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백전불태 :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 손자병법



프리미어 리그 구단 중 위건 애슬레틱은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하는 팀이다. 또한 프리미어 리그에서 위건만큼 역사가 부족하거나 관중 수가 적은 팀도 없다. 2005년 역사상 최초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이뤄낸 이후로 사람들은 매시즌 위건의 강등을 예상했다. 매년 "이제는 위건이 강등될 때가 되었다!" 라고 말했지만 위건은 매번 살아남았다. 위건은 끊임없이 그들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세력과 맞서 싸워왔고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했다. 다윗이 골리앗이 득실거리는 땅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저서 <왜 잉글랜드는 항상 실패하는가> 를 집필한 축구 저널리스트 사이먼 쿠퍼와 경제학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축구 구단의 성공에 있어서 '돈'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주장한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잉글랜드 구단의 최종 순위의 92%를 주급 지출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주급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팀이 항상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반대로 가난한 구단은 결국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위건에게 상당히 유감스러운 이론일 것이다. 딜로이트에서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위건은 매출, 임금 지출액, 관중수 부분에서 빅클럽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건은 계속해서 강등을 면하고 있고 이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위건은 축구 경제학이 주장하는 이론을 부정하고 있으며 또한 하부 리그로 그들을 잡아당기는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위건의 잔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구단주 데이브 웰란(Dave Whelan)을 빼놓을 수 없다. 위건의 평균 관중수는 17,000명에 불과하다. DW 스타디움을 채우는 관중 수는 네덜란드의 비테세, 독일 2부리그 수준이다. 표가 매진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평균 관중 수는 프리미어 리그 평균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관중 수 부족은 구단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관중 수 부족은)TV 중계나 상업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2010/2011시즌 위건은 총 £50.5m의 상업 수익을 기록했다.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프리미어 리그 구단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오로지 웰란 구단주의 애정과 투자가 위건의 적자를 막아내고 있으며 2011/2012시즌에는 무려 £48m의 대출 부재를 탕감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위건은 다른 프리미어 리그 구단과 경쟁할 수준이 못 된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 그들은 골리앗들과 경쟁을 펼친다.


사실 위건이 주급 지출에 비해 극적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쿠퍼와 지만스키는 지출 대비 성적이 감독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항이라 말한다. 지난 5년간 위건의 주급 지출 순위는 18위, 15위, 15위, 16위, 16위였다. 이것은 위건의 실제 리그 순위와 큰 차이가 없다. 


어쨌든 위건은 계속해서 프리미어 리그 잔류에 성공하고 있다. 재정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스위스램블은 위건의 행보를 "현대의 작은 기적" 이라 묘사한다. 우리는 위건이 지난 5시즌간 강등될 확률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매년 20개 구단 중에서 3개의 구단이 강등을 당하므로 각 팀이 강등당할 확률은 15%다. 하지만 돈이 핵심인 이 구조에서 모든 팀이 동등한 확률을 가지지 않는다.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재정 자료를 바탕으로 강등에 대한 확률을 따져보면, 평균 이상의 주급을 지출하는 구단이 강등당할 확률은 7.2%이다. 하지만 평균 이하의 주급을 지출하는 구단의 강등 확률은 15~21%로 상승한다. 위건 수준 혹은 위건 이하 수준으로 주급을 지출하는 팀의 강등 확률은 최대 44%까지 올라간다.


돈을 적게 쓴다는 것이 사형선고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매년 돈을 그렇게 적게 쓰면 강등 가능성은 증가한다. 지난 5년간 누적된 위건의 2012년 강등 확률은 무려 95%다. 수학적인 측면이나 회계적인 측면에서도 이 정도면 위건의 강등은 확실했다고 할 수 있다. 위건보다 4배로 돈을 많이 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강등 확률은 0%, 2배로 쓰는 아스톤 빌라의 강등 확률은 31%, 1.5배로 쓰는 풀럼의 강등 확률은 69%였다.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지속되는 위건의 잔류는 단순한 행운을 넘어선 결과이다. 모든 숫자들은 위건의 강등을 주장했는데 위건이 살아남았기에 위건의 스토리를 단순히 '돈'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은 돈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위건만의 생존 요소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위건의 스토리를 단순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는데서 끝내지 않고 배울점을 찾아야할 것이다. 다윗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여러분은 다윗이 사울의 갑옷과 투구를 쓰고 골리앗과 싸울 수 있었음을 알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그러지 않았고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 반란군의 지도자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위건은 뛰어난 팀이 아니다. 위건은 매시즌마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은 팀이다. 하위권에서 놀고있는 구단 중에서 위건은 점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돌린 결과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로베르토 마르티네즈는 단순히 수비진영에서 공을 돌리면서 행운이 따르는 상황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코넬 대학교의 학생 람지 벤 사이드(Ramzi Ben Said)는 Opta 스포츠가 <The Guardian>을 통해 발표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2010/2011시즌 위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득점을 기록했는지 분석했다. 또한 람지는 모든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어떻게 골을 기록했는지 수집해 분류했다.


데이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평균적으로 경기당 1.4골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오픈 플레이 득점은 전체의 66%다.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득점 루트는 직접 프리킥(direct free kick)으로 전체 득점 중 약 2.8%가 직접 프리킥이다.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넣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35차례의 슈팅이 시행된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의 위건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팀이었다. 2010/2011시즌 위건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골을 기록했다. 위건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만드는 것에 의존하지 않았고 다른 구단들처럼 차분하게 빌드업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위건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득점하지 못한 경기는 무려 19경기였다. 위건 오픈 플레이 득점의 대다수는 속공이었으며 나머지 득점은 프리킥이었다. 위건의 결과물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위건은 속공으로 평균보다 2배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고 프리킥으로는 4배 많은 골을 기록했다. 


마르티네즈는 일반적인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오히려 2가지 모두를 포기했다. 프리킥이라는 확률 낮은 공격방법을 통해 경기에서 승리하고자 했다. 마르티네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잡으려하지 않았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통해 경쟁했다.


ESPN의 통계&정보부 소속 앨버트 라카다(Albert Larcada)는 더 많은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경기 데이터를 통해 라카다는 위건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우리는 위건이 속공과 프리킥에 의존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게다가 라카다의 주장에 따르면, 위건은 슈팅을 시도하는 평균적인 거리가 가장 먼 구단이었다. 위건은 평균 26야드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위건이 슈팅 수 대비 득점 수가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위건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전술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위건이 기록한 득점의 평균 슈팅거리는 18.6야드이며 이 부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보다 훨씬 멀다. 또한 2010/2011시즌 중거리슛 득점자 상위 5명에 휴고 로다예가, 샤를 은조그비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위건이 의도를 가지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음을 뒷받침한다.


마르티네즈는 박스 바깥에서 슈팅하는 것이 위건에게 가장 적합한 루트라 판단했다. 실제로 위건은 박스 안 득점이 리그에서 가장 적은 구단이었다. 위건이 박스 안에서 기록한 득점은 총 28골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69골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속공과 프리킥에 의존하고 중거리 슈팅이 많다는 사실은 위건이 매우 수비적인 팀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위건의 포메이션은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Opta의 데이터에 따르면, 프리미어 리그 팀들은 평균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34% 비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위건은 그 어떠한 경기에서도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4-3-3 포메이션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렇다고 4-3-3이 고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위건은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을 계속 변화했고 특히 2012년에는 독특한 3-4-3 포메이션으로 위건의 잔류를 이끌었다. 그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마르티네즈의 전술은 정확한 장거리 슈팅에 의존한다. 그렇게 해야지 위건의 수비 조직이 깨지지 않으며 또 빠르게 조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마르티네즈는 코너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010/2011시즌 위건은 코너킥으로 단 1골만 넣었다. 위건에게 코너킥(공격)은 상대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위험한 상황이다. 마르티네즈는 게릴라 축구를 했던 것이다.


위건은 상대를 기다렸고 카운터 어택으로 펀치를 날렸다. 마르티네즈는 날카로운 슈팅력을 가진 선수를 스나이퍼로 기용했고 그들에게 중거리 슈팅과 프리킥을 맡겼다. 위건은 유연했고 예측이 불가능한 팀이었다. 깔끔한 정장과 밝은 미소를 머금은 사람이지만 마르티네즈의 내면은 반란군이었던 것이다.






지능적인 축구



여느 혁명과 다를 것 없이, 마르티네즈에게도 '정보'가 핵심이었다. 자신의 장점,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지 않는 반란군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 역시도 마찬가지다.


지식(intelligence)은 2가지 형태를 가진다 : 첫째는 정보(information)다. 감독은 항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대의 정보를 수집한다. 스카우팅, 코치들과의 상의, 훈련 관찰, 끊임없는 뉴스 관찰. 이것은 감독이 수행하는 업무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감독에겐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숫자는 이 곳에 개입한다. 날것의 데이터보다 객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늘날 감독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가공할 수 능력이 있든 없든 경기 분석가를 고용한다. 훈련장에는 이제 분석가를 위한 공간이 생겼으며 이들은 이전 경기들을 검토하고 다가오는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준다.


몇몇 감독들은 데이터에 상당히 집착하는 증세를 보인다. 마르티네즈는 집 TV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감독이다. Opta 스포츠, 아미스코/프로존, 스탯DNA, 매치 애널리시스 같은 데이터 회사들 덕분에 마르티네즈를 비롯한 감독들이 코너킥, 슈팅, 패스 자료를 터치 한 번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과 동치는 아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회사들은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스탯 DNA의 창립자 제이슨 로젠펠드(Jaeson Rosenfeld)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많은 혁신이 유의미한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경기장에서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우리는 분석을 위한 간결한 데이터를 뽑아내야 합니다. 선수들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몇가지 모델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이널 서드에서의 패스 성공 횟수 같은 것들 말이죠. 왜 그러한 숫자들이 의미가 있는지 수백가지 이유들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더 중요한 의미를 찾아 심도있는 분석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이미 데이터는 많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터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가지는데 비싼 수업료를 내야만 합니다."


감독들에게도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마르티네즈처럼 기존의 관습과 다른 방식으로 전략을 구사하려는 감독에게는 데이터가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감독에게는 아군에 대한 정보, 적팀에 대한 정보가 모두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여기서 두번째 지식, 추론(deduction)이 개입한다.


축구는 애널리틱스를 늦게 받아들였지만, 애널리틱스가 활용되는 분야는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감독과 애널리스트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정보, 많은 정보를 확보하길 원한다.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정보를 등한시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제 수많은 구단이 애널리틱스를 조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장점들까지 전부 활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통계와 그에 대한 분석은 훈련, 스카우팅, 경기 전략에 모두 활용되고 있다. Opta 스포츠에서 근무하는 존 콜슨(John Coulson)은 이제 데이터와 전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이 산업이 나아갈 다음 단계라 주장한다.


"현장에서는 통계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통계의 역할은 감독의 직관과 경험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보좌해주는 것이죠. 역동적인 스포츠인 축구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감독)이 통계 분석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큰 도전입니다. 이제 데이터는 상당히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10년 내에 우리는 지금보다 더 깊이있는 분석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와 농구에서 그랬듯이, 누군가 축구에서 데이터가 큰 이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면 그것은 즉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입니다."


"비디오 분석도 지금처럼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선수들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 자료, 스카우팅 자료로 활용되고 있죠. 메세지는 분명합니다. 초기에 비디오 분석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이 수행하는 하나의 사이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한층 발전된 데이터 분석은 전술 결정, 선수 영입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아갈 다음 단계입니다. 물론 아직 굉장히 초기 수준에 위치해 있습니다."


숫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은 언제나 동일하다. 축구는 숫자로 분석하기에 역동적, 유동적,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그렇다. 축구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담는 병의 모양마다 달라지는 물(water)만큼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 "오픈 플레이 vs 데드 볼, 슈팅 타입별 분류, 페널티킥, 골이 나오는 시간대, 홈 vs 원정, 평균적인 위치, 동점 상황일 때, 경기를 지고 있을 때, 경기를 이기고 있을 때" 처럼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변형을 줄 수 있다. 축구 경기를 분석하려는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경기하는 방식, 선수 가치 평가에 대한 통찰력을 갖습니다. 성간과 성운 그리고 파이프라인, 고속도로교통망 같이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가는 사항들도물리학자와 기술자들이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축구도 결코 못할 것은 아니다. 


모든 지식을 적용하기 전에 우리는 한가지 전제 조건을 명심해야만 한다. 축구에 최고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을 많이 넣는 것이 골을 적게 넣는 것보다 좋고 적게 실점하는 것이 많이 실점하는 것보다 좋다. 그것 뿐이다. 그 이상을 넘어서는 결코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감독들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특정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든다. 그 전략이 롱볼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속공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볼 점유율을 통해 상대를 말라죽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게릴라군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전술을 선택해야 한다. 지안루카 비알리와 가브리엘레 마르코티는 이렇게 말했다. "전술을 해체하면 기본적으로 2가지 뼈대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우리 팀의 단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며 둘째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온 전술의 핵심이다."


전술(tactics)과 전략(strategy)은 다르다. 전략은 시즌 전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한편 전술은 개별 경기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와 관련있다. 전략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올바른 전술을 택해야 하고 그 전술은 자신과 상대 팀에 적합해야한다.



펀트(punt)가 아닌 4번째 공격(Fourth down)을 시도하라



애널리틱스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축구계가 관습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축구에는 여전히 데이터 분석 없이 의사 결정하는 사항이 많으며 새로운 방법은 적어도 초기에는 배척당한다. 피치 밖에서 축구는 이렇게 빅데이터와 싸우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치열한 무대인 전쟁과 스포츠에서 표준적인 방식을 따라야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 말콤 글레드웰(Malcom Galdwell)은 <New Yorker> 사설에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렇게 펼쳐나간다.


<다윗은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 쇠사슬 갑옷을 입고 황동 투구를 썼으며 검을 집어들었다. 다윗이 검을 선택했다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골리앗과 싸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윗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나는 이러한 무장에 익숙하지 않아" 라고 생각해 무장을 해체한 후 5개의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언더독이 자신의 약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대결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골리앗의 방식으로 싸운다면, 골리앗이 이길 뿐이다.>


글레드웰은 이것이 단지 성경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는 상황에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다윗이 골리앗과의 대결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혁신적이고 예측하지 못할 방법을 쓰는 것이다. 글레드웰이 주장했듯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은 '사회가 몸서치리는 것'을 시행하는 것이다. 즉 사회에는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관습이 있고 그 관습에 도전해야만 한다. 물론 승리하기 위해 다윗(약팀)은 골리앗(강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2010/2011시즌의 반란군 위건은 다윗의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마르티네즈를 영웅대접하고 있지만 그가 유일한 존재는 결코 아니다. 마르티네즈는 자신이 보유한 스쿼드의 가치를 발견할 줄 아는 감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감독들은 축구계의 만연한 지식에 도전했고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해내 축구를 바꿔왔다. 혁신은 주로 기대만큼 승리하지 못하는 팀, 잘 이기지 못하는 팀에서 시작되었다. 강팀은 (적극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혁신하지 않을 경우 죽는 것은 약팀 뿐이기 때문이다. 약팀을 지도하는 감독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린다.


허버트 채프먼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W-M 시스템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7:0으로 패배한 이후 만들어졌다. 카테나치오, 지역 방어, 롱볼 게임 모두가 마찬가지다. 모두들 기존의 관습에 맞서 싸우기 위해, 상대를 놀라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심도있게 알며 새로운 것을 알고 있다면, 약팀도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재능, 고된 훈련을 떠나서 혁신이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성경 속 다윗처럼 리스크를 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사항이 아니다. 글레드웰은 이렇게 말한다.


"외부인이 기존의 방식에 도전하는 것은 내부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반란군은 규칙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 규칙을 만든 사람이 바로 골리앗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골리앗이 그러한 사회적 규칙을 만들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골리앗의 규칙으로 싸울 때 골리앗이 이기기 때문이다. 다윗이 골리앗의 방식으로 덤빈다면 다윗은 필히 패배한다. 관습적인 방법으로 싸우다 졌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받지도 않을 것이며 감동적인 추모사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윗이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싸우다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장례식에는 어느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며 그 방식에 대한 맹렬한 비판만 가해질 것이다."


누구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축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축구계 주류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다른 형태의 축구(other football)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빈 캘리(Kevin Kelley)는 플라스키 아카데미의 미식축구팀 감독이다. 캘리의 업적은 아주 뛰어나지만 미식축구계 사람들은 그가 비정상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캘리는 미식축구에서 시행되는 몇가지 관습적인 행동이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반대로 시행했다. 캘리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의 관습대로 행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관습은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상대 진영으로 펀트(punt)하는 것이다. 미식축구에서는 매소유권 상황마다 공을 앞으로 보낼 수 있는 4차례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10야드 전진을 해낼 경우, 점유권이 유지되어 또 한 번 4차례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3차례 시도 끝에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할 경우, 마지막 기회에서 4번째 시도를 할지, 펀트를 통해 상대에게 점유권을 내줄지 결정해야 한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차서 소유권을 잃게 되지만, 적어도 펀트를 통해 상대팀을 상대진영 깊숙한 지점까지 밀어낼 수 있다.


일반적인 통념은 이렇다 : 4번째 공격을 시도하다가 소유권을 내주는 것보다 가능한 공을 멀리 차서 상대팀을 최대한 밀어내는 것이 낫다. 만약 상대 골라인까지 거리가 멀지 않다면, 포스트 사이로 공을 차넣는 필드골을 시도할 것이다. 터치다운이 6점, 필드골이 3점에 불과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필드골을 시도할 것이다.


2006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는 과연 이러한 시도가 올바른 결정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 결과 로머는 펀트 혹은 필드골이 사실 나쁜 결정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팀은 여전히 그 방식을 선택한다.


사실 로머는 NFL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은 전통적인 경제 관념(기업이 언제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는가?)이다. 2006년 로머는 <정말로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 하는가?, 미식 축구로부터 얻은 증거들> 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로머는 4번째 공격 기회에서 펀트가 아닌 공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을 따르는 팀은 없었다. 명백하게도 미식축구 팀들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


캘리는 전통적인 관습을 거스르는 방법으로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로머와 캘리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방식을 사용할 경우, 팬들과 펀딧들은 그 방식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다. 2009년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NFL 경기에서 빌 벨리칙(Bill Belichick)이 4번째 공격을 시도했던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이다. 영화 <21>과 책 <Bring Down the House>로 유명해진 블랙잭 선수 제프 마(Jeff Ma)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벨리칙이 이끄는 패트리어츠는 6점이 앞선 상황이었다. 경기는 2분이 남아있었고 패트리어츠는 28야드 라인에서 다음 공격권 획득까지 2야드를 남긴 상태로 4번째 시도를 앞두고 있었다. 대다수 구단은 이 상황에서 펀트를 시도하지만 패트리어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8야드 지점에서 4번째 공격을 시도해 2야드 전진에 성공할 확률은 60%이다. 만약 성공할 경우 경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28야드 지점에서 펀트를 시도할 경우, 평균적으로 38야드 더 상대를 밀어낼 수 있다. 따라서 펀트로 상대를 38야드 더 밀어내는 것은 공격의 60% 성공 확률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통계 수치들은 벨리칙의 결정을 뒷받침했지만, 나는 이것이 직관에 반하는 결정이 사실 매우 간단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38야드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 성공 확률 60%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가치있는 결정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패트리어츠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공은 콜츠에게 넘어갔고 콜츠는 경기 13초를 남기고 근거리에서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벨리칙은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지 않았단 이유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 단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옳은 결정을 충분히 많이 시행한다면, 결국 확률은 당신의 것이 된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패배를 앞둔 상황에서 끝까지 비관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일반적인 방식으로 패배했다면 그 실패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무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축구에서 동일하게 코너킥 실점을 허용해도 맨투맨 방어를 지시한 감독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방어를 도입한 감독보다 욕을 덜 먹는다. 어떤 면에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 감독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감독에게 새로운 방법이자 더 옳은 방법을 제안한다.


데이터는 실생활에 스며들었고 축구도 마찬가지다. 감독, 팬, 선수들을 포함한 모두가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틀릴 수 있다는걸 데이터가 이야기한다. 진보적 성향의 감독은 각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터는 자신의 팀에 대해 알게 해주고 마찬가지로 상대팀에 대해서도 알게 해준다.


축구에는 100% 승리 공식이 없다. 매주, 매경기 접근법을 수정해야 한다. 감독들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 팀, 상대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승리 가능성을 높여야하고 감독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데이터는 혁신적인 감독들의 새로운 시도를 도와줄 것이며 숫자의 게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싸우기 위해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축구에서 처음 시작된건 아니다. 이것은 중국의 고대 철학에서 시작되어 이미 많은 감독들이 관심을 가진 사항이다. 


"빅 필"이라 불렸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는 <손자병법>에 깊은 감명을 받은 감독 중 하나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스콜라리는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에게 손자병법 일부분을 선수들에게 복사하여 나누어줬다. 호나우지뉴가 얼마나 열심히 읽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스콜라리가 <손자병법>에서 지혜를 빌리고자 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 챕터를 시작할 때 소개했던 문구 <지피지기백전불태> 처럼 말이다. 


가능한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고싶은 감독들은 숫자에서 통찰력을 발견할 것이며 또한 그러한 시도들은 감독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 


슈팅을 예시로 들어보자. 슈팅을 많이 시도하는 것은 공격 생산성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슈팅 횟수 자체는 슈팅의 퀄리티와 연결되는 상황 조건을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훨씬 더 깊은 수준의 이해력이 필요하다.


