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1990년 바비 롭슨이 PSV 아인트호벤 지휘봉을 맡았을 때, 그는 네덜란드 축구 문화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잉글랜드의 문화는 감독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었으나 여기 PSV에서는 매 경기마다 교체 명단에 있던 선수들이 나를 찾아온다." 감독과 토론하는 것은 적어도 리누스 미헐스 시절부터 네덜란드 축구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선수가 다른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미헐스의 '갈등 원칙(conflict principle)'은 갈등 속에서 더 화려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유지되었다.


아마 네덜란드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논쟁을 펼치는 것이 자리잡은 것일 수도 있다. 마르코 반 바스텐은 "네덜란드에서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다른 사람이 '그래, 하지만...' 이라 말하며 반박을 펼친다. 우리는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그런 문화를 접했고 이제 우리 생활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독일에서는 무언가 이야기하면 'OK'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당장 일을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논의 없이 진행되는 것은 우리가 네덜란드에서 자라면서 배운 방법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어제 보도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현재 불만족스러운 상태라는 보도를 이해할 때 참고되어야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본다. 물론 선수들이 트레이닝 스케줄, 유연하지 못한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져야만하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이것은 선수단에게 자신들의 걱정거리를 표출하라고 심어놓은 문화에서 비롯된 사건일 수도 있다. 물론 반 할이 독재적인 성향을 지금까지 보여온 감독이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클럽들과 다르게 위기의 징조로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반 할은 지난 달에 아주 명료한 인터뷰를 했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독단적이라고 말하는 것에 깜짝 놀란다. 물론 나에게는 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나에게 다가와서 나의 철학을 바꿀 수 있을만큼 긍정적인 논쟁을 펼친다면, 그의 주장이 나보다 낫다고 판단하면 나는 변화를 줄 것이다. 나는 다른 의견에 개방적인 사람이다."


또한 반 할은 팀의 주장으로 선수들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웨인 루니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표출했었다. "웨인이 나를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나 역시도 웨인을 신뢰하고 있으며 그가 나에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하면 항상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항상 자신감 있게 나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웨인의 역할 때문에 드레싱룸 분위기 역시 좋다." 나는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네덜란드식으로 생각할 필요까지도 없다고 본다. 상처가 곪아 터지기 이전에 선수단의 걱정거리가 빠르게 감독에게 표출되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이런 관점은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이번 사건의 전부일 수도 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 성적이 좋을 경우에 정상적인 훈련과 건전한 논의라고 여겨질 것들은 퍼포먼스가 형편없는 침체기에 자칫 불화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이번 사건에서 우려해야할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루니가 선수들을 대표해서 감독에게 의견을 전달한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어보인다는 점, 두번째는 반 할의 독재 과거사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규율을 중요시하는 반 할의 성향은 아약스에서 레오 벤하커의 수석 코치로 일하던 초창기부터 아주 명백했다. 선수가 훈련장에 고작 몇분 늦었을 뿐인데 반 할은 격노했고 그랬던 사람이 팀의 감독이 되었다. 반 할의 리더십은 아주 엄격한 것으로 소문이 나게 되었으며 이에 '선수 스스로 생각하게 유도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크루이프는 반 할의 접근법이 마치 군대와 같다는 식으로 비판했었다.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 최대치를 수행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치 위에서 철저한 규율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피치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로 철저한 규율이 있어야지 피치 위에서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반 할은 이렇게 말한다.


아약스에서 삼프도리아로 떠났던 클라렌스 세도로프는 논쟁이 한계를 가지기 마련이라고 꾸준하게 말해왔다. 반 할의 커리어는 지금까지 사람들과 멀어지는 역사와 함께해왔다. 논쟁은 의견 불일치로 마무리될 수 있으며 반 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 의견 불일치는 분명 문제로 연결 될 소지가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스트라이커 루카 토니는 반 할과의 대화가 없었음을 폭로했고 바이언의 울리 회네스 회장은 반 할을 두고 "마치 클럽을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려는 것처럼 운영하고 있다" 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 반 할은 다소 부드러워졌다. 지난해 네덜란드 감독으로 반 할은 백3 시스템이라는 실용적인 선택을 했고 그는 로빈 반 페르시와 아르연 로번과 대화를 한 이후에 그런 변화를 결정했음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반 할이 변화를 준 것 뿐만 아니라 반 할이 선수단과 협의 이후에 변화를 줬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의견을 일치시키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용성이 떨어진 로빈 반 페르시를 인정사정 볼것 없이 페네르바체로 떠나보낸 것, 리저브팀 출전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빅토르 발데스와의 관계가 깨져버린 것은 여전히 과거의 무자비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반 할은 선수들에게 의견 공유를 장려했을 것이고 루니에게는 선수들의 걱정거리를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특권을 주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상적인 논쟁으로 보는가 아니면 불화로 보는가, 이것은 이번 사건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반 할에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두번째 기회란 없다는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5/sep/10/manchester-united-players-row-louis-van-ga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