되면, 전 세계를 돌아 다시 시작하는 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밀란에서 말한 것이고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이 선수를 만들고 선수가 전술을 만든다. 고로 둘 사이의 관계는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선수의 상태가 완전치 못하고 훈련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압박하는 경기를 펼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이 완전한 사실이 아니다. 이건 극도로 단순화된 하나의 사례일 뿐인 것이다.




윌리를 예시로 들었던 것과 그가 후반전에 보여준 세이브를 예시로 들었던 것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두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골키퍼는 경기를 읽어내는 개인의 능력과 신체적 능력을 종합해 상대의 슈팅을 막아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결정해낸다. 이는 아주 기초적인 사항이다. 윌리는 트레이닝에서 자신이 교육받았던 것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고 자신이 슈팅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최적의 위치에 있던 것이다. (기초적 사항을 기반으로하고) 그 다음은 미리 계획하기 불가능한 것들 : 굴절, 행운, 상대의 공격수가 공을 어디로 보낼지 같은 것들에 의해 상황이 결정된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경기 자체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아주 근원적인 것 : 피치 위에 선수를 어떻게 배치시킬 것인가. 선수 개개인이 맞딱뜨리는 상대와의 관계 등이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이 한 팀이 점유율을 지배한다던지, 왼쪽 풀백 때문에 오른쪽 윙어가 고립된다던지 등의 상황을 야기시킨다. 아주 근원적인 것이 경기의 양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는 이에 대한 대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윙어는 기술과 속도를 활용해 풀백을 뚫을 수 있는가? 정확한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는가? 그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 이후엔 다음 단계가 이어진다. 센터포워드가 그 기회를 잡아낼 수 있는가? 그가 자신의 마크맨을 따돌리고 헤더를 따낼 수 있는가? 그가 직접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헤더를 시도하는가? 그렇다면 그 헤더의 파워는 어느 정도인가? 물론 여기에도 센터포워드가 기회를 감지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크로스를 받아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는가? 자신보다 큰 센터백과 경합할 것인가 작은 센터백과 경합할 것인가? 같은 사항들 말이다.


조금 더 쉽게 생각해보자. 기본적인 사항들은 어느 팀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어떠한 기회인지를 결정짓는다. 그 다음으로 따지게 되는 기본적 사항보다 위에 있는 가치는 그러한 기회를 잡느냐를 결정 짓는다. 물론 언제나 그 전 단계들이 존재한다. 그 기회를 만들어줄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어시스트를 하면 어시스트 이전의 패스는 누구이며, 그 이전의 패스는 누구이며를 따지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무한히 뒤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따지고보면 모든 것이 다 연관되어져있다. 멋진 플레이는 항상 어떤 주체를 통해 시행되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에서 축구가 항상 단순히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분석을 한사코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선수와 전술간의 관계라는 주제로 돌아오자 : 전술은 기본적 사항들에 영향을 받는 것이고 선수들은 그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개념에 영향을 받는다. (물론 두가지 사항이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아주 학문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감독들은 전술을 수정하면서 경기에 영향을 주는 아주 기본적인 요소를 수정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더 상위 요소에 대해 감독들이 할 수 있는건 선수들이 최상의 몸상태와 심리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는 전술에 영향을 주는 기본적 사항에 해당하지만, 최고의 선수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시키는 것도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정형화된 방식을 만들 수 없지만, 경기를 지배했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득점 기회를 얼만큼 만들어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완벽한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준으로만 따질 경우 모든 기회가 동등한 득점 확률을 가졌다고 전제를 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한 번 생각해보자. 만약 20번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 예상되는 A팀과 10번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B팀이 서로 맞대결을 펼친다고 가정하자. 만약 B팀의 감독이 20:10의 싸움을 14:8로 만들었다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한 것이다. 이 결과가 선수의 영향을 받았던 받지 않았던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A팀의 센터포워드가 아주 멋진 활약을 펼쳐 4:0으로 승리를 거두건, B팀 골키퍼의 멋진 플레이로 1:0으로 승리하건 감독이 시도한 전술적인 업무에 있어서 경기 결과는 대체적으로 무관한 입장을 지닌다. 후안마 릴로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목적(경기 결과)은 하나의 과정이고 여정입니다. 경기 결과라는 것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중요한 것 입니다. 단순히 이겼다고 좋은 경기를 펼친 것이 아니고 이기지 못했다고 나쁜 경기를 펼쳤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경기를 감상하는 당신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결과가 아닐 것 입니다. 결과는 일종의 데이터일 뿐입니다. 무엇인가를 해낸다는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경기 결과는 논쟁의 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당신은 경기 결과를 나열한 것으로 가득찬 신문을 월요일 아침에 1유로를 지불하면서 살 것입니까? 축구장에 경기가 끝날 즈음에 들어가서 스코어보드만 확인하고 다시 경기장을 나올 것 입니까? 경기장에 들어간 당신은 90분 경기를 지켜보며 그것이 바로 과정인 것 입니다. 사람은 본래 잘한 무언가보다 잘 마무리된 무언가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나쁘게 시행된 것을 질타하지 않고 나쁘게 끝났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질타하죠."


다시 원래 우리가 처음에 던졌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 과연 선수들이 전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다. 노동자들이 마르크스가 주장한 생산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선수들 역시 전술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존재로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자유'라는 말까지 오류가 존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거나 '프리 롤'을 부여해도 선수들은 여타 다른 선수들과의 관계 속에서 뛸 수 밖에 없다. (포지션은 동료와의 관계, 상대팀, 공의 소유권, 공간을 고려하지 않는한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하는 아리고 사키의 위대한 통찰력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다) 과연 선수들이 전술적 시스템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절대적으로 아니다. 결코 선수들은 경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전술)을 피할 수 없다. 말라가와 도르트문트 경기의 마지막 10분처럼 아주 혼돈 그 자체의 순간에도 선수들은 전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3/apr/10/th-question-players-tactics-jonathan-wilson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와 첼시는 아주 조심스러운 4강 1차전 경기를 치렀다.


AT의 아르다 투란은 선발로 뛰기에는 무리였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디에고 코스타의 짝으로 다비드 비야가 아닌 디에고를 선택했다. 


조세 무리뉴는 수비적인 자세로 4-1-4-1 시스템을 채택했다.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가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자르 아츠필리쿠에타가 다시 오른쪽으로 복귀했고 에슐리 콜이 간만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첼시는 경기 시작부터 수비적으로 임했고 그 결과 AT는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흥미로운 장면도 얼마 없었고 전술적인 대결은 진전이 없었다.


역습 vs 역습


역습을 추구하는 두 팀이 만날 때 보통 재밌는 경기가 나오기 어렵다. 특히 두팀이 서로 자기들이 우위에 놓여있다고 단언하지 않는 한, 두 번의 경기에 수많은 것들이 달려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AT는 수비 라인을 내리고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따내 역습을 빠르게 시도하는 팀인데 무리뉴는 이를 상대하기 위한 아주 최적의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려버려서 홈팀이 선호하는 방식의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틀어막은만큼 손해를 본 부분도 있는데, 첼시가 수동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공을 제대로 점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첼시는 아스날을 완전히 박살내버린 경기에서 AT가 잘하는 것을 그들 또한 잘할 수 있다고 보여줬었다 : 미드필드에서 강하게 압박해 공을 뺏어내고 빠르게 상대의 후방을 붕괴시키는 것. 두 팀이 자신들만의 장점을 발휘하면서 경기했다면 중립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최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역습의 형태와는 너무나 달랐다. 첼시는 주저앉았고 AT는 첼시 진영에서 주로 경기를 펼쳤다.


두 팀 모두 피지컬적이며 격렬한 팀이지만 64분까지 단 하나의 경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의 경기가 첼시의 소극적 자세로 격렬하지 않았다는걸 증명해준다. 



내려앉은 첼시의 수비진이 코스타를 고전하게 만들다.


어쨌든 첼시는 주저앉았다. 아마 이유는 상대의 스트라이커가 수비수들 사이를 아주 굉장한 속도로 찢어내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첼시가 수비 라인을 내리고 풀백들이 중앙으로 집결하자 디에고 코스타는 경기장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코스타가 비교적 큰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첼시의 센터백과의 공중볼 경쟁에서도 그다지 위력이 되지 못했다.


오늘 코스타가 첼시의 수비진 사이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은 코스타의 국가대표 커리어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그가 브라질이 아닌 스페인을 택한 순간, 스페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최전방에서의 약점을 완벽하게 해소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스페인을 상대하는 다수의 팀은 수비 라인을 아주 깊숙히 내린다(park the bus). 국가대표 데뷔전에서도 그렇고 오늘 경기에서도 코스타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코스타는 역습 상황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렇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좋은' 선수일 뿐이다. 본선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가장 신뢰할 공격수는 디에고 코스타지만, 스타일 상의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AT의 경기 접근법


AT는 경기장 중앙을 통해 별다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투톱처럼 나섰던 디에고가 존 오비 미켈의 앞까지 내려가면서 공을 받았지만, 중앙에는 첼시 선수들이 너무나도 많이 모여있었다. 따라서 AT는 측면을 선택했는데 필리페 루이스는 하미레스로부터 맨마킹을 당하고 있었고 윌리안 역시 후안프란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AT는 가비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측면에서 3:2라는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고 경기 내내 크로스를 통한 공격을 시도했다.


