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Giggs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5월에 있었던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 나는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팀이 승리하길 원했다. 물론 리버풀이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퍼레이드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리버풀이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리그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자 그 곳에서 오랫동안 선수로서 뛰었다. 나는 살포드에서 성장했고 당시 리버풀은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유럽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던 구단이었다. 리버풀의 뛰어난 퍼포먼스에 가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어떤 느낌으로 살았는지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흘러 유나이티드가 리버풀보다 더 성공적인 구단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안필드에서 승리하는 것만큼 짜릿한 것은 없다.


세비야와의 결승전 경기를 보면서 나는 리버풀이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않고, 여름에 보강이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클롭은 단 1년만에 잉글랜드 경기 스타일이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해 적응했고 선수들은 클롭이 추구하는 경기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올시즌 리버풀은 주말 경기를 준비하는데 방해가 되는 주중 경기가 없다.


루이 반 할은 독일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경력이 있으며 수많은 독일 감독들이 주말 경기를 위해 전술적인 준비를 주중에 심도있게 진행한다고 수석코치인 나에게 말해줬다. 만약 리버풀이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했다면, 그들은 지금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었을 것이다. 8위로 시즌을 마감한 상황에서 유로파 리그 결승전까지 패배한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다행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리버풀은 온전히 주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리버풀이 마지막 우승을 이뤄낸지 27시즌이 지났다. 1967년부터 1993년까지 우승하지 못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6년 기록을 뛰어넘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압박감은 더 커질 뿐이다. 알렉스 경이 우리를 우승으로 이끌기 전까지도 나는 유나이티드에서 우승에 대한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다. 타이틀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단 선수들과 심지어 팬들까지도 정말 우승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올해 리버풀은 우승 경쟁할 수 있는 모습을 갖췄다. 나는 현역시절에 리버풀이 과거 리그를 지배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할 경우 연달아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유나이티드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리그를 지배했지만, 현재는 한 구단이 리그를 지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리버풀은 1회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우승을 원하겠지만 말이다.


알렉스 경은 리버풀 상대로 반드시 이겨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가 리버풀에게 항상 승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리버풀과의 경기가 최근 경기력과 상관없이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경기라고 인식한 것은 분명했다. 1992년 4월 우리는 안필드에서 패배했다. 경기 종료 후 리버풀 팬 한 명이 나에게 싸인을 요청했다. 그는 나에게 싸인을 받고서 즉시 내 앞에서 사인을 찢으며 유나이티드가 결코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당시 나는 18살이었고 그가 찢어진 싸인을 아직도 가지고 있길 희망한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안필드에서 경기했을 때, 나는 스카이스포츠의 MNF 펀딧으로 안필드를 방문했다. 안필드는 내가 자유롭게 방문하던 곳이 결코 아니었다. 안필드의 메인 스탠드에서 경기를 관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상당히 인상 깊었다. 안필드에서 유나이티드와 똑같이 수십년간 구장의 상업화와 맞서 싸워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결코 안필드의 유명 인사가 될 수 없을텐데 이번 안필드 방문에서 구단 직원들은 나에게 상당히 친절했고 존중심을 보여줬다. 각자의 양측 구단에 대한 충성심을 떠나서 리버풀이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을 칭찬하고 싶다. 나와 개리 네빌이 안필드 주차장에서 폭언을 들었다는 보도가 있던걸로 아는데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심한 말도 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리버풀 관계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아하니) 어쨌든 나는 그런 폭언이 내가 아닌 네빌을 향한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스티븐 제라드 이적 후 빅스타가 없는 리버풀 경기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필리페 쿠티뉴는 뛰어난 재능이고 조던 헨더슨은 주장직을 이어갈만큼 잘해주고 있다. 헨더슨은 정말 좋은 사람이자 헌신적인 프로선수처럼 보인다. 제라드가 떠났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 개인이 모든 관심을 받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팀에게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


다방면에서 2005년 로이 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수년간 로이 킨은 피치 위에서 2인분 이상을 해주던 선수였다. 킨이 구단을 떠났을 때, 다른 선수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워야만 했다. 현재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차이는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내부에서 찾았는가, 외부에서 찾았는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누가 감독이든 제라드는 리버풀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제라드는 리버풀을 떠났고 리버풀을 상징하는 그 자리에는 클롭이 위치해 있는 것 같다.


구단 내에서 제라드의 역할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제라드는 위대한 선수였다. 유나이티드에서는 알렉스 경보다 위대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은 서로 다른 구단이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리버풀이 다이나믹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리버풀은 20골 이상을 넣어줄 수 있는 스코어러가 없다. 사디오 마네 혹은 다니엘 스터리지는 내가 틀렸다고 기록으로 말해줄 수도 있다. 허나 분명한 것은 리그 우승을 위해선 20골 넘게 넣어줄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리그 우승을 차지한 모든 구단에는 20골 이상 넣은 선수가 있었다 : 제이미 바디, 디에고 코스타, 야야 투레(물론 메인 스트라이커는 세르히오 아게로지만) 로빈 반 페르시까지.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리버풀의 골키퍼는 리그 정상급 수준이 아니라 생각한다. 


아마 리버풀과 관계된 사람들은 내가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 "우승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 전에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18번 우승부터 하고 오라고 말했었다. 20년이 지났고 유나이티드는 총 20번 리그 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그 관계가 다시 역전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출처 : http://www.telegraph.co.uk/football/2016/10/28/ryan-giggs-column-why-i-fear-this-could-be-liverpools-year-in-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