애널리틱스는 피치 위에서 시행되는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려준다. 롱볼이 크로스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가? 자기 진영에서 시도하는 드리블은 어느 팀에게 더 손해일까? 4-4-2는 4-3-3보다 더 효율적인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대팀을 상대로 (포메이션이) 더 효율적인가? 숫자는 우리가 경기를 어떻게 펼쳤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숫자는 감독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그 전략을 위해 개별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도입해야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단순한 숫자만 가지고 점유율이 항상 옳은지, 역습이 좋은지, 마르티네즈처럼 중거리슛과 직접 프리킥에 의존하는 것이 좋은지 결론내릴 수 없다. 숫자는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숫자를 활용하는 설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숫자가 감독의 업무를 대체할 순 없다. 애널리틱스는 결코 축구를 기계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숫자는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감독이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onw About Soccer Is Wrong, Chapter 7>

숫자의 게임 : 턴오버 싸움

The Numbers Game 2016. 8. 25. 12:52 Posted by Seolskjaer




공이 없으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우리가 공을 소유하면 상대는 골을 넣을 수 없다 - 요한 크루이프



서독을 지휘한 전설적인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Sepp Herberger)는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1954년 월드컵에서 서독은 매직 마자르(Magic Magyars)라 불리는 헝가리를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이는 '베른의 기적' 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그의 명언은 이제 하나의 클리셰처럼 사용되고 있다. "다음에 상대할 팀이 언제나 가장 힘든 상대"라는 말 역시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남긴 명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공'과 관련되어 있다. 공은 헤르베르거의 축구 사고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단어였다. 그는 공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경기를 이해하는 것의 핵심이라 생각했고 "공은 사람의 발보다 빠르다" 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가장 유명한 문구는 너무나도 간단해서 이것이 대체 어떻게 명언일 수 있냐고 비웃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이 자신의 이력서에 적혀있다면, 대중은 그 말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헤르베르거가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 공은 둥글다.


'공은 둥글다'라는 문구는 팬과 선수, 언론인 사이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사용되며 축구가 예측 불가능의 스포츠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축약된 형태로 전해진 것이다. 본래 헤르베르거의 발언은 "공은 둥글다. 그래서 경기는 여러 방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였다. 그가 원래 의도했던 바는 공이 있으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축구는 노력의 최종적 산물인 골로 평가를 받는 스포츠다. 어떤 팀은 빛의 편에서 공을 소유하며 골을 노린다. 한편 다른 팀은 어둠의 편에 서서 골이 발생하지 못하게 막는다. 긍정과 부정의 충돌, 양과 음의 충돌 정중앙에 바로 '공'이 놓여있다. 공을 가지고 있는 팀이 빛의 편에 서게 되고 공을 소유하지 못한 팀이 어둠의 편에 서게 된다.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공에 대해서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최근에는 공을 소유하는 것이 유행하는 추세다. 심지어 공 점유만을 목적으로 공을 점유하는 팀까지 등장했다. 최대한 오랫동안 햇볕을 쬐고 싶은 모양이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이 분야에서 최강의 팀이고 이들은 공을 굉장히 소중하게 다룬다. 그리고 두 팀은 라 리가 타이틀,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 유로와 월드컵 우승으로 그 뛰어난 플레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


바르셀로나&스페인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공을 가지고 경기하는 것에 매혹된 팀은 상당히 많다. 1996년 조지 그레엄의 자리를 물려받은 아르센 벵거는 아스날을 공을 가지고 경기하는 것을 선호하는 팀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조지 그래엄과 아르센 벵거의 지도를 모두 받아본 나이젤 윈터번은 이렇게 말한다. "아르센 벵거의 트레이닝은 공점유, 공운반, 그런 동료를 도와주는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스완지 시티를 지도하는 브랜단 로저스도 이 시스템을 상당히 선호한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는 아스날과 스완지의 경기 스타일 공통점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유사성에 대한 질문을 일축시켰다. 벵거의 눈에 스완지의 점유율은 "무익한 점유율"이다. 벵거의 관점에서 스완지의 끊임없는 볼 소유는 결과물(득점) 혹은 목적 없이 진행되는 과정일 뿐이다. 루이 반 할의 바이에른 뮌헨 역시 마찬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었다.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 축구, 반 할은 햇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것이다.


반대로 공 소유를 원하지 않는 팀, 어둠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을 선호하는 팀이 있다. 조세 무리뉴가 역습 축구를 펼치기로 마음 먹는다면 그가 지도하는 팀은 어둠 속 축구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안토니오 콩테, 위르겐 클롭의 축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클롭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점유율과 경기 지배력 없이 상당히 매력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다는걸 몸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점유율을 포기하는 팀중에 짓궂은 축구를 펼치는 팀도 있다. 1980년대 윔블던이 그런 팀이었고 그래엄 테일러의 왓포드도 거친 수비 축구를 표방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은 토니 퓰리스의 스토크 시티가 그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점유할 것인가 vs 점유하지 않을 것인가의 차이는 아주 극명하다. 아스날과 스토크로 이야기를 이어가자. 두 팀은 점유율이란 측면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팀이고 앞으로 Opta의 데이터를 활용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2010/2011시즌 아스날 선수들은 대략 볼터치를 30,000회 기록했다. 또한 약 60%의 점유율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 점유율을 기록했고 46% 아래로 점유율이 내려간 적이 없었다. 또한 점유율 66%를 넘긴 경기도 상당히 빈번했다. 


한편 스토크 시티는 총 18,451회의 볼터치를 기록하면서 이 부분에서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평균 점유율은 39%였고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스토크 시티의 홈구장)에서 아스날과 경기했을 때, 스토크는 무려 2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해 스토크가 상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는 딱 1차례에 불과했다. 점유율에 관한 통계를 무시하는 감독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스토크의 토니 퓰리스는 그런 감독들 중 하나다. 높은 점유율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아스날과 스토크가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펼친 날, 아스날은 74%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패스 횟수에서도 611 vs 223으로 완벽하게 앞섰다. 하지만 경기는 스토크가 3-1로 승리했다.






바르셀로나도 비슷한 케이스를 경험했다. 세계 최강의 클럽으로 손꼽히는 바르셀로나지만 이들은 2012년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첼시의 극단적 수비에 막혀 탈락했다. 점유율도 1차전에서 79%, 2차전에서 82%를 기록했으나바르셀로나는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르셀로나는 72%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경기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이겼다. 헤르베르거가 말했듯, 공은 둥글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의 패배를 우연의 탓으로 돌릴 수 있고 대수의 법칙을 활용해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축구는 운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포츠고, 우리는 앞서 이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다. 축구를 정말 많이 하다보면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친 팀이 승리하지 못할 확률도 약 50%에 육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패배하는) 역경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원치 않아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 과연 우리는 점유율 우세했음에도 패배한 것일까? 아니면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에 패배한 것일까? 아티스트가 틀렸고 기능주의자가 옳은 것일까? 점유율을 통해 무언가 해내지 못한다면, 점유율은 무가치한 것인가? 점유율은 승리란 결과를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점유율 자체가 경기의 목적이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한 가지를 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공을 점유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는거다. "공을 점유하고 있다"란 말은 상당히 많이 쓰이는 문구다. TV와 라디오, 펍에서도 우리는 '점유율'이란 단어가 빈번하게 활용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고 그 통계 수치는 팀이 얼마나 경기를 잘 펼쳤는가, 팀의 전술적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활용되고 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시대 속에서 점유율은 대유형을 타고 있다. 어쨌든 '점유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한다. 일단 이것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고서야 우리는 점유율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을 쫓다


"점유"에 대해서 정의하자. 사전적 의미로 "무엇인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 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점유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사물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축구에서 점유는 구형의 공을 발로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헤르베르거가 말했 듯이 공은 둥글고 거기서부터 이제 문제가 발생한다 : 인간의 발은 무엇인가 완벽하게 통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 부위다. 크고 무거운 구형의 축구공이 아니더라도 발로 무언가 다루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공을 점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Opta의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고 아주 평범한 경기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다. 2011년 3월 19일에 있었던 아스톤 빌라와 울버햄턴과의 경기에서 임의의 10분간 공이 피치 위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공이 잭슨 폴락의 작품보다 더 무질서하게 움직이는걸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도 공이 전체적으로 무작위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피치를 하나의 좌표 공간이라 생각하고 x-y축으로 나누어봐도 공이 저렇게 움직이는 이유를 알아낼 수가 없다. 10분이 아닌 90분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더라도 그림만 복잡해질 뿐 일정한 패턴은 확인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마치 경기장이라는 그림판 위에서 공이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선수들의 공을 다루는 기술 연마가 쓸모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노력은 마치 팀이 공을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단 그것은 상대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공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 어떠한 팀도 공 소유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공을 자신의 팀 소유로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는 순간은 골키퍼가 손으로 공을 다루는 시점, 세트 피스가 선언된 순간 뿐이다. 골키퍼의 손 사용, 스로인 상황을 제외하고 대다수 경기 시간동안 공을 완벽하게 점유하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잠깐의 시간동안 상대팀보다 공을 더 자주 통제하는 것일 뿐이다.


축구에서 공 소유와 관련해 정말 중요한 것은 공을 어디로 보내는가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상대의 골문이다. 모든 팀은 공을 상대의 네트로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마찬가지로 상대가 우리 골문에 공을 집어넣는 것을 우려한다. 단순한 '점유율'은 부적절한 단어라 할 수 있따. 경기를 더욱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느 팀이 공을 더 자주 혹은 적게 통제하고 있는지, 공이 피치 위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



공을 다루다


Opta의 데이터에 따르면, 1시즌간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 기록하는 모든 볼터치 회수 총합은 대략 50만회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경기당 1,300회의 볼터치가 기록된다는 말이고 각팀은 650회의 볼터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선수들은 대략적으로 60회의 볼터치를 기록하게 된다. 공을 터치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다르다. 실제 공을 소유하는 것보다 공을 터치하는 것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잉글랜드의 스포츠 과학자 크리스 칼링(Chris Carling)은 2011년 리그 앙 챔피언인 릴 OSC에서 퍼포먼스 분석가로 먹고살고 있다. 칼링의 주된 관심사는 선수들의 운동량과 피로도 관리였다. 경기에서 그 두가지 사항이 관리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상태를 다루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수년에 걸쳐서 칼링은 "신체활동 개요서(physical acitvity profiles)"라 불리는 연구를 조사했다. 신체활동 개요서에는 선수의 피치 위 행동이 측정되어 있고 각 선수들의 활동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적혀있다. 칼링은 관심있는 몇가지 데이터를 측정했다 : 선수 개인이 실제로 공을 건드린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선수가 공을 가지고 질주한 실제 시간은 얼마인가? 그리고 그 때의 속력은 얼마인가? 멀티카메라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칼링은 리그 앙 30경기 데이터를 수집했고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했다.


칼링이 발견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시행하는 대다수의 행동은 실제론 공과 관련이 없다. 선수가 공과 떨어져 있는 상황이 실제로 공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터치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평균적으로 선수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53.4초 뿐이며 공을 가지고 질주하는 거리는 191m 정도일 뿐이다. 


선수가 실제로 공을 소유하는 평균적인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으며 이것은 실제 경기의 1% 수준일 뿐이다. 또한 평균적으로 선수들이 11km를 뛰어다닌다. 실제로 선수가 공을 가지고 질주하는 거리는 191m에 불과하고 이는 선수가 커버한 거리에 1.5%에 지나지 않는다. 선수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선 평균적으로 2번의 터치가 기록된다. 그리고 공을 소유할 때 평균적으로 1.1초의 시간을 소모한다. 선수의 포지션을 고려한 칼링의 기록은 선수가 실제로 공과 관련있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체 경기의 99% 시간동안 선수들은 공을 건드리지 않으며, 달리는 시간의 98.5%는 공없이 달리는 것이다. 선수가 공을 건드린다할지라도 순식간에 다시 공을 소유하지 않게 된다.


칼링의 연구는 피치 위에서 공에 실제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한다. 우리는 축구를 공을 가지고 달리고 공을 만지는 스포츠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선수들은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지 않는다. 축구는 개인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극히 짧은 스포츠다. 공을 움직이기 위해서 동료들과 잠깐의 시간동안 공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상대팀이 공을 소유하지 못하게 막는다. 우리는 공을 지배하는 것이 팀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방법론이라 생각하지만, 칼링의 연구 자료는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패스는 발로하는 것이 아니다


축구 경기를 하면서 팀이 공을 점유하는 상황은 얼마나 발생할까?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공의 소유권이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넘어가는 상황은 1경기에서 몇회 발생할까? 또한 선수가 공을 만지는 순간은 극히 드문데 그 때 선수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공을 점유하는 횟수를 측정하기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상대팀에게 공을 뺏기는 횟수를 하나씩 세는 것이다. 슈팅과 득점이 아주 풍부하게 발생하는 농구에서 공을 소유하는 횟수, 공을 뺏는 횟수는 그 값이 상당히 크다. NBA 경기에서 각 팀은 경기당 평균 91~100회 정도 공을 소유하게 된다. 두 팀의 횟수를 더하면 180~200회 정도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축구는 어떨까? 우선 '1차례 점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하고 시작하자. 공을 완벽하게 점유하는 경우만 생각하자. 즉 선수가 상대에게서 공을 뺏어내고서 팀이 2회 이상의 패스 연결에 성공하거나 즉각적으로 슈팅을 시도한 경우만 공을 점유한 것으로 간주하자. 이처럼 공을 뺏어내고 점유를 통제할 때, Opta는 이것을 '공을 되찾았다'(recovery)라고 기록한다. 이렇게 공을 점유하는 경우는 보통 1경기에서 한 팀에 100회 발생한다. 축구는 두팀이 경기하는 것이니까 총합 200회이다. 공을 제대로 소유하는 경우가 한 팀에 100회씩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을 뺏고 즉각적으로 다시 뺏기는 경우는 제외했으니까 말이다. 이 숫자는 농구의 기록과 아주 유사하다.


우리는 공을 되찾는 것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세웠고 그것을 바탕으로 팀별 100회란 결론을 지었지만, 만약 느슨한 기준을 세운다면 축구는 농구보다 탁구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상대의 공을 가로채기한 것, 태클로 공을 뺏어낸 것, 동료의 패스를 놓쳐버린 것, 파울을 저지른 것,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것, 실수로 상대에게 패스해버린 것들 이 모든 것을 다 통합하면 그 숫자는 약 2배 가량 증가한다. 지난 3시즌간 프리미어 리그에서 상대에게 공이 넘어간 횟수는 평균 190회였다. 경기당 평균적으로 380회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우리가 엄밀하게 정의한 100회의 소유 상황에서 10차례가 슈팅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100회 중 1.3회가 골로 연결된다. 보다 느슨한 정의를 적용하면 100회의 소유 상황에서 6차례 슈팅이 발생하고 골로 연결되는 경우는 0.74회이다. 축구는 점유의 스포츠가 아니며 지속적인 턴오버를 관리하는 싸움인 것이다.


엘리트 레벨의 축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스날처럼 공을 점유하는 것에 굉장히 자신있는 팀도 마찬가지다. 아스날은 평균적으로 175회의 턴오버를 기록한다. 아스날이 턴오버를 140회 미만으로 기록한 적은 없지만 때때로 턴오버 수는 240회까지 상승한다. 이 수치는 클럽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점유율 축구를 팀의 철학으로 삼더라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3시즌간 상위10개팀은 엄밀한 소유를 상대에게 101.4회 허용했고 느슨한 정의를 적용한 점유율을 187.9회 허용했다. 한편 11~20위를 차지한 클럽은 동일한 기록에 대하여 99.1회와 189.3회의 수치를 기록했다.  


아주 평범한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도 공을 가지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상황이 한팀에게 200차례 발생한다. 그 상황에서 선수들이 가장 빈번하게 고르는 선택지는 바로 패스를 하는 것이며 온갖 방식이 다 동원된다. 다양한 방식의 패스가 이루어지며, 실제로 패스는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약 80%를 뛰어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들이 바로 슈팅, 프리킥, 드리블, 세이브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비중이 각기 2% 남짓인 수준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점유율이란 턴오버에서 자유로운 패스 연결인 것이다.


점유율은 팀 전체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즉 점유율은 선수 개개인의 특출남이 아닌 팀의 능숙함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StatDNA의 제이슨 로젠펠트의 연구를 활용할 것이다. 로젠펠트는 선수의 기술이 패스 성공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알아내고자 했다. 로젠펠트는 패스 성공률에 선수의 기량보다 공을 주고받는 상황의 난이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직감을 검증하기 위해서 로젠펠트는 숫자에 의존했다 : 브라질 리그에서 시해된 100,000회의 패스 자료를 분석했다. 그는 100,000차례의 패스를 패스가 시도되는 그 순간의 난이도에 따라 구분했다. 일반적으로 센터백이 상대의 압박을 받지 않을 때 시도하는 패스는 공격 라인의 선수들이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패스하는 것보다 쉽다. 로젠펠트는 상당히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다 : 패스 거리, 상대의 압박, 패스가 시도되는 위치, 패스 방향(전진 or 후진), 패스 방법(공중볼, 헤더, 원터치 패스) 


로젠펠트는 재밌는 결론을 목격했다. 패스가 시행되는 순간 발생하는 여러 상황적 조건을 고려한 결과, 모든 선수들의 패스 성공률이 사실상 동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선수의 개인 기량이 패스에 미치는 역할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패스 성공률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패스가 시행되는 순간의 상황적 어려움이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상 선수들의 패스 능력 차이를 구분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의 압박이 없다면, 그 어떤 선수라도 전진한 위치에서 충분히 패스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굉장히 짧은 거리를 연결시키는 패스라면 그거 역시도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결국 엘리트 레벨에서 선수의 패스 성공률을 결정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발기술이 아니라 패스를 시도하는 찰나의 순간을 간파하는 능력인 것이다.


선수의 패스 능력이 대체적으로 동일하나 선수의 볼소유 능력이 모두 동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데이터는 공이 오기 전에 선수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주지 않으며 이 연구를 시행한 로젠펠트는 이렇게 말한다. "챠비가 세계 최고의 패스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교한 패스는 물론, 상대의 압박이 존재하지 않아 쉽게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는 능력 때문이었다. 챠비의 경이적인 볼 컨트롤 능력 덕분에 그는 상대의 압박을 쉽게 피할 수 있었고,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패스 난이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공을 오랫동안 다루면서 패스를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간다. 또한 동료에게서 공을 연결받을 때, 즉시 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동작을 취하지 못한다."


점유율 축구는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것이다. 특히 피라미드 최상위층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구는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공을 받기 위한 적절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많은 감독들이 피치 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고함을 지르지만, 패스는 발로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머리로 하는 것이다. 축구는 머리로 하는 싸움이다. 


우수한 팀일수록 선수들은 패서와 패스를 받는 선수를 위한 공간을 잘 만들어낸다. 실력이 떨어지는 팀은 그 똑같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결과 패스할 여건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수한 팀과 형편없는 팀은 '더 좋은 위치를 향해 더 쉽게 패스할 수 있는가' 여부로 갈린다. 




패스 : 패스 횟수 & 패스 퀄리티


인터나치오날레, 레알 마드리드, 첼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때, 바르셀로나가 점유율을 가져가도록 기꺼이 내버려뒀으며 역습 중심의 축구를 펼쳤다. 약팀은 압박을 적게 받는 센터백들끼리 공을 빈번하게 주고받아 경기의 속도를 죽인다. 따라서 패스 횟수는 그 팀이 얼마나 좋은 패스 능력을 가졌는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진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점유율이 일정 수준의 관계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더 많은 패스를 시도할수록 그 팀의 패스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팀의 패스 성공률이 높을수록 그 팀은 더 자주 패스를 시도했다. 2010/2011시즌의 380경기를 조사했는데 패스 성공률이 높을수록 패스 횟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팀의 평균적인 패스 성공률과 패스 횟수는 아래 그림과 같다. 아스날과 첼시는 550회 이상의 패스를 시도했고 블랙번과 스토크는 300회를 가까스로 넘기는 수준이었다. 






아스날과 첼시는 패스를 10번 시도하면 8개는 성공적으로 연결시켰다. 이우드 파크,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뛰는 클럽은 아스날&첼시와 유니폼 색깔은 비슷하지만 60% 수준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이 높을수록 턴오버 횟수가 적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스 성공률이 높은 팀은 얼마나 많이 패스를 시도하는가에 따라 턴오버 횟수가 결정될 것이다. 


상대에게 턴오버를 허용하지 않는 팀, 상대에게 공을 내주지 않는 팀은 공을 주고받는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팀은 상대 주변에서 더욱 안전하게 패스 플레이를 시행할 수 있다. 패스 횟수는 팀의 전술적 선택을 보여준다. 동료 선수에게 어느 수준의 정확도로 패스를 연결시킬 수 있는지가 점유율의 퀄리티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패스 성공률은 단순히 패스를 전달하는 선수의 발기술이 아니라 주고받는 양자간의 협력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점유율의 가치


흔히들 축구계에 철학적 갈등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공이 피치 위에서 아름다운 패턴을 가지고 매끄럽게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여 바르셀로나, 스페인, 아스날의 경기 방식을 추구한다. 반대로 조세 무리뉴, 샘 앨러다이스와 같은 부류들도 있다. 이들은 공격을 빠르고 효율적이게 수행하길 원하며 단번에 일격을 가하는 공격을 선호한다. 전자의 스타일은 '아름다움'이라 불려지고 후자는 '무자비함'이라 불린다. 어쨌거나 각각의 축구에 붙이는 수식어는 주관적인 것일 뿐이며 다양한 방식의 축구를 간단하게 두가지 분류로 분리하고 있다.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의 성공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패스 축구가 우위를 점하게 만들었다. 21세기 축구의 시작은 패스 축구의 유행과 함께했다 : 점유율이 팀을 승리로 인도할 것이니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이론적 배경이다.


우리가 관심있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바로 사실(fact)이다. 정말로 점유율을 높게 기록하는 것이 더 높은 승리 확률을 보장할까? 점유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면, 그것은 피치 위에서의 결과로 반영되어야만 할 것이다. 25년 전, 카디프에 있는 웨일스 대학의 퍼포먼스 분석 센터에서 근무한 마이크 휴즈는 1986년 월드컵 경기를 바탕으로 점유율이 실제로 중요한지 알아 보았다. 휴즈는 성공적인 결과를 낸 팀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팀과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을 코드화했고 준결승에 진출한 국가와 1라운드에서 대회를 마감한 팀 사이의 차이를 비교했다.


휴즈의 연구 결과는 점유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점유율 축구는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준결승에 진출한 국가는 1라운드에서 탈락한 국가보다 공을 점유하는동안 더 많은 볼터치를 기록했다. 준결승 진출 국가는 자신의 지역 중앙에서 더 많은 패스 게임을 시도했으며 상대 진영에 도달해서도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1라운드에서 탈락한 국가들은 측면에서 공을 많이 주고받았다. 또한 1라운드 탈락 국가는 점유를 상대에게 내주는 경우가 잦았다. 즉 턴오버 횟수가 많았다.