 공중볼을 올리는 상황에서 가장 분명한 타깃은 라울 가르시아였다. 지난 바르샤전에서도 라울 가르시아는 AT의 중점 공중볼 루트라는 사실을 증명했었다. 에슐리 콜보다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4번 정도의 기회가 있었는데, 비단 에슐리 콜뿐만 아니라 세자르 아츠필리쿠에타도 라울 가르시아의 높이에 당하고 말았다.





AT는 단조로운 공격만 시도했고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따라서 첼시는 자신들의 포지셔닝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AT는 중앙 수비수인 테리와 케이힐을 끌어내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AT가 오랫동안 크로스 연습을 시도한 훈련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첼시의 경기 접근법


첼시는 다수의 공격을 세트 피스 상황에 의존했다. 왜 좋은 프리킥 위치에서도 다비드 루이즈가 계속해서 프리킥을 전담했는지는 모르겠다. 윌리안과 하미레스는 전반전 역습 상황에서 좋은 호흡을 보였다. 두 선수는 깊게 내려앉으면서도 앞으로 전진하는 역할까지 수행한 선수들이다. 전반전과는 달리 경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두 선수도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경기 내내 완전히 고립되었다. 토레스는 공을 잡으면 밀집된 위치를 향해 드리블을 해나갔는데,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노리던 이전과 다른 경기 접근 방식이었다. 아마 최근 토레스의 속도가 떨어진 것을 감안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후반전에는 전반보다 위협적이었지만, 득점을 기록할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결론


사실, 이번 경기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 수비적이고 조심스러운 경기는 전술적으로 흥미로운 경기가 될 수 있지만, (전술적으로 우수한)그런 경기는 두 팀 모두 자신들만의 철학이 충돌해 중요 접전지가 발생할 때나 발생한다. 이번 경기는 두 팀 모두 내내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질 못했다.


 지난 유러피언 대회 4강 1차전들을 회상 해보자.  이러한 경기들이 수두룩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밀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예외적으로 수비적이지만은 않은 경기를 펼쳤었다. 또 다른 4강전은 바로 4강전에서도 수비적이지만은 않았던 두 감독간의 대결이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4/04/23/atletico-madrid-0-0-chelsea-atletico-unable-to-successfully-adapt-against-defensive-opposition/



바이에른은 경기 초반부터 상당히 어렵게 경기를 펼쳤다. 그렇지만 후반전에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따냈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다니엘 반 바이텐 대신 제롬 보아텡을 선발 명단에 올렸다. 사실 이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있을만한 것이 없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도 모두가 예상했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도르트문트는 경기를 아주 멋지게 풀어나갔다. 바이에른을 열세로 몰아넣었고 바이에른이 슈팅을 단 1번 시도할 때까지 도르트문트는 6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고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도르트문트의 압박

 

최근에 클롭 감독은 바이에른을 상대할 때 4-3-3 포메이션을 활용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결승전에서는 기존의 4-2-3-1을 꺼내들었고 이에 따라 마르코 로이스가 왼쪽 측면이 아니라 로버트 레반도프스키 바로 밑에서 레반도프스키를 도와줄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 때문에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할 수 있었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가 상대의 센터백을 직접 압박할 수 있었고 이들은 바이에른의 홀딩 미드필더에게 가는 패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할 수 있었다.

 

거기에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야쿱 브와슈치코브스키가 상대의 풀백들을 압박하면서 도르트문트는 효과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스벤 벤더와 일카이 귄도간은 각각 하비 마르티네즈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담당했다. 벤더는 이른 시간부터 마르티네즈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론상으로 도르트문트에게 가장 위협이 될 선수는 토마스 뮬러였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사이에서 뛰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는 전반전에 바이에른을 전방부터 상당히 강하게 압박하면서 수비 라인까지 위로 올렸다. 따라서 바이에른이 공을 찔러줄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었다.

 

 

후방까지 내려간 슈바인슈타이거, 뮌헨이 공을 앞으로 보내질 못하다

 

바이에른은 처음부터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특히 슈바인슈타이거는 경기 초반에 상대의 강한 압박때문인지 형편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가 단테와 보아텡을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슈바인슈타이거는 후방으로 내려가 3 vs 2 상황을 만들면서 바이에른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도우려했다. 그렇지만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렇다할 전진 패스를 만들어내질 못했다. 마르티네즈는 미드필드 진영에서 홀로 서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부분에서는 토니 크로스의 결장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반전에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보다 약 2배 정도 더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이에른이 패스를 더 많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방으로 공을 보내는 패스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의 역습

 

도르트문트의 역습은 주로 로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다.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서 공을 자주 받았고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면서 도르트문트가 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로이스는 역습 과정에서 계속해서 상대에게서 파울을 유도해냈다. 




도르트문트의 문제라면 자신들의 우세 속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이스와 레반도프스키의 호흡은 좋았지만 대신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과의 호흡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다. 측면에 위치한 그로스크로이츠와 브와슈치코브스키는 지난 몇시즌간 도르트문트의 측면을 담당해온 선수들이지만 말라가,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도르트문트가 보여준 측면에서의 날카로움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8강전, 4강전에선 도르트문트의 윙어 1명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격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형식의 공격 과정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마리오 괴체의 결장도 크나큰 손실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전에 기회를 잡았지만 골을 넣는데는 실패했다.

 

 

바이에른의 경기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는 경기마다 중앙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신경썼다. 그렇지만 오늘은 사뭇 달랐다. 의도한 것인지 밀리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진 몰라도 바이에른은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던 전략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바이에른의 첫번째 슈팅은 마리오 만주키치의 헤딩이었다. 이후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계속해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고 이는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 써먹었던 전략이었다.

 

또한 바이에른은 계속되는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빠른 역습을 통해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중요해진 로벤의 역할

 

30분 정도부터 아르옌 로벤이 경기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었다. 측면에서 경기를 소화한 로벤은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을 지속적으로 공략했고 하프타임 전에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첫번째 기회는 반대편에 위치했던 뮬러가 만들어줬다. 도르트문트의 약점 중 하나는 상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라인 간격을 상당히 좁힐 경우에 노출된다. 공 소유권이 급격한 속도로 바뀌는 경우 도르트문트는 상대에게 쉽게 약점을 노출한다. 로벤은 이 때 순식간에 로만 바이덴펠러와 1:1 찬스를 맞이했다.

 

두번째 기회에서도 로벤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면서 만들어졌다. 도르트문트가 미드필드 지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고 바이에른은 단테의 롱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단번에 연결된 단테의 롱패스는 매츠 훔멜스의 뒤를 향하던 로벤에게 연결되었고 로벤은 슈팅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를 바이덴펠러가 막았다.

 

 

후반전

 

후반전에는 두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하나는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자연스럽게 헐거워진 것이고 이에따라 바이에른이 보다 더 쉽게 전진할 수 있었고 득점 기회를 이전보다 더 자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바이에른의 센터백들은 페널티박스에 머물기보다는 하프라인 근처까지 전진했다. 도르트문트에게는 상대를 후방으로 밀어낼 에너지가 없었따.

 

도르트문트는 전반전보다 더 밑으로 처진 위치에서 상대의 공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또한 바이에른의 백패스도 줄어들었다.






바이에른의 압박이 더 효과적이었던 셈이다. 전반전에는 만주키치와 뮬러가 미드필더들을 돕기 위해 재빠르게 후방으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후반전에는 두 선수가 도르트문트의 수비수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50분 정도쯤에 루카스 피슈첵이 두번 연속으로 공을 걷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부터 도르트문트는 본격적으로 바이에른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경기의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센터 포워드가 되어버린 로벤

 

도르트문트의 압박이 약해진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로벤의 포지션이 변했다는 것이다. 전반전까지는 뮬러와 때때로 위치를 바꾸는 수준에 그쳤지만 후반전부터는 로벤이 직접 중앙에서 뛰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후방을 노리는데 로벤이 더 적합했고 뮬러가 오른쪽에서 후반전을 보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로벤은 후반전부터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만 못한 압박을 펼쳤음에도 수비 라인을 계속해서 앞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선택은 로벤이 지속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노릴 수 있게 만들어줬고 결국에는 팀의 패배로 연결되었다.

 

 

도르트문트의 수비 뒷공간에서 있었던 5번의 득점 기회





로벤을 필두로 바이에른의 공격수들은 앞으로 전진한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을 계속해서 공략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총 5번이 있었다.

