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im Wigmore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같은 무기로 싸워서는 안 됩니다. 만약 동등한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면, 다윗은 결투에서 필히 패배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윗은 다윗에게 맞는 무기가 필요하고 이 관점은 브렌트포드가 공유하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서런던에 위치한 저지 로드(Jersey Road) 훈련장 사무실에서 만난 브렌트포드의 공동 풋볼 디렉터 라스무스 안케르센(Rasmus Ankersen) 은 현대 축구에서 언더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 시작했다 : 바로 두뇌를 이용하는 것.


"현실적으로 브렌트포드는 지출 싸움에서 다른 구단을 이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보다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구단과 어떻게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란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축구계 시스템 속에서 '비효율적인 부분, 그런 부분들을 수정하면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 매튜 벤험(Matthew Benham) 은 브렌트포드 구단을 인수한다. 프로 도박사로 현재 베팅 회사까지 운영하고 있는 벤험은 숫자가 인간의 직관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는 브렌트포드에서 똑같이 자신의 믿음을 증명해내고자 한다. 그는 최첨단 분석 기법을 바탕으로 구단을 바꾸고 있다. 2013/2014시즌 벤험이 인수하기 전 잉글랜드 리그 1에서 9위를 하고있던 브렌트포드는 2014/2015시즌 챔피언십 5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이는 무려 62년만에 브렌트포드가 리그 1으로 강등당하지 않고 잉글랜드 2부에서 온전히 1시즌을 보낸 것이다. 


포니테일 머리를 한 덴마크인 안케르센은 2년 전 고용되었다. 안케르센이 합류한 이후, 브렌트포드는 지난 2시즌간 챔피언십에서 9위와 10위를 차지하면서 챔피언십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립하고 있다.


그동안 메튜 벤험이 소유한 덴마크 리그 소속구단 FC 미트윌란의 성과는 벤험이 브렌트포드에서 시도하는 방법론을 옹호하기 위해 자주 언급되었다. 미트윌란은 2015년 처음으로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우승을 했고 지난해에는 유로파 리그 32강까지 진출해 1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하기까지 했다.


남들이 하는걸 똑같이 따라한다면 언더독이 승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열세에 놓인 쪽이 우세에 놓인 쪽과 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면 5번 중 4번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싸운다면 언더독은 5번 중 3번을 승리할 수 있다. 브렌트포드는 예산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기위해선 반드시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벤험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자립이 가능한 구단 운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FFP 제도는 브렌트포드의 지출을 제약하는 제도로1946/1947 시즌 이후 1부 리그를 진입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지난해 브렌트포드는 2가지 성과를 올렸는데 그 결과는 딱히 유쾌하지 못했다. 브렌트포드는 잉글랜드 U-16 대표팀 선수인 이안 카를로 포베다(Ian Carlo Poveda)를 육성했으나 단 2년만에 맨체스터 시티로 보내야만 했다. 몇달 후에는 잉글랜드 U-17세 대표팀 선수인 조슈아 보휘(Josh Bohui)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보냈다. 두 선수를 잉글랜드에서 손꼽히는 거대 구단으로 보냈지만, 브렌트포드가 받은 금액은 선수 1명당 보상금 £30k가 전부였다. 17세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선수들은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없고 브렌트포드는 8~16세 선수들을 노리는 거대 구단의 자금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굉장히 불공정한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전략을 펼칠 수 없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경쟁하기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쎄고 유소년 선수에 대한 보상금은 너무나 적습니다. 그 정도 금액으로는 선수를 육성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전혀 커버해주지 못하죠."


브렌트포드는 아카데미 운영을 유지하는데 매년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보조금 £500k와 구단 자체의 투자비용 £1.5m을 소비한다. 지난해 2명의 선수가 맨체스터로 떠나기 이전부터 브렌트포드의 공동 풋볼 디렉터 안케르센과 로버트 로완(Robert Rowan)은 아카데미가 값어치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프로팀 아카데미가 그러하듯이, 대다수 선수들은 1군으로 쉽사리 치고나오지 못한다. 게다가 브렌트포드는 상위 팀에게 최고의 선수를 뺏기기 때문에 아카데미를 뚫고 올라와 브렌트포드에서 뛰는 선수는 브렌트포드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어린 선수가 아닌 셈이다. "아카데미 모델이 잘 돌아가는 구단도 있지만, 브렌트포드에게 적합한 방법은 아닙니다." 로완이 말한다.