휴즈는 1986년 월드컵에서 그치지 않고 2001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까지 분석했다. 여기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차이가 뚜렷했다.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국가는 오랫동안 공을 점유했고 20초 이상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 조기탈락한 국가보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다. 또한 슈팅을 시도할 수 있을만한 지역으로 공을 연결시키는 것에 있어서도 훨씬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데이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패스하는 상황을 보다 더 간단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 팀을 승리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핵심이다.


코파 2011에서만 점유율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2004년 리버풀 존 무어 대학교의 스포츠 과학 연구팀은 2002년 월드컵 경기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도 더 오랜 시간동안 공을 주고받을수록, 더 많은 전진 패스를 연속해서 시도할수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대회는 토너먼트 특성상 행운이란 요소가 모든 팀에게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녹아웃 스테이지 구조 때문에 우리는 충분한 경기 샘플 수를 가지고 분석을 시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샘플 수가 많은) 리그에서는 어떨까? 이번에는 2001/2002시즌 프리미어 리그 경기 데이터를 활용했다. 점유율이 경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행사할까? 경기 스코어에 따라 점유율 차이가 발생할까?


팀 최종성적에 관계없이 보통 경기를 지고 있을 때 더 많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경기를 앞서고 있는 팀은 상대에게 더 자주 공을 내줬고 1~2점 차로 지고있는 팀은 공을 이전 상황보다 더 자주 터치했다. 하지만 경기 스코어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더 오랫동안 공을 소유한 팀이 보통 승리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점유율은 승리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점유율과 승리의 연관성은 팀의 전반적인 기술력에 관련된 것이지 골을 넣기위한 특정한 전략인 것은 아니다. 평범한 기량을 가진 선수는 압박을 당하는 과정에서 시야가 좁아지지만, 우수한 퀄리티를 갖춘 선수는 스스로 패스를 쉽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이들은 상대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알고 있다. 또 이들을 데리고 있는 팀은 시즌을 소화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



점유율과 턴오버 : 공격 & 수비


빌 샹클리는 안개 낀 밤 암스테르담에서 젊은 크루이프가 이끄는 아약스에게 5골을 내준 것을 불평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껏 우리가 상대했던 클럽 중 아약스가 가장 수비적인 팀이었다." 당연히 크루이프는 샹클리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젊은 마에스트로 크루이프는 공을 소유하는 것이 수비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공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이해했다. 웸블리에서 네덜란드가 잉글랜드에게 2-0 승리를 거둔 날, 크루이프는 중앙선을 단 한 차례도 넘어오지 않았다. 크루이프는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공이 없으면 우린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는 골을 넣을 수 없다!" 크루이프의 발언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 시도하는 패스의 성공률을 높일수록 턴오버를 적게 기록하게 된다. 패스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 더 많은 득점을 이뤄낼 수 있고 더 적게 실점하게 된다. 그렇게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다.


크루이프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1,140경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총 2,280개의 팀 퍼포먼스 결과가 나왔으며 결과는 아주 분명했다. 우선 공격을 살펴보자. 상대로부터 공의 소유권을 더 잘 지켜내는 팀이 더 많은 슈팅을 기록했고 더 많은 골을 넣었다. 수비적인 관점에서도 공을 더 많이 소유하는 팀은 상대의 슈팅을 억제했고 그렇게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공을 소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더 많은 골을 넣었고 더 적게 실점했다. 상대보다 더 오랫동안 공을 소유하는 팀은 1.44골을 기록했고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은 1.19골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그 정도의 차이로 더 우수한 방어력을 선보였다. 







다른 방식의 점유, 즉 턴오버를 생각해보자. 상대에게 턴오버를 적게 내주는 팀은 경기당 1.4골을 기록했고 상대에게 더 많은 턴오버를 내주는 팀은 1.1골을 기록했다. 수비쪽에서도 비슷한 차이로 턴오버를 더 많이 기록하는 팀이 골을 더 내줬다. 공을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은 피치에서 경기당 0.3골을 더 기록하게 해주며 0.3골을 덜 실점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점유율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승리, 더 적은 패배로 팀을 이끌어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고 그건 상당히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 공의 소유권을 지키고, 더 높은 성공률로 패스를 연결시켜 상대에게 공을 내주는 일을 적게 만들어 더 많은 승리를 기록해 더 많은 승점을 획득하여 결국에 우승을 차지한다. 






점유율을 높게 기록한 팀의 승리 확률은 39.4%였고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팀의 승률은 31.6%였다. 패스 성공률이나 전체 패스 횟수로도 경기마다의 팀별 우위를 구분할 수 있는데 더 많이 공을 건드리는 팀이 7.7%에서 11.7%까지 차이로 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확실한 무기는 바로 턴오버를 적게 허용하는 것이다. 턴오버를 적게 허용하는 팀의 승리 확률은 44%였으며 턴오버를 많이 기록하는 팀의 승리 확률은 27%에 불과했다. 공을 소유하는 것은 승리하는데 좋은 방법론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공을 되돌려주지 않는 것이 더 확실한 지름길이다.


앞서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선 패배하지 않는 것이 승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점유율은 패배를 피하는 것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점유율을 더 높게 기록하면 패배 확률이 7.6% 정도 줄어든다. 팀 승률에 기여하는 수준의 차이를 여기서도 동등하게 기록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더 강한 효과를 주는 수치는 턴오버다 : 패스 성공률, 패스 횟수는 팀의 패배를 막는 것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턴오버는 다르다. 더 많은 턴오버를 기록하는 팀은 47.7%의 패배 확률을 기록한다. 한편 경기에서 더 적은 턴오버를 기록하는 팀이 패배할 확률은 고작 28.4%일 뿐이다. 






이런 수치들이 결국 시즌 최종 결과에 반영 된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클럽은 대체적으로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며, 그렇지 못한 클럽은 강등권 싸움을 펼친다. 아래는 2009/2010~2010/2011시즌 클럽의 평균적인 점유율과 승점을 산점도로 표현한 것이다. 점유율이 높다고 매경기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기함으로써 더 많은 승리와 적은 패배를 달성할 수 있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구단의 평균 순위는 6.7위였지만,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구단의 평균 순위는 13.8위였다. 높은 점유율에 적은 턴오버까지 추가된다면, 그 팀은 아주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왼쪽에 위치한 아웃라이어를 주목해야 한다.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구단 중 한 팀이 특히 두드러진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팀은 공을 소유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강등권 경쟁을 펼치지 않고 있고 점유를 추구하는 팀보다 오히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기까지 한다. 이 팀이 바로 스토크 시티다. 스토크는 공을 점유하지 않는 기술에 있어서 마스터라 할 수 있다. 스토크는 단순한 통계적 아웃라이어일까 아니면 스토크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일까?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숫자의 게임 : 0은 1보다 크다

The Numbers Game 2016. 8. 14. 15:26 Posted by Seolskjaer



모든 선수들은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 펩 과르디올라



지금까지 축구계에는 수많은 전술 철학가와 그 철학을 널리 전도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1978년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던 세자르 루이스 메노티만큼 예지력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메노티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아르헨티나가 우파 성향의 군사 정권 통치를 받을 때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메노티의 커리어 측면에서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실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실용적 판단은 피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메노티는 피치 위에서만큼은 아주 순수주의자였다.

 

메노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아주 간단했다 : 축구는 상대팀보다 1~3골을 더 넣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의 생각 속에는 리드를 지키기위해 잠근다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의 축구가 공수 밸런스를 속에 이루어지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하지만 메노티에게 흑과 백이 아닌 회색은 존재하지 않았다. 눈부시고 흥미진진한 공격, 시니컬하고 우울하기 짝이없는 수비 2가지 개념만 존재했다. 하나는 빛이고 하나는 어둠이었다.

 

메노티는 공격과 수비를 이념의 대결처럼 간주했다. 공격은 좌파이며 수비는 우파이다. 메노티는 확고한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공격을 긍정적인 태도, 창의성과 흥겨움이 함께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수비는 부정적, 결과에 집착하는 두려움의 표현으로 묘사했다. "우파 축구(수비적인 축구)는 인생이 투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희생을 강요하고 강철같은 선수가 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라고 말하며 선수는 명령에 복종하고 기능적으로 뛰어야 한다. 수비 축구는 선수들에게 지금 언급한 덕목을 요구한다. 그렇게 수비 축구는 선수들의 성장을 지체시키고 시스템 속에서 뛰어다니는 유용한 바보들을 양산한다."

 

사실 메노티의 팀은 그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시스템에 의존하는 팀이었다. 자신의 의견과 행동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메노티가 제안한 주장이 매혹적이라는 것은 아주 분명했다. 그의 원칙을 요한 크루이프를 시작으로 하여 펩 과르디올라, 아르센 벵거, 마르셀로 비엘사, 즈네덱 제만, 브랜단 로저스 심지어 이안 홀로웨이까지도 공유하고 있다.

 

대다수 팬들도 대략적으로 메노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공격적 축구를 장려하고 수비적인 선택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럽은 이적시장에서 공격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시즌이 끝날 쯤이면 하이라이트 영상의 효과를 누린 공격수들은 상을 하나씩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수비수들은 저평가받고 완전히 공격수와 다른 대접을 받는다. 

 

강한 공격력은 가장 조밀한 수비를 실제로 이길 수 있을까? 이 논쟁의 승자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메노티가 제안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 상대보다 실점을 적게 하는 것보다 우월하다. 다른 가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데이터를 활용해 가설검정을 시행할 것이다. 데이터로 실험한 결과는 메노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이야기해줄까? 아니면 불편한 진실이 아름다운 가설을 깨뜨리는 결과를 불러올까? 


축구에서 "공격이 끝내는 승리한다" 라는 것만큼 아름다운 가설이 있을까? 축구에는 수많은 돈이 걸려있다. 클럽은 경쟁팀을 제치고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를 데려오길 희망하며 또 그들에게 상당한 연봉을 제시한다. 스포츠에는 영웅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결정짓는 선수가 끝내 영웅이 된다. 축구는 곧 골이고 골은 곧 축구다. 하지만 최고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도 수비를 하지 않으면 결코 우승이란 퀘스트를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득점에 더 신경을 써야할까? 아니면 상대의 득점을 막는 것에 더 집중해야할까? 클럽은 센터백이냐 센터포워드냐의 질문에 답을 내려야한다. 지난 100년간, 축구계 종사자들은 센터포워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 센터포워드를 센터백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의사결정이었을까? 우리는 정말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길 것인가 or 지지 않을 것인가


데이터를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보자. 지난 20년간, 유럽 탑4 리그의 결과를 종합했다. 우리가 첫번째로 던질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 최다득점팀은 항상 리그에서 우승하는가?


답은 '아니오'이다. 평균적으로 최다득점팀이 우승할 리그에서 우승할 확률은 51%다. 분데스리가는 20시즌 중 8번이 최다득점팀의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고(40%) 프리미어 리그는 12차례(60%) 최다득점팀이 우승했다. 리그 최다득점은 리그 우승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비 축구의 힘은 어떨까? 최소 실점을 기록하는 팀이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가? 이 역시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최소실점팀은 약 46%의 우승 확률을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40%에서 세리에 A의 55%까지가 그 범위다. 최다득점을 기록하는 것이 최소실점을 기록하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은 확률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둘 다 완벽하게 챔피언 타이틀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최다득점과 최소실점을 동시에 기록하는 클럽이 있다. 20년간 4개의 리그를 조사했고 총 80차례의 챔피언을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그 중 최다득점과 최소실점을 동시에 석권한 경우는 16차례였다. 리그 타이틀을 결정짓는데 골득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물론 우리는 2012년 맨체스터 시티가 골득실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목격했지만 (그 횟수가 적기 때문에) 골득실이 아주 결정적이라 결론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득점 수와 리그 승점의 관계, 실점 수와 리그 승점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더 괜찮은 접근법일 것이다. 골을 많이 넣을수록 더 높은 리그 순위를 기록한다면, 메노티와 그의 추종자들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실점을 적게할수록 더 높은 리그 순위를 기록한다면 '우파' 축구라 불리는 것은 '좌파'의 주장만큼 거북하고 비참한 축구는 아닐 것이다. 아래 그림은 2001/2002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프리미어 리그 클럽의 득점과 실점, 그에 따른 승점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승점을 쌓기 위해서 2가지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 골을 넣어야 더 높은 승점을 쌓을 수 있지만, 골을 적게 내주는 것 역시 동등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두 추세선의 기울기는 비슷하고 추세선 근처에서 여러 점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숫자는 메노티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지만, 그가 틀렸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데이터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즉 축구는 흑과 백의 논리가 아닌 (두가지를 섞은) 회색의 스포츠인 것이다.

 

하지만 이 분석에도 한가지 결점이 있다. 최종적인 승점에 대해서 언급했을 뿐, 어떻게 승점을 쌓았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승점3점 제도로 인해 1승 2패는 3무와 동일한 승점을 기록하게 된다. 이제는 경기에서 이길 것인가, 패배하지 않을 것인가의 대결인 것이다.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가 메노티가 주장하는 축구적 가치관을 결정짓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당신은 메노티처럼 '좌파'를 선택할 수 있고 '우파'를 선택할 수도 있다. 1승 2패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지지않는 축구로 3무를 선택할 것인가? 특히 조세 무리뉴 같은 감독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어느 것이 더 미적이고 도덕적으로 우위인가의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 승리하기 위해 패배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적어도 패배는 피해야 하는가?


 


 

 


공격이 더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고 수비가 더 적은 승리와 더 많은 무승부를 발생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정교한 회귀분석을 시행해야한다. 이 기법은 수비, 공격 퍼포먼스를 종합한 정보를 바탕으로 팀의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공격과 수비 중 어느 것이 더 강력한 무기인가에 대한 답을 내줄 것이다. 수비 기록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팀 득점이 승리 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고 그와 반대의 케이스도 실험했다. 데이터는 2001/2002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의 기록을 활용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전반적인 추세보다 10골을 더 기록하는 것은 추가적인 2.3승을 보장해준다. 마찬가지로 10골을 덜 실점하는 것은 추가적인 2.16승을 보장한다. 따라서 잉글랜드 축구에서 골을 기록하는 것과 골을 막는 것은 승리 수에 사실상 동등한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패배를 면하는 것에 있어서 마찬가지로 두가지 요소가 영향을 주지만 여기서 득점과 실점은 그 중요성이 다르다. 좋은 공격력은 팀의 패배를 줄여주지만, 팀의 패배 횟수에 통계적으로 더 강력한 설명력을 지니는 것은 득점이 아닌 실점이었다. 어떻게 더 설명력이 강한가? 득점과 마찬가지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전반적 추세보다 10골을 더 기록하는 것은 팀의 패배를 약 1.76경기 줄였다. 한편 10골을 적게 실점하는 것은 팀의 패배를 약 2.35경기 줄였다. 따라서 패배를 면하기 위해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 득점을 기록하는 것보다 약 33%가량 더 가치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메노티는 오직 공격만이 성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이 틀렸다. 5월에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공격과 수비를 동등하게 중요시 해야한다. 오직 공격만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엔 충분하지 않다. 패배하지 않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좌파'의 방법론, '우파'의 방법론 모두 성공을 위한 완벽한 길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지점은 그 사이에 있다.

 


우리는 경기를 본다


지구상 최강의 풀백 다니 알베스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있기 때문에 메노티의 관점과 동일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09년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 종류 후 이렇게 말했다. "첼시는 겁이 많아서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첼시는 바르셀로나보다 1명 많은 상황이었고 홈경기였으며 심지어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더 공격적인 경기를 했어야만 했다. 바르셀로나의 컨셉처럼 경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뒤로 물러선 축구만 한다면 대회에서 탈락한다. 뒤로 물러나면 패배자가 되고 전진하면 승리자가 된다. 첼시는 전진해서 우리를 공격할 용기가 부족했다. 첼시가 공격을 주저할 때, 우리는 그들이 경기를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뒤로 물러나면 패배자가 되고 전진하면 승리자가 된다' 축구에 대해 알베스와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여럿 존재한다. 그들은 축구를 하는데 있어서 올바른 방식과 잘못된 방식이 있다고 판단하고 언제나 올바른 방식이 옳다고 (결과를 통해) 증명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극명한 관점 차이는 축구가 시작된 초창기에도 존재했다. 1882년 11월 <Scottish Athletic Journal>에서 자기진영에 2명의 선수를 배치하는 것을 비난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수비를 하는 것 자체가 경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올바르지 못한 태도라 생각된 것이다. 사람들은 축구가 오로지 공격을 위한 스포츠라 생각했고 무조건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창기부터 낙인된 '좌파'의 시선은 지금까지도 우리가 경기를 보는 관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완벽한 카테나치오는 세리에A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라 비판받고 있으며,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을 축하하는 곳은 그리스 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탈리아, 그리스 사람들 조차도 실점하지 않아 승리하는 것보다 골을 잘 넣어서 승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스트라이커는 값비싼 이적료와 고연봉을 받고 상과 대중의 사랑까지 가져간다. 하지만 센터백은 그러지 못한다. 

 

특히 즐거운 축구를 선호하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비전은 드리블의 예술성, 개인기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유럽보다 개인에게 더 집중된 형태이며 따라서 메노티가 공격에 확고한 태도를 지닌 것이 놀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가 살고있는 곳의 축구 문화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면도 유려한 움직임, 아름다운 골이지 않은가. 대다수가 바비 무어, 카를레스 푸욜보다 조지 베스트, 리오넬 메시를 우상으로 삼는다. 축구가 공격에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은 단 한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수비수와 수비적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은 저평가받고 있다. 골키퍼와 수비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골을 더 잘 기억하는 원인으로 심리학적 요인을 언급할 수 있다. 보다 더 넓은 범위로 확장시켜 심리학적 요인으로 우리가 수비보다 더 공격을 중요시하는 이유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숫자는 수비가 만만치않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말이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사람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심리학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쁨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고자 한다. 축구는 이미 오랫동안 득점과 승리가 상당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반대로 실점과 패배는 또 비슷한 부류로 엮여있다. 즉 상대의 골문에 공을 집어넣는 것은 즉각적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상대의 득점을 막는 것은 곧 상대팀의 즐거움을 차단하는 것이다. 축구의 긍정적인 감정은 공격과 연관되어 있다. 공격은 창조적이며,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며 동시에 위기를 극복하여 심리적 편안함을 불러온다. 반면에 수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부정적 인식이다. 패배를 면하기 위해서 욕구를 억누른채 경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해낸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과 결정 편향(decision bias)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기존의 신념과 상반되는 데이터를 편향된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져있고 객관적인 증거, 정보를 조사할 때 우리가 이미 신뢰하고 있는 것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볼 수 있을거라) 예상하는 것만 보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수집하는데 있어서 선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1954년 알버트 하스토프(Albert Hastorf)와 해들리 캔트릴(Hadley Cantril)은 <They Saw a Game> 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미식축구팀 다트무스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의 경기로 두 사람은 연구를 시행했다. 1951년에 있었던 이 경기는 프린스턴의 승리로 끝났는데 상당히 거친 경기였고 수차례 페널티가 선언되었다. 2쿼터에 프린스턴의 쿼터백은 뇌진탕&코뼈 골절을 당한채 경기장을 떠나야했고 3쿼터에서 다트무스의 쿼터백은 거친 태클에 다리가 부러진 채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 


다트무스의 교수인 하스토프와 프린스턴의 교수 캔트릴은 관중들에게 정확히 무슨 사건이 발생했는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녹화된 경기영상을 다시 한 번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준 후 경기가 거칠어진 원인이 어느 팀의 잘못인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서로 달랐다. 다트무스가 거친 경기를 펼쳤다는 주장에 다트무스 학생의 36%가 프린스턴 학생의 86%가 동의했다. 한편 경기가 거칠어진 원인이 프린스턴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트무스 학생은 53%가 동의했고 프린스턴 학생은 11%만 동의했다. 페어플레이가 이루어졌냐는 질문에 프린스턴 학생의 93%가 동의하지 않았고 다트무스 학생은 42%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프린스턴 학생들은 실제 다트무스의 반칙 횟수는 기록의 2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실(facts)을 마주할 때, 우리는 우리가 옹호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바라보게 된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댄 카한(Dan Kahan)은 두 사람의 연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학교에 대한 애정이 있고 그런 감정적 요인은 학생들 시선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자신의 대학과 연대감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같은 경기를 봐도 서로 다르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1966년 월드컵에서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독일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거친 파울을 자주 당하는 아티스트겠지만, 일부에게는 그저 다이버일 뿐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보고싶어하는 것을 보고 만약 우리가 어떤 것을 믿기 시작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Tom Gilovich)는 이러한 과정이 발생하는 명확한 이유를 찾고자 한다. 그는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 연구한다. 그는 스포츠계에서 유명한 논문 중 하나인 '농구의 핫 핸드 현상 : 임의 순서에 대한 오해(The Hot Hand in Basketball : On the Misperception of Random Sequences)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 논문은 짧은 기간동안 자신의 평균 이상의 슈팅 능력을 보여주는 핫 핸드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핫 핸드 현상은 근거없는 믿음일 뿐이다.


"농구 선수들과 팬들은 슈팅을 한 번 성공시킨 이후 시도되는 슈팅이 한 차례 실패한 이후 시도된 슈팅보다 더 잘들어간다고 믿는다. 하지만 슈팅 기록에 대한 분석을 해본 결과 과거의 슈팅 기록과 새로운 슈팅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보스턴 셀틱스의 자유투 기록도 마찬가지 결과를 나타냈고 코넬 대학교의 남녀 농구 대표팀 역시 새로운 슈팅은 이전 슈팅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수들은 이전의 기록이 새로운 슈팅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농구에서도 선수가 계속해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면 물이 올랐다고 표현한다. 선수 당사자 스스로, 상대팀, 팀동료, 팬들, 심판까지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마치 불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길로비치의 연구는 그런 느낌이 완전히 틀려먹었다고 말한다. 실전에서나 연습에서나 선수의 평균적인 성공률에 기반해 일련의 순서에 따라 사건이 발생하는 것일 뿐이다. 슈팅의 정확도가 50%인 선수가 있다고 하자. 이 선수의 슈팅 결과는 우리가 동전을 던지는 것과 동일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실험의 결과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이런 종류의 실험은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연구 결과를 믿고싶어하지 않는다. 