 

첫번째 장면은 바이에른의 선제골 장면이다. 리베리가 수비 뒷공간을 향해 돌아들어가는 로벤을 향해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를 받은 로벤은 바이덴펠러 너머에 있는 만주키치에게 공을 연결시켰다. 만주키치는 이를 간단하게 마무리 지었다. 만주키치는 득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로벤이 공격을 시작하기 위한 초석을 만들었다. 길게 넘어오는 공을 가슴으로 완벽하게 받아냈는데 이런 간결한 터치는 만주키치가 올시즌 바이에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두번째 기회는 62분에 있었다. 다비드 알라바가 만주키치를 향해 길게 공을 넘겨줬다. 수비 뒷공간에서 이를 받은 만주키치는 슈팅을 때렸지만 각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살리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인 71분 바이에른은 또 다시 스피드를 활용해 기회를 만들어냈다. 뮬러는 마르셀 슈멜처와의 속도 대결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두었고 (전진된 수비라인 때문에 사실상 스위퍼 역할을 하던) 바이덴펠러를 제치고 슈팅을 시도했다. 로벤이 달려들면서 뮬러의 슈팅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려했지만 네벤 수보티치가 극적으로 공을 걷어냈다.

 

76분에는 로벤-뮬러-만주키치의 합작으로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번에는 로벤의 패스를 받아 뮬러가 기회를 잡았고 만주키치가 뮬러를 보좌해주는 역할이었다. 뮬러는 수보티치의 파울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에 방해를 받았고 만주키치에게 공을 정확하게 연결시켜주지 못했다.

 

바이에른에게 이쯤 당했으면 도르트문트는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렸어야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바이에른의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후반전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제롬 보아텡은 프랭크 리베리를 향해 아주 멋진 패스를 시도했다. 이번엔 리베리가 백힐로 달려드는 로벤에게 공을 연결시켰고 로벤은 침착한 마무리로 바이덴펠러의 벽을 뚫었다.

 

 

결론

 

사소한 것들도 경기 스코어에 영향을 미쳤지만 양팀의 전술이 스코어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도르트문트는 엄청난 압박으로 우세를 가져갔고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의 압박에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의 압박은 두가지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전진 압박 때문에 수비 라인이 높게 형성되었고 전반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펼친 탓에 후반전에는 압박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도르트문트의 수비진들은 뒤로 돌아오는 상대를 방어하는데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바이에른은 계속해서 상대의 뒷공간을 노렸다. 그리고 센터 포워드로 변신한 로벤이 1골 1어시스트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바이에른에게 승리를 안겼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3/05/26/bayern-munich-2-1-borussia-dortmund-dortmund-take-control-with-good-pressing-but-robben-moves-upfront-to-make-the-difference/





요한 크루이프 -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이탈리아 7부 리그에서 있었던 평범한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U.S.Dro 의 골키퍼 로리스 안젤리는 심장이 쫄깃한 승부차기에서 상대팀 4번째 키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 팀 Termeno의 키커 마이클 팔마가 킥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 만약 여기서 키커가 실축한다면 U.S.Dro가 승격하게 된다.


팔마가 킥을 한다. 안젤리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팔마의 킥은 골대 정중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안젤리는 씁쓸하게 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잠깐, 공이 다소 쎄게 차져서인지 약간 높게 날아오고 있다. 팔마의 킥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추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팔마는 무릎을 꿇고 피치에 쓰러졌다.


떠오른 공은 아치를 그리며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젤리는 이토록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 것을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기적을 같이 즐기기 위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은 6야드 박스 가장 자리에 떨어졌다. 절망에 빠진 팔마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안젤리는 U.S.Dro의 서포터들과 함께 미친듯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공이 한두번 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골라인을 넘어버렸다. 팔마는 이를 주심과 함께 확인을 했고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믿을 수 없는 골이 나온 것이다. 결국 승부차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U.S.Dro는 다음 킥을 성공시키지 못하여 Termeno가 승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정말로 축구는 우연의 게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골은 굉장히 자주 있는 이벤트가 결코 아니며 매우 소중하기까지하다. 클럽들은 자신들의 득점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여전히 골이란 임의적이다. 골은 확률에서 벗어나며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해프닝들이 이탈리아 하부 리그에서만 일어나는건 절대 아니다. 축구에서 행운은 시대와 수준을 막론하고 항상 발생해왔다. 폴란드에 아담 체르스카스라는 무명의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이 선수는 수비수의 클리어링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우연히 23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등으로 골을 넣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는 개리 네빌의 백패스가 피치의 파여있는 부분에 의해 공이 갑자기 튀어 올랐고 폴 로빈슨은 헛발질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실점이 나왔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패배했고 궁극적으로 유로 2008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모든 팀, 모든 팬들이 운명의 장난을 경험하나 최근 리버풀은 유난히 이러한 일들을 자주 겪고 있다. 2009년 10월 17일, 라파 베니테즈가 이끄는 리버풀은 선덜랜드와 경기를 펼쳤다. 대런 벤트가 박스 외곽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리버풀 수비수 글렌 존슨은 이를 몸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벤트가 찬 공은 피치에 난데없이 들어와있는 빨간 풍선을 맞고 굴절되어 페페 레이나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 날 리버풀은 15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코너킥만 7번 얻어냈다. 선덜랜드는 13번의 슈팅, 단 1번의 코너킥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기는 풍선이 넣은 골로 리버풀이 패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리버풀이 불평만할 것은 아니다. 이들은 행운이 따라 더 큰 이득을 봤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부터 4년 전, 리버풀은 클럽 역사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밤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AC밀란의 3점 차 리드를 따라잡으며 우승컵을 차지했는데, 특히 후반전에 단 6분만에 3골을 연달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는 이 날의 경기를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리버풀의 라이벌인 에버턴 팬들조차도 그 날 리버풀의 활약이 실로 대단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의 승리가 정말로 기적적이었는가, 단순히 우연이었는가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 날 어떤 사건들이 있었기에 리버풀의 추격이 가능했는지 언급할 때 우리는 보통 디트마르 하만의 투입, 드레싱룸에서의 라파 베니테즈의 스피치, 결코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초인적인 투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럴 듯한 이유들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는 없다. 만약 리버풀이 하만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베니테즈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했다면? 제라드가 포기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운이 좋다면 밀란 스스로가 3점 차를 포기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풍선이 뜬금없이 날아와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는게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 때문은 아니라는거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풍선, 콘스탄티노플에서의 영광은 우리가 통계에서 '아웃라이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항들이다. 이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오랫동안 경기를 뛰거나 지켜본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풍선이 골을 넣는다거나, 밀란이 단 6분만에 3점을 따라잡힌다거나, 로빈슨이 헛발질은 한다거나, 체르스카스의 등에 공이 맞고 골이 들어간다거나하는 이벤트들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그러나 크루이프 역시 축구를 계속 해오면서 깨달았듯이 스포츠에서 운은 항상 따르는 일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기적이란 것이 발생하는게 자연스러운거다.



때로는 아인슈타인 마저도 틀리기 마련 


연구가들과 축구광은 서로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는데 이들이 진지하게 축구에 대한 호기심을 암암리에 연구해온 사례들은 존재한다. 축구를 경제학, 물리학, OR, 심리학, 통계학과 같은 학문들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축구란 게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신들만의 연구법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들은 다각도로 축구에서의 확률과 무작위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했다. 이들의 방법론과 그에 따라 활용되는 도구는 서로 다르나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과거 축구 통계의 시초이기도 했던 찰스 리프의 도전처럼, 이들의 공통된 주제 역시 마찬가지다 : 축구 경기와 우승은 실력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면 운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는 축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아닐 수 있으나, 축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게임이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대회는 가장 강한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는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이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구단주들은 선수 수급에 뭣 하러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감독은 완벽한 조직력을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시도하며, 팬들은 팀의 승패에 그토록 열성을 보이는 것일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감독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선수들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전자를 그러니까 운보다는 실력이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이길 바라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 1966년 월드컵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처럼 이변의 발생은 축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소잿거리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위대한 감독을 데려온다면 자연스레 (실력 상승으로) 우승이 따라오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축구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고 각각의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베팅업체, 연구실의 협조를 받아 아름다운 축구를 동경하는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시간동안 유럽에서 진행된 리그 경기와 컵 대회 경기 그리고 1938년 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이 수많은 경기를 조사한 결과 우리는 기본적으로 50:50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로 절반은 실력이고 절반은 운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축구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조차도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조차도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확률의 존재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어쨌든 신은 주사위 놀음은 하지 않는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불확실성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축구팬들이 오죽하겠는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행운이 아닌 경기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위안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축구란 경기의 미학에 대해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 팬들은 추하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멋진 패배를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미국의 스포츠 기자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위대한 평가관은 당신들이 경기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가 아닌 경기 내용이 어땠는가를 보고 결정한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게는 성적에 무관한 찬사가 따르기 마련이다. 1954년 매직 마자르의 헝가리,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1970년과 1982년의 브라질, 근래의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은 성적과 무관한 찬사가 뒤따른다. 그러나 유로2004 우승의 그리스, 1990년대 이탈리아와 서독, 스토크 시티는 합리주의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심미성이라는 것이 사실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 결승전을 회상해보자. 네덜란드는 의도적으로 상당히 난폭한 축구를 펼쳤고 우연의 논리성을 지지하는 요한 크루이프조차도 당시 네덜란드를 "추악하고 천박하며 꽉막힌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안티 풀볼" 이라고 표현했다. 토탈 사커의 고위 성직자와도 같은 크루이프는 욘 헤이팅하와 나이젤 데 용을 제명시키는 것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빠뜨린 관점이 있다. 만약 82분에 나왔던 아르연 로번의 찬스가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의 전략을 통해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미녀(70년대 네덜란드 토탈 사커)가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야수(2010년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가 이뤄낼 뻔 했다. 2010년 네덜란드 축구가 보기 좋은 축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공을 만드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빨 좋은 前바이어 레버쿠젠의 스포팅 디렉터 라이너 칼문트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축구는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축구에는 예술 점수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름다운 축구는 성공을 거둔 팀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필요조건 역시 못 된다.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분석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치는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효율적'이란 말에 대해서 짚고 가야할텐데 공을 소유하고 되찾아오며, 프리킥을 얻어내고, 슈팅을 시도하여 결국에 골을 넣는 것들을 '효율적'이라 가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으로 피치에서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해왔다.