26세 로완은 프로 선수 경력이 없다. 스텐하우스뮤어(Stenhousemuir)와 셀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로완이 브렌트포드로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프로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는 스포츠계의 오랜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모두가 아카데미 육성이 옳다고, 따라야만 하는 모델이라고 주장한다해서 그대로 행동할 필요는 없습니다. 구단의 필요에 따라 구단을 운영해야 합니다. 10년간 브렌트포드가 아카데미에 투자한 금액이 £15m입니다. 이 돈을 1군 선수 영입에 투자했다면, 어쩌면 브렌트포드가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 있었을지도 모르죠."


브렌트포드는 아카데미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여 완전히 아카데미를 폐쇄했다. 물론 아카데미 폐쇄로 인해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하지만, 이제 구단 자체적으로 투자하던 비용 £1.5m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남들과 똑같이 전략을 취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남들과 무엇을 다르게 시도할 수 있을까요? 또 시스템 속에서 무엇이 비효율적인지 알아보고자 했는데 우리는 그 비효율성이 "선수 영입"이라 생각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아카데미에서 방출되는 선수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들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구단들은 그 선수를 버립니다. 우리는 그들을 '버려진 자' 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그들을 데려오고자 합니다."


아카데미를 포기하면서 연간 £1.5m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고 브렌트포드 구단은 아주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17세부터 20대 초반까지 연령으로 구성된 브렌트포드 B팀이 지난 여름에 구성되었고 브렌트포드 B팀은 2가지 유형의 타깃을 영입하고 있다 : 첫째는 다른 잉글랜드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 즉 '버려진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또 다른 타깃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브렌트포드를 잉글랜드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한다.


우선 버려진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브렌트포드가 아카데미를 운영할 때, 런던에 위치한 구단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브렌트포드 아카데미에서 육성하는 선수들은 (런던의 접근성이 좋아) 프리미어 리그 엘리트 구단들 눈에 더 잘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구단에서 방출된 아카데미 선수들을 영입할 때는 반대로 브렌트포드가 런던을 연고로하는 구단이라는 점이 어드벤티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난 여름 브렌트포드는 아스날에서 레프트백 일리아스 차치디오도리디스(IIias Chatzitheodoridis)를 영입했다.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 엘리트 구단을 우리의 적으로 보지않고 협력 파트너로 간주합니다." 안케르센이 말했다. 브렌트포드는 빅클럽에게 방출 선수에 대해 작게나마 이적료를 지불하거나 재판매시 이적료의 일정부분 지급을 약속함으로써 빅클럽이 자신들의 잉여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3월, 브렌트포드 B팀은 맨체스터 시티 U-18팀 소속이었던 조 하디(Joe Hardy)를 영입했다. 안케르센은 "하디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1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브렌트포드에서는 1군 무대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말했다.


어쩌면 합당하지 못한 이유에서 방출당한 선수를 브렌트포드가 낚아챌 가능성도 있다. 2015년, 프리미어 리그 구단 아카데미에 소속된 전체 선수들 중 45%가 9~11월생이었다. 수많은 구단이 (9~11월생보다 더 빨리 태어나) 나이가 들고 발육 상태가 더 좋은 선수를 (상대적으로) 어리고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보다 선호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예를 들면, '21세까지는 어떤 능력을 보여줘야해' 식의 한도를 설정하지 않습니다. 선수의 나이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재능있는 선수라면, 언젠가 그 재능이 발현될 것 입니다." 로완이 말한다.

