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축구는 언제나 진화를 거듭한다.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거나 반복이 이루어지거나 새롭게 정의가 내려진다. 축구에서 진보는 단순한 순환의 형태나 일직선의 형태가 아니다. 잊혀진 것 같았던 전술적 특징, 오래된 플레이 방식이 다시 등장하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어 재탄생하는 것이다. 역할을 구분하고 거기서 더욱 세분화시키는 것은 때때로 전술을 만드는데 있어서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변하지 않고있는) 몇가지 플레이 스타일은 향후 몇년 간은 계속해서 변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급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술의 진화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변화를 맞이한 대상은 바로 홀딩 미드필더이다.

 

우선 3선(4-4-2)에서 4선(4-2-3-1)으로의 발전부터 이야기하자. 이 때부터 미드필더들은 역할을 보다 확실하게 분담하게 되었다. 80년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나 모든 걸 다할 줄 알았던 선수들은 당시 미드필더가 파괴자 또는 창조자로 나뉘어있던 시기였기에 두 가지 임무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들에게도 제한조건이 생기기 시작했고 파괴자, 창조자 역할은 더욱 더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4-2-3-1에서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들은 각각 2가지 유형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다. 한 명은 파괴자였고 한 명은 창조자였다. 단적인 예는 리버풀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사비 알론소다. 마스체라노는 태클을 시도하고 카드를 수집한 반면 (마스체라노의 역할은 다시 공을 되찾아오고 최대한 간결하게 공을 배분하는 것) 사비 알론소는 (물론 태클도 할 줄 알지만) 공의 순환을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때로는 측면을 향한 롱패스를 시도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바꿔주는 일종의 레지스타였다.

 

두 가지 유형의 선수는 언제나 존재했었다. 노비 스타일스, 허버트 짐머, 마르코 타르델리는 마스체라노 타입의 선수이고 시간을 그렇게 멀리까지 되돌리지않아도 되는 것이 클로드 마켈레레라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선수를 '마켈레레 타입'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게르송, 글렌 호들, 선데이 올리세 같은 선수들은 알론소 타입의 시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4선 시스템이 미드필더 개념까지 완전히 흔드는 단계까지 발전한 시점에 홀딩 미드필더라는 개념은 점점 더 의미를 확장해가고 있다. 올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는 파괴자 유형인 가레스 배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하비 가르시아도 뛸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그는 야야 투레와 함께 페르난지뉴를 활용하고 있다.

 

투레와 페르난지뉴 모두 기꺼이 태클을 시도할 의사가 있는 선수들이고 공을 소유할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다. 두 선수들 모두 지난 시즌에는 파괴자 옆에서 창조자의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다. 페르난지뉴는 롱패스를 강점으로하는 선수지만 알론소나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레지스타는 아니다. 대신 그는 투레처럼 앞으로 전진하는 성향이 있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유형의 두 선수가 같이 뛰는 것이 공격의 다양성을 주면서 시티에게 플러스가 되는지 수비진 앞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마이너스가 되는지는 아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분명한건 두 선수간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나 두 선수 모두 파괴자도 아니고 레지스타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번째 유형의 선수로 전적으로 파괴자도 아니고 창조자도 아니지만 후방에서 공격적 재능을 발산하는 선수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공을 다루면서 전진할 수 있는 선수들이 이런 분류인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아주 딱 들어맞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미 케디라는 파괴자이면서 공을 가지고 달릴 생각을 가진 선수이고 루카 모드리치는 레지스타이면서 공을 가지고 달릴 생각을 하는 선수이다.


페예그리니 감독이 센터백이 부족해서 내린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시티의 하비 가르시아가 중앙 수비수로도 기용된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가르시아는 센터백에서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최근 파괴자 유형의 미드필더가 센터백으로 활용되는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마스체라노가 그러하고 칠레의 게리 메델이 그러하다. 홀딩 미드필더를 수비수로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 최근에는 '비엘시스타'라는 말이 탄생했다. 비엘사 감독은 뉴웰스 올드 보이스에서도 아슬레틱 빌바오에서도 파괴자 유형의 선수를 수비수로 활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각각의 포지션은 점점 더 전문화되었고 우리는 홀딩 미드필더를 파괴자, 레지스타, 공을 운반하는 자로 구분하게 되었다. 따라서 포메이션의 중요성은 감소하기 시작해 이제 4-4-2나 4-2-3-1 같은 용어는 대략적인 것을 안내해주기 위해 쓰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더 높은 레벨의 팀 사이에서 더 많은 팀들이 여러 특징을 지닌 선수들을 복합적으로 담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선수의 포지션 전문화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가 포지션이라는 개념 자체에 구애받기보다는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로 평가받게 만들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브라이언 클러프가 이끌었던 더비 카운티에서 뛰었던 콜린 토드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모두 겸하는 선수였다. 8~90년대 부터 스쿼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성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했다. 더불어 교체 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는 선수의 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선수의 중요도는 더욱 떨어졌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헤이라 감독이 미래에는 4명의 수비수와 6명의 창조적인 선수로 팀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언을 한지 20년이 지났다. 2013년은 센터 포워드가 다시 부활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해였다. 9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레반도프스키, 팔카오, 이과인, 지루, 기얀)과 9번은 물론이고 10번 역할 나아가 측면에서까지 뛸 수 있는 선수(이브라히모비치, 카바니, 수아레즈, 반 페르시, 만주키치, 아게로, 코스타)들 모두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선수들의 포지션 전문화에서 선수들의 포지션 다양성 흡수가 중요한 시기로 트렌드가 옮겨지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이 측면 미드필더의 역할도 겸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파헤이라 감독이 제시했던 4-6의 가능성은 3-7(3명의 센터백 혹은 2명의 센터백과 그들 앞에 있는 파괴자)로 변해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홀딩 역할'이라는 것이 단순히 선수의 포지션을 지칭하는 것과 선수 본인이 '홀딩 역할'이라는 것을 어떤 특정 의미로 받아들이는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3/dec/18/question-holding-midfielders-changing-r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