아주 확실하게 경기를 압도하면서도 패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10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첼시는 25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는데 단 1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버밍엄 시티에게 패배했다. 1년 전에는 헤르타 베를린이 쾰른을 상대로 17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2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쾰른에게 패배했다. 2006년 만우절에 있었던 사라고사와 비야레알의 경기에서는 29번의 슈팅을 시도한 사라고사가 비야레알에게 0:1로 패배했다. 축구에서는 '경기를 못 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1950년 월드컵에서 미국이 잉글랜드를 이겼고, 1990년 월드컵에선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이겼으며 1988년 FA컵 결승전에서는 윔블던이 놀랍게도 리버풀을 이겼다.


가장 최근에는 첼시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준결승에서 첼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80분간 수비만 했고 결승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120분간 두들겨 맞았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리오넬 메시, 챠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첼시는 80%의 점유율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1,2차전 합계로 바르셀로나는 5번이나 골대를 맞췄으며 1번의 페널티 미스,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첼시는 결승전에서도 바이언 공세에 포위를 당했지만 끝내 이를 버텨내 승리를 만들어냈다.


독일 언론은 첼시의 우승이 조롱거리라 주장하며 '부당한 결과' 라고 서술했고 특히 독일 언론 Die Zeit 는 첼시의 우승이 축구 역사 교과서의 사고(accident)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결승전 당일, 바이언과 첼시의 슈팅 수는 각각 35:9였으며 코너킥 횟수 역시 20:1이었다. 이 단 한 번의 코너킥에서 첼시의 득점이 만들어졌다. 독일 축구협회 DFB 회장 볼프강 니어스바흐는 '축구는 공평한 스포츠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특성이기도 하다. 더 많은 슈팅, 더 많은 패스를 기록한다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상은 골을 기록하는 팀에게 향한다. 가디언의 리차드 윌리엄스는 바이언과 첼시의 결승전에 대하여 "축구는 예술성을 가늠하는 대회가 아닌 골을 넣는 대회다. 물론 두 가지가 온전히 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름다움은 최우선의 가치가 아니다." 라고 평가했다.


풍선, 기적, 승부차기 실축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 것 모두 우연의 한가지 케이스일 뿐이다. 축구에 관심이 적은 학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비슷한 사례들을 취합하여 분석 기법을 활용, 그 불확실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우연에 대해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고 하늘의 뜻이라고 설명하려 하지 않았으며, 결과 대신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발견한 해답은 요한 크루이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이다. 우연은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연을 두가지 경우로 분리하여 볼 수 있다. 먼저 리그와 컵 대회에 우연성의 논리가 통한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대회 전체 득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시즌 전체 예측보다는 개별 경기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더 강한데 골을 만드는데 있어서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사실 거의 50:50이라 봐야할 정도다.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득점의 절반이 선수의 기술이나 실력이 아닌 운과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축구에서 성공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나는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것, 다른 한가지는 운이 따라주는 것. 개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 가지만 충족되어도 충분할지 몰라도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Die Zeit 의 기자가 했던 말은 옳은 말이다. 축구의 역사는 사건 기록의 집합체이다. 크루이프가 주장했던 것처럼 우연은 당연히 발생한다.



프러시아 말과 축구 선수의 공통 분모


우리는 이제 우연과 확률을 활용해 1시즌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일단 본론으로 가기 전에 살짝 우회하겠다. 우선 우리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19C 말 프러시아 기병대와 러시아 경제학자들에 대한 사례를 알아볼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처럼 기병대 말 역시 미쳐날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에 의한 결과는 축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1875년부터 1895년까지 20년간 196명의 병사들이 자신의 애마에게 차여서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애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우연이 아닐까? 기병대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말이 겁을 먹거나 미쳐 날뛰는 상황들을 최소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군대 역시 없다. 각각의 사건은 우연히, 무분별하게 발생한 사건으로 말그대로 불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러시아 기병대 군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위치에 서있던 것일 뿐이다. 여기에 패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건 그냥 단순히 우연이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학자 라디슬라우스 본 보르트키에비치는 19C 자신의 애마에 차여 죽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는 280칸의 표를 만들었고 (14개 기병대 x 20년) 각각의 칸에 기병대마다 연간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그는 절반 정도의 칸이 비어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51%) 즉각적으로 발견했고 칸이 비어있다는 것은 그 해에 말에게 차여서 죽은 병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에 1명이 죽은 경우는 33% 미만 이었고 2명이 죽은 경우는 11%, 3명이 죽은 경우는 4%, 4명이 죽은 경우는 단 2차례, 5명 이상이 죽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보르트키에비치는 표를 연구하며 우연함에 어떠한 논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무작위성에도 일종의 지속성이 있는게 아닐까란 추측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상은 프랑스의 수학자 시몽-데니스 포아송이 포아송 분포를 발견하는데 기여했고 포아송은 자신의 저서에 두 개의 트럼프 카드 묶음을 놓고 가장 위에 있는 카드부터 순서대로 집었을 때 같은 숫자가 매칭되는 경우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


기병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르트키에비치는 포아송 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포아송 분포는 주어진 범위 혹은 시간 내에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확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포아송 분포를 활용하여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전반적인 빈도, 분포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속적이며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분석을 하는 것이다.


말이 자신의 주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벤트이다. 브로트키에비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1년에 부대 당 0.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브로트키에비치의 자료와 포아송 분포를 활용한 확률을 대조해본 결과 상당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포아송 분포는 불확실하며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우연인 사건도 사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브로트키에비치는 마굿간의 상태, 말에게 적절하게 사료를 제공했는지, 말의 훈련량, 그 말이 어떤 종인지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분석을 시도했다.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것은 가장 기본적인 비율, 그러니까 '1년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말에게 차여서 죽는가'였다.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망자가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꽤나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우연과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포아송 분포를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들을 조사하는데 활용해왔다. 세계 2차대전에서 런던에 V2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교통 사건의 발생 빈도, 방사선 붕괴 확률 같은 것들 그런걸 예측하는데 포아송 분포를 활용했었다. 이것이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방사선 붕괴,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말에게 차여서 사망할 확률처럼 득점 역시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가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동시에 득점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득점은 무작위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득점에 더욱 짜릿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최상위 리그의 득점을 포아송 분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간동안 경기당 평균 2.66골이 나왔고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경기에서 총 몇골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예측을 해볼 수가 있다. 앞에서 사망자 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여러 환경 조건을 몰랐듯이 이번에도 어떤 전술이었는지 무슨 포메이션었는지 라인업이 어땠는지 감독이 누구였는지 관중 수는 몇이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해도 예측해낼 수 있다. 축구는 무작위성의 게임이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하다.

 

즉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다음 시즌에 대략적으로 30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이며, 70경기에서 딱 1골, 95경기가 전체 2골, 80경기가 3골, 45경기가 4골, 50경기 이상이 5골 이상이 들어가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일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고? 1시즌에는 총 380경기가 치러지며 득점은 약 1,000골 가까이 나온다. 포아송과 브로트키에비치의 연구에 따라 우리는 우연의 논리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포아송 분포는 개별 경기 득점 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주 평펌한 토요일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 11월 7일 경기 스코어는 각각 2:2, 2:1, 2:2, 4:2, 1:1, 2:1, 2:0 이었다. 딱히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스코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한 시즌을 통틀어 더 자주 나오게 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의 2:1 승리가 선덜랜드의 2:0 승리보다 더 자주나올까?

 

우리는 네덜란드의 스포츠 미디어 그룹인 Infostrada로부터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록, 지난 10년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어떤 스코어가 어떤 빈도로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받았다. 우리는 각 스코어 빈도에 대한 확률을 계산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스코어는 바로 1:1 무승부이다. 전체에서 11.6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홈팀의 1:0, 2:1, 2:0 승리보다 앞섰고 무득점 무승부, 원정팀 1:0 승리보다 더 높은 확률을 기록했다.