 

브렌트포드의 B팀 운영은 해외 선수들에게도 매력적이며 실제로 브렌트포드 B팀 스쿼드에는 덴마크와 그리스 연령별 대표팀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2016/2017시즌 B팀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선수의 수는 총 4명이었다. 지난 10년간 브렌트포드가 1시즌에 4명 이상 홈그로운 선수를 1군에 데뷔시킨 적이 없었다. B팀은 리저브팀이라기보단 1군과 평행선들 달리는 팀으로 취급받고 있다. B팀 선수가 1군과 함께 훈련을 소화한 횟수의 총합은 지난시즌 395회였다.

 

다가오는 시즌, 브렌트포드는 B팀을 1군만큼 혹독하게 훈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B팀에서 1군으로 승격하여 1주일 사이 3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챔피언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아주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고 로완이 말한다.

 

지금의 구조로 인해 브렌트포드는 계획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로완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모든 포지션에 걸쳐서 22명씩 선수 리스트가 작성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올 여름 브렌트포드 B팀이 노리는 타깃이다. 여기에는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 소속의 선수까지 포함되어 있다.

 

B팀 선수에게는 보통 3년 계약을 제시하고 다음해에 1군에 공석이 생길만한 포지션은 B팀의 보강 우선순위가 된다. 현재 브렌트포드에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기 때문에 로완은 이적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트라이커를 물색하고 있다. 이말은 즉, 브렌트포드 스카우트팀이 1군에는 부족하지만 B팀에서는 충분히 써먹을 수 있고 B팀에서 발전할 수 있는 선수를 선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렌트포드는 새로운 영입 전략을 통해 소규모 구단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안케르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난한 구단은 부자 구단보다 뛰어난 재능을 더 잘 만들어냅니다. 가난한 구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우스햄턴은 아주 뛰어난 아카데미지만 어떻게 가레스 베일, 아담 랄라나 같은 선수들에게 꾸준한 기회를 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사우스햄턴이란 구단이 직접 관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선수들을 뛰게 해야만하고 그 결과 선수들은 기량이 만개하게 됩니다."

 

"어린 선수들의 미래는 어찌될지 모르는 법입니다. 인내심으로 줄 수 있는 최대 한도가 35경기라면, 35경기 내에 임팩트를 남기는 선수도 있지만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데 35경기가 모자란 선수들도 분명 있습니다. 만약 다른 선수를 선택할 방법이 없다면 어린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라면 그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크리스 앤더슨, 데이비드 샐리가 출판한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Football Is Wrong ; 한국출판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 책에서 혁신은 결코 부자 구단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필요에 의해 혁신이 이루어지고 즉 혁신은 가난한 구단이 만들어낸다는 것이 두 사람의 주장이다.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주 소규모 예산 밖에 운영할 수 없는 브렌트포드는 부자 구단들과 똑같은 싸움을 펼쳐선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지난시즌 아스톤 빌라는 브렌트포드가 127년간 사용한 이적료보다 더 많은 돈을 썼지만, 브렌트포드의 순위보다 3계단이나 낮았다.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해내야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보다 큰 규모의 구단을 꺾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남들과 어떻게 다른 행동을 취할지, 어떻게 리스크를 가져갈지를 의식하고 의도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안케르센이 말한다.

 

이적시장에서 브렌트포드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주식 투자자의 행동을 모방한다. 데이터와 분석적인 사고를 통해 판단을 내리고 가격이 싼 매물을 영입하여 선수의 가격이 비싸질 때 그를 판매한다. 즉 브렌트포드는 젊은 선수, 잉글랜드만큼 선수 가격이 인플레이션 되어있지 않은 시장에서 선수를 영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가 정점에 있을 때, 혹은 이제 슬슬 정점에 도달하려는 선수를 구매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젊은 선수단을 갖췄고 이것은 우리 구단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굶주린 선수들, 열정이 넘치는 선수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브렌트포드만의 철학에 개방적인 태도를 지닌 선수를 원합니다."

