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분 된 축구 감독의 커리어

Financial Times 2016. 9. 4. 10:11 Posted by Seolskjaer




by Simon Kuper (2016년 4월 2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3일마다 매 경기를 승리해야하는 환경에서 2차례나 개척자가 될 수는 없다.



루이 반 할과 아르센 벵거는 한 때 축구계 가장 혁신적인 감독이었다. 60대에 접어들었지만 두 감독은 언제나처럼 열정적이다. 하지만 반 할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벵거의 아스날은 지속적인 평범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에 그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개척자가 맞이하는 저주를 만났고 그 저주는 이제 두 사람의 축구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축구계 혁신적인 감독들은 대체적으로 예측가능한 커리어를 보낸다. 혁신자는 업계의 특징을 수년간 공부하고 과거 세대의 혁신자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훔친다. 1960년대 10대 소년이었던 반 할은 암스테르담 동쪽에 거주하며 아약스 스타디움을 자주 드나들었으며 위대한 리누스 미헐스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눈에 담았다. 마찬가지 일화가 30년 후에도 이어졌다. 반 할이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직을 수행할 때, 젊은 통역가 조세 무리뉴와 캡틴 호셉 과르디올라는 반 할의 지도방식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젊은 혁신가는 이미 자신의 방법론을 확고히 세우고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다. 1991년 40세의 나이로 아약스의 감독이 된 반 할은 이미 축구계에 20년을 몸담은 사람이었다. 반 할은 부임 초기를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펼쳐야할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있고 1군 선수들은 그런 감독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아주 큰 변화를 시행한다. 37세의 나이에 바르셀로나 감독이 된 과르디올라는 급진적인 방법의 새로운 '프레싱'을 소개했다. 또한 과르디올라는 오른쪽 윙어였던 메시를 처진 센터-포워드로 바꿔놓았다. 과르디올라는 첫 3시즌간 2차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조세 무리뉴와 반 할이 UEFA 컵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기에 과르디올라의 혁신은 두 사람보다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벵거는 비교적 늦게 빅클럽에 도달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46세에 아스날 감독이 되었지만 벵거 역시도 바로 선구자가 되었다. 그는 프로선수들이 경기 전에 섭취하던 식단과 싸워야 했으며 선수들에게 채소를 권장했다. 통계를 도입했으며 잉글랜드가 아닌 프랑스에서 스카우팅을 해오면서 다른 라이벌 클럽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젊은 혁신가들은 때때로 우쭐거린다. 41살 무리뉴는 자신을 '스페셜 원'이라 불렀고 반 할은 기자에게 "내가 너무 똑똑한건가? 아니면 자네가 멍청한건가?"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업적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보통 혁신자들은 40대에 커리어 정점을 찍는다. 축구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이 보인다. 듀크 대학의 비벡 와드하(Vivek Wadhwa) 교수는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12개 분야의 549개 기업을 연구했다. 그는 회사가 창립될 때 평균적인 사업가의 나이가 40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른 시점에 큰 성공을 거둔 혁신가들은 빅클럽의 손아귀에 잡혀간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그의 혁신적 사고는 예전만 못하다. 3일마다 경기를 이겨야만 하는 곳에서 2차례나 혁신자가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최상위권에서의 삶은 어렵다. 충직했던 스태프들은 점차 진부해져가고 만약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면, 그 운은 평균을 향해 회귀할 것이다. 동시에 다른 감독들이 아이디어를 도둑질해갈 것이며 새로운 젊은 혁신가가 또 등장하게 된다.


혁신가들은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모해 버린다. 마르티 페라르나우의 <펩 컨피덴셜>에서는 "지쳤고 새로운 전술적 아이디어가 없어서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라는 과르디올라의 고백을 볼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혁신가는 최상위 클럽 생활을 오랫동안 보장받는다. 올해 45세가 되는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체스터 시티로 이동한다. 하지만 과거 혁신적인 감독들을 살펴보고 과르디올라도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는다고 했을 때, 과르디올라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요한 크루이프, 아리고 사키, 반 할 모두 45세에 마지막 유러피언 컵을 들어올렸다. 한편 전술적 혁신가는 아닐지라도 사람 다루는데 귀신같은 능력을 지닌 알렉스 퍼거슨 경, 카를로 안첼로티 같은 인물은 성공을 꽤 오랫동안 유지한다.


현재 반 할은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가였지만 지금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노인이 되었다. 25년 전 아약스에 뿌리 내린 인내심 있는 패싱 게임은 더 이상 현대 수비진을 찢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반 할의 혁신 : 공격수가 공을 뺏기 위해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 그것은 이제 모든 감독들이 복사해서 쓰고 있다. 반 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점차 비생산적으로 만들고 있고 그 이유는 반 할이 더 이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로지 연습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고 벵거의 과학적 접근은 혁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벵거의 혁신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 보편화 되었다.


혁신자가 나이를 먹고 자신감을 잃으면 상대의 비위를 건드리는 행동을 자제하기 시작한다. 선수들, 클럽 회장, 저널리스트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마법과 같은 6~7년의 첫 커리어가 끝나면 그 감독은 더 이상 스페셜하지 않다. 그 때부터 그는 새로운 감독이 되는데, 선수들이 좋을 때 이기고 선수들이 좋지 못할 때 패배하는 그런 감독이 된다.


반 할과 벵거는 이제 커리어 종점에 다다르고 있고 두 사람은 쫓겨나기 전에 스스로 적절한 은퇴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할 젊은 혁신가들이 기존의 혁신가를 대체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감독이자 42세인 토마스 투헬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빅클럽이 미래에 그를 데려갈 시점이 되면, 그건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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