길로비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를 받아들일 것이라 낙관적으로 예상했고 심지어 NBA의 전설적인 감독이자 길로비치가 응원하는 보스턴 셀틱스의 아이콘인 레드 아워백(Red Auerbach) 마저도 자신의 연구를 받아들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워백은 길로비치의 연구에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길로비치는 아워백과 같은 시큰둥한 반응이 전형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셀틱스의 팬이기에 나는 레드가 내 연구를 조금 더 좋아해줬더라면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사람들이 내 연구 자료를 묵살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연구 자료를 묵살할수록 내 메세지가 가지는 힘은 더 커진다. 핫 핸드에 대한 믿음은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이며 사람들은 경기에서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바라본 것을 핫 핸드 존재성의 증거로 삼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점차 나의 발견에 거세게 저항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우리는 보고싶은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교육받은 시각에 갇혀 경기를 바라보게 되고 또한 믿는 것만 보게 된다. 아워백은 핫 핸드가 존재한다고 알았지만 사실 핫 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축구에서 공격이 수비를 이길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말디니의 원칙 : 짖지 않는 개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도 때로는 인지적 착각에 빠진다. 2001년 퍼거슨은 네덜란드 수비수 야프 스탐을 라치오로 이적시킨다. 사이먼 쿠퍼는 퍼거슨의 결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스탐의 이적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스탐이 자서전에 엉뚱한 소리를 담는 바람에 퍼거슨이 그를 내쫓은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퍼거슨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스탐의 판매는 경기 데이터에 기반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경기 기록을 지켜본 퍼거슨은 스탐의 태클 횟수가 이전만 못한 것을 발견했고 29살 스탐이 기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해 그를 판매한 것이다."


퍼거슨은 스탐을 판매한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어떤 이에게는 퍼거슨의 실수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축구를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 우리는 수비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심리적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수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실제 발생한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무시한다. 심리학자 엘리엇 허스트(Eliot Hearst)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과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소호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고 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발생하지 않은 사건보다 발생한 사건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현상은 축구에 대한 우리의 사고관에 영향을 미친다 : 우리 팀의 무실점보다 우리 팀의 1득점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수비수가 사전에 포지셔닝을 통해 영리하게 상대의 길목을 차단하는 것보다 태클을 시도하는 것을 더 높게 평가한다. 사실 영리하게 수비했다면 태클을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퍼거슨은 여기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ual thinking)을 했어야만 했다. 스탐이 태클을 이전만큼 시도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스탐의 기량 하락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퍼거슨은 스탐의 '시도되지 않은 태클(unmade tackles)'을 고려하지 못했다.


과거 리버풀 선수로 활약했던 사비 알론소는 우리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알론소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리버풀의 어린 선수들이 '태클'을 자신의 장점으로 언급하는 것에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축구에서 태클을 자신의 장점으로 거론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태클을 하나의 퀄리티라 생각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다. 태클이 어떻게 경기를 바라보는 능력 중 하나인가. 태클은 그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결코 동경해야할 능력이 아니다." 알론소의 관점에서 태클은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만 시행하는 것일 뿐이다.


이 부분에서 AC밀란과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만한 선수가 없다. 말디니는 좀처럼 태클을 하지 않는 선수였다. 말디니는 스스로 위험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있었기에 유니폼을 더럽히는 태클을 시도하지 않았다. 최고의 수비수는 태클을 하지 않는 수비수다. 수비의 예술은 바로 짖지 않는 개와 같은 것이다.


심지어 최고의 감독인 퍼거슨조차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반사실적 사고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과 반대되는 사고를 해야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한다. 톰 길로비치는 인간이 본래 사건에 대해 인과적 설명을 형성하기 때문에 반사실적 사고를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시행되지 않은 것보다 시행한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다음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자. 위에서 O를 찾는 것과 아래서 Q를 찾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위에서 O를 찾는 것은 어렵고 아래서 Q를 찾는 것은 상당히 쉽다. Q와 O의 차이는 선이 하나 더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인데, 우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을 더 잘 찾아낸다. 태클 시도와 태클을 시도할 필요도 없던 것을 비교할 때 우리는 비슷한 현상을 체험한다. 무존재성은 존재성과 확실히 다르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된다.


똑같이 페널티킥 상황에서도 판단 오류를 내리게 된다. 과학자들은 긴장한 선수가 골키퍼를 더 자주 쳐다본다고 말한다. (골을 넣어야할) 골키퍼 주변의 빈 공간이 아니라 그 넓은 공간 속에서 골키퍼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골키퍼의 커버 범위 내로 절대 킥을 하지 말란 지시를 받은 선수는 골키퍼를 더 의식한다. 정신 통제의 역설적 현상(irnoic process of mental control)이 나타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금지한 사항을 더 하게 된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편향적 시선은 수비를 평가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공격은 '골'이라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최상의 결과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실점하지 않는 것은 어떤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인지적 과정 때문에) 수비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


메노티가 우리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답하는데 있어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득점과 실점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보다 세련된 분석기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공격과 수비 모두가 중요하고 서로 비슷한 수준의 중요성을 지닌다는걸 이미 알아냈다. 물론 무실점이 패배를 면하는 관점에서만큼은 득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공격과 수비를 타당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득점과 무실점에 대한 보다 적절한 비교가 시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챕터에 앞서 우리는 1득점이 대략적으로 승점 1점의 가치가 있다는걸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번에 클린 시트의 승점 가치를 계산해볼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2001/2002~2010/2011시즌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고 클린 시트가 평균적으로 가져다주는 승점의 가치에 대해서 계산했다.





클린 시트는 평균적으로 승점 2.5점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다. 1골이 평균적으로 승점 1점에 가까운 가치를 지닌다는 것과 비교해보자. 실점하지 않는 것은 1골 넣는 것보다 2배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설사 1골 내줬다 할지라도 평균적으로 1.5점에 가까운 승점을 기록할 수 있다. 즉 1골만 실점하는 것이 1골 넣는 것보다 승점 가치 측면에서 30% 더 높다.


클린 시트와 동일한 승점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느 수준까지 골을 넣어야하는가?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로 지켜본 결과, 무실점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려면 2골 넘게 넣어야만 한다. 탑레벨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 즉 클린 시트를 기록하는 것은 1골을 기록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다. 0>1 : 이것은 숫자로 축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골이 발생하지 않는 것(무실점을 기록하는 것)은 실제로 골이 발생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다.



음과 양


축구를 즐기는 사람과 축구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수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또한 숫자로 축구를 바라보던 사람들도 수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찰스 리프는 메노티만큼 자신의 철학을 전파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 모두 축구가 공격과 수비로 양극화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축구 데이터를 직접 수기기록했던 리프는 그 데이터를 득점하는 것에만 집중활용했다. 그는 데이터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했고 수비를 소홀히 했다. 그에게도 축구는 전적으로 공격을 위한 스포츠였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 역시도 한쪽에 치우진 (공격에 치우친) 데이터를 제공했었다. 공격과 관련된 지표들 : 패스, 어시스트, 크로스, 슈팅, 득점은 쉽게 기록할 수 있고 셀 수 있으며 코드화할 수 있다. 태클, 클리어링, 볼 경합같은 수비적 지표도 측정될 수 있지만, 수비수의 영리한 사전 예방 조치는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가 어렵다. 공과 관련된 사건들은 추적되지만, 공과 관련 없는 것들은 무시된다. 뛰어난 마크, 패스 길목 차단, 경이로운 포지셔닝을 표현해내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사건을 단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발생하지 않은 사건은 실제 우리가 눈으로 목격한 것, 측정되는 것만큼 중요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클린 시트는 정말 중요하다. 사실 0>1이지만, 우리는 득점이 나오면 격렬하게 기뻐한다. 스트라이커에게 엄청난 사랑을 표현하지만 수비수에게는 그저 조용히 존중심을 표현한다. 심지어 탑레벨 구단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공격을 애호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수비에 대해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사람들은 수비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수나 골키퍼 출신 감독도 그 숫자가 자체가 적다. 2011/2012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골키퍼 출신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현역시절 수비수로 활동했던 감독은 5명 뿐이었다. 


축구말고도 다른 스포츠도 수비의 가치를 소홀히한다. 야구 통계에 있어서 대부와 같은 존재 빌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수비는 근본적으로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그건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격부분 통계에 비해서 수비부분 통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선택적 기억과 축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축구를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메노티는 '좌파' 축구가 옳다고 이야기하면서 '우파'가 잘못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항상 이길 것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상대보다 더 적은 골을 내주는 팀이 이긴다. 요한 크루이프는 이탈리아 축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었다 : 이탈리아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탈리아에게 질 수도 있다.


축구에서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패스나치오(passnaccio)처럼 수비 속에 공격이 있고 공격 속에 수비가 있다. 축구에서 가장 참된 길은 좌우가 아닌 중도다. 메노티 스스로도 승리를 중요시한 경기가 있다고 고백했고 만약 메노티가 철저한 좌파였다면, 그는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과 사고방식은 목격하는 사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을 과대평가하고 수비를 희생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 1골을 넣는 것은 1골도 넣지 못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여기서는 1>0 이다. 하지만 1골도 내주지 않는 것은 1골 넣는 것보다 중요하고 여기선 0>1 이다. 공격수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수비가 견고한 경우에나 가치있는 일인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좌파의 축구를 다시 정의내리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항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공격이라는 빛만 바라봐 실명해선 안 된다. 팀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우리는 수비란 어둠과 협력해야만 한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ap.4






숫자의 게임 : 골 - 축구의 절세미인

The Numbers Game 2016. 7. 23. 21:14 Posted by Seolskjaer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한다 - 떼야르 드 샤르댕



앤드류 로니는 주석 세공인이자 수리공이며 동시에 크리켓 선수였다. 어떤 관점에서도 그를 축구의 골키퍼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로니는 다른 스코틀랜드 사내처럼 공짜 식사, 술, 스포츠 활동을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1885년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는 에버딘에 있는 오리온 크리켓 클럽에게 컵대회 초청장을 보냈고 로니와 크리켓 클럽 동료들은 그 제안을 승낙했다. 사실 그 초청장은 오리온 풋볼 클럽에게 전해졌어야 하는 것이었고 크리켓 클럽에게 잘못 전해진 것이었다. 초청받은 바로 그 경기의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크리켓 클럽은 최대한 장비를 빌려 구색을 맞췄다. 그리고 9월 12일 팀의 이름을 본 어코드로까지 바꾸면서 10시간의 비바람을 뚫고 경기가 펼쳐질 앵거스로 향했다. 로니와 친구들은 상당한 강팀인 아브로스를 상대해야만 했고 로니에게는 골키퍼라는 원하지 않는 임무가 주어졌다.


상대팀 아브로스는 상당한 경기경험을 갖춘 선수로 구성되어 있었고 조직력도 우수한 팀이었다. 크리켓 선수들이 감히 어찌 해볼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스포츠 언론은 당시 경기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가죽공이 41번이나 골문을 향했고 5차례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사방에서 크리켓 경기처럼 종이에 득점 현황을 기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니에게는 굉장히 가슴아픈 날이었을 것이다. 특히 아브로스의 구장인 가이필드 파크는 골대에 그물을 설치하지 않았고 로니는 매 실점마다 공을 주우러 움직이기까지했다. 그 굴욕적인 일을 반복해서 시행하는 것은 로니의 스포츠정신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0:36 패배였다. 이는 영국축구 역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로 남아있다.


근처에서 벌어진 또 다른 경기에서는 에버딘 로버스라는 팀이 본 어코드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던디 하프는 에버딘 로버스를 두들겨패고 있었고 경기가 끝났을 때, 심판은 던디가 37골을 넣었다고 생각했으나 스포츠정신의 발휘로 하프 선수들은 팀이 단지 35골을 기록했다는 것을 심판에게 알렸다. 그렇게 아브로스는 역사에 최다 점수차 승리팀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1885년 하루동안, 2개의 팀이 총 71골을 기록했다. 약 125년이 지난 지난 현재도 그 땅에서는 축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흘렀고 아브로스와 던디 하프는 각각 아브로스FC와 던디 유나이티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2010/2011시즌 두 팀이 1시즌동안 기록한 홈득점은 총 68골이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1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리지지 않았지만, 골에는 가뭄이 와버렸다.


사실 골가뭄 현상은 스코틀랜드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대 축구에서 한 경기에 2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들다. 각 클럽의 최다 득점차 승리나 패배 기록은 수십 년전에나 만들어진 것이다. 36골이나 내준 로니는 믿기 어렵겠지만, 득점은 희귀한 것이며 그렇게 가치가 올라갔다.


그래서 전세계 스트라이커들은 서포터들에게서 환호를 받으며 구단은 그런 스트라이커 영입을 갈망한다. 잉글랜드 최초로 이적료 £1m을 돌파한 선수인 트레버 프란시스는 공격수였다. 또한 잉글랜드 선수로 잠시나마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던 앨런 시어러 역시 공격수다. 2011년 £35m의 이적료로 당시 가장 비싼 잉글랜드 선수였던 앤디 캐롤 역시 스트라이커다.


세계 최고 이적료 리스트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스코어러나 어시스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안 스키피아노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까지 그리고 장 피에르 파팽에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축구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 발롱도르도 마찬가지다. 1976년 프란츠 베켄바워 이후로 수비쪽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경우는 로타르 마테우스, 마티아스 잠머, 파비오 칸나바로까지 단 3차례가 전부다. 세 선수 모두 당시 국제대회에서 자국을 우승으로 이끈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골키퍼 수상자는 1963년 디나모 모스크바의 전설 레프 야신이 유일하다. 그 외, 발롱도르는 공격수들의 무대이다. 리오넬 메시처럼 마법사가 되거나 안드리 셰브첸코, 마이클 오언, 조지 웨아처럼 무차별적으로 골을 쏟아내면 발롱도르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


축구는 우연의 스포츠로 우리는 우연이 최대한 적게 영향을 발휘하도록 노력한다. 위대한 스트라이커는 자신의 운명과 클럽 운명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선수로 우연성을 통제할 수가 있다. 우연성을 통제하여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는 정말 희귀하고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축구의 희귀함


골은 단순히 축구가 만들어내는 주된 결과물을 넘어서 선수들이 90분간 쉼없이 달리는 목적이다. 골은 아주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클럽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스트라이커 영입을 열망하고 감독은 정교하면서 복잡한 수비 전술을 구상해낸다. 골은 축구를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골을 넣기 위해서 선수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뛰지만 골은 아주 가끔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가끔가다 나오는 골을 보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축구가 독특한 종목이라는 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일 뿐만 아니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부터 아시아의 초원까지 공통으로 사용되는 언어다. 축구는 어떻게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보편적인 종목이 되었으며 인기를 누리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정답은 바로 '골'에 있다. 골은 곧 축구다. 골의 희소성은 사람을 축구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의 근원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축구에 없는 것을 파악해 축구가 특별히 인기있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종목과의 비교를 시행해야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서로 경쟁하는 스포츠를 선정해야만 한다. 두 팀이 규격이 정해진 경기장에서 마지막 휘슬이 불리는 순간까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경쟁하는 그런 게임들을 모아서 축구와 비교할 것이다. 농구, 라크로스, 럭비, 미식축구, 하키는 축구와 같은 분류에 속하는 종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이 스포츠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축구는 골이라는 아주 희소성을 지닌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데 단 1차례의 골을 넣기위해 선수들은 골과 관계없는 수십번, 수백번의 태클, 패스, 롱스로인을 시행한다. 축구가 다른 스포츠와 아주 분명하게 다른 점은 승패를 결정짓는 골은 아주 가끔 발생하는데 패스같은 다른 사건들이 경기 내내 시행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골의 희소성 때문에 축구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희소성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만약 당신이 1달에 1번 골을 넣고 내가 1년에 1골을 넣는다면 당신에게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도 나에게는 빈번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축구에서 골이 얼마나 가끔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야만 한다. 2010년에서 2011년까지 걸쳐서 우리는 1시즌간의 팀득점 데이터를 종합했다.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미식축구, 럭비 리그, 럭비 유니온에 대해서 모든 데이터를 종합했다. 


NBA 1,230경기 NHL 1,230경기 프리미어 리그 380경기 NFL 256경기 럭비 유니온 132경기 오스트리아 NRL 192경기를 종합했다. 한 골이 나오는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했고 슈팅 당 득점 비율 역시 계산했다. 각 스포츠마다 득점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의 보정을 거쳐야만 했다. 미식 축구는 터치다운일 경우 6점, 필드골인 경우 3점을 준다. 농구는 점수가 1~3점으로 3가지 종류가 있다. 축구의 득점과 비교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점수들을 나름의 기준을 삼아 변환해야만 했다. 득점 성공 횟수와 점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우리는 아주 단순화하여 득점 성공 횟수만을 확인해보았다. 보다 복잡한 실험 모델에서는 각 득점마다의 가중치를 두고 작업했으나 수학으로 결과는 단순한 실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그래프에서 2가지 막대가 두드러진다. 우선 농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아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축구가 희소성을 바탕으로하는 스포츠라면 농구는 풍부함 속에서 펼쳐지는 경기라 할 수 있다. 농구는 득점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스포츠와는 상당히 다른 규모를 지니고 있다. 한편 축구는 농구와는 양 극단을 달리고 있다. 농구가 사다리에 올라간 르브론 제임스라면, 축구는 맨홀에 빠진 리오넬 메시같은 수준이다. 축구가 팀스포츠 중에서 가장 득점이 적게나온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그 규모의 차이를 이렇게 직접 목격하는 것은 놀라울 것이다.


또한 축구는 득점을 하기위한 시도 자체도 적은 편이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축구는 한 경기에서 슈팅이 평균 12번 시도하지만 하키는 30번, 농구는 123번의 슈팅을 시도한다. 시간적 요소까지 고려하면 축구는 팬과 선수들에게 골을 보기위해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미식 축구는 평균 9분마다 1골이 나오고 하키는 22분마다 1골이 나오지만 축구에서는 한 팀이 골을 넣기 위해서는 69분을 기다려야만 한다. 축구는 기다려야 감동이 오는 스포츠인 것이다.


또한 축구는 비효율성이 판을 치는 스포츠이다. 데이터 분석업체인 Opta는 2010년 인터 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총 2,842개의 이벤트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디에고 밀리토의 2골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총 2,842개의 이벤트 중에서 중요한 것은 단 2개였던 것이다. 1번의 골을 위해서 1,421개의 이벤트(패스, 태클 등등...)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팀이 1득점을 올리기 위해서 이토록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는 축구말고 없다. 


이것은 축구를 특별하게 만들고 축구를 더욱 축구답게 만든다. 1득점을 기록하기 위해서 다른 스포츠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단 한차례의 득점에도 더욱 열광할 수 있고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골이 적게 나오는 것은 축구를 재밌게 만든다. 축구에선 어느 순간에라도 단 한 골로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고 기쁨과 슬픔을 결정지을 수 있다. 골은 축구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절세미인이다.



득점 가뭄의 원인을 설명하기


바스크 태생의 이그나치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골이 굉장히 풍성하게 나왔으나 그것이 갈수록 희귀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러나 왜 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는가는 단번에 알아낼 수 없는 문제였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런던정치경제대학의 경제학자다. 그는 축구의 가장 주된 결과물인 득점과 경기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축구가 시작된 이래로 경기당 평균 득점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했다. 그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시행하는 것처럼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았고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큰 규모의 작업이었고 그는 영국에서 시행된 프로축구, 아마추어 축구를 모두 계산했다. 무려 1888년부터 1996년까지. 전체 경기 수는 무려 119,787경기였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1부리그 경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의 연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축구에서 골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189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까지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는 경기당 평균 4.5골이 기록되었지만 1925년 오프사이드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지속해서 감소했다. 오프사이드 규칙에 적용되는 선수의 숫자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골을 넣기가 더 쉬워졌다. 그 결과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1골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다시 득점수는 줄어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경기당 평균 3골로 떨어졌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의 데이터가 종착점에 도달한 1996년에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이 2.6골이었다. 


환경적 조건이 향상되면서 득점이 자연스럽게 상승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피치 상태는 과거에 비해서 아주 말끔하게 정돈되어지고 있고 선수들 역시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장비 역시 좋아졌으며 구단은 전세계에서 재능을 긁어모으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 외적인 사항들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제프 콜빈의 저서인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Talent is Overrated>에서 콜빈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사람에게 요구하는 능력의 기준이 상승하고 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사람은 모든 방면에서 이전보다 더 숙달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콜빈은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제시한다. "오늘날 고등학생 마라톤 선수의 기록은 190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기록보다 20분 정도 빠르다. 1924년 올림픽에서는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더블 서머솔트 자세가 금지되었지만, 오늘날 그것은 따분하기 그지없는 기술일 뿐이다."


콜빈의 이론이 옳다면, 경기당 득점 수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물론 스트라이커의 기술이 발전한만큼 수비수도, 골키퍼도 능력이 발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커플처럼 동시에 발전해야할 것이고 100년전만큼 지금도 골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점차 골은 희귀해져만 가는 것일까? 지금까지 규정의 변화는 득점 수에 영향을 미쳐왔다. 1925년 오프사이드 규정 완화, 1981년 승점 3점 도입, 1992년 골키퍼에게 백패스 금지는 실제로 득점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영향도 잠깐이었다. 마찬가지로 2차례 세계대전도 장기적인 골 감소 트렌드를 바꾸지 못했다.


