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y Neville


향후 잉글랜드 축구를 지배하려는 분명한 목표를 지닌 두 감독이 맞대결을 펼친다. 레드 데블즈의 감독 루이 반 할은 올 시즌에 상당한 부침을 겪어왔고 아직까지는 잉글랜드에서 별다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반 할 감독이 아직까지 잉글랜드 땅에서 자신이 목표로하는 성과(프리미어 리그 우승)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우리는 반 할 감독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인지하게 되었고 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반 할 감독은 파란 옷을 입은 리그 선두가 자신들을 향해 기꺼이 도전적인 경기를 펼쳐주길 바라고 있다. (첼시가 무승부에도 만족할 것이라는 반 할 감독의) 심리전은 상대 선수들의 집중을 흐트릴 수 있고 첼시를 불안정 상태로 만들지도 모른다. 반 할 감독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그림을 원할 것이다. 상대의 펀치에는 펀치로 응할 것이고 특히 왼손 펀치 (펠라이니를 활용한 왼쪽 공격) 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청색 코너에 있는 팀(첼시)은 국내 무대에서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신통치 않았다. 첼시는 이번 경기의 최종 결과가 무승부여도 만족할 수도 있고 다른 경기에서 승리를 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지도 모른다. 


과거 영국 토리당(Tory)의 수장은 토리당이 이뤄낸 가장 최고의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노동당(New Labour)'이라고 대답했었다. 만약에 기자들이 루이 반 할 감독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반 할 감독은 아마 '조세 무리뉴'라고 대답할 것이다. 


궁극적인 경기 결과는 피치에서 11 v 11의 대결을 펼치는 선수들이 만들어내는데 경기에서 양팀의 감독만 주목받는 케이스는 나한텐 질색이다. 그런데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두 팀의 감독의 전략이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피치 위에서 여러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무리뉴 감독도 반 할 감독도 현 시점에서는 본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위치까지 팀을 도달시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두 감독이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 첼시가 조세 무리뉴 감독에게 단지 캐피탈 원 컵과 프리미어 리그 우승만 요구했다면, 무리뉴 감독은 (목표 설정이 낮다는 이유로) 감독직을 때려쳤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루이 반 할 감독에게 '그저 챔피언스 리그만 가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했다면 반 할 감독 역시 목표가 고작 그것 뿐이냐며 거센 저항을 했을 것이다. 두 감독 모두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을 자국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슈퍼 파워를 지닌 클럽, 유럽 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그런 클럽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 PSG 홈구장)에서 펼쳐진 바르셀로나와 PSG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PSG를 완벽히 제압한 모습을 보면 무리뉴 감독과 반 할 감독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특히 지난 달 10명이 뛰는 PSG가 첼시를 제치고 8강 무대를 밟게 되지 않았는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두 팀 모두 상대보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양팀에 전술적인 딜레마가 존재하며 전술적으로 물음표가 붙는 사항들이 존재하고 있다. 


반 할 감독은 에당 아자르나 윌리안으로부터 포백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성향을 억제할 것인가? 첼시에서 어찌보면 가장 위협적일 수 있는 세트-피스를 방어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가? 조세 무리뉴 감독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앙과 왼쪽에서 상대를 위협하고 있는 마루앙 펠라이니 견제하기 위해서 네마냐 마티치의 짝으로 존 오비 미켈이나 커트 주마가 투입되야할 것인가?


만약 무리뉴 감독이 마티치의 짝으로 미켈이나 주마를 선택할 경우, 전진 배치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없이 3선에서 경기 리듬을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또한 공격수에게 연결시켜주더라도 디에고 코스타가 없다는 사실은 첼시에게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미켈 혹은 주마를 투입시킨다면, 유나이티드가 60~65%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무리뉴 감독의 이러한 (수비적인) 선택은 그에게 결코 근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문제는 반 할 감독이다. 반 할 감독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단순한 승리만을 목표로 두고있지 않다. 반 할 감독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점유율을 지배하길 원할 것이며 조세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마주한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가 철저하게 레알 마드리드를 유린하며 5:0 승리를 거두었듯이 그와 비슷한 승리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장면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결코 반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두 팀에게서 '축구에서는 우리가 너네보다 훨씬 낫지!'라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펼쳐주길 바라고 있다. 축구에서의 심미성을 믿는 반 할 감독은 결코 신념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반 할 감독은 이 경기에서 온전히 순수한 경기가 펼쳐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실용적인 태도를 지닌 무리뉴 감독은 기꺼이 축구의 심미적인 부분을 희생시킬 것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미적인 부분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능력은 무리뉴를 위대한 감독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만큼 무리뉴 감독은 상대팀의 강점에 대해 인정할 줄 안다는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언제나 상대팀 전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펠라이니는 토트넘,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중앙 및 왼쪽 측면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쳤는데 무리뉴 감독은 결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전술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다시 두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내가 특별히 두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두 감독 모두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두 감독이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그 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화려한 언변으로만 본인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태도와 행동에서도 두 감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감독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감독직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자들이 생기게 되었다. 이미 무리뉴는 반 할 감독의 스타급 제자이고 바르셀로나에서 루이 반 할과 같이 지낸 이래로 엄청나게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요즘들어 많이 듣게되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 시대 리더가 어디에 있는가?(Where are the leaders?)" 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통상적인 반응은 "더 이상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There are no leaders anymore) 이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렇다면 리더가 없는건 무엇 때문인데?" 