Opta 스포츠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시즌 브렌트포드 선발 라인업의 평균 연령은 24세 139일이고 이는 챔피언십에서 2번째로 어린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만을 추구하는 방침으로 인해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 속에서 자연스레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안케르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독이 2년 전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29세 선수 영입을 요청합니다. 물론 그 선수는 지금 즉시 팀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매 가격은 어떻습니까? 그 선수의 가격이 더 올라서 우리 구단에 이득이 될 수 있을까요? (선수 영입 이전에)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이며 우리는 선수의 재판매 가격을 고려해 선수를 영입해야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잉글랜드가 아닌 대륙에서 최고의 가격 대비 효용성을 찾을 수 있다. 


"유럽에는 금액 대비 상당한 효용성을 보여주는 리그들이 있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아주 아주(very,very) 인플레이션 되어있죠." 브렌트포드는 리그 2(League Two)에서 뛰고있는 경험이 부족하고 젊은 잉글랜드 선수 2명을 영입하려 했는데 2명을 영입하는데 필요한 금액이 무려 £2m 이었다.


브렌트포드는 저평가 받는 재능을 선별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사용한다. 이들은 전세계 구단 퀄리티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통계 모델을 적용해 선수를 평가한다. 


"(전세계 모든 구단의 상대적 순위를 선정하는데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질문은 '모두가 같은 리그일 때, 순위표에 어떻게 나열될 것인가?' 입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브렌트포드보다 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팀을 파악합니다." 안케르센이 말한다.


이제 다음 목표는 브렌트포드보다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팀에서 어떤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안케르센은 FC 미트윌란의 사례를 언급한다. 미트윌란은 덴마크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전, 독일 2부에서 활약하고 있던 팀 스파브(Tim Sparv)를 영입한다. 만약 스파브가 덴마크 리그에서의 강팀에서 뛰고 있었다면 미트윌란은 그를 영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데이터는 누구를 데려오라고 정확히 골라주진 못하지만, 어느 리그를 관찰해야 하는지는 알려줄 수 있다.


브렌트포드는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남다른 방식을 또 하나 사용한다. 구단주인 매튜 벤험은 <Smartodds> 란 회사를 운영하고 이 회사는 도박사들에게 통계 연구를 제공한다. 브렌트포드는 이 자료마저 활용한다.


지난 1월 브렌트포드 B팀은 스웨덴 출신인 18세 윙어 헨릭 요한슨(Henrik Johansson) 을 영입하는 과정에 <Smartodds>의 분석을 활용했다. 또 다른 풋볼 디렉터인 로완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전에 근무했던 구단과 달리 브렌트포드는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보다 확신을 가진 채 스카우팅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수록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우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브렌트포드의 방법론을 숫자를 기반으로 설명했지만, 브렌트포드가 인간의 직관을 활용한 평가, 스카우팅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데이터는 선수 영입에 있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제가 브렌트포드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 데이터 없이 영입한 선수는 단 1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스카우팅을 제외하고 영입한 선수 역시 없습니다." 안케르센이 말했다.


구단은 영입과정에서 선수의 성격까지 분석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라면, 새로운 생활,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 브렌트포드는 1군 선수를 영입하기에 앞서 보통 25개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한다. B팀이 영입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10개 정도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한다. 선수 영입 이전에 코칭 스태프, 스카우팅 부서, 풋볼 디렉터 사이의 의견 조율이 이루어진다.


브렌트포드가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의견 일치를 추구하지만, 의견이 일치한다고 반드시 그 영입이 성공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영입 과정에서 항상 정확한 판단을 추구한다기보다 잘못된 영입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추구합니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든 리스크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채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훌륭한 주식 투자자처럼 브렌트포드는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선수를 판매한다. 감성적인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월 2014년 로치데일에 £750k를 지불하고 영입했던 스콧 호건(Scott Hogan)을 아스톤 빌라에 판매했고 이적료는 무려 £15m이었다. 지난 2년 사이 브렌트포드는 1월에 주요 선수를 판매했다. 프리미어 리그로의 승격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리그 1으로의 강등 가능성 역시 희박할 경우 잔여 시즌은 새로운 선수를 기용할 시기라 판단한 것이다.