전술이나 훈련이 아닌 선천적 재능이 득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 그리고 그 이하의 차이를 확인해야만 한다. 20세기 초 1부 리그 선수와 2부 리그 선수의 기량 차이는 지금만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부 리그 선수와 2부 리그 선수 사이에는 임금 격차가 발생했고 훈련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도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1부 리그 팀은 전세계에서 재능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그것이 현재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의 차이다. 즉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실력 차이는 10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심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2부 리그와 3부 리그, 3부 리그와 4부 리그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겠다. 골키퍼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골문을 커버하기 시작했고 수비수는 더 빠르게 공을 낚아채며 태클을 시도한다. 미드필더들은 더 빠른 스피드와 체력으로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누비게 되었다. 기술과 재능이 득점 수 감소의 유일한 원인이라면, 각 리그 티어마다의 수준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리그 티어마다 득점 수 차이가 발생해야만 한다. 즉 상위 리그로 갈수록 골이 적게나와야 할 것이다.


이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 리그마다의 실력 차이가 심화되었다는 가정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티어에 있지만 같은 대회에서 마주할 수 있는 FA컵 자료를 확인하려고 한다. 서로 다른 티어에 있는 구단끼리 경기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1900년 이후로 FA컵 8강에 진출하는 리그별 구단수를 나타낸다. 트로피 1개는 1개의 구단을 의미하는 것이고 뚜껑이 없거나 손잡이가 없는 것은 소수점을 표기하기 위한 방책이라 보면 된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C 초 평균적으로 1부 리그에서 4.8개의 팀이 8강에 진출했고 2부에서는 1.7개의 팀 3부 이하에서는 1.5개의 팀이 8강에 진출했다. 








그래프에서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1부 리그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2004년의 밀월, 2008년의 카디프 시티같은 예외들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트렌드는 아주 분명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8강에 진출하는 1부 리그 숫자가 1.5 증가했다. 즉, 시간이 흐르면서 리그 사이의 수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다음으로 던져야할 질문은 바로 '수준 차이로 각 리그마다 득점력 차이가 발생하는가?' 이다.


팔라시오스-후에르타는 일련의 세밀한 통계 테스트를 거쳐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득점력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두 리그의 득점 분포는 동일했으며 세계대전 종료 이후에도 1부 리그부터 하부 리그 가릴 것 없이 전체적으로 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한다. 선수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가에 관계없이 골이 줄어드는 추세는 모든 리그에서 동일했다. 


오늘날 최고의 수비수는 1948년 당시 최고의 수비수보다 더 우수한 기량을 보여준다. 골은 동일하게 줄어들었지만, 4부 리그 수비수는 과거의 4부 리그 수비수보다 기량 면에서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따라서 스코틀랜드의 앵거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골이 줄어든 것이 축구 선수 개인의 기량이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는걸 확인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 후반부터 골은 계속해서 희귀해져가고 있다. 축구 규정의 변화 때문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대변동이나 선수 개인의 기술 향상 때문도 아니다. 축구를 금욕의 스포츠로 만드는 것은 (골이 적게 나오게 만드는 것은) 이와는 전혀다른 무언가이다. 축구는 과거보다 골이 적게나오고 있고 그것은 스포츠의 성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평등화


축구에 2가지 역사가 존재한다. 하나는 완벽을 향해 나아간 천재들의 이야기다. 콜빈의 이론이나 앞서 우리가 목격한 FA컵 데이터가 각 세대별로 위대한 축구 선수들이 존재했다는 것들 뒷받침한다 : 디 스테파노, 펠레, 마라도나, 지단, 메시는 모두 축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경기를 한 단계 발전시킨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역사는 그 천재들을 저지하기 위한 사람의 이야기이고 주로 수비수가 아닌 감독의 이야기다. 카테나치오, 지역 방어, 스위퍼 시스템 등 모든 방어 체계는 피치 위의 지휘자인 천재를 막기위해 고안된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보여준 티키-타카도 스페인은 수비적인 목적으로 받아들였다. 즉 티키-타카는 패스나치오(passnaccio)라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경기함으로써 상대팀을 공소유에서 말라죽일 수 있었다.


경기가 발전하면서 선수들 역시 성장해갔다. 더 빠르게 피치를 누비기 시작했고 슈팅의 파워는 더 강력해졌다. 드리블 속도가 빨라지고 패스는 더욱 정교해졌다. 선수 기량이 성장하면서 그들을 한 곳에 결집시키기 위한 구조적 형태 역시 발전하게 되었다.


오프사이드 트랩, 압박, 지역 방어, 삼각형 패스같은 구조적 형태는 골이 말라비틀어가는 원인이다. 전술과 전략이 더욱 복잡해져 골의 공급이 끊겨버렸다. 선수 개인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고 팀은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축구가 발전하면서, 축구란 스포츠는 점차 기술좋은 선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시키고 잘 융합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골키퍼가 골대로 들어간 공을 주우러 가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포메이션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 7명의 공격수, 2명의 하프백, 1명의 풀백을 배치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명의 공격수를 밑으로 내려 자연스럽게 W-M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헝가리와 브라질에서 4-2-4가 등장했고 지금은 단지 1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시대가 왔다. '가짜 9번'이라 불리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심지어 공격수를 두지 않고 있다. 조나단 윌슨의 아주 권위있는 저서 제목처럼 피라미드가 거꾸로 뒤집혔다. <원제 : Inverting the Pyramid, 번역된 제목 : 축구 철학의 역사> 


이런 성질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이 스포츠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과거 축구는 단지 골을 넣는 것만 집중하는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득점과 실점 모두를 생각하며 뛰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수비와 공격이 보다 균형을 맞추는 형태로 흘러간 것이다. 만약 어떤 팀이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고도 여전히 승리한다면, 혹은 이전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다면 상대팀은 이에 적응하여 대응하게 될 것이다. 수년간, 축구는 기본적으로 실수를 최소화하고 상대의 실수를 잡아내 최대한 응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만약 Opta가 1910년 경기도 담당했더라면, 공격수가 100차례 넘는 볼터치를 기록하는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팀에서 영향력이 적은 수비수는 공을 만지는 횟수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공격수보다 훨씬 많은 볼터치를 기록하고 있다. Opta의 2010/2011시즌 프리미어 리그 통계자료를 보면 수비수는 평균 63회, 미드필더는 73회의 볼터치를 기록하지만 공격수의 기록은 단지 51차례에 불과하다.


경기의 포커스가 공격에서 수비로 맞춰져 가면서 우려스러운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골이 벌써 멸종의 위기에 봉착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까지 왔을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든다. 과연 언제쯤 골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 오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팔라시오스-후에르타의 자료를 이어받아 1997년부터의 자료를 추가했다. 운과 날씨같은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서 LOWESS 회귀란 통계적 분석법을 시행했고 놀라운 결과를 마주했다.


골은 100년전부터 꾸준히 감소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60년간 변동이 없었다. 골은 결코 멸종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당한 안정세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평균 득점의 감소는 70년대부터 멈추기 시작하더니 지난 20년간은 거의 일정한 상황이다. 즉 공격적 혁신과 수비적 기법이란 두가지 세력이 완벽한 균형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에 대한 이해력이 상승하고 성공적인 혁신은 전세계에서 모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 팀의 스타일이 흡사해졌다. 축구 초창기에 대량득점이 가능했던 것은 선수 수준의 격차 때문이 아니라, 소수의 클럽이 훈련, 전술적 준비, 조직력 극대화같은 부분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던 오리온 크리켓 클럽의 참패는 드리블, 패스 경험 부족이나 악천후라는 기후조건이 아닌 조직력 부재와 총체적인 전술적 무지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모든 클럽들은 실수와 약점을 줄여가면서 서로 비슷해져가고 있다.


평균 득점이란 기록만 보면 잘못된 해석을 할 수 있다. 5경기에서 각각 0,0,0,6,9골을 기록한 클럽의 평균 득점은 경기당 3골이다. 5경기 모두 3골을 기록한 클럽과 평균 기록에서는 동일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평균은 흥미로운 데이터지만 편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웃라이어의 기록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해왔는가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1888년 이후 매시즌, 매경기마다의 평균 득실차를 계산해보았고 여기서도 우리는 모든 팀의 공수 기록이 상당히 비슷해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과거보다 더 적은 골 차이로 승리를 거두고 평균적인 득실 차이는 1골 가까이 줄어들었다. 100년 사이에 두 팀의 차이는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30년간의 자료를 보면, 전체 득점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골득실 차이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축구란 산업은 상당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선수들은 성장기에 비해서 득점 생산성이 떨어졌다. 한편 전술이라는 생산 기술은 시간이 흐르면서 널리 퍼졌고 그렇게 모방과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클럽이 서로 비슷해져버렸다. 축구도 경제 모델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도 초창기에는 각자가 자사의 부품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도요타의 차와 혼다, 폭스바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트 클럽의 권력과 부가 전세계적으로 리그를 불균형 상태로 만든다 : 우리는 이것을 스포츠계의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잘못된 믿음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정설은 틀렸다. 50~100년 전보다 지금의 리그가 더 치열하다.


골은 60~100년 전보다 더 희귀해지고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팬들이 골을 좋아한다는 것은 완벽한 착오다. 모든 서포터가 골을 좋아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오프사이드 룰의 개정, 승점 3점 제도 도입, 골키퍼를 향한 백패스 금지 규정이 생겼다.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모든 골이 승패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기다.


득점력이 평준화되고 동시에 두 팀 사이의 골득실 차이가 줄어들면서, 축구란 산업은 팬들에게 더 치열한 경기, 더 적은 골이 나오는 경기, 과거처럼 결코 확실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경기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은 더 많은 골이 나오면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적게 발생하는 그 소중함 때문이다.


현재 잉글랜드에서는 모든 디비전에서 평균적으로 경기당 2.66골을 생산해내고 있다. 때로는 그것보다 더 많은 골이 나오거나 더 적은 골이 나오지만, 넓게보면 상당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매시즌마다 1,000골을 볼 수 있다. 축구는 지금 평형 상태를 찾았다.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한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자신의 논문 <축구의 빛과 그림자>에서 "나는 축구한다. 고로 존재한다." 란 표현을 했다. 그의 논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축구 스타일은 각 커뮤니티의 독특한 특색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당신이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수년간 축구는 서로 각기 다른 스타일로 구성되어왔고 그렇게 각자의 개성을 표현해왔다. 현재 그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갈레아노는 오해의 소지를 남겨두었다. 외국인 선수 혹은 이민자가 새로운 리그의 복잡하고 미묘한 특성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전세계적인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예를 들면, 잉글랜드에는 '비오는 날 밤의 스토크 검증' 이란 신조가 있다. 그 믿음은 비오는 날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스토크의 홈구장)에서 힘든 경기를 소화해야만 프리미리어 리그 무대에 비로소 적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뛰기 위해선 잉글랜드화 되야한다는 것이다. 


편협함과 내재된 우월주의가 겉으로 표현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잉글랜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첼시의 기술이사였던 프랑크 아르네센이 함부르크 SV로 팀을 옮겼을 때, 그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같이 일했던 스카우터 리 콘거튼과 스티븐 휴스톤을 같이 데려갔다. 이에 독일 측에서는 분데스리가의 정세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었다.


콘거튼과 휴스톤을 임명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휴스톤은 본래 보험 분석가였지만, 축구계 최초의 '과학적인' 스카우터였다. 휴스톤은 데이터를 통해 상대를 분석했고 영입할 선수를 결정했으며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원년 멤버로서 유럽에서도 역사가 깊은 클럽 중 하나다. 2011년 함부르크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적용하길 희망했고 우리와 상당한 미팅을 가졌다. 당시 함부르크는 피치 안팎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르네센은 분데스리가에 적합하지 않은 이상한 접근법을 시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잉글랜드 사람들이 프리미어 리그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도 분데스리가가 특별한 리그라고 생각한다. 자국 리그가 독특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스페인도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 스타일이 다르거나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에 있어서 차이는 크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리그라고 거론되는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모두 가장 중요한 기록에 있어서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진화하는 모든 것은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하게 된다.


국가별 플레이 스타일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2011년, 정치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미겔은 모국에서 정치적 탄압이나 내전을 경험한 선수가 피치 위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선수가 받은 옐로우 카드, 레드 카드의 숫자로 폭력성을 수치화했다. 연구 결과는 아주 직설적이다.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부유하고 안정적이며 민주주의가 잘 자리잡은 국가에서 성장한 선수들도 있다. 선수의 성장 배경이 피치 위에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연구 결과는 'Yes'. 2004/2005시즌부터 2005/2006시즌까지 미겔은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5개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더 많은 폭력성을 보이는 상관 관계를 입증했다. 성장기에 내전을 경험할수록 그 선수의 평균적인 옐로우 카드 수는 증가한다.


1980년 이후로 이스라엘과 콜롬이바는 매년 내전을 경험하고 있고 그 두 국가 출신 선수들은 피치 위에서 상당히 거칠다. 콜롬비아 출신이자 인터 밀란에서 뛰고있는 수비수 이반 코르도바는 2004/2005시즌부터 2005/2006시즌까지 총 25차례의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또한 가난하고 덜 민주화 되어있는 OECD 미가입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 결과는 왜 이런 상관 관계가 발생하는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지 못하지만 적어도 서로 다른 문화와 정치 배경 속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가 발생하고 있다는걸 말해준다.


국가마다 플레이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자료는 상당히 많다. 프리미어 리그 팀이 자주 활용하는 포메이션과 라 리가 클럽이 자주 활용하는 포메이션을 떠올려보라. Opta의 데이터는 2010/2011시즌 전체 리그 경기에서 라 리가 클럽이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한 빈도가 57.8%였다고 말한다. 한편 잉글랜드에서 4-2-3-1을 활용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이와 반대로, 잉글랜드 클럽은 정통 4-4-2를 선호한다. 같은 기간에 잉글랜드 클럽의 44.3%가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잉글랜드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포메이션은 18%의 비중을 차지하는 4-5-1 포메이션이다. 하지만 라 리가에서 4-5-1이 사용된 경기는 1.3%에 불과했다. 두 국가가 서로 다른 전술적 접근법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정의 적용 차이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2005/2006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파울 수, 경고 수를 비교했고 상당한 차이를 목격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경기당 평균적으로 24회의 파울이 선언된다. 하지만 라 리가에서는 그 횟수가 34회로 증가한다. 40%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고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어 리그는 경기당 평균 3.2개의 옐로우 카드가 나오지만, 라 리가에서는 5.1개다. 여기서의 차이는 59%다. 선수의 퀄리티, 모국의 안정성, 연령에 관계없이 스페인에서 더 많은 파울과 경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기에 너무나도 미약하다. 21세기 들어서 최고 레벨의 축구는 상당히 닮은꼴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와 리그 관계없이 축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공통적이다 : 골의 희귀함과 귀중함


골에 관해서 갈레아노의 철학과 미겔의 연구는 유효하지 않다. 외국인 선수와 자국 선수의 비중은 득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축구 전술적 철학이 리누스 미헐스와 요한 크루이프에서 비롯되었건, 네레오 로코와 엘레니오 에레라에서 비롯되었건 골은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북유럽 출신과 프랑스 출신을 중용하는 프리미어 리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출신을 중용하는 라 리가와 세리에, 동유럽 출신을 중용하는 분데스리가 모두 마찬가지다. 골은 그 비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체격이 좋고 활발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약싹바르고 기술이 좋다. 브라질 선수들은 리드미컬하고 창조적이다. 대한민국이나 일본 출신 선수들은 상당히 열심히 뛰어다니며 조직력을 중요시한다.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최상위 리그 득점에 한해서는 이것은 전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믿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서 분명히 스타일의 차이가 존재함을 언급했고 전술적인 면이나 선수 개인이 만들어내는 차이는 존재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수비적인 축구가 진행되고 스페인에서는 보다 우아한 축구가, 잉글랜드에서는 체력적이고 빠른 경기가 진행된다. 국가마다 대륙마다의 축구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또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골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가? 갈레아노는 자신의 논문에 "당신이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잉글랜드는 인스윙 크로스에서 강력한 헤더 슈팅으로 골이 나오고, 스페인에서는 오랫동안 물흐르듯 지속된 패스 속에서 골이 나오고, 이탈리아에서는 번개같은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패스 기록, 슈팅 기록처럼 셀 수 있는 것도 리그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Opta의 2010/2011시즌 유럽 탑4 리그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는 경기당 평균 패스 횟수가 425회였고 세리에A는 449회였다. 한편 세리에A에서 롱패스 횟수가 경기당 54회였지만, 분데스리가에서는 59회였다. 짧은 패스에서 이탈리아와 독일은 서로 양 극단점에 위치했다. 독일에서는 경기당 짧은 패스가 332회 나왔고 이탈리아에서는 356회 나왔다. 그러나 리그별 차이의 존재성은 피상적이고 허울 뿐이다. 최상위 리그는 서로 닮았다. 각 리그의 명칭이 적혀있지 않은 데이터를 줬다면, 아마 당신은 그에 맞는 리그를 매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체 패스 횟수 

롱 패스 횟수 

숏 패스 횟수 

분데스리가 

425 

59 

332 

라 리가 

448 

56 

355 

프리미어 리그 

438 

57 

343 

세리에 A 

449 

54 

356 



수렴성은 다른 데이터에서도 유효하다. 4대 리그는 모두 경기당 14회에 가까운 수준의 슈팅을 기록하고 있었고 유효 슈팅은 평균적으로 4.7회를 기록했다. 코너킥 갯수 역시 약 5개로 비슷하고 경기당 발생하는 페널티킥 수 역시 마찬가지로 기록이 아주 유사했다. 프리킥 갯수, 오픈 플레이에서의 크로스, 헤더 골 횟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4대 리그에서 그런 자료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슈팅 

유효 슈팅 

코너킥 

페널티킥 

분데스리가 

12.9 

4.6 

4.9 

0.14 

라 리가 

13.0 

4.8 

5.4 

0.15 

프리미어 리그 

14.5 

4.6 

5.5 

0.13 

세리에 A 

13.8 

4.4 

5.3 

0.14 



비록 스페인에서 주심이 더 많은 카드를 꺼내고 더 많은 파울을 선언하지만, 이탈리아보다 잉글랜드의 경기 속도가 더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차이는 결과적으로 허울 뿐이라는 말이다. 리그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것은 전년 대비 편차보다 변동이 작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골만 바라본다면, 모든 부수적인 것을 다 떼어내고 가장 기초적인 구성품을 본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 닮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어디서 경기를 펼치든, 골은 희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 Chap2. The Goal : Soccer's Rare Beauty>

















축구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할 때가 있다 - 티에리 앙리



기획 예산처 장관은 격노했고 이것을 두고 일종의 '사건' 라고 말했다. 체육부 장관 역시도 "한탄스럽다' 라고 발언했다. 심지어 공화국의 대통령까지 이것에 대해 한 마디 거들었다. 의회에 섹스 스캔들이 터진게 아니다. 한 사건이 프랑스를 들끓게 만들었다. 바로 2012년 카타르 출신의 구단주가 보유하고 있는 파리 셍제르망이 4년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매주 €1m을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선수의 이적료 €25m은 덤이고 매년 파리 셍제르망은 이브라히모비치 선수 1명에게 매년 세후 €35m을 지급하기로 했다.


클럽이 선수 한 명에게 이토록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그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파리 셍제르망의 실질적인 자금이 기름에서 발생된다 한들 이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PSG의 대답은 아주 분명하다 : PSG는 단순히 선수 한 명에게 €165m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PSG는 성공이 보장되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근본적인 질문에 연관되어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선수, 이 선수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이 속한 팀에서 리그 타이틀을 거의 항상 차지했었다. 에레디비지에에서 1번, 스페인에서 1번, 세리에A에서 6번. 이쯤되면 우리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단순히 '행운의 부적' 이라고만 여길 수 없다. 14골 이하로 득점을 기록했던 적은 딱 1번 뿐이기에 우리는 이브라히모비치를 타 클럽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골' 이것은 바로 이브라히모비치를 가치있게 만드는 요소다. 팬들은 축구에서 골을 가장 사랑하고 축구는 골로 대변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동시에 축구에서 골은 굉장히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며 소중한 자산인데 그토록 귀중한 골을 만들어내는 이브라히모비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결과일 수 있다. 


2011년 겨울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로 되돌아 가보자. 첼시는 페르난도 토레스 영입을 위해서 £50m을 지불했고 자정이 지난 이후 토레스 이적이 전세계에게 공개되었다. 첼시에게 클럽의 아이돌 토레스를 뺏긴 리버풀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럽 레코드였던 £23.6m을 지불하며 루이스 수아레즈를 데려왔던 리버풀은 직접 헬리콥터를 띄우면서까지 뉴캐슬에게 £35m을 주고 앤디 캐롤을 데드라인 직전에 영입했다. 


득점은 전세계적으로 아주 귀한 사항이다. 얼마나 득점이 희귀한 현상이냐면, 평균적으로 프리미어 리그팀이 1경기에서 득점을 1골 이하로 기록할 확률이 63%이며 전체의 약 30%는 아예 무득점으로 끝나고 만다. 선수들에게도 골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2008~2011년까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바탕으로 계산한 데이터인데 그동안 총 861명의 선수가 피치를 밟았고 861명 각자의 출전 경기 수를 모두 더하면 30,937경기가 된다. 여기서 약 91.6%인 28,326 경기가 득점이 없는 경기였다. 전체 45%의 선수가 3시즌 동안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체의 1/3에 해당되는 221명의 선수는 단 1번도 유효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3년! 3년간 단 한 번도 골에 근접한 슈팅을 해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 골도 못넣는 선수가 이렇게 많은데 득점이 가지는 가치는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는 골과 승리, 승리와 트로피에는 아주 당연하게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작용한다고 믿고 있다. 클럽은 골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공격수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한다 : 골은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고 골은 승점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진 않을 것이다. 특정 시점의 골은 다른 골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버린 득점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든 혁신적 인물이 한 명 있다. 1950년대 PFA의 회장이었던 지미 힐은 우리에게 TV 펀딧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으나 PFA 회장 시절에 상당한 혁명적인 시도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특히 그의 결단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풋볼 리그의 임금 상한선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주당 £20k가 최대였으나 힐은 이를 폐지시켰고 이 결정은 오늘날 프리미어 리그 스타 선수들의 임금 인플레이션 현상을 만들게 되었다.