현대 축구에서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독재적 권력을 지닌 감독이 줄어들고 있다. 감독이 선수의 인성을 가르치고 축구적인 부분에서의 코칭까지 담당하는 시대는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런데 오늘날 대다수 감독은 독재적 권력을 행사해온 감독 아래서 선수 생활을 해왔고 그런 풍토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 시대 사이에서 어떤 부분에서 절충점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오늘날 코치와 감독 세대가 마주하는 딜레마 상황을 하나 예시로 들어보자. (감독인 자신의 신념과 상반되는 행동인) 선수가 모자를 거꾸로 착용한 것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3가지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1. 모자를 벗는게 어떻겠냐고 요청하거나 아니면 감독인 당신이 직접 나서서 모자를 벗기던가.

2. 당신은 선수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본인 신념에는 맞지 않으나 현실과 타협하여 계속 그렇게 행동하도록 내버려둔다.

3. 월요일까지 기다린 후 고참 선수들과의 미팅 시간을 잡고 고참 선수들에게 팀 자체적인 규정을 만들도록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던 결과를 얻어낸다.


당신이 만약 1번을 선택한다면, 감독의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 대해서 반드시 이해를 해야한다.


1. 모자를 직접 벗길 경우, 선수가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 아니오

2. 모자를 직접 벗기는 나의 행동은 선수를 화나게 만들 수 있고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의 마인드 컨트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력이 나빠질 수 있다. 그 결과 팀의 경기력에 해가 될 수 있다. : 예

3. 경기를 준비하는 당신도 화가날 것인가? 당신은 감독이고 경기를 이기겠다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잡생각이 당신의 생각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4. 과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아니면 다음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서 다룰까? 선수의 이 행동이 팀의 약화를 정말로 초래할 것인가? 

   

내가 이 글을 통해서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단정짓지 않겠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것들 마저도 오늘날의 리더가 마주하는 딜레마 상황이라는 것을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세대를 공유한 선수들이 그렇게 행동했다면, 우리 세대의 감독은 즉시 머리통에 얹혀있는 모자를 날려버렸을 것이다. 옛날 감독들은 독재적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규범을 선들에게 강요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감독은 이런 것까지 다 하나하나 신경써야하고 결국에 우리 눈에는 모두를 휘어잡는 리더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오로지 승리만 집중해야할 때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쓰게 되니까 팀의 성적도 어느 정도의 손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각각 5살, 6살인 나의 두 딸이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책읽기나 간단한 수학 덧셈 문제였을 것이다. 아마 1년 전 일이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첫째가 이해는 커녕 읽기조차 버거울 답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걸 봤다. 그런데 내 딸이 나한테  "답을 알려주지 마세요. 아빠. 난 이 글자에 대해서 알고 싶고 그래야 내가 이 말을 할 줄 안단 말이에요." 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와우! 정말 대단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당시, 난 언제나 정답을 원했고 정답과만 친하게 지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의 교육은 오로지 정답만 찾는 것이 아닌 답을 향한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자식들이 더 올바른 방식의 교육을 받고있던 것이다. 


유망한 어린 선수들이 학교를 떠나 축구계에 입문할 때 이와 비슷한 방식의 교육을 기대하고 있지만 축구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잉글랜드의 축구 문화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인지시켜주고 나가서 그걸 반드시 해내라는 것을 요구한다. 그게 끝이다. 나는 몇년 내에 축구 코치들이 지도 방식을 바꿔주길 희망하며 다른 스포츠에 널리 퍼져있는 새로운 방식까지도 도입하길 바란다. 


선수들은 감독이 설정해둔 명확한 원칙들에 영향을 받고 감독의 명확한 원칙은 선수의 성장을 촉진한다. 현재 이 나라가 정치적인 논쟁으로 분열된 이유도 정치적 리더가 어느 방향을 향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이다. 본인들의 철학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는게 쉬운 일이겠는가.


다시 축구로 돌아와서 루이 반 할, 조세 무리뉴 감독은 팀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둔 사람이다. 덩달아 두 감독은 신뢰성 있어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반 할 감독은 자신의 청사진에 대해서 꾸준히 설명해왔고 팀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에 반하는 대중들과 꾸준히 대립해온 끝에 자신이 계획이 맞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반 할 감독은 자신의 철학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클럽 서포터들에게 지속적으로 확신시켜주었고 반 할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자신의 신념을 결코 굽히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본질이다 : 비판 세력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 결코 흔들리지 않고 강인함을 유지하는 것. 이제 사람들은 반 할 감독의 철학이 팀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확실히 믿어 의심치않고 있다. 


레드 데블즈가 블루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당신은 두 리더 중에서 누구의 신념을 더 신뢰하고 있는가? 



출처 : http://www.telegraph.co.uk/sport/football/teams/manchester-united/11545392/Mourinho-v-van-Gaal-will-be-the-best-leaders-debat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