브렌트포드는 리그 테이블로 구단의 성과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들은 xG 모델을 적용한 "정당성 테이블(table of justice)' 을 만들어 성과를 판단한다. 농구는 양팀 통합 200점이 나는 스포츠지만, 축구는 평균 2.7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축구는 득점이 적게 나오는 스포츠이고 '행운'이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The Numbers Game>이란 책에서 말했듯이, 농구는 강팀이 이길 확률이 80% 지만, 축구는 65% 밖에 되지 않는다.


브렌트포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들의 방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고, 축구에 내재된 우연성으로 인해 분석이 틀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단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때, 우리는 리그 테이블에서의 순위보다 메트릭(metrics)을 활용한 결과들을 참고합니다. 우리만의 분석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줍니다. 퍼포먼스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축구가 저득점 스포츠라는 것에 기인한) 우연성으로 발생하는 성적의 굴곡에 과민반응하지 않습니다." 안케르센이 말한다.


'정당성 테이블'을 브렌트포브다 변명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15년에 브렌트포드는 챔피언십에서 5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구단은 마크 워버튼(Mark Warburton) 감독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메트릭(metrics)에 적용해본 결과 순위가 실제 퍼포먼스에 비해 좋게 나왔고 구단은 5위란 최종 순위가 행운 섞인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워버튼은 구단의 여러 주요 인물들 중에서 애널리틱스를 탐탁치 않게 여긴 인물이기도 했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상위 4개 리그(92개 구단)에서 경질된 감독의 숫자는 총 73명이었다. 안케르센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경질 러쉬(rush)는 과민반응하는 것이다. 또한 경질된 감독에 대한 보상금은 (성적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결코 좋은 용도로 쓰이는 현금이 아니다. 


"축구계는 복잡한 문제에서 감독 경질이란 쉬운 해결책만 항상 원하고 있습니다." 안케르센이 말했다.


2015년 11월에 브렌트포드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딘 스미스(Dean Smith)는 이미 챔피언십 최장수 감독이다. 스미스가 담당하는 직책의 공식적 명칭은 매니저(manager)가 아닌 헤드 코치(head coach)다. 여기서부터 브렌트포드가 스미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안케르센은 수많은 구단이 감독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을 주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케르센은 브렌트포드의 운영 모델을 시계에 비유한다. 우선 (매일매일 전략을 수립하는) 헤드 코치는 초침을 담당한다. (이적시장에 포커스를 두고 구단의 플랜 연속성을 체크하는) 풋볼 디렉터와 통계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필 자일스(Phil Giles)는 분침,(장기적인 전략, 구단 운영의 목표를 설정하는) 구단주 벤험을 포함한 보드진은 시침을 담당한다. 


"감독에게 매니저 권한을 부여하는 대다수 구단은 그 때 그 때에 맞춰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주장한다.


브렌트포드에서 스미스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 구단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스미스는 그저 자신에게 부여된 일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 에만 확실히 책임을 지면 된다. 아마 다른 구단이었다면 이외의 사항들까지 신경써야 했을 것이다. 이는 스미스 본인이 단지 헤드 코치란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는걸 동의했기 때문에 임명이 가능했던 것이다. 


"구단의 운영 철학은 유지한 상태로 그 운영 철학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감독을 물색합니다. 우리는 딘에 대해서 가능한 많은 것들을 조사하고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구단 운영을 위한) 완벽한 공식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는 구단이 요구하는 방침을 실행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는 구단이 요구하는 방침을 달성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색깔만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고 그래서 그가 우리 팀의 헤드 코치인 것이죠."


브렌트포드는 구단 운영 뿐만 아니라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도 남들과 다름을 추구한다. 안케르센은 축구의 '비효율성'을 찾아내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어 보였다. 안케르센이 언급한 것은 세트-피스였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세트-피스 골과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골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골은 로맨스지만, 세트-피스 골은 엉터리 골 취급을 하죠." 브렌트포드 전체 득점의 1/3이 세트-피스 골임에도 불구하고 훈련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안케르센에겐 상당히 실망스러운 점이었다.