득점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귀중한 이벤트이다. 전체 경기의 30% 이상이 1득점 혹은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절반 가량이 홈팀의 1~2득점으로 승부가 갈린다. 원정팀의 2:1 승리, 홈 팀의 3:1 승리, 2:2 무승부 같은 경우들은 약 5%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우리가 뽑았던 표본에서도 단 1경기, 볼턴이 토트넘에게 4:2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하게 특별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는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대륙에 있는 다른 상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축구와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는 축구는 다르지 않았던가? 특정한 한 주를 지정해서 각 리그별로 그 날의 스코어를 확인해 보아라. 별다른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축구광들에게 꽤나 놀라움을 선사하겠지만, 축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결과가 아니기도 하다. 예측한 수치와 실제값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아송 분포를 통해 우리는 7.7%의 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34%였다. 우리는 1:0 승부를 19.7%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8.5%였다. 그러나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꽤나 근접하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말의 발길질이 사람의 발길질보다 더 정확한 예측성을 가지는 것은 축구에서 무승부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프러시아의 마굿간보다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 더 복잡하고 강한 우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날뛰는 말보다 축구공이 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리그 수준과 시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골에는 언제나 우연의 수학적 논리가 작용한다. 이것이 진정한 축구의 모습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독에게 위로가 되고 도박사들에게는 용기를 북돋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팬은 다른 면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연이 내가 주말에 지켜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지하는 팀의 승패는 실력 때문일까? 아니면 운명의 배신 때문일까?



도박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리버풀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5,000경기 이상의 경기를 치러왔고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 AC밀란 전 역시 그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112년의 클럽 역사에 있어서 3골을 따라잡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팬들이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같은 경기는 정말 드물게 나오는 케이스이며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승부지만 그것이 기적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4년 오스트리아는 리버풀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는 단 3분만에 3골을 따라잡았고 스위스를 7:5로 이겼다. 찰턴은 빌 샹클리가 허더스필드를 지휘할 당시 4골 차이를 극복하고 7:6 승리를 만들어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을 3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에우제비우가 혼자서 3골을 넣었다. 사례를 찾아보면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 2000년에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전반전 3:0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를 5:3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AC 밀란도 2011년 레체에게 3골 차 리드를 허용하고 있었지만 케빈-프린스 보아텡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역전 승을 만들었다.


우리는 앞서 이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보기 드문 케이스인가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그러나 스위스 통계학자 야콥 베르누이가 만들어낸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베르누이가 말한 대수의 법칙은 이런 식이다 : 무언가를 충분히 많이 계속 시도한다면, 모든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8개의 동전을 던진다고 하자.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지만, 8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을 일주일에 4번, 40년간 시행한다고 한다면? 매년 2주씩의 휴가가 있다고 가정하고 40년 동안 한다고 하면 8,000번 이상을 시행하게 되고 동전만 6만 4천번 던지는 것이다. 이제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경우는 희박하지 않다. 어쩌면 꽤나 많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40년간 단 한 번이라도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고 하면, 당신은 무조건 나온다에 돈을 걸어야 한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끝내 적어도 한 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리버풀처럼 축구를 오래하고 보면 3골차 리드를 따라잡는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2011년에 아스날은 뉴캐슬에게 4골 차 리드를 따라잡혔지만 2012년에는 레딩을 상대로 4골 차를 따라 잡았다. 시즌 무패를 달성하는 것, 12경기 연속으로 패배하는 것, 풍선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모두 시간을 넓게 잡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통계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아웃라이어(이상치)라고 부른다. 하지만 얼마나 드물게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희귀하길래 이스탄불의 기적에서처럼 경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만큼 운이 중요한 것일까? 운은 축구의 중요한 요소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증명을 해냈다. 어떠한 감독, 스트라이커, 골키퍼 모두 항상 운이 따를 수는 없다. 베팅 업체와 프로 도박사들은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생사가 걸려있다.


베팅 업체는 운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경기가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면 어느 누구도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예상은 불가능 할지라도 최근 폼, 부상같은 변수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을 할 수 있다. 그런 정보들이 배당률에 영향을 주며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팀이 선정된다. 우리는 배당률을 통해서 스포츠의 우연과 예측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팀이 경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즉 상대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운이 필요하다. 만약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행운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베팅업체는 두 팀의 승리 가능성을 동일하게 예측할 것이다.


일단 이 정도 사항에 대해서 알아두고 지금부터는 도박사들이 축구와 다른 스포츠에서 행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우리는 베팅업체들이 축구에 대해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라 예상하자. 그러니까 '야구보다는 축구가 경기 결과를 맞추기 어렵다' 라고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2010/2011시즌의 NBA, NFL, MLB, 독일 핸드볼 대회, 잉글랜드부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프로축구 1부 경기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질 첫번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 배당률 상으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클럽은 실제로 경기에서 이겼는가?


축구에서 배당률이 낮은 팀이 승리할 확률은 아주 근소한 우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50%를 간신히 넘겼다. 반면에 핸드볼, 야구, 미식축구는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실제로 이긴게 2/3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야구는 거의 정확하게 60% 수준이었다. 즉 베팅 업체의 배당률은 축구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2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유독 축구가 행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아니면 도박사들이 특별히 축구만 못맞추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지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종목별로 배당률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서 배당률의 격차가 다르기 때문에 적중률이 낮은 것이 아닐까?


배당률은 동등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보통 경기를 치르면 이길 것이라 기대되는 팀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있다. 만약 동전 던지기가 스포츠 종목이라면 승리가 점쳐지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50:50의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은 항상 2.0이 될 것이다. 만약 실력이 승리로 100% 연결된다고 할 경우, 배당률은 언제나 1.0일 수밖에 없다. 리그 경기나 스포츠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팀의 배당률은 1.0에 가깝게 형성될 것이고 더 낮은 가능성을 두고 싸우는 언더독은 1.0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위 그림에서 점은 중위수를 나타내며 수직선은 확률의 폭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수직선의 가장 아래쪽은 그 시즌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팀의 최저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고 위쪽 끝은 최고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게 축구는 기타 4종목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핸드볼은 축구에 비해서 강팀이 우세가 심한 스포츠다. 즉 저배당을 받은 팀은 높은 확률로 승리한다. 승리 예측팀의 배당률의 중위수는 1.28이었다. NBA와 NFL은 1.42와 1.49였고 야구는 배당률의 차이 폭이 상대적으로 제일 좁았다. 압도적인 저배당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가장 낮은 배당률은 1.24였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승리할 것이라 예상되는 팀의 배당률 중위수 값이 1.95였다.


축구에서는 낮은 배당률을 받아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2가지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축구에서는 골이 드물게 나오며 무승부가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구는 배당률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배당률이 높은 팀이 승리할 확률도 높다.


저배당인 팀 승률이 50%에 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지식들과 충돌한다. 당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이 정도의 데이터 만으로 답을 낼 수는 없다 : 축구 경기는 항상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도박사들도 실수할 수 있는게 당연한 사실 아닐까?


그러면 우리는 저배당과 고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확률이 종목 별로 서로 다른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팀의 배당률 차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의 배당률과 언더독의 배당률 차이를 확인해보았다.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들자면, 50:50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 차이는 0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다면, 배당률 차이는 50%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료들을 리스크 수준에 따라 6개의 그룹(블루칩부터 정크 본드까지)으로 구분을 했다. 블루칩은 저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역시 아주 낮은 경기다. 언더독 입장에서는 여기서 승리할 경우 가족 생계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승부가 예측되는 경기다. 우리는 각 그룹 별로 오버독이 이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채권 상품처럼 리스크와 실적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래프에서 추세선은 리스크와 수익률에 대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데 축구의 추세선은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낮은 위치에 있다. 이는 배당률값이 얼마나 낮았는가와 전혀 무관하다. 50% 이상의 배당률 차이를 만들어낼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예상된 경기들을 살펴보았을 때, 축구는 65%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농구는 80% 이상의 승률이 기록되었다. 6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보다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승리할 확률이 낮다. 축구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와 10~15%의 차이를 보이며 축구는 위험성이 높은 베팅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베팅 업체도 전력 차에 상관 없이 행운이란 변수에 축구가 상당히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2010/2011시즌 딱 1시즌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고 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로스 알러모스 국립 연구소 소속의 이론 물리학자 엘리 벤-나임이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보스턴 대학의 시드니 레드너와 페데리코 바스케스는 과거의 기록까지 조사하여 훨씬 복합적인 연구를 시행했고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벤-나임과 레드너, 바스케스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어떻게 대회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는가였다. 이들은 약팀이 강팀을 잡을 확률을 계산하고자 했고 이들은 베팅 업체의 도움을 빌리지 않은채 자체적으로 배당률을 결정했고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알아봤던 사실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888년 이후 잉글랜드 축구 리그, 1901년 이후의 MLB, 1917년 이후의 NHL, 1992년 이후의 NFL을 모두 합친 결과 300,000 경기나 되었다.