힐은 1961년 코벤트리의 회장으로 임명되었고 코벤트리 시티의 Sky Blue Revolution 마스터플랜을 진두지휘했다. 코벤트리 시티의 유니폼 색깔이 바뀌었고, 최초로 매치데이 프로그램을 팔기 시작했으며 코벤트리의 클럽 송도 만들었다. 그 이후 최초로 전좌석에 의자가 설치된 스타디움을 만들었다.


그러나 힐이 남긴 가장 귀중한 유산은 '승점 3점 제도'이다. 힐은 축구가 굉장히 수비적으로 변했고 지루해졌으며 관객들의 재미는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득점이 정말 보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했고 프로축구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힐은 승점 2점 대신 승점 3점 승리를 더 귀중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고 그로 인한 변화는 축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스미언 리그에서 승점 3점 규정을 시범적으로 시행해본 이후, 힐은 FA에게 1981년 1년간 승점 3점 규정을 시범 운영 해볼 것을 제안했다.


힐의 시도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고 이에 FIFA 역시 변화를 수용했으며 FIFA에 소속된 국가들 역시 승점 3점 규정을 따르기 시작한다. 승점이 더 높아지면서 승리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이론적으로는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 각 클럽들은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며, 이에 따라 더 많은 골이 나올 것이고 더 많은 흥밋거리가 유발되어 더 많은 팬들이 유입될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승점 3점으로의 변화가 원래 의도대로 시행되고 있는가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승점 3점 도입 이전에 나온 평균 득점 수와 승점 3점 도입 이후에 나온 평균 득점 수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도입 바로 전,후 시즌만을 비교하는 것은 샘플의 수가 적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에겐 더욱 정확한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제학자 알렉산더 딜거, 한나 가이어는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이 자국 리그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승점 3점 제도 도입 이전의 10년간 리그 6,000경기와 컵대회 1,300경기를 조사했고 마찬가지로 승점 3점 제도 도입 이후의 동일한 경기 수를 비교했다. 컵대회는 승점으로 결정짓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컵대회는 대조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딜거와 가이어는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이 축구 경기에 아주 극적인 변화를 준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영향을 받은 요소가 골이 아니었다. 승점 3점 제도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바로 옐로우 카드의 숫자였다. 공격 축구가 증가했다. 그런데 '골을 넣는' 공격 축구가 아닌 뒤늦은 태클, 상대의 등을 밀어버리는 공격 축구가 증가한 것이다.


무승부가 승점 1점 손해에서 승점 2점 손해로 그 피해 규모가 커지자 무승부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1골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횟수가 점차 많아졌다. 승리가 승점 3점을 보장해주기 시작하자 감독들은 수비에 치중한 교체를 늘리기 시작했고 수비 라인은 전진하는 것을 꺼려하게 되었다. 길게 걷어내는 횟수가 증가했다. 골 수가 풍성해지지는 않았으나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는 1골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귀중해졌다는 것이다. 승점 3점 제도는 공격 축구를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시니컬한 축구를 만들어버렸다.


승점 3점 제도의 도입은 힐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만들었고 득점의 가치를 더욱 귀중하게 만들었다. 스트라이커는 상대 수비수로부터 더 많은 파울을 인내해야 하고 스웨덴 출신의 거구 이브라히모비치는 더욱 격렬해진 몸싸움 속에서도 꾸준한 득점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의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들이 스트라이커 영입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큰 돈을 투자하고도 쪽박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 않았던가. 득점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사건이고 그만큼 가치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골과 승점의 교환 비율


앞서 우리는 득점의 결핍이 1골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특히 엘리트 수준의 축구에서는 득점이 상당히 저조하게 발생한다. 우리는 빅리그 경기 결과들을 합산하여 득점이 어떤 방식으로 승점으로 전환되는지 계산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환율과 달리 재밌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국 화폐와 달러의 교환과 달리 득점과 승점의 교환은 이미 경기에서 몇골이 터진 상황인가에 따라서 그 교환 비율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이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평균 어느 정도의 득점이 필요한가를 계산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2000년대 분데스리가,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활용했다. 우선 우리가 첫번째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주 분명했다. 5골 이상 기록하는 것은 사실상 팀에게 승점 3점을 보장해준다. 우리가 데이터 셋으로 지정한 범위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레스터와 아스날의 6:6 무승부, 찰턴과 미들즈브러의 6:6 무승부 같은 케이스들도 과거(1930년대, 1960년대)에 존재했었다. 어쨌거나 5골 이상을 기록하면 우리는 충분히 팀의 승리가 보장되었다고 기대를 해볼 수 있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다고 승점을 아예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골이 없으면 높은 승점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전체의 7~8% 경기가 득점없는 무승부로 끝났고 따라서 양팀 통틀어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도 일부 승점을 벌어다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5골 이상 기록, 0골 기록이라는 양 극단의 값을 확인했다. 이제 우리는 분포의 중앙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다. 우리는 그래프에서 기울기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구분을 발견할 것이고 그 부분에서 나오는 득점이 가장 가치있는 골이라 말할 것이다. 


통계적으로 1골은 승점 1점을 보장해준다. 2골은 무승부보다 승리에 가까워지게 만들고 2골 이상부터는 승리에 굉장히 가까워진다. 3,4골도 승리를 아주 확실하게 보장해주진 못한다. 뉴캐슬이 아스날을 상대로 4골차를 극복한 적이 있고 2007년 레딩은 토트넘과 포츠머스를 상대로 4골을 기록했지만 2경기에서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이러한 패턴은 4개국 리그에서 모두 동일했다. 물론 편차는 존재한다. 분데스리가는 라 리가보다 1골의 가치가 작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4개국 모두 골이 비슷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프의 형태가 말하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는 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몇골이 나왔는가는 새롭게 추가되는 골의 가치에 영향을 준다. 3골을 넣는다고 1골을 넣는 순간보다 승리할 확률이 3배 높은게 아니다. 4골을 넣는다고 3골을 넣을 때보다 승리할 확률이 33.3% 증가하는 것 역시도 아니다. 


2번째 골은 승점을 평균 0.99점 높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2번째 골이 가장 가치있는 득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4골을 기록한 상황에서 5번째 골을 추가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승점을 0.1점 높여주는 효과를 가진다. 이탈리아에서도 스페인에서도 잉글랜드에서도 독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견되었다. 2011년부터 급격하게 경기력이 하락하면서 1골이 소중해진 앤디 캐롤과 페르난도 토레스는 모든 골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게 아니라는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골마다 팀이 승리할 확률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지금 여기서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한 득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존재한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6:1로 처참하게 무찔렀던 맨체스터 시티는 끝내 그 시즌을 골득실 차이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물론 이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승리를 노리는 팀들은 가장 중요한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골의 가치


지금부터 시행할 과정들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통해 포워드가 경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치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우리는 바로 위의 그래프를 통해서 첫번째 골과 두번째 골이 다른 골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들의 득점에 대해서 재검수를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사전에 언급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팀의 4~5번째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보다 팀의 1~2번째 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가 더 가치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든 골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단순히 득점 수로만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도 이적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이 간과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포워드는 가장 비싼 포워드인 토레스와 캐롤이 아니었다. 두 선수의 득점은 생각보다 승점으로 많이 연결되지 못했다.


우리는 Opta Sports의 도움을 받아 선수들이 기록한 득점이 각각 첫번째 득점인지 두번째 득점인지 아니면 그 나중에 나온 득점인지 하나하나 구분했고 우리는 앞에서 언급했던 실질적 승점 개념을 활용해 선수의 득점이 실질적으로 팀 승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가 파악하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득점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실질적인 승점을 가져다주는 골을 기록한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것은 2009/2010시즌의 득점왕 디디에 드록바, 2010/2011시즌의 득점왕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골의 가치까지 계산하여 환산한 결과로 적용할 경우 각각 3위, 4위에 랭크된다는 사실이다.


비록 26골 중 7골이 페널티 킥이었지만, 2009/2010 시즌 가장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골을 많이 넣은 선수는 웨인 루니였다. 2010/2011시즌에는 루니와 베르바토프의 팀동료였던 테베즈가 이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베르바토프와 테베즈는 공동 득점왕이었으나 여기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드록바와 베르바토프는 팀의 승점 적립에 도움이 덜 되는 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클럽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골을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승점에 보탬이 되는 골을 많이 기록하는 것이 더 귀중할 수 있다. 2010/2011시즌 베르바토프는 WBA의 피터 오뎀윙기보다 5골을 더 넣었지만 실질적으로 팀에 가져다준 승점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뎀윙기가 골 수는 적었지만 더 승점에는 효율적인 골을 넣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9/2010 시즌의 18골 저메인 데포와 13골 루이 사하의 차이도 비슷하게 해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팀의 진정한 영웅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선수는 바로 대런 벤트! 만약 첼시가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방식의 분석법을 알고 있었다면 £50m을 토레스가 아닌 벤트에 투자했을지도 모른다. 벤트는 2시즌간 가장 승점을 잘 벌어다주는 스트라이커였다. 만약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벤트가 승점을 가져다주는 효율성을 알았더라면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을지도 모른다. 


각 클럽의 전체 승점에서 각 선수가 벌어다준 승점의 비율을 계산한 수치에서도 대런 벤트는 2시즌간 가히 독보적이었다. 특히 2009/2010시즌 벤트는 선덜랜드 전체 승점의 45.5%를 책임졌고 이를 뒤이은 선수는 웨스트 햄 승점의 27.9%를 책임진 칼튼 콜이었다. 상당한 격차다.


2010/2011시즌에도 벤트는 이 부분에서도 리그 탑이었다. 시즌 도중에 벤트가 이적을 했지만 만약 1클럽에서 온전히 1시즌을 소화했다면 평균적으로 벤트는 팀 전체 승점의 31.5%를 책임진 것이다. 이를 뒤이어 블랙풀 승점의 29.7%를 책임진 DJ 캠벨, WBA의 26.7%를 책임진 피터 오뎀윙기가 있었다.


사실 토레스와 캐롤에게 아주 절망적인 성적표는 아니다. 토레스는 2009/2010시즌 실질적으로 승점을 벌어준 선수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다음 시즌에는 18위까지 떨어져 스티븐 플레쳐와 아사모아 기안 위에 존재했다. 캐롤의 경우는 2009/2010시즌 뉴캐슬이 챔피언십에 있었기 때문에 집계가 불가능 했지만, 2010/2011시즌 리그 15위에 랭크되었다. 



경기장에서 빨리 나가는 방법


모든 골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이적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다. 그러나 축구의 가장 본질적인 비즈니스 : 대회 우승, 유럽 대항전 진출, 1부 리그 잔류에 활용되고 있는 팩트이다.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모든 골의 가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확인을 할 수가 있다.


일단 팀의 첫번째골을 살펴보자 : 매 경기마다 1득점을 기록하는 팀은 결코 강등될 걱정이 없을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가 38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매경기 1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득점력을 유지할 경우 평균적으로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승점 43점이 보장된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승점 34~35점 정도가 필요했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십은 클럽의 매출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발생하게 만든다. TV 중계권만으로도 대략 £45m의 격차가 발생한다.


우리는 앞서 1골이 평균적으로 승점 1점을 보장해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것만으로는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단순히 리그에 생존하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하는 클럽들은 꾸준하게 2번째 골을 넣는 능력을 길러야하고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2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50%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골을 넣는 것은 약 25%의 확률만을 보장한다. 3골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팬들은 안심을 할 수 있고 이후 교통 체증을 우려한 팬들은 조금 더 빠르게 경기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 팀이 이미 3골을 실점하지 않는 경우, 4번째 골이 나오면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쾌적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득점과 승점은 직선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S형태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추가골이 항상 엄청나게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3~4번째 골은 팬을 위한 엔터테이닝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골일지 몰라도 그런 득점과 승점, 리그 순위와의 상관성에 대한 객관적인 형태의 지표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안루이지 부폰, 리오 퍼디난드처럼 클럽이 상대의 득점을 막아내는 포지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스트라이커를 지켜보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스트라이커의 기여도가 다른 포지션보다 특별히 가치있는 것은 골이 잘 나오지 않는 특성 때문인 것이다. 만약 골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이라면 승점과 트로피를 보장해주는 스트라이커의 가치는 지금만큼이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의 통일성과 균형점


우루과이의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오늘날 세상은 마치 의무적으로 천편일률화 되어가는 것 같다. 사람들마다의 습관이 동일해져가고 있고 세기가 끝날 때 쯤에 배고픔으로 죽는게 아닌 지루해 죽는 사람들도 발생할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발견한 결과도 갈레아노에게는 슬픈 소식이 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엘리트 수준의 축구에서 비슷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브라질부터 독일, 가나부터 스코틀랜드까지 각기 다른 축구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골이 발생하는 전체적인 패턴은 거의 다 비슷하다. 프리미어 리그는 세리에A 보다 빠르고 반칙으로 흐름이 끊어지는 횟수가 적지만 최종 경기 결과는 잉글랜드나 이탈리아나 다를 것이 없다. 


경기 결과가 리그에 관계없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면 이제 갈레아노처럼 아주 평범한 팬이 바랄 수 있는 사항은 축구의 '심미성'이다. 사람들에겐 각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축구가 있다. 마치 육상경기처럼 빠르고 적은 패스 속에서도 많은 골을 만들어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처럼 광란의 역습을 보여주는 축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차분한 빌드업을 바탕으로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유지하는 축구,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처럼 상대의 목을 점차 조여가는 축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팬은 득점이 우승과 잔류를 결정지어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원하고 구단의 이사진들이 매년 좋은 스트라이커를 구단으로 데려오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감독이 선수들을 잘 조합해서 가능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주길 희망하고 있다. 


축구의 역사는 곧 골의 역사이기도 하다. 득점은 점차 희귀한 현상이 되어버렸고 따라서 점차 더 귀중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득점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골을 넣어주는 선수의 가치 역시 동반 상승했다. 그리고 클럽들은 더 많이 골을 넣고 더 적게 실점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팀은 더 골을 넣고 상대에게는 덜 내주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발전된 축구 전술을 통찰하고 그것의 혁신성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날의 축구는 더 이상 공격만 바라보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늘날의 축구는 공격과 수비, 상반되는 두가지 가치 속에서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ap 3. They Should have bought Darren Bent <Chris Anderson, David Sally 著>




롱패스냐 숏패스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하다. -밥 페이즐리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스토크 시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하고 있는 성적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현역 시절에도 뛰어난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토니 퓰리스 감독 지도 하에 2008년 처음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스토크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우린 타이틀 레이스를 펼치는 빅클럽들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 원정 경기를 주목한다. 춥고 강풍이 부는 브리타니아에서 성공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것, 그것은 그 팀이 진정으로 리그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점차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토니 퓰리스는 수많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감독이다. 만약 퓰리스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같은 축구까지 선보였다면 그는 근래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토크는 그러지 않았고 동시에 퓰리스는 수많은 비난과 마주하기도 한다. 스토크의 롱볼 스타일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한 축구로 낙인이 찍혔고 축구의 심미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도 스토크의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스토크를 향한 이런 냉소적인 시선은 통계 자료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 스토크는 가장 높은 롱볼 비율을 기록하며, 상대 진영에서 가장 적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

 

이런 데이터만 모아놓고 본다면 스토크는 진작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사라졌어야만하는 팀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공이 없는 상황이 스토크에게는 더 편한 것이다. 점유율 왕조가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스토크 홀로 공화정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것과 달리 퓰리스의 관점에서는 공이 없는게 더 이득인 것이다. 스토크는 공소유를 적게 해야지 자신들의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로리 델랍이 페널티 박스로 공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두 손으로 공을 잡은 순간, 그 때는 유일하게 스토크가 점유율이 골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 순간이다. 


스토크는 다수가 즐기지 않는 축구가 펼쳐지는 순간을 즐긴다. 공을 소유하고 공을 땅 위에서 굴리는 철학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공을 소유하게 되면 더 나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토니 퓰리스의 성공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스토크의 방법 : 실질적 경기 시간을 줄이자


90분간의 축구는 절대로 펼쳐질 수 없다. Opta Sports의 2010/2011시즌 기록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경기장에서 공이 움직이는 시간은 60~65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리미어 리그는 평균적으로 62.39분이며 스토크 경기는 평균적으로 58.52분이라고 한다. 스토크 시티는 교실 벽에서 시계를 떼어내 시간을 미리 몇 분 앞당겨 놓는 장난꾸러기 아이같은 존재이다. 스토크와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은 66.58분으로 두 팀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 차이는 약 8분이 된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계속해서 공을 피치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딱히 놀랄 것도 없는 결과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토크는 점유율에 있어서 완벽한 순수주의자이다. 스토크는 상대팀이 피치 밖으로 공을 내보내는 경우에 자신들이 온전한 점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 나머지 순간들은 모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스토크는 자신들만 확실하게 공을 점유할 수 있는 순간에서의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그것이 바로 세트피스다.


따라서 스토크와 경기를 펼칠 때는 다른 어떤 팀과 상대할 때보다 점유율이 의미가 없다. 아까 평균이 58.52분이라고 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실제로 공이 움직이는 순간이 45분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2010/2011시즌 스토크는 550번의 롱스로인을 시도하면서 이 부분에서 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522회를 기록했다. 스토크가 스로인을 시도하는 순간을 회상해보자. 델랍에게까지 공이 전달되는 시간, 델랍이 공을 손으로 온전히 잡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수건을 사용해서 공의 물기를 닦아내는 시간까지 그 순간에도 경기장 시계는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이 순간 스토크는 온전히 공을 점유하고 있다. 다른 팀이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을 점유하고 있고 이렇게 스토크는 상대팀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을 죽인다. 스로인은 스토크의 장점인 공중전을 펼칠 수 있게 만들고 동시에 상대의 찬스 메이킹을 억제할 수 있다. 


아르센 벵거의 철학을 신봉하는 아스날 팬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퓰리스의 경기 접근법은 혐오의 대상이다. Opta의 컨텐츠 디렉터이자 아르센 벵거의 열렬한 지지자인 롭 베이트만은 "스토크가 아스날을 상대로 득점한 4골 중 3골이 스로인이고 나머지 1골은 페널티킥이다." 라고 아주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러한 전략은 공을 다루는데 취약함을 노출하는 스토크에게 아주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1/2012시즌 스토크가 3회 이상 패스를 연결시킨 횟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했고 7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된 것은 4%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축구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던 영국의 공군 중령 찰스 리프가 주장했던 축구가 펼쳐진 것이다. 반면에 아스날은 4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비율이 36%였고 7번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횟수 역시 18%나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는데 스토크 시티가 공을 잡은 시간의 43%는 이후 정확한 패스로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토니 퓰리스의 스토크 시티는 공을 소유하면 곧바로 상대에게 공을 내주고 말았다. 반면에 아스날은 그 비중이 27%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스토크는 점유율이 역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더 많은 패스를 시도하면 할수록 공을 잃어버리는 횟수 역시 증가하며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도 늘어난다. 따라서 상대의 득점 기회가 상승한다. 지난 3시즌간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살펴보았을 때, 스토크가 상대팀보다 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에서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77회였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스토크가 상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경우,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99회였다. 스토크와 정반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아스날은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0회,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6회를 기록했다. 어쨌든 스토크는 공을 점유하려고 할수록 상대에게 더 자주 공을 뺏긴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이러한 사고방식 아래서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 전체 득점의 2/3이 오픈 플레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스토크 시티는 오픈 플레이 득점 비율이 절반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 조사기간 스토크는 롱스로인 득점이 프리미어 리그 평균의 5배를 웃돌았다. 또한 평균적으로 1경기당 오픈 플레이 득점이 0.85골인데 스토크는 고작 0.51골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아스날은 1.39골로 스토크와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벵거와 아스날,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 루이스 메노티, 요한 크루이프는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보고 경악을 할 것이다. 그런데 스토크의 방법론은 통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여기에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승격한 스토크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적인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스토크는 자신들만의 방법론으로 리그 내 거물들을 잡아냈고 다른 클럽처럼 누군가를 모방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스토크가 공을 점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스토크는 자신들 나름의 방식대로 경기를 컨트롤하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해낸다. 스토크는 공의 점유를 원하지 않으나 그 속에서도 승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게 점유율은 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공을 내주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크루이프는 이를 싫어하겠지만 이해해야한다.



첫번째, 그러나 실패한 혁명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현대 축구 흐름에서 스토크는 찰스 리프가 좋아할만한 몇 안되는 클럽이다. 30년간 노트와 펜을 가지고 축구 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리프는 점유율이 보통 3번의 패스 이하로 끝난다는 것을 주장했다. 리프는 55년간 팀이 공을 상대에게 뺏기고 다시 뺏어오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 결과 점유율은 근거없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공점유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 상당히 우수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스토크처럼 공을 가진 순간에 골을 뽑아내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리프에게는 애석하게도 스토크같이 축구하는 팀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샘 앨러다이스의 영향을 받은 팀들이 남아있으나 이제 대다수 사람들은 롱볼 게임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경향의 플레이가 무시당하는 가장 간단한 이유는 리프가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선 챕터에서 이미 검토했듯이 공을 소유하는 것은 상대에게 패배하지 않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타당한 전략이다. 공을 소유하면 우리가 득점할 기회가 올라가고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퓰리스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거다. 다만 그의 방식은 대다수 감독들과 다른 방식인 극과 극의 대응인 것이다. 스토크도 공의 소유권을 유지한다. 다만 그것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 뿐이다.


리프의 연구로 돌아가자. 리프는 축구 경기를 승리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내고자 했다 : 그의 생각은 아주 단순 명료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극대화시키면 더 많은 승리를 기록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시행하기 위해서 각 클럽은 효율적인 경기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효율적'이란 말은 적은 점유율, 적은 패스, 적은 슈팅, 적은 터치를 바탕으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골이 나오기 위해서는 9번의 슈팅이 필요하고 3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골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절반 가량의 득점이 상대의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공의 소유권을 다시 되찾아 만들어낸 골이라는 거다.


리프는 자신의 조사 결과에 따라 그렇게 주장하는게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우리 역시도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런 방식의 해석을 내놓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리프의 입장에서는 팀들이 비효율적인 패스 연결로 기회를 낭비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뺏어내고 오는 득점 기회를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했을거고.


