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chael Cox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한 때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꼽을만큼 흥미롭고 정신이 없을만큼 빠르게 진행되며 경기의 비중도 컸던 아주 중요한 라이벌 매치였다. 두 팀의 대결은 타이틀 향방을 결정짔는 경기였으며 프리미어 리그의 특징을 아주 잘 집약해주던 경기였다. 그러나 과거 프리미어 리그를 이끌었던 두 팀은 현재 리그 최정상이 아니라 다른 클럽을 쫓아가는 입장이 되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지난 2시즌간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고 아스날은 유나이티드보다 리그 타이틀을 획득한지 오래 되었다. 물론 유나이티드가 우승을 차지했던 2012/2013시즌 이후로 아스날이 2시즌 연속 유나이티드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지만, 올 시즌 두 팀의 스타트는 얼추 비슷하다. 우리는 여전히 두 팀이 타이틀을 차지할만큼의 엘리트성을 갖췄는지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한다. 에미레이츠에서 펼쳐질 대결은 두 팀의 실력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일종의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현재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은 서로 완전히 대비되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우승을 차지하는 클럽에는 뛰어난 개인 능력을 갖춘 공격수가 있으며 거기에 조직력이 뛰어난 시스템도 있다. 지난 시즌의 첼시가 딱 그런 팀이다. 현재 아스날에는 전자(뛰어난 개인 능력을 갖춘 공격수)가 있고 유나이티드에게는 후자(조직력 있는 시스템)가 있다.


현재 아르센 벵거를 향한 비판은 "왜 여름에 보강을 하지 않았느냐?"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런데 아스날에는 뛰어난 공격 옵션들이 존재한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은 상위 레벨에서 그 퍼포먼스가 증명된 선수들이고 산티 카솔라는 리그에서 영리하게 경기를 지휘할 수 있는 선수로 손꼽히는 재목이다. 시오 월콧은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 이전에 아스날의 탑스코어러였고 아런 램지는 2013/2014시즌 유럽에서 가장 효율적인 미드필더였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프란시스 코클랭이라는 파괴적인 미드필더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날에는 아스날은 진정한 타이틀 경쟁자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과연 어떻게 벵거가 6명 능력의 최대치를 뽑아낼 것인가이다. 현재의 조합은 분명 문제가 있다. 간단히 말해 6명의 선수가 모두 중앙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산체스는 어디서든 뛸 수 있기에 왼쪽에 위치한 산체스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오른쪽에 위치하는 램지는 분명히 그 포지션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에서 아스날의 밸런스는 적절히 갖춰져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주 레스터 시티전에서 알렉시스 산체스가 해트트릭을 꽂아넣는 것을 봐라. 현재 아스날은 선수의 개인 능력 만으로도 경기에서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의 문제는 꾸준히 믿고 갈만한 조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3/2004시즌 무적의 아스날이었을 때, 그 때의 무패 우승은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로베르토 피레, 프레디 융베리 4명의 개인 활약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패 우승은 아스날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한 선수들이 시스템 속에서 기존의 재능을 더욱 극대화시켜 만든 결과물이다. 많은 사람들은 베르캄프와 앙리의 파트너십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가장 뛰어난 조합이었던 것은 앙리와 피레, 베르캄프와 융베리였다. 이 때의 아스날과 지금의 아스날은 너무나 다르다. 벵거가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시점까지 현재의 아스날은 선수 개인 능력의 최대치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루이 반 할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스날과 다른 입장이다. 물론 앙토니 마샬, 멤피스 데파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모르강 슈네들랭, 마테오 다르미안이 합류했기에 여전히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야 하지만 유나이티드는 개인의 공격력이 정점을 찍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과를 쥐어 짜내고 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확실하게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오로지 후안 마타 뿐이다. 멤피스와 마샬은 뛰어난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 반면 웨인 루니의 폼은 현재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있다. 현재 루니가 중앙에서 공을 소유하면 반복해서 패스 연결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마루앙 펠라이니는 플랜B를 위한 옵션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나 현재 사실상 팀의 백업 스트라이커이기도 하다. 리버풀전에 그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것이 그닥 놀랍지도 않았다.


그런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선두이며 아스날보다 오히려 2골을 더 넣었다. 아주 재밌는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다비드 데 헤아가 라인업에 복귀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으나 지금 강력한 수비를 보여주는 것은 반 할이 선수들에게 시스템을 잘 주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시즌의 4-3-3, 현재의 4-2-3-1 시스템까지 두 가지 형태에서 유나이티드는 굉장히 컴팩트한 대형을 유지하며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 시키고 있어 이에 상대팀 플레이메이커가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는 포지셔닝, 동료 선수들과 끊임없는 의사소통, 결단력 있는 홀딩 미드필더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마이클 캐릭은 여전히 튼실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고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역시 뛰어난 경기 조율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반 할이 두 선수를 서로가 서로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같이 뛰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나 어쨌든 두 선수가 이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수에 대한 수많은 이적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 할은 선수들을 호되게 훈련시킨 결과 기록적으로 수비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레스터 시티 원정은 논외로 하자!


올시즌 유나이티드는 데일리 블린트를 센터백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블린트는 반 할식 경기 접근법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다. 블린트는 신체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나 기술적으로 풍부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전술적인 이해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공을 어떻게 받아야 앞으로 편하게 플레이 펼칠 수 있을지, 공을 어떻게 뿌려야 하는지, 동료에게 어느 시점에 패스를 건네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선수가 바로 블린트다. 영리하게 플레이를 펼친 결과 블린트는 피지컬 부족으로 인해 노출해야할 약점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굳이 뽑자면 사우스햄턴과의 경기 전반전에 그라치아노 펠레에게 고전했던 것 정도랄까.


벵거는 선수 개인을 키워내는데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그는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만들고 벵거는 이렇게 하는게 선수에게 확신을 심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반 할은 아주 철저한 규율론자로 항상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선수들에게 포지션 감각을 주입하며 패스와 움직임에 대한 패턴들을 선수들 몸에 배도록 만든다. 체계적이면서 사전에 만들어 놓은 방식, 사실 로봇과도 같은 방법으로 상대의 틀을 깨려고 한다. 지난 달 영국 언론들은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반 할의 트레이닝 세션에 지루함을 느낀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어쨌든 유나이티드가 반 할의 시스템에 점차 익숙해져 가면서 분명히 뛰어난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는건 맞다.


이번 대결은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대결처럼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패트릭 비에이라와 로이 킨이 으르렁거리는 순간들, 마틴 키언이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덮치는 장면, 네빌 형제들이 호세 레예스를 공격하는 장면들과 같은건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이번 대결은 그런 종류의 치열함보다 어리고 유망한 선수들을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시도하려는 두 감독의 서로 다른 경기 접근법 차이에서 발생하는 싸움이 될 것이다.




출처: http://www.espnfc.co.uk/barclays-premier-league/23/blog/post/2642704/manchester-united-or-arsenal-closer-to-premier-league-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