연구팀은 축구가 가장 불확실한 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장에 갑자기 풍선이 등장할 확률도 골대를 맞출 확률도 다른 종목에 비해서 크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43,000 경기를 조사한 결과 언더독이 승리할 확률은 45.2%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와 꽤나 비슷했다. 


즉 준비가 미흡하거나, 선수의 질이 나쁘거나, 부상자가 속출하더라도 막상 경기를 치르면 이길 확률이 꽤 된다는 것이다.



축구 과학자들의 연구 자취를 따라


축구에 정말로 관심이 있는 극히 소수의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에서 행운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시도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안드레아스 호이어 교수와 연구진은 말의 발길질로 인한 사망과 포아송 분포의 차이, 경기당 득점과 포아송 분포를 통한 예측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했고 왜 그런 오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축구의 득점이 포아송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이들은 한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골이 연달아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떄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2골이 터지면 3골, 4골 심지어 6골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2011년의 맨체스터 더비를 생각해보자. 시티 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자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반드시 잊고 싶은 날 : 4번째 득점부터 6번째 득점까지 연달아 들어간 것은 축구에서 흔히 언급하는 '모멘텀(momentum)' 때문일까? 아니면 시티 선수들의 더 우세한 컨디션과 기량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호이어 팀은 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지난 2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분석했다. 이들은 전체 득점의 패턴에서 당일의 컨디션과 실력이 더 중요한 사항인지 아니면 퇴장, 부상, 모멘텀 같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한 '노이즈'가 더 중요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수학적으로 표현했을 때, 축구 경기는 두 팀이 동전 던지기를 펼치는 게임과 같다라는 것이었다. 득점이 나올 확률은 동전이 연속으로 3번 앞면이 나올 확률과 동등하며 동전을 던지는 전체 횟수는 두 팀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즉 스쿼드 퀄리티는 전체 슈팅 횟수를 결정지을 것이고 각각의 슈팅은 1/8 확률로 득점으로 연결될 것이다. 호이어 팀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이며 그 다음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 그리고나서 모멘텀 같은 부차적인 것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승리팀을 결정짓고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지는가를 결정한다. 만치니의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들겨 팰 수 있던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기량이 특별히 더 우세하거나 원사이드(one-side's direction)한 경기여서가 아닌 단지 맨체스터 시티의 운이 끝내주게 좋았기 때문인 것이었다.


팬들은 팀의 전반적인 기량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도 충분히 존재한다. 몇년 전에는 천체 물리학자인 매리랜드 대학의 제라드 스키너 박사, 워릭 대학의 가이 프리먼 박사까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행했다.


두 사람은 대수학과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실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팀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1938년 부터 2006년까지의 월드컵 경기를 조사했는데 더 잘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결과가 실제로 두 팀의 실력 차이를 아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만약 실력이 경기 결과와 일치한다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유벤투스가 로마를 상대로 이긴다. 로마는 우디네세를 이긴다. 그러면 우디네세는 결코 유벤투스를 이길 수가 없다. 실력적으로 우리는 이미 유벤투스가 로마보다 강하고 로마는 우디네세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방금 주장한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키너와 프리먼은 이런 흐름이 축구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사실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3팀 사이의 실력 차, 유벤투스와 로마 그리고 우디네세의 실력 차가 굉장히 근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유벤투스가 우디네세 1군이 아닌 우디네세 U-10팀이나 지역 조기축구회 팀가 경기를 펼친다면 성립될 수는 있겠다. 현저한 실력차는 축구에서 더 많은 실수가 발생하도록 유발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력이 나쁜 팀은 실력이 좋은 팀을 더욱 이기기 힘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는 월드컵 경기의 절반 가량이 실력이 아닌 행운으로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축구에서 우세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는 절반, 그러니까 동전 던지기와 축구는 상당히 비슷한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캠브릿지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교수는 2006/2007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 순위가 실제로 그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진짜 리그 최고의 팀이고 강등을 당한 왓포드, 찰턴, 셰필드가 가장 실력적으로 뒤떨어지는 팀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스피겔할터 교수는 전체 승점 중 몇 점이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파악해보았다. 프리미어 리그 역대 전적을 고려했을 때, 홈팀이 승리할 확률은 48%, 무승부가 나올 확률은 26%, 원정팀이 이길 확률은 26%였다. 그는 이것을 48/26/26 법칙이라고 부른다. 각 팀의 실력이 구분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48/26/26 법칙을 이용해 모든 경기 결과를 예측해낼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위치, 강등을 면하기 위해 경쟁하는 위치의 테이블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 팀들 사이의 확실한 실력차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운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승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피겔할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정도 승점은 행운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겔할터 교수는 프리미어 리그의 20개팀 중에 상위권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뿐이라는 답을 내렸다. 두 팀이 리그 테이블 상위 10위에 위치할 확률은 각각 53%와 31%였다. 왓포드는 강등당할 확률이 77%였고 이는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강등 확률이었다. 반면에 셰필드는 강등될 확률이 30%였고 이는 위건이나 풀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팀은 그 시즌에 살아남았다. 풀럼과 위건은 셰필드보다 나을게 없었지만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행운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나다


마틴 람스 교수는 팬들에게 가장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뮌헨 공대에서 스포츠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FC 아우크스부르크, 바이에른 뮌헨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즉 생계를 위해서 축구를 지켜보는 인물이다. 람스 교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것은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록 및 분석하는 시스템인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픽은 바로 축구에서의 '행운'이다.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각 팀의 행운과 불운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굴절되어서 들어간 골, 크로스같았던 슈팅같이 이것이 피땀 흘린 훈련의 결과인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보유한 선수의 초인적인 센스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행운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 파악하고자했고 람스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선수들이 기록한 6번의 득점 상황 가운데 1번은 행운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과를 알아냈다. 즉 6번 중 한 번의 골은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컨트롤할 수 없는" 사항들이 강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년간 2,500경기 이상을 관찰했고 어떤 득점이 행운의 결과인지 구분을 했다. 람스 교수의 조교인 알렉스 뢰슬링은 어떤 과정을 통해 행운이 들어간 골인지 구분하는가 설명한다.


"2006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필립 람의 멋진 골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람의 슈팅 이전에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사건입니다. 코스타리카가 공을 잘못 걷어냈고 이것은 람의 득점이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획할 수 있는 성격의 골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3번째 득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람의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맞고 궤적이 바뀌었습니다. 공의 낙하지점이 바뀌었고 운이 좋게도 클로제에게 공이 연결되었습니다. 클로제의 헤더를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하필 또 골키퍼가 막아낸 공이 클로제 앞으로 리바운드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람스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골들에 행운이 섞여있는 것이라 판단했을까? 리그와 대회 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발견한 대답은 44.4%였다. 즉 행운이 영향을 미친 골이 44.4%라는 것이다. 또한 0:0 상황에서 그런 가능성이 나올 경향성이 더 짙었다. 두 팀의 자신들만의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 때, '우연'이 골이 들어가는데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즉 절반에 가까운 득점에서 우리는 행운을 감지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과 강팀이 이길 확률 모두 50:50 싸움이다. 당신이 이번 주말에 축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승리에 완벽히 도취되거나 혹은 패배의 씁쓸함) 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축구가 50:50 싸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지 더 행운을 많이 누릴 수 있을까?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슈팅을 더 많이 때리면 행운이 찾아올 기회도 더 생기지 않을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람스 교수는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하는 팀이 실제로 이길 확률도 계산해보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 리가, 세리에A에서 펼쳐진 총 8,232개 경기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47% 정도에 불과했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그것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슈팅 말고 유효 슈팅으로 좁혀보아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었다. 벗어날 수도 있는 슈팅보다 상대의 골문을 직접 위협하는 유효 슈팅이 더 낫지 않을까란 판단 하에 이루어진 작업이었으나 유효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58% 사이였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자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라는 크루이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루이 반 할이다. 과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을 수행한 반 할은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온 자신의 감독 생활동안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저항했고 그는 철저한 규율론자이며 선수들이 지켜야할 여러가지 행동 강령들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할은 피치 안팎으로 아주 명확하고 절대적인 규율이 있어야 최고의 축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 할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루카 토니의 식사 태도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토니는 점심 식사시간에 자신의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물음표와 같은 모양처럼 허리가 휘어져 있었다고 한다. 반 할은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토니를 발견했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라고 고함을 질렀다. 토니가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고 이에 반 할은 자신이 직접 다가가 토니의 티셔츠를 부여잡고 토니를 들어올리 듯 일으켜 세워 꼿꼿이 앉도록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 할은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축구에서 행운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축구에서 팀규율, 질서, 재능, 조직력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부정을 할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포아송 분포가 사실로 맞아 떨어지고 있고 득점의 절반에는 행운이 따른 것이며 더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우리는 기병대의 말, 도박사들, 과학자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발견해냈고 과거에는 시행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축구는 동전 던지기와 똑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우연과 논리는 정확하게 절반씩 나뉘어 축구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축구에서 행운을 떼고 볼 수 없다. 축구에 행운이 개입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소 철학자스러운 면모를 지닌 스페인의 후안마 릴로 감독은 "감독이 하는 것은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최대한 높여보려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축구에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즉 예산, 선수 그리고 클럽의 자산들을 가지고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이라는거다. 돈을 현명하게 투자하고 훈련을 잘 시키고 전술을 잘 개발하고 그렇게 해낼 수 있는 훌륭한 감독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은 결코 컨트롤 할 수 없다. 우리는 피치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 손으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돈이 오가는 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들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 올리고, 가능한대로 불확실성을 낮춰보려는 노력이 바로 축구다.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ris Anderson & David Sally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시작은 좋지 못했으나 디에고 시메오네의 하프타임 변화는 통했다.