리프가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러했다 : 3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패스가 3번 이하 연결로 종료되는 경우는 전체의 91.5%나 되었다. 따라서 공격 진영에서 부차적으로 패스가 이뤄지면 이뤄질수록 골을 넣을 확률은 떨어지는 것이고, 전체 득점의 30%가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뺏어내며 만들어낸 득점이란 것을 상기시켜보면 숏패스 게임보다 롱볼 게임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리프의 연구는 50년대와 60년대의 연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후 웨일즈 대학의 교수 마이크 휴즈,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 이안 프랭크가 다시 조사를 했다. 이번에는 데이터로 1990년, 1994년 월드컵 경기를 선정했고 리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패스는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률이 떨어졌다. 일단 두 사람은 리프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 동의했지만 곧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리프가 주장처럼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소한의 점유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마무리에 의지하는 축구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2009년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픈 플레이 득점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오직 8%의 득점만이 페널티킥이다. 즉 오픈 플레이 득점 빈도가 페널티킥보다 8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득점의 가능성만 따지면 오픈 플레이는 성공률이 12%에 불과하다. 반면에 페널티킥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77%나 된다. 


대다수 득점이 나오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강점을 가지는 팀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인 페널티킥을 잘 만들어내는 팀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감독이 선택할 사항이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득점 유형의 빈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득점 유형의 확률을 선택할 것인가. 페널티는 발생 빈도라는 관점에서 아주 드문 케이스다. 그러나 페널티만큼 확실한 기회는 없다. 반면에 오픈 플레이는 흔하지만 득점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 리프는 통계량의 특성 차이를 간과했고 특성의 차이를 고려한 순간부터 롱볼 게임은 쇠퇴했고 점유율 축구의 성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리프와 마찬가지로 휴즈와 프랭크는 더 많은 선수가 패스 흐름에 연관될수록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스 연결 횟수와 득점의 가능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패스 연결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득점을 뽑아낼 가능성이 올라간다. 오랫동안 패스 연결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클럽은 더 높은 득점 확률을 기록하게 된다. 패스가 6회 이상 지속되면 득점의 확률 역시 올라간다. 


득점을 기록하기 위해선 슈팅을 시도해야한다. 한편, 휴즈와 프랭크는 패스 연결 횟수가 짧을수록 슈팅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4회 이하의 패스 연결 후 시도한 슈팅은 5회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후의 슈팅보다 정확성이 높았다. 득점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리프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더 적게 패스하면 9번의 슈팅으로 1골이 나오는데 패스 연결 횟수를 늘리면 15번의 슈팅마다 1골이 나오는 낭비적인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석해볼 수 있다. 더 많은 패스를 연결지을수록 상대팀 수비가 진영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꼴이다. 수비가 위치를 잘못잡을 확률을 오히려 공격하는 팀이 줄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적은 패스를 시도하면서 만들어낸 높은 슈팅 정확성이 반드시 더 많은 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리프의 숫자는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료를 심도있게 분석하지 못했다. 휴즈와 프랭크의 분석에 따르면, 패스 연결 횟수가 길어질수록 유효 슈팅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득점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회와 효율성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패스 연결을 더 오래할수록 공격팀에게 슈팅의 기회가 더 많이 나오는데 슈팅 당 득점력은 떨어진다. 우리는 이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공을 점유하는 기술이 성공적인 팀과 실패한 팀을 가르는 요소임을 발견했다. 앞서 평균적으로 9번의 슈팅을 통해 1골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일 뿐이지 성공적인 팀은 실패한 팀보다 3배 이상의 슈팅을 시도한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할수록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게 되고 상대에게 공을 넘겨주지 않아야 더 많은 슈팅을 기록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기술이 뛰어나거나 점유율 게임을 펼쳐야하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에 또 적용시켜보자. 우리는 각 클럽의 숏패스 대비 롱패스 횟수를 측정했고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가 그래프 오른쪽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롱패스의 기준을 35야드 이상의 거리를 기록한 것이라 판단했고 그에 따라 자료를 정리했다. 숏패스 게임을 펼치는 팀일수록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는 아스날보다 슈팅의 효율성이 높았고 강등팀인 블랙풀은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슈팅면에서 효율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토크와 블랙풀,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이점은 후자가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롱볼을 구사하는 팀은 더 적은 득점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더 적은 득점을 기록하게 된다. 그 결과 강등권 탈출을 놓고 전쟁을 펼치게 된다. 반면에 점유에 높은 가치를 두는 팀은 테이블 정반대쪽에 위치한다. 처음으로 분석을 통한 롱볼 게임을 펼친 샘 앨러다이스, 토니 퓰리스 정도만 선방했다. 두 감독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의 능력치를 최대화시켜 클럽의 야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스토크와 볼턴에게는 롱볼이 올바른 방법론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 허나 두 팀이 롱볼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프는 대단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장한 리프의 역설과 철학은 이제 경기에서 사라져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물론 여전히 아주 정통성 있는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존재는 한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를 놓고보면 패턴은 아주 분명하다. 21세기 들어서 점유율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11/2012시즌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StatDNA의 사라 루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리프는 패스의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루드는 끝내 다시 패스의 연결 확률이 올라감을 발견해냈다. 기술의 발전, 훈련의 과학화, 피치 상태의 개선 등이 패스 축구가 과거에 비해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패스가 7번 이상 오가는 것은 이제 2번 오가는 것만큼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리프의 연구 성과를 과거의 유물로만 생각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리프가 옳다고 생각한 플레이는 아름다운 플레이가 아니며 끝내 그는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지만 데이터를 통해 경기를 바라보려는 그의 접근법 자체는 굉장히 현대적인 시도였다. 리프는 최초로 축구 경기의 핵심 사항을 데이터를 통해 꿰뚫어보려던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데이터의 활용에 개방적인 시대도 아니었고 모든 대회, 모든 경기에 대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절 역시 아니었다. 축구는 무질서한 경기처럼 보였으나 결국에는 관리가능한 요소들의 종합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점유율 게임이 널리 퍼졌고 공을 지켜낼수록 더 많은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슈팅이 더 많은 골이 나오게 만들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수록 실점의 빈도 역시 줄어든다.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패하는 횟수는 줄이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팀이 다 이렇게 플레이해야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승리를 위한 완벽한 방정식은 없다. 롱볼로 좋은 성적을 냈던 왓포드, 윔블던에게 숏패스 게임이 옳은 것이다라는 주장이 먹힐까? 지금도 롱볼로 충분히 기대치를 달성하고 있는 스토크에게도 유효할까? 2004년 유로 대회를 우승한 그리스에게 공격 축구가 더 많은 승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해서 그 말이 받아들여질까?


과거 리버풀의 감독이었던 밥 페이즐리가 "중요한 것은 숏패스냐 롱패스냐가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말했던 것처럼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팀에게는 롱볼이 맞는 옷이고 모두가 점유율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리프의 주장처럼 움직이는 팀이 롱볼 축구를 다른 이들에게 설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것에서 어긋날 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리프는 수치를 잘못 해석했다. 그가 손수 발견해낸 수치들은 분석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숫자를 통해서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리는 사항들이 실제로 맞고 틀림을 증명해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리프는 오로지 득점을 기록하는데 어떻게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만 몰두했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다. 초기에 축구가 오로지 공격에만 몰두했었는데 리프도 마찬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롱볼 게임이 총체적인 승리 전략으로 이목을 끌지 못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더 뛰어난 상대팀은 롱볼 축구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롱볼 게임 플랜은 어떻게 수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리프는 어떻게 수비를 펼쳐야할지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전술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효율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은 2012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게 패배했고 같은해 바르셀로나 역시 첼시에게 준결승에서 패배했다. 바이언과 바르샤 모두 점유율을 낭비했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리프는 효율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 축구에서 불운을 막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이 딱 1가지 뿐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축구에서는 팀의 운명을 컨트롤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어쩌면 적은 기회를 잘 살리는 효율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리프의 유산이 완전히 잊혀져 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리프는 자신보다 더 앞선 시대의 혁명가들처럼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서 굉장히 독단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리프는 처음으로 축구 경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승리하려는 시도를 펼친 인물이다. 현재 데이터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리프 없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클럽들은 리프처럼 어떤 요소가 자신들을 승리로 이끄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모두가 스토크 시티처럼 경기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바르셀로나가 될 수도 없는 법이다. 모든 팀은 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사실들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승리 공식을 만들어낸다. 리프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올바른 승리 방식을 찾아내는 것, 우리는 결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프의 시대에 비교해서 우리는 더 발전된 데이터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료의 수집과 활용 능력 면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지적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요한 크루이프 -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이탈리아 7부 리그에서 있었던 평범한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U.S.Dro 의 골키퍼 로리스 안젤리는 심장이 쫄깃한 승부차기에서 상대팀 4번째 키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 팀 Termeno의 키커 마이클 팔마가 킥을 위해 다가오고 있다. 만약 여기서 키커가 실축한다면 U.S.Dro가 승격하게 된다.


팔마가 킥을 한다. 안젤리는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팔마의 킥은 골대 정중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안젤리는 씁쓸하게 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잠깐, 공이 다소 쎄게 차져서인지 약간 높게 날아오고 있다. 팔마의 킥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추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팔마는 무릎을 꿇고 피치에 쓰러졌다.


떠오른 공은 아치를 그리며 정점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안젤리는 이토록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 것을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기적을 같이 즐기기 위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은 6야드 박스 가장 자리에 떨어졌다. 절망에 빠진 팔마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안젤리는 U.S.Dro의 서포터들과 함께 미친듯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공이 한두번 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골라인을 넘어버렸다. 팔마는 이를 주심과 함께 확인을 했고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믿을 수 없는 골이 나온 것이다. 결국 승부차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U.S.Dro는 다음 킥을 성공시키지 못하여 Termeno가 승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정말로 축구는 우연의 게임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골은 굉장히 자주 있는 이벤트가 결코 아니며 매우 소중하기까지하다. 클럽들은 자신들의 득점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여전히 골이란 임의적이다. 골은 확률에서 벗어나며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해프닝들이 이탈리아 하부 리그에서만 일어나는건 절대 아니다. 축구에서 행운은 시대와 수준을 막론하고 항상 발생해왔다. 폴란드에 아담 체르스카스라는 무명의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이 선수는 수비수의 클리어링을 향해 몸을 날렸는데 우연히 23미터 거리에서 자신의 등으로 골을 넣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는 개리 네빌의 백패스가 피치의 파여있는 부분에 의해 공이 갑자기 튀어 올랐고 폴 로빈슨은 헛발질을 하면서 잉글랜드의 실점이 나왔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패배했고 궁극적으로 유로 2008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모든 팀, 모든 팬들이 운명의 장난을 경험하나 최근 리버풀은 유난히 이러한 일들을 자주 겪고 있다. 2009년 10월 17일, 라파 베니테즈가 이끄는 리버풀은 선덜랜드와 경기를 펼쳤다. 대런 벤트가 박스 외곽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리버풀 수비수 글렌 존슨은 이를 몸으로 막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벤트가 찬 공은 피치에 난데없이 들어와있는 빨간 풍선을 맞고 굴절되어 페페 레이나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 날 리버풀은 15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코너킥만 7번 얻어냈다. 선덜랜드는 13번의 슈팅, 단 1번의 코너킥을 기록했다. 그런데 경기는 풍선이 넣은 골로 리버풀이 패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리버풀이 불평만할 것은 아니다. 이들은 행운이 따라 더 큰 이득을 봤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로부터 4년 전, 리버풀은 클럽 역사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밤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AC밀란의 3점 차 리드를 따라잡으며 우승컵을 차지했는데, 특히 후반전에 단 6분만에 3골을 연달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는 이 날의 경기를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리버풀의 라이벌인 에버턴 팬들조차도 그 날 리버풀의 활약이 실로 대단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의 승리가 정말로 기적적이었는가, 단순히 우연이었는가에 대해서 구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 날 어떤 사건들이 있었기에 리버풀의 추격이 가능했는지 언급할 때 우리는 보통 디트마르 하만의 투입, 드레싱룸에서의 라파 베니테즈의 스피치, 결코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의 초인적인 투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럴 듯한 이유들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는 없다. 만약 리버풀이 하만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베니테즈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했다면? 제라드가 포기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운이 좋다면 밀란 스스로가 3점 차를 포기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풍선이 뜬금없이 날아와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는게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 때문은 아니라는거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풍선, 콘스탄티노플에서의 영광은 우리가 통계에서 '아웃라이어'라고 이야기하는 사항들이다. 이것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없다. 오랫동안 경기를 뛰거나 지켜본다면, 언젠가는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풍선이 골을 넣는다거나, 밀란이 단 6분만에 3점을 따라잡힌다거나, 로빈슨이 헛발질은 한다거나, 체르스카스의 등에 공이 맞고 골이 들어간다거나하는 이벤트들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그러나 크루이프 역시 축구를 계속 해오면서 깨달았듯이 스포츠에서 운은 항상 따르는 일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기적이란 것이 발생하는게 자연스러운거다.



때로는 아인슈타인 마저도 틀리기 마련 


연구가들과 축구광은 서로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는데 이들이 진지하게 축구에 대한 호기심을 암암리에 연구해온 사례들은 존재한다. 축구를 경제학, 물리학, OR, 심리학, 통계학과 같은 학문들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수없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축구란 게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신들만의 연구법과 지식을 활용하여 이들은 다각도로 축구에서의 확률과 무작위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했다. 이들의 방법론과 그에 따라 활용되는 도구는 서로 다르나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과거 축구 통계의 시초이기도 했던 찰스 리프의 도전처럼, 이들의 공통된 주제 역시 마찬가지다 : 축구 경기와 우승은 실력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면 운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는 축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아닐 수 있으나, 축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질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게임이 실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대회는 가장 강한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는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우승이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구단주들은 선수 수급에 뭣 하러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며, 감독은 완벽한 조직력을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시도하며, 팬들은 팀의 승패에 그토록 열성을 보이는 것일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감독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선수들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전자를 그러니까 운보다는 실력이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이길 바라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 1966년 월드컵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처럼 이변의 발생은 축구팬들에게 흥미로운 소잿거리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위대한 감독을 데려온다면 자연스레 (실력 상승으로) 우승이 따라오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축구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시행되었고 각각의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베팅업체, 연구실의 협조를 받아 아름다운 축구를 동경하는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시간동안 유럽에서 진행된 리그 경기와 컵 대회 경기 그리고 1938년 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이 수많은 경기를 조사한 결과 우리는 기본적으로 50:50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로 절반은 실력이고 절반은 운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축구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조차도 받아들이기 꺼려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조차도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확률의 존재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어쨌든 신은 주사위 놀음은 하지 않는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불확실성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축구팬들이 오죽하겠는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행운이 아닌 경기의 아름다움이라든지 위안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축구란 경기의 미학에 대해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 팬들은 추하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멋진 패배를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며 미국의 스포츠 기자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위대한 평가관은 당신들이 경기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가 아닌 경기 내용이 어땠는가를 보고 결정한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게는 성적에 무관한 찬사가 따르기 마련이다. 1954년 매직 마자르의 헝가리,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 사커, 1970년과 1982년의 브라질, 근래의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은 성적과 무관한 찬사가 뒤따른다. 그러나 유로2004 우승의 그리스, 1990년대 이탈리아와 서독, 스토크 시티는 합리주의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서 문제는 심미성이라는 것이 사실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 결승전을 회상해보자. 네덜란드는 의도적으로 상당히 난폭한 축구를 펼쳤고 우연의 논리성을 지지하는 요한 크루이프조차도 당시 네덜란드를 "추악하고 천박하며 꽉막힌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안티 풀볼" 이라고 표현했다. 토탈 사커의 고위 성직자와도 같은 크루이프는 욘 헤이팅하와 나이젤 데 용을 제명시키는 것도 불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빠뜨린 관점이 있다. 만약 82분에 나왔던 아르연 로번의 찬스가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의 전략을 통해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미녀(70년대 네덜란드 토탈 사커)가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야수(2010년 네덜란드의 실리 축구)가 이뤄낼 뻔 했다. 2010년 네덜란드 축구가 보기 좋은 축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공을 만드는데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빨 좋은 前바이어 레버쿠젠의 스포팅 디렉터 라이너 칼문트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축구는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다. 축구에는 예술 점수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아름다운 축구는 성공을 거둔 팀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아름다움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필요조건 역시 못 된다.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분석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치는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효율적'이란 말에 대해서 짚고 가야할텐데 공을 소유하고 되찾아오며, 프리킥을 얻어내고, 슈팅을 시도하여 결국에 골을 넣는 것들을 '효율적'이라 가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으로 피치에서 승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해왔다.


아주 확실하게 경기를 압도하면서도 패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10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첼시는 25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는데 단 1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버밍엄 시티에게 패배했다. 1년 전에는 헤르타 베를린이 쾰른을 상대로 17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2번의 유효 슈팅만을 기록한 쾰른에게 패배했다. 2006년 만우절에 있었던 사라고사와 비야레알의 경기에서는 29번의 슈팅을 시도한 사라고사가 비야레알에게 0:1로 패배했다. 축구에서는 '경기를 못 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1950년 월드컵에서 미국이 잉글랜드를 이겼고, 1990년 월드컵에선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이겼으며 1988년 FA컵 결승전에서는 윔블던이 놀랍게도 리버풀을 이겼다.


가장 최근에는 첼시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준결승에서 첼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80분간 수비만 했고 결승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120분간 두들겨 맞았으나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리오넬 메시, 챠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첼시는 80%의 점유율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1,2차전 합계로 바르셀로나는 5번이나 골대를 맞췄으며 1번의 페널티 미스,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 첼시는 결승전에서도 바이언 공세에 포위를 당했지만 끝내 이를 버텨내 승리를 만들어냈다.


독일 언론은 첼시의 우승이 조롱거리라 주장하며 '부당한 결과' 라고 서술했고 특히 독일 언론 Die Zeit 는 첼시의 우승이 축구 역사 교과서의 사고(accident)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결승전 당일, 바이언과 첼시의 슈팅 수는 각각 35:9였으며 코너킥 횟수 역시 20:1이었다. 이 단 한 번의 코너킥에서 첼시의 득점이 만들어졌다. 독일 축구협회 DFB 회장 볼프강 니어스바흐는 '축구는 공평한 스포츠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특성이기도 하다. 더 많은 슈팅, 더 많은 패스를 기록한다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상은 골을 기록하는 팀에게 향한다. 가디언의 리차드 윌리엄스는 바이언과 첼시의 결승전에 대하여 "축구는 예술성을 가늠하는 대회가 아닌 골을 넣는 대회다. 물론 두 가지가 온전히 섞인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름다움은 최우선의 가치가 아니다." 라고 평가했다.


풍선, 기적, 승부차기 실축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 것 모두 우연의 한가지 케이스일 뿐이다. 축구에 관심이 적은 학자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비슷한 사례들을 취합하여 분석 기법을 활용, 그 불확실성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우연에 대해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고 하늘의 뜻이라고 설명하려 하지 않았으며, 결과 대신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발견한 해답은 요한 크루이프의 말이 옳았다는 것이다. 우연은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연을 두가지 경우로 분리하여 볼 수 있다. 먼저 리그와 컵 대회에 우연성의 논리가 통한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대회 전체 득점을 예측할 수 있다. 시즌 전체 예측보다는 개별 경기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더 강한데 골을 만드는데 있어서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사실 거의 50:50이라 봐야할 정도다.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득점의 절반이 선수의 기술이나 실력이 아닌 운과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축구에서 성공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하나는 실력으로 우위에 서는 것, 다른 한가지는 운이 따라주는 것. 개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한 가지만 충족되어도 충분할지 몰라도 리그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Die Zeit 의 기자가 했던 말은 옳은 말이다. 축구의 역사는 사건 기록의 집합체이다. 크루이프가 주장했던 것처럼 우연은 당연히 발생한다.



프러시아 말과 축구 선수의 공통 분모


우리는 이제 우연과 확률을 활용해 1시즌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일단 본론으로 가기 전에 살짝 우회하겠다. 우선 우리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19C 말 프러시아 기병대와 러시아 경제학자들에 대한 사례를 알아볼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처럼 기병대 말 역시 미쳐날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에 의한 결과는 축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1875년부터 1895년까지 20년간 196명의 병사들이 자신의 애마에게 차여서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애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우연이 아닐까? 기병대 병사들이라면 자신의 말이 겁을 먹거나 미쳐 날뛰는 상황들을 최소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군대 역시 없다. 각각의 사건은 우연히, 무분별하게 발생한 사건으로 말그대로 불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러시아 기병대 군인은 적절치 못한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위치에 서있던 것일 뿐이다. 여기에 패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건 그냥 단순히 우연이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학자 라디슬라우스 본 보르트키에비치는 19C 자신의 애마에 차여 죽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는 280칸의 표를 만들었고 (14개 기병대 x 20년) 각각의 칸에 기병대마다 연간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그는 절반 정도의 칸이 비어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51%) 즉각적으로 발견했고 칸이 비어있다는 것은 그 해에 말에게 차여서 죽은 병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해에 1명이 죽은 경우는 33% 미만 이었고 2명이 죽은 경우는 11%, 3명이 죽은 경우는 4%, 4명이 죽은 경우는 단 2차례, 5명 이상이 죽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보르트키에비치는 표를 연구하며 우연함에 어떠한 논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무작위성에도 일종의 지속성이 있는게 아닐까란 추측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상은 프랑스의 수학자 시몽-데니스 포아송이 포아송 분포를 발견하는데 기여했고 포아송은 자신의 저서에 두 개의 트럼프 카드 묶음을 놓고 가장 위에 있는 카드부터 순서대로 집었을 때 같은 숫자가 매칭되는 경우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


기병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르트키에비치는 포아송 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포아송 분포는 주어진 범위 혹은 시간 내에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확률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포아송 분포를 활용하여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전반적인 빈도, 분포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속적이며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 분석을 하는 것이다.


