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감독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Soccernomics 2016. 8. 24. 12:26 Posted by Seolskjaer




by Simon Kuper


하프타임 스코어 0-2로 리버풀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밀리고 있었다. 드레싱룸에선 리버풀의 감독 위르겐 클롭이 선수들에게 후반전 경기를 통해 각자의 손주에게 물려줄만한 스토리를 만들어 보라고 요구했다. 클롭의 스피치는 선수들이 2005년 리버풀과 AC밀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클롭의 요구에 반응해 도르트문트를 4-3으로 꺾었다.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 팀을 동기부여시키고 끝내 성공하게 만드는 스토리는 미디어와 팬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이야기다. 현재 잉글랜드에서 그런 이야기가 재생산되고 있으며 스타 감독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무리뉴, 그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 안토니오 콩테와 첼시, 아르센 벵거와 아스날, 그리고 클롭과 리버풀.


하지만 우리는 감독의 파워를 오랫동안 과대평가 해왔다. 오늘날 감독이 차지하는 거대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덜 중요한 인물이다.


클럽의 성공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스쿼드 전체의 임금 지출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이 좋은 선수를 끌어당기며, 임금 지출이 높을수록 팀은 대체적으로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된다. 나와 같이 사커노믹스를 집필한 미시간 대학의 경제학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지난 10시즌간 프리미어 리그의 임금지출과 리그 최종순위 사이의 상관성이 약 90%에 육박한다고 말한다.


물론 지난시즌 레스터 시티가 리그 중위권 수준의 임금지출로 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레스터의 우승은 돈이 지배하고 있는 프리미어 리그 전체 역사에서 단 1차례 발생한 사건일 뿐이다. 만약 레스터의 우승이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천재성 덕분에 가능했던 사건이라면, 라니에리의 지난 코치인생 30년간 바로 그 천재성이 우승이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감독의 영향력은 지난 몇년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우선 감독은 어떠한 변화를 주기 전에 경질된다. 1992년 잉글랜드 리그 감독의 평균적인 수명은 3.5년이었지만 지금은 1.3년으로 감소했다. 아즈텍 문명의 사람들이 인간을 제물로 희생하듯 현대에서 축구팀 감독이 제물과 동등한 입장에 놓여있다.


둘째, 감독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년 전 감독은 클럽의 업무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권한을 쥐고 있는 감독은 아르센 벵거 뿐이다. 벵거와 겨루는 라이벌 감독들은 이제 "헤드 코치"라고 불리는게 맞다. 이제 감독은 심리학자와 데이터 분석가를 포함해 수십명의 스태프들과 업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심리학자와 데이터 분석가는 감독보다 클럽에 더 오랫동안 남는다. 클럽의 관리팀이 이제 감독 개인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여전히 "헤드 코치"가 전술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위르겐 클롭은 공을 뺏긴 즉시 상대를 압박하는 게겐프레싱을 선호한다. 하지만 혁신적인 전술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순간 타클럽을 지도하는 감독들이 그 전술을 똑같이 복사해간다. 과르디올라는 스스로를 "아이디어 도둑"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축구에서 가장 진보한 두가지 분야는 바로 신체 준비와 데이터 분석으로 이는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분야이며 동시에 헤드 코치가 아닌 전문 인력들이 관리하는 분야다. 이제 구단은 선수의 신체 상태를 매일 관찰하며 그 정보에 맞춰 훈련을 설정한다. 유로2016에서 목격할 수 있었듯이, 새로운 형태의 선수는 빠른 보디빌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레스터의 성공 스토리도 데이터 분석에서 만들어졌다. 선수들은 아이패드를 소지하고 다녔으며 구단은 아이패드에 경기 퍼포먼스 데이터와 훈련에서 얻은 자료를 제공했다. 과거에는 감독의 영입 결정이 감독 개인의 직감, 친분있는 에이전트의 조언, 과거에 지도했던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이적에 관여하고 있다.


레스터는 구단이 보유한 데이터를 편집해 프랑스 2부 리그에서 뛰는 리야드 마레즈를 발굴해냈고 마레즈는 지난시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마레즈와 같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은골로 캉테 역시 오랫동안 무시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캉테는 2014/2015시즌 프랑스 리그에서 가로채기 기록이 가장 뛰어난 선수였고 2015/2016시즌에는 레스터 시티를 프리미어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마레즈와 캉테를 발견한 데이터 분석가와 스카우터가 라니에리보다 팀 우승에 더 큰 공헌을 했다. 이미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 라니에리를 모셔간 클럽은 없지만, 라니에리를 보좌한 여러 스태프에 대한 수요는 많다. 레스터의 스카우터였던 벤 위글워스(Ben Wrigglesworth)는 아스날로 팀을 옮겼다.


물론 헤드 코치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동기부여 기술을 통한 도움은 아닐 것이다.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다는걸 이미 입증한 선수다. 수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뛰지 감독을 위해서 뛰지 않는다.


우수한 헤드 코치는 동기부여가 아닌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선수 개개인과 의사소통하는 부분에 있어서 전문가일 수 있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랑크 리베리가 오랜시간 이어지는 설명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간파했다. 한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장시간동안  전술을 논의할 수 있는 선수란걸 알아냈다. 과르디올라가 선수마다의 차이점을 발견한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면, 어떤 코치라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중이 감독에게 매료되는 현상은 감독의 실질적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감독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강렬한 등장 인물을 필요로 하는 연속극 드라마다. 선수들은 상당히 어린 나이부터 높은 수준의 축구에 접어들게 되고 축구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재밌게 말할 거리가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설령 선수들이 직접 드라마 속 등장 인물처럼 행동하려 할지라도 구단이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래서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왜 이겼는지(자신의 전술 때문에) 왜 졌는지(심판 때문에) 말하는, 클럽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감독인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처럼 높은 임금을 지출하는 클럽이 우승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형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승리자가 된 코치는 동기부여의 천재라고 칭송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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