지네딘 지단은 예상되었던 베스트11을 선택했는데 사실 그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것도 아니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몸상태에 대한 의구심들이 있었으나 그는 100% 정상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선발 자리를 보장받은 상황이었다.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우리는 호날두가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경기를 뛰고 있다는걸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메오네는 호세 히메네스 대신 스테판 사비치를 선택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사비치의 출전 시간은 히메네스의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으나 사비치는 히메네스보다 경기를 리딩하는 능력과 침착함, 실수를 덜 저지르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에 충분히 합당한 선택이었다. 


레알은 모두의 예상대로 뛰었다. 그러나 아틀레티코는 경기 초반에 굉장히 엉성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의 촘촘함 상실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구조적 촘촘함이다. 공격수들은 굉장히 깊숙히 내려오고 때로는 11명의 선수가 모두 공보다 뒤쪽에 위치하여 조밀한 대형을 형성해 후방 1/3지점에서 공을 가로챌 준비를 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는 팀들은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상대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고 그 결과 상대 팀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마땅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전반전 아틀레티코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공간을 열어두고 있었따. 공격수들이 후퇴하는 것도 아니었고 수비수들은 애초 예상되는 라인보다 훨씬 더 뒤로 물러나있었다. 그 결과 4명의 미드필더들이 커버해야하는 공간은 평소보다 더 넓어졌다. 레알이 점유율을 지배하기 시작했는데 아틀레티코는 레알이 후방에서도 전방에서도 편하게 공을 다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했다.


미드필더 형태


아틀레티코에게 가장 문제였던 것은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가 압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후방과 측면에서 공을 받았다는 것이다. 카세미루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마치 3번째 센터백인 것처럼 움직였는데 레알이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크로스와 모드리치보다 앞에서 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는 공격수들이 카세미루를 컨트롤 해줄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카세미루가 전진하면서 아틀레티코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카세미루는 공을 굉장히 간결하게 연결했고 특히 측면으로 공을 보내는데 집중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3명의 공격수가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뛰어다닌 것 역시 아틀레티코를 어렵게 만들었다. 카림 벤제마가 크로스나 모드리치로부터 공을 직접 받기위해 내려오는 경우가 있었고 그와 동시에 측면에 위치한 가레스 베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아틀레티코의 풀백들은 베일과 호날두를 근접마크했다. 센터백 앞에서 그렇게 타이트한 방어를 펼치는 것은 익숙치 않은 광경이나 어쨌든 아틀레티코는 자신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베일과 호날두를 측면으로 몰아내려고 했다.


전반전 초반 아틀레티코의 조직력 부재는 혼란스러움을 야기했고 그 결과 아틀레티코는 후방 1/3지점에서 연달아 프리킥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전 레알 마드리드가 맞이했던 2번의 찬스 역시 프리킥에서 만들어진 찬스였고 카세미루는 베일의 강력한 프리킥을 득점으로 연결시킬 뻔했다. 두번째 프리킥에서는 가까운쪽 포스트에서 베일이 머리로 공의 방향을 바꾼 것이 라모스의 앞으로 이어졌고 그대로 얀 오블락을 거쳐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세트피스는 오히려 아틀레티코의 무기로 여겨졌지만, 박스 경합 상황에서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 곳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레알이 이 경기에서 가장 잘 가져갔던 전략은 공을 점유하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바꾼 것이었다. 아틀레티코가 수직적인 촘촘함을 잃었을지라도 아직 아틀레티코는 수평적 촘촘함은 유지하고 있었다. 측면에 위치한 사울과 코케는 레알의 패스를 혼잡하게 만들기 위해 터치라인까지 다가가 압박을 시도했으나 레알은 아주 후방에서부터 공을 좌우로 돌리면서 아틀레티코의 전략을 우회했다. 후방에서 마르셀루가 다니 카르바할을 향해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넘기는 플레이는 두드러졌다. 풀백은 피치 위에서 자신의 앞에 공간이 허용된 포지션이다. 레알은 전반전에 좌우로 계속 방향을 전환한 것이 주요했다.





아틀레티코의 반격


아틀레티코가 가장 잘하는 것, 후방에서 공을 뺏어내고 역습을 시도하는 것은 경기를 쫓아가야하는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였다. 아틀레티코는 5분간 공 점유율을 완전히 지배한 상황도 만들었고 점차 레알 마드리드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어 경기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갔다.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득점할 루트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구조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은 계속해서 위치를 바꿨기 때문에 재빠르게 수비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야했으나 사울과 코케는 이미 중앙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3명은 두 선수가 패스를 보낼 곳을 차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을 활용하기 위해 코케와 사울이 아닌 풀백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필리페 루이스를 적극 활용했다. 필리페의 크로스가 크게 유효하지는 않았으나 앙트완 그리즈만을 향해 후방에서 넘겨주는 공은 위협적이었다. 아틀레티코가 필리페 루이스쪽을 활용하면서 모드리치는 측면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그리즈만이 내려와 라인 사이의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거기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시도한 아틀레티코


시메오네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줬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 경기에서처럼 홀딩 미드필더인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가 빠지고 야닉 페레이라-카라스코가 투입되었다. 바이언 원정에서는 4-3-3 포메이션이었으나 이번에는 4-2-3-1이었다. 사울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코케가 10번 역할을, 그리즈만이 오른쪽 측면 카라스코가 왼쪽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카라스코 투입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틀레티코는 좌우를 더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고 아틀레티코는 자연스레 레알의 측면 포워드 뒷공간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시작했따. 지속적으로 레알을 압박한 것은 물론이고. 아틀레티코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페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토레스에게 주어진 가장 첫번째 임무는 마치 파울을 얻어내는 것처럼 느껴진 하루였다. 토레스는 전반전에 단 한 차례의 패스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틀레티코가 천금의 기회를 얻어냈으나 그리즈만이 여기서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1-1


아틀레티코의 기세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지단은 2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벤제마 대신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한 것은 보다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시키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러나 크로스 대신 이스코를 투입한 것은 다소 놀라운 변화였다. 그러나 가장 영향력있는 교체 멤버는 아틀레티코의 야닉 카라스코였다. 카라스코는 잔기술로 상대의 수비수들을 허물기 시작했고 특히 카르바할 대신 교체투입된 다닐루는 초조해 보였으며 2번의 클리어링 미스까지 기록했다. 다닐루는 카라스코를 어떻게 방어해야할지 감을 못잡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근접마크를 시도해 파울을 내주고 때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카라스코를 제어하지 못했다. 카라스코는 전반전 왼쪽 미드필더였던 코케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었다.



 


카라스코의 발에서 동점골이 나왔던 것은 어찌보면 매우 타당한 결과이기도 하다. 호날두가 체력적으로 버거워하기 시작하면서 수비적으로 기여도가 떨어졌고 아틀레티코의 동점골 과정은 오른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후안프란이 오버래핑을 시작하면서 아틀레티코는 측면에서 1 vs 2 상황을 만들었고 여기서 호날두는 이스코에게 2 vs 2 상황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결과 오히려 가비가 프리해졌고 가비 때문에 2 vs 3 상황이 발생했다. 후안프란이 수비수 뒷쪽으로 움직였고 가비의 패스를 받은 후안프란은 카라스코가 굉장히 근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다. 카라스코의 득점은 측면에서 수비에 소홀했던 레알 +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틀레티코의 결과물이었다.







교착 상태


1-1 상황부터 경기는 역습이 주된 공격 루트가 되었다. 호날두의 기동력이 상당히 떨어졌고 레알은 역습 상황에서 베일에게 크게 의존했다. 바스케스는 베일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아틀레티코는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린 상태를 유지했고 그 결과 베일이 공을 잡고 턴을 할 수 있는 여유를 허용하게 되었다. 아틀레티코는 그 결과 골문과 굉장히 가까운 위치에서 슈팅을 블락해야했고 특히 사비치가 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을 막아낸 것에서부터 카라스코의 동점골이 시작되었다.


레알은 아틀레티코의 역습을 전략적 파울로 막아냈다. 정규시간 30초가 남은 상황에서 라모스가 아틀레티코의 3 vs 1 역습을 파울로 끊어낸 것은 가장 두드러진 전략적 파울이었다. 그것 말고도 다닐루가 카라스코를 잡아끌은 것, 페페가 가비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 굉장히 발을 높이 들어올려 태클을 시도한 것들 모두가 그런 전략적 파울이었다. 카르바할의 첫번째 경고 역시도 그리즈만의 역습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나왔다. 파울을 전략화하는 것은 아틀레티코가 굉장히 잘하는 분야인데 오히려 이번에는 그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적 요소였다. 


