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raham Ruthven


디에고 시메오네가 비센테 칼데론의 관중들을 향해 더 큰 응원을 요구할수록 피치 위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점점 강해지던 때가 있었다. 마치 비센테 칼데론 관중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지휘하듯 움직이는 시메오네의 행동은 아틀레티코가 절박한 상황, 극도로 격렬한 경기를 펼쳐야하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봤다. 그런데 최근 그런 시메오네의 행동과 아틀레티코의 성적의 상관관계가 떨어져가고 있다.


아마도 올시즌은 시메오네에게 최고의 시즌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6년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전례없는 성공을 누렸던 시메오네지만 최근 그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어가고 있다. 라 리가 4위, 심지어 2경기 적게 소화한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차는 7점, 바르셀로나에게 패배하며 코파 델 레이 탈락까지. 아틀레티코에서 시메오네가 써내려가는 성공 스토리는 점차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인다.


불과 몇달 전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의 결별을 예상했지만 현대판 아틀레티코의 창시자 시메오네가 새로운 구장인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도 아틀레티코와 함께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했다. 그런데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가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시메오네는 위르겐 클롭이 내렸던 결단에 대해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위상을 만들어낸 클롭의 개성은 곧 도르트문트의 개성이었다.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마찬가지다. 감독과 구단 서로가 서로를 닮아간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의 마지막 시즌, 클롭은 구단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되는 존재였다. 마지막 시즌은 재앙 그 자체였다. 노랑색 장벽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따라서 클롭과 도르트문트가 서로 갈라지기로 합의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현재 도르트문트는 토마스 투헬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클롭의 마지막 시즌 잃어버렸던 재밌는 경기와 독일의 2인자 자리를 되찾고 있다. 따라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시메오네가 결별하는 것이 시메오네 뿐만 아니라 아틀레티코 구단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결별하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다. 도르트문트는 클롭과 결별한 이후 클롭식 축구만의 정체성을 내려놓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알렉스 퍼거슨 경 은퇴 이후 그의 색깔을 벗겨내는 과정 속에 고전하고 있다. 아틀레티코도 분명히 시메오네 이후 어떻게 구단을 운영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올 것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긴하다.


클롭이 2017년 새해가 시작된 이후 부진하고 있지만, 잉글랜드 축구계의 잠자고 있는 거인(English football's sleeping giants) 리버풀을 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르트문트를 떠난 것은 클롭이 여전히 유럽 최고수준의 감독이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새로운 도전이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이든 아니든, 시메오네 역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2016/2017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더 이상 시메오네 스피릿(spirit)과 특성을 실현하는 팀이 아니다. 수비진은 단단하지 않으며 세트-피스 공격은 매우 약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던 강인하고 냉철한 정신력이 떨어졌다.


도르트문트와 클롭은 완벽한 결별을 보여줬고 양측 모두 각자의 길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메오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다. 시메오네는 현대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설계자지만, 이제는 이 걸작(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개조할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고 떠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출처 : http://www.marca.com/en/football/spanish-football/2017/02/07/589a42b3468aebef588b46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