"매출의 35%를 창출해내는 분야에 업무시간의 단 10%만 투자하는 회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축구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안케르센은 세트-피스에 집중하는 것은 상당한 효율성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브렌트포드에는 세트-피스 전담 코치가 있다. 세트-피스 키커를 위한 코치를 고용했고 지난 여름에는 심지어 스로인 코치까지 고용했다. 안케르센은 NFL처럼 굉장히 다양한 스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코치진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렌트포드가 참고하고 있으며 구단주인 매튜 벤험 소유의 또 다른 구단, FC 미트윌란은 2015년 덴마크 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 전체 득점의 50%를 세트-피스에서 만들어냈다. 또 지난시즌에는 스로인 상황에서만 무려 9골을 넣었다.


"이는 상당한 수치이며 보다 효율적인 축구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입니다. £10m짜리 공격수를 구매할 돈이 없다면, 골을 넣는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세트-피스와 스로인 공격을 강조하는 것은 팀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선수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선수의 가치를 높여주기도 한다. "세트-피스에서 4골을 더 넣어줄 센터백이라면, 그 선수의 가치는 더 올라가게 됩니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말했다.


브렌트포드는 다른 통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안케르센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브렌트포드는 일반적으로 감독이 교체 카드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더 빨리 교체 카드를 꺼내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


"축구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하고 데이터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수많은 의문 사항에 대해서 데이터 분석가들이 대답을 해줍니다. 하지만 (축구계) 어느 누구도 기존의 관습적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알고 싶으나 현재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십시오. 그 의문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케르센이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다 : 축구는 변하고 있고, 구단은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축구는 상당히 발전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앞으로 같은 기간 내에 동등한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을 "역사의 끝 착각(end of history illusion)" 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미래에 발생하는 변화의 수준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합니다. 15년 전의 축구와 오늘날의 축구를 비교해보세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왔다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렌트포드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추구하고 있고 사소한 부분까지 주목하고 있다. 브렌트포드 구단은 선수들을 위한 요리강좌를 개설했고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식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숙면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적해온 선수가 "5시간 밖에 못잤습니다." 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감독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길 원합니다. 숙면을 취한 선수가 더 효율적인 플레이, 더 뛰어난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습니다." 안케르센이 말했다.


최근 선수 관리 측면에서 여러 방면의 진전이 있었지만, 안케르센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프로페셔널리즘 관점에서 축구는 개인 종목 스포츠에 비해 뒤떨어져 있습니다. 개인 종목 선수들은 축구 선수들보다 기량 향상을 위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종목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선수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전념합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들은 그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생활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경우는 축구에서 아주 특이한 케이스 입니다."


2015년 브렌트포드의 공동 풋볼 디렉터로 부임한 이후, 안케르센은 브렌트포드의 훈련 시간을 확대했다. "기존의 훈련 시간보다 더 많은 훈련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스포츠라면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개인 종목일 경우)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선수 본인의 퍼포먼스 부족에 따른 것이겠죠.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개인의 잘못이 감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미래에 선수들이 아침 8시에 출근하여 17시까지 퇴근하지 않는 상황도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금 당장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 발전은 선수의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안케르센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훈련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경기장 환경을 게임화하여 이전 경기를 되돌려 본다거나, 상대의 패턴을 입력하여 실제 경기에서 선수의 의사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브렌트포드는 축구계 일반적인 통념이 틀렸다는 믿음을 가진채 모든 시도를 하고 있다. 브렌트포드의 목표는 프리미어 리그 승격, 축구가 자본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리에 대해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축구란 스포츠 자체를 변화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는 (관습적인 방법이 굳건히 자리잡은) 축구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곳에 있는 것이죠. 우리는 오래된 관습을 변하게 만들 것 입니다." 안케르센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려하는 브렌트포드의 2017/2018시즌 여정은 앨더숏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부터 시작된다.




출처 : http://bleacherreport.com/articles/2718752-brentfords-moneyball-way-to-beat-football-teams-with-huge-budg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