파울이 발생하는 포지션 역시 흥미롭다. 페페의 페널티킥 허용을 제외하고 레알은 후방 1/3 지점에서 단 한 차례도 파울을 허용하지 않았다. 아틀레티코의 역습은 전부 전방에서 파울로 끊어냈다. 한편 아틀레티코는 후방 1/3지점에서 4차례의 프리킥을 허용했고 거기서 1차례는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지쳤기 때문에 아틀레티코는 우세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베일의 역습을 너무 신경쓴 나머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시메오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체카드 2장이 있었지만 연장 후반전에 부상을 당한 필리페 루이스와 코케를 바꿔주는 것에 그걸 써야만 했다. 결국 아틀레티코는 상대를 어렵게 만들 교체는 시도하지 못했고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아틀레티코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승부차기를 먼저 차는 팀이 60%의 승률을 기록한다. 그런데 가비는 여기서 나중에 차는 것을 선택했다. 9명의 선수 중 8명이 성공했다. 두 팀 골키퍼는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고 특히 오블락은 굉장히 무기력했다. 후안프란의 실축으로 호날두가 경기를 마무리할 기회를 잡았다. 호날두가 부진한 경기였으나 그는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면서 가까스로 영웅으로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6/05/30/real-madrid-1-1-atletico-madrid-real-victorious-on-penalties/





도르트문트가 주말 샬케04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중요한 승리를 거두면서 라이벌 매치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났다.

 

주말 샬케04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위르겐 클롭 감독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가능한 최상의 전력을 활용했다. 물론 이번 경기에서도 야쿱 브와슈치코브스키는 부상으로 뛸 수가 없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예상했던대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파비오 코엔트랑, 마르셀로, 알바로 아르벨로아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세르히오 라모스와 마이클 에시앙이 풀백으로 경기에 임했다. 불운하게도 사미 케디라는 20분 밖에 경기를 뛰지 못했고 루카 모드리치로 교체되었다.

 

경기가 달아오르기 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전반전 초반에는 미끄러운 피치와 선수들의 잘못된 축구화 선택으로 제대로 된 경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선수들이 하프타임에 축구화를 바꾸고 나서부터 아주 훌륭한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경기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압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왼쪽 수비가 취약했던 레알 마드리드다.

 

 

압박

 

이번 경기는 스페인스러운 경기보다는 독일스러운 경기였다. 강한 압박을 기본으로 빠른 공수전환이 이루어졌다. 공을 점유하는 것에 더 치중하는 스페인식 축구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두 팀 모두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이 이뤄지는 축구를 잘 하는 팀이고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역습에 있어서 현재 유럽 최고 수준에 다다른 팀이다. 그렇지만 오늘 밤 레알 마드리드는 조직적인 압박을 펼치지 못하면서 패했다. 그리고 오늘 레알 마드리드에는 도르트문트의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도 부족했다.

 

이번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의 4-2-3-1 포메이션과 도르트문트의 4-2-3-1 포메이션의 대결이었다.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에 대해서는 압박을 가하지 않았지만 센터백들이 풀백이나 미드필더로 공을 연결시키는 순간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도르트문트가 거센 압박을 펼치자 싸비 알론소는 공을 편하게 받기 위해서 점점 더 뒤로 내려갔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전진하는 것을 자제했기 때문에 알론소는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에시앙이 풀백 포지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수년 간 오른쪽 수비수로 뛰어온 세르히오 라모스가 이 자리를 어색해 했던 것은 의외였다.

 

풀백들의 전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론소의 패스는 단순해졌다. 그리고 레알 선수들은 상대의 압박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페페는 상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공격수나 미드필더를 향해 패스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의 첫번째 실점 역시 페페의 패스 실수가 빌미가 되었다.

 

케디라의 부상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뼈아픈 타격이었다. 정적이던 전반전 초기 이후 도르트문트가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케디라가 부상 때문에 더 이상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드리치가 같은 포지션에서 뛰었지만 케디라만큼의 에너지와 기동력을 보여주긴 어려웠다. 마리오 괴체의 전진을 막기 위해 싸비 알론소는 자주 밑으로 내려갔지만, 그대로 미드필더 자리에 남아있는 모드리치는 세바스티안 켈과 스벤 벤더와 1:2 싸움을 펼쳐야했다. 모드리치는 두 선수를 쉽게 제치지 못했고 레알의 공격 속도는 더욱 늦춰졌다. 반면에 오른쪽에서 뛰었던 앙헬 디 마리아는 레알이 공격을 펼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더 좋은 옵션이었다. 디 마리아는 대담한 돌파시도, 왼발을 이용한 날카로운 패스 그리고 직접 밑에까지 내려와서 수비수들이 압박을 조금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럼에도 조직적인 압박을 펼치는 도르트문트는 강했다. 그리고 이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켈과 벤더가 모드리치를 막는 상황에서는 메수트 외질이 무방비 상태가 되는게 맞다. 그렇지만 도르트문트는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올리면서 외질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막았다. 때로는 매츠 훔멜스가 외질을 방어하기 위해 전진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외질이 더 밑으로 내려가있을 경우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외질을 막기 위해 거기까지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동점골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후방에서 공을 잡은 외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향해 아주 멋진 패스를 시도했다. 호날두는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로만 바이덴펠러 골키퍼를 보고 가볍게 슈팅을 시도하여 골을 만들어냈다.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뒷공간을 향한 스루패스를 이용해 전형적인 무리뉴 스타일의 득점이 만들어졌다.

 

 

도르트문트 오른쪽 vs 레알 마드리드 왼쪽

 

두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이다. 여기서는 호날두의 책임도 있다. 지난 주말에 셀타 비고를 상대로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마이클 에시앙이 꽤나 괜찮은 수비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오늘은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에게 에시앙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레반도프스키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에시앙을 괴롭혔던 선수들은 마르코 로이스와 마리오 괴체였다. 두 선수는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뛰었고 전방에 나가있는 호날두와 수비에 주력하는 에시앙 사이의 넓은 공간을 마음껏 누렸다. 공간을 커버하는 것에는 최고 수준이 아닌 알론소는 후반전에 서투른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전반전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은 다소 불안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후반전에 더욱 두드러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호날두는 전방에 머무르면서 빠른 공격을 시도하는데 주력했다. 물론 호날두의 동점골은 호날두가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호날두의 수비 가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유로 2012 포르투갈과 덴마크의 경기에서 호날두는 비슷한 문제를 겪었었다. 호날두는 덴마크의 라스 야콥센의 전진을 저지하지 않았고 야콥센은 편하게 전방까지 올라가 계속해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0-2로 지고 있었던 덴마크는 오른쪽 측면에서의 크로스 두번을 통해 2-2를 만들었다.(물론 경기는 포르투갈이 3-2로 이겼지만...) 에시앙이 전문 왼쪽 수비수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뉴 감독이 그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슈멜처의 결승골 이전에도 루카스 피슈첵은 오른쪽 측면에서 아주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었다. 피슈첵은 괴체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지만 이케르 카시야스가 멋지게 막아냈다. 이후에도 피슈첵은 컷백을 통해 똑같은 공간에서 스벤 벤더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분명히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수비는 문제가 있었다.

 

결승골 실점 장면에서 카시야스가 제대로 공을 처리했어야 했을까? 아니면 라파엘 바란이 그 크로스를 책임져야 했을까?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알론소와 모드리치가 모두 왼쪽 수비에 치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선수는 에시앙을 도우기 위해서 왼쪽에 있었고 괴체는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을 통해 위험지역까지 크로스를 올렸다. 모드리치와 알론소 모두 자신들의 자리를 이탈해있었고 슈멜처의 슈팅을 저지할 선수가 없었다.

 

케디라의 부상으로 이른시간에 모드리치를 교체 투입했고 벤제마를 대신하여 이과인을 투입했다. 그렇지만 이후에 무리뉴 감독은 카카나 카예혼을 투입하지 않았고 레알 마드리드는 2장의 교체 카드만 활용했다. 추가적인 공격자원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도르트문트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론

 

더비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에 자칫 무너질 수 있었지만, 도르트문트는 아주 멋진 경기력을 보이면서 승리를 얻어냈다. 도르트문트는 자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메이션을 활용했고 자신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인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인 왼쪽을 발견하여 왼쪽을 공략했다.

 

도르트문트가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을 발견하여 공략한 반면에 무리뉴 감독은 노출된 약점을 보완할 완충 장치를 만들지 못했다. 전진해있는 호날두의 존재가 보통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이끌지만, 에시앙 같이 전문 수비수가 풀백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경우, 그리고 상대가 도르트문트처럼 실력을 갖춘 팀이면 호날두가 계속해서 전진해 있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2/10/24/dortmund-real-tac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