말이 자신의 주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벤트이다. 브로트키에비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1년에 부대 당 0.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브로트키에비치의 자료와 포아송 분포를 활용한 확률을 대조해본 결과 상당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포아송 분포는 불확실하며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우연인 사건도 사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브로트키에비치는 마굿간의 상태, 말에게 적절하게 사료를 제공했는지, 말의 훈련량, 그 말이 어떤 종인지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분석을 시도했다.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해낸 것은 가장 기본적인 비율, 그러니까 '1년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말에게 차여서 죽는가'였다.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우리는 사망자가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꽤나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우연과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포아송 분포를 발생 빈도가 낮은 사건들을 조사하는데 활용해왔다. 세계 2차대전에서 런던에 V2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교통 사건의 발생 빈도, 방사선 붕괴 확률 같은 것들 그런걸 예측하는데 포아송 분포를 활용했었다. 이것이 축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방사선 붕괴, 미사일이 떨어질 확률, 말에게 차여서 사망할 확률처럼 득점 역시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 정도가 얼마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고) 동시에 득점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득점은 무작위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득점에 더욱 짜릿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최상위 리그의 득점을 포아송 분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간동안 경기당 평균 2.66골이 나왔고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경기에서 총 몇골이 나왔는가에 대해서 예측을 해볼 수가 있다. 앞에서 사망자 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여러 환경 조건을 몰랐듯이 이번에도 어떤 전술이었는지 무슨 포메이션었는지 라인업이 어땠는지 감독이 누구였는지 관중 수는 몇이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해도 예측해낼 수 있다. 축구는 무작위성의 게임이지만 여전히 예측 가능하다.

 

즉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다음 시즌에 대략적으로 30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이며, 70경기에서 딱 1골, 95경기가 전체 2골, 80경기가 3골, 45경기가 4골, 50경기 이상이 5골 이상이 들어가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일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냐고? 1시즌에는 총 380경기가 치러지며 득점은 약 1,000골 가까이 나온다. 포아송과 브로트키에비치의 연구에 따라 우리는 우연의 논리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포아송 분포는 개별 경기 득점 수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주 평펌한 토요일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2010년 11월 7일 경기 스코어는 각각 2:2, 2:1, 2:2, 4:2, 1:1, 2:1, 2:0 이었다. 딱히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스코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한 시즌을 통틀어 더 자주 나오게 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블랙번의 2:1 승리가 선덜랜드의 2:0 승리보다 더 자주나올까?

 

우리는 네덜란드의 스포츠 미디어 그룹인 Infostrada로부터 2001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록, 지난 10년간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어떤 스코어가 어떤 빈도로 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받았다. 우리는 각 스코어 빈도에 대한 확률을 계산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스코어는 바로 1:1 무승부이다. 전체에서 11.6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홈팀의 1:0, 2:1, 2:0 승리보다 앞섰고 무득점 무승부, 원정팀 1:0 승리보다 더 높은 확률을 기록했다.





득점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귀중한 이벤트이다. 전체 경기의 30% 이상이 1득점 혹은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절반 가량이 홈팀의 1~2득점으로 승부가 갈린다. 원정팀의 2:1 승리, 홈 팀의 3:1 승리, 2:2 무승부 같은 경우들은 약 5%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우리가 뽑았던 표본에서도 단 1경기, 볼턴이 토트넘에게 4:2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하게 특별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는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대륙에 있는 다른 상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축구와 잉글랜드에서 볼 수 있는 축구는 다르지 않았던가? 특정한 한 주를 지정해서 각 리그별로 그 날의 스코어를 확인해 보아라. 별다른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축구광들에게 꽤나 놀라움을 선사하겠지만, 축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결과가 아니기도 하다. 예측한 수치와 실제값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아송 분포를 통해 우리는 7.7%의 경기가 무득점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8.34%였다. 우리는 1:0 승부를 19.7%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8.5%였다. 그러나 포아송 분포를 통해서 우리는 꽤나 근접하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말의 발길질이 사람의 발길질보다 더 정확한 예측성을 가지는 것은 축구에서 무승부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프러시아의 마굿간보다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 더 복잡하고 강한 우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날뛰는 말보다 축구공이 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리그 수준과 시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골에는 언제나 우연의 수학적 논리가 작용한다. 이것이 진정한 축구의 모습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독에게 위로가 되고 도박사들에게는 용기를 북돋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팬은 다른 면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연이 내가 주말에 지켜볼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지하는 팀의 승패는 실력 때문일까? 아니면 운명의 배신 때문일까?



도박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리버풀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5,000경기 이상의 경기를 치러왔고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 AC밀란 전 역시 그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112년의 클럽 역사에 있어서 3골을 따라잡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팬들이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같은 경기는 정말 드물게 나오는 케이스이며 놀라운 결과이기도 하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승부지만 그것이 기적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1954년 오스트리아는 리버풀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오스트리아는 단 3분만에 3골을 따라잡았고 스위스를 7:5로 이겼다. 찰턴은 빌 샹클리가 허더스필드를 지휘할 당시 4골 차이를 극복하고 7:6 승리를 만들어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을 3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에우제비우가 혼자서 3골을 넣었다. 사례를 찾아보면 끝이 없이 계속 나온다. 2000년에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전반전 3:0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기를 5:3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AC 밀란도 2011년 레체에게 3골 차 리드를 허용하고 있었지만 케빈-프린스 보아텡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역전 승을 만들었다.


우리는 앞서 이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보기 드문 케이스인가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그러나 스위스 통계학자 야콥 베르누이가 만들어낸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베르누이가 말한 대수의 법칙은 이런 식이다 : 무언가를 충분히 많이 계속 시도한다면, 모든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8개의 동전을 던진다고 하자.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지만, 8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것을 일주일에 4번, 40년간 시행한다고 한다면? 매년 2주씩의 휴가가 있다고 가정하고 40년 동안 한다고 하면 8,000번 이상을 시행하게 되고 동전만 6만 4천번 던지는 것이다. 이제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경우는 희박하지 않다. 어쩌면 꽤나 많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40년간 단 한 번이라도 8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것을 두고 내기를 한다고 하면, 당신은 무조건 나온다에 돈을 걸어야 한다. 


안 될 것 같은 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끝내 적어도 한 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리버풀처럼 축구를 오래하고 보면 3골차 리드를 따라잡는 경우도 나온다는 것이다. 2011년에 아스날은 뉴캐슬에게 4골 차 리드를 따라잡혔지만 2012년에는 레딩을 상대로 4골 차를 따라 잡았다. 시즌 무패를 달성하는 것, 12경기 연속으로 패배하는 것, 풍선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모두 시간을 넓게 잡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통계에서 이러한 사항들을 아웃라이어(이상치)라고 부른다. 하지만 얼마나 드물게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희귀하길래 이스탄불의 기적에서처럼 경기를 단번에 뒤집어버릴만큼 운이 중요한 것일까? 운은 축구의 중요한 요소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증명을 해냈다. 어떠한 감독, 스트라이커, 골키퍼 모두 항상 운이 따를 수는 없다. 베팅 업체와 프로 도박사들은 어느 팀이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생사가 걸려있다.


베팅 업체는 운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경기가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면 어느 누구도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예상은 불가능 할지라도 최근 폼, 부상같은 변수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을 할 수 있다. 그런 정보들이 배당률에 영향을 주며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되는 팀이 선정된다. 우리는 배당률을 통해서 스포츠의 우연과 예측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팀이 경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즉 상대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운이 필요하다. 만약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행운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그리고 베팅업체는 두 팀의 승리 가능성을 동일하게 예측할 것이다.


일단 이 정도 사항에 대해서 알아두고 지금부터는 도박사들이 축구와 다른 스포츠에서 행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우리는 베팅업체들이 축구에 대해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한 시선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라 예상하자. 그러니까 '야구보다는 축구가 경기 결과를 맞추기 어렵다' 라고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2010/2011시즌의 NBA, NFL, MLB, 독일 핸드볼 대회, 잉글랜드부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프로축구 1부 경기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질 첫번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 배당률 상으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클럽은 실제로 경기에서 이겼는가?


축구에서 배당률이 낮은 팀이 승리할 확률은 아주 근소한 우위에 있었다. 그러니까 50%를 간신히 넘겼다. 반면에 핸드볼, 야구, 미식축구는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실제로 이긴게 2/3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야구는 거의 정확하게 60% 수준이었다. 즉 베팅 업체의 배당률은 축구에서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2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유독 축구가 행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아니면 도박사들이 특별히 축구만 못맞추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지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종목별로 배당률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서 배당률의 격차가 다르기 때문에 적중률이 낮은 것이 아닐까?


배당률은 동등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보통 경기를 치르면 이길 것이라 기대되는 팀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있다. 만약 동전 던지기가 스포츠 종목이라면 승리가 점쳐지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50:50의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은 항상 2.0이 될 것이다. 만약 실력이 승리로 100% 연결된다고 할 경우, 배당률은 언제나 1.0일 수밖에 없다. 리그 경기나 스포츠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팀의 배당률은 1.0에 가깝게 형성될 것이고 더 낮은 가능성을 두고 싸우는 언더독은 1.0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위 그림에서 점은 중위수를 나타내며 수직선은 확률의 폭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수직선의 가장 아래쪽은 그 시즌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팀의 최저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고 위쪽 끝은 최고 배당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게 축구는 기타 4종목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핸드볼은 축구에 비해서 강팀이 우세가 심한 스포츠다. 즉 저배당을 받은 팀은 높은 확률로 승리한다. 승리 예측팀의 배당률의 중위수는 1.28이었다. NBA와 NFL은 1.42와 1.49였고 야구는 배당률의 차이 폭이 상대적으로 제일 좁았다. 압도적인 저배당이 없다는 이야기이며 가장 낮은 배당률은 1.24였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승리할 것이라 예상되는 팀의 배당률 중위수 값이 1.95였다.


축구에서는 낮은 배당률을 받아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2가지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축구에서는 골이 드물게 나오며 무승부가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구는 배당률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배당률이 높은 팀이 승리할 확률도 높다.


저배당인 팀 승률이 50%에 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지식들과 충돌한다. 당연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이 정도의 데이터 만으로 답을 낼 수는 없다 : 축구 경기는 항상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도박사들도 실수할 수 있는게 당연한 사실 아닐까?


그러면 우리는 저배당과 고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확률이 종목 별로 서로 다른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팀의 배당률 차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 팀의 배당률과 언더독의 배당률 차이를 확인해보았다.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들자면, 50:50 싸움이기 때문에 배당률 차이는 0에 상당히 가까울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다면, 배당률 차이는 50%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료들을 리스크 수준에 따라 6개의 그룹(블루칩부터 정크 본드까지)으로 구분을 했다. 블루칩은 저배당을 받은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배당금 역시 아주 낮은 경기다. 언더독 입장에서는 여기서 승리할 경우 가족 생계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확실하게 승부가 예측되는 경기다. 우리는 각 그룹 별로 오버독이 이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채권 상품처럼 리스크와 실적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래프에서 추세선은 리스크와 수익률에 대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데 축구의 추세선은 다른 종목들과 다르게 낮은 위치에 있다. 이는 배당률값이 얼마나 낮았는가와 전혀 무관하다. 50% 이상의 배당률 차이를 만들어낼만큼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예상된 경기들을 살펴보았을 때, 축구는 65%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농구는 80% 이상의 승률이 기록되었다. 6개의 카테고리를 모두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다른 종목들보다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 팀이 승리할 확률이 낮다. 축구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와 10~15%의 차이를 보이며 축구는 위험성이 높은 베팅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베팅 업체도 전력 차에 상관 없이 행운이란 변수에 축구가 상당히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2010/2011시즌 딱 1시즌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고 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로스 알러모스 국립 연구소 소속의 이론 물리학자 엘리 벤-나임이 보스턴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보스턴 대학의 시드니 레드너와 페데리코 바스케스는 과거의 기록까지 조사하여 훨씬 복합적인 연구를 시행했고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벤-나임과 레드너, 바스케스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어떻게 대회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는가였다. 이들은 약팀이 강팀을 잡을 확률을 계산하고자 했고 이들은 베팅 업체의 도움을 빌리지 않은채 자체적으로 배당률을 결정했고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가 알아봤던 사실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888년 이후 잉글랜드 축구 리그, 1901년 이후의 MLB, 1917년 이후의 NHL, 1992년 이후의 NFL을 모두 합친 결과 300,000 경기나 되었다.


연구팀은 축구가 가장 불확실한 스포츠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장에 갑자기 풍선이 등장할 확률도 골대를 맞출 확률도 다른 종목에 비해서 크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없다. 43,000 경기를 조사한 결과 언더독이 승리할 확률은 45.2%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와 꽤나 비슷했다. 


즉 준비가 미흡하거나, 선수의 질이 나쁘거나, 부상자가 속출하더라도 막상 경기를 치르면 이길 확률이 꽤 된다는 것이다.



축구 과학자들의 연구 자취를 따라


축구에 정말로 관심이 있는 극히 소수의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기에서 행운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 연구를 시도했다. 독일 뮌스터 대학의 안드레아스 호이어 교수와 연구진은 말의 발길질로 인한 사망과 포아송 분포의 차이, 경기당 득점과 포아송 분포를 통한 예측의 차이에 대해서 연구했고 왜 그런 오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축구의 득점이 포아송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이들은 한 골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골이 연달아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떄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2골이 터지면 3골, 4골 심지어 6골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2011년의 맨체스터 더비를 생각해보자. 시티 팬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자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는 반드시 잊고 싶은 날 : 4번째 득점부터 6번째 득점까지 연달아 들어간 것은 축구에서 흔히 언급하는 '모멘텀(momentum)' 때문일까? 아니면 시티 선수들의 더 우세한 컨디션과 기량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까?


호이어 팀은 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여 지난 2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분석했다. 이들은 전체 득점의 패턴에서 당일의 컨디션과 실력이 더 중요한 사항인지 아니면 퇴장, 부상, 모멘텀 같은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한 '노이즈'가 더 중요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수학적으로 표현했을 때, 축구 경기는 두 팀이 동전 던지기를 펼치는 게임과 같다라는 것이었다. 득점이 나올 확률은 동전이 연속으로 3번 앞면이 나올 확률과 동등하며 동전을 던지는 전체 횟수는 두 팀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즉 스쿼드 퀄리티는 전체 슈팅 횟수를 결정지을 것이고 각각의 슈팅은 1/8 확률로 득점으로 연결될 것이다. 호이어 팀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운이며 그 다음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 그리고나서 모멘텀 같은 부차적인 것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승리팀을 결정짓고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지는가를 결정한다. 만치니의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두들겨 팰 수 있던 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기량이 특별히 더 우세하거나 원사이드(one-side's direction)한 경기여서가 아닌 단지 맨체스터 시티의 운이 끝내주게 좋았기 때문인 것이었다.


팬들은 팀의 전반적인 기량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과학적 증거들도 충분히 존재한다. 몇년 전에는 천체 물리학자인 매리랜드 대학의 제라드 스키너 박사, 워릭 대학의 가이 프리먼 박사까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행했다.


두 사람은 대수학과 베이지안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실력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팀이 실제로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이들은 1938년 부터 2006년까지의 월드컵 경기를 조사했는데 더 잘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결과가 실제로 두 팀의 실력 차이를 아주 정확하게 나타내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만약 실력이 경기 결과와 일치한다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유벤투스가 로마를 상대로 이긴다. 로마는 우디네세를 이긴다. 그러면 우디네세는 결코 유벤투스를 이길 수가 없다. 실력적으로 우리는 이미 유벤투스가 로마보다 강하고 로마는 우디네세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력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방금 주장한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키너와 프리먼은 이런 흐름이 축구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냈다. 사실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3팀 사이의 실력 차, 유벤투스와 로마 그리고 우디네세의 실력 차가 굉장히 근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유벤투스가 우디네세 1군이 아닌 우디네세 U-10팀이나 지역 조기축구회 팀가 경기를 펼친다면 성립될 수는 있겠다. 현저한 실력차는 축구에서 더 많은 실수가 발생하도록 유발할 것이고 그에 따라 실력이 나쁜 팀은 실력이 좋은 팀을 더욱 이기기 힘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는 월드컵 경기의 절반 가량이 실력이 아닌 행운으로 결정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축구에서 우세한 팀이 승리하는 경우는 절반, 그러니까 동전 던지기와 축구는 상당히 비슷한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캠브릿지 대학의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교수는 2006/2007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 순위가 실제로 그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진짜 리그 최고의 팀이고 강등을 당한 왓포드, 찰턴, 셰필드가 가장 실력적으로 뒤떨어지는 팀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스피겔할터 교수는 전체 승점 중 몇 점이 운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파악해보았다. 프리미어 리그 역대 전적을 고려했을 때, 홈팀이 승리할 확률은 48%, 무승부가 나올 확률은 26%, 원정팀이 이길 확률은 26%였다. 그는 이것을 48/26/26 법칙이라고 부른다. 각 팀의 실력이 구분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48/26/26 법칙을 이용해 모든 경기 결과를 예측해낼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는 위치, 강등을 면하기 위해 경쟁하는 위치의 테이블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 팀들 사이의 확실한 실력차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행운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승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피겔할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정도 승점은 행운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겔할터 교수는 프리미어 리그의 20개팀 중에 상위권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뿐이라는 답을 내렸다. 두 팀이 리그 테이블 상위 10위에 위치할 확률은 각각 53%와 31%였다. 왓포드는 강등당할 확률이 77%였고 이는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강등 확률이었다. 반면에 셰필드는 강등될 확률이 30%였고 이는 위건이나 풀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팀은 그 시즌에 살아남았다. 풀럼과 위건은 셰필드보다 나을게 없었지만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행운을 연구하는 교수를 만나다


마틴 람스 교수는 팬들에게 가장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뮌헨 공대에서 스포츠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FC 아우크스부르크, 바이에른 뮌헨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즉 생계를 위해서 축구를 지켜보는 인물이다. 람스 교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것은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기록 및 분석하는 시스템인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토픽은 바로 축구에서의 '행운'이다.


람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각 팀의 행운과 불운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굴절되어서 들어간 골, 크로스같았던 슈팅같이 이것이 피땀 흘린 훈련의 결과인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보유한 선수의 초인적인 센스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행운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가 파악하고자했고 람스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선수들이 기록한 6번의 득점 상황 가운데 1번은 행운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결과를 알아냈다. 즉 6번 중 한 번의 골은 슈팅을 시도한 선수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컨트롤할 수 없는" 사항들이 강하게 연관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년간 2,500경기 이상을 관찰했고 어떤 득점이 행운의 결과인지 구분을 했다. 람스 교수의 조교인 알렉스 뢰슬링은 어떤 과정을 통해 행운이 들어간 골인지 구분하는가 설명한다.


"2006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필립 람의 멋진 골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람의 슈팅 이전에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사건입니다. 코스타리카가 공을 잘못 걷어냈고 이것은 람의 득점이 사전에 계획되거나 계획할 수 있는 성격의 골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3번째 득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람의 크로스가 수비수 머리를 맞고 궤적이 바뀌었습니다. 공의 낙하지점이 바뀌었고 운이 좋게도 클로제에게 공이 연결되었습니다. 클로제의 헤더를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하필 또 골키퍼가 막아낸 공이 클로제 앞으로 리바운드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람스 연구진은 얼마나 많은 골들에 행운이 섞여있는 것이라 판단했을까? 리그와 대회 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발견한 대답은 44.4%였다. 즉 행운이 영향을 미친 골이 44.4%라는 것이다. 또한 0:0 상황에서 그런 가능성이 나올 경향성이 더 짙었다. 두 팀의 자신들만의 시스템 속에서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 때, '우연'이 골이 들어가는데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즉 절반에 가까운 득점에서 우리는 행운을 감지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골이 들어갈 확률과 강팀이 이길 확률 모두 50:50 싸움이다. 당신이 이번 주말에 축구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승리에 완벽히 도취되거나 혹은 패배의 씁쓸함) 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축구가 50:50 싸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지 더 행운을 많이 누릴 수 있을까? 행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슈팅을 더 많이 때리면 행운이 찾아올 기회도 더 생기지 않을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람스 교수는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하는 팀이 실제로 이길 확률도 계산해보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 리가, 세리에A에서 펼쳐진 총 8,232개 경기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47% 정도에 불과했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그것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슈팅 말고 유효 슈팅으로 좁혀보아도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었다. 벗어날 수도 있는 슈팅보다 상대의 골문을 직접 위협하는 유효 슈팅이 더 낫지 않을까란 판단 하에 이루어진 작업이었으나 유효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58% 사이였다.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을 받아들이자


'우연은 당연한 것이다' 라는 크루이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루이 반 할이다. 과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감독직을 수행한 반 할은 모든 요소를 컨트롤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온 자신의 감독 생활동안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저항했고 그는 철저한 규율론자이며 선수들이 지켜야할 여러가지 행동 강령들을 통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할은 피치 안팎으로 아주 명확하고 절대적인 규율이 있어야 최고의 축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 할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루카 토니의 식사 태도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토니는 점심 식사시간에 자신의 그릇에 코를 박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물음표와 같은 모양처럼 허리가 휘어져 있었다고 한다. 반 할은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토니를 발견했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라고 고함을 질렀다. 토니가 자신을 부른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고 이에 반 할은 자신이 직접 다가가 토니의 티셔츠를 부여잡고 토니를 들어올리 듯 일으켜 세워 꼿꼿이 앉도록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 할은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축구에서 행운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축구에서 팀규율, 질서, 재능, 조직력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부정을 할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포아송 분포가 사실로 맞아 떨어지고 있고 득점의 절반에는 행운이 따른 것이며 더 강한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우리는 기병대의 말, 도박사들, 과학자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발견해냈고 과거에는 시행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축구는 동전 던지기와 똑같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우연과 논리는 정확하게 절반씩 나뉘어 축구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축구에서 행운을 떼고 볼 수 없다. 축구에 행운이 개입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소 철학자스러운 면모를 지닌 스페인의 후안마 릴로 감독은 "감독이 하는 것은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최대한 높여보려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축구에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즉 예산, 선수 그리고 클럽의 자산들을 가지고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이라는거다. 돈을 현명하게 투자하고 훈련을 잘 시키고 전술을 잘 개발하고 그렇게 해낼 수 있는 훌륭한 감독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은 결코 컨트롤 할 수 없다. 우리는 피치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절반은 우리 손으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억 달러의 돈이 오가는 산업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비길 경기를 이기게 만들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 올리고, 가능한대로 불확실성을 낮춰보려는 노력이 바로 축구다.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 -Chris Anderson & David S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