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지난해 11월, 브뤼셀에서 벨기에가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승리한 것은 경기의 스코어가 8-1이라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만 하나 이 경기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이 3-4-2-1 시스템에서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처음으로 케빈 데 브라이너를 활용한 경기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대가 에스토니아라는 점에서 악셀 비첼의 짝으로 케빈 데 브라이너를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데 브라이너는 낮게 내려앉고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에스토니아의 수비진을 피하면서 공이 빠르게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 데 브라이너의 영향력은 아주 두드러졌다. 데 브라이너가 맨체스터로 복귀한 이후, 펩 과르디올라 역시 데 브라이너를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첼시가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판매한 3명의 선수들이 프리미어 리그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각 구단의 레이스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데 브라이너가 다가오는 토요일, 첼시를 상대로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지난시즌, 데 브라이너는 과거의 인사이드-포워드(old-fashioned inside-forward) 자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때로는 측면에서 뛰기도 했지만, 지난시즌 데 브라이너가 보여준 최고의 모습은 과르디올라의 약간 독특한 3-2-4-1 포메이션일 때 나왔다. 지금은 전통적인 4-3-3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홀딩 미드필더인 페르난지뉴, 왼쪽에서 창조자 역할을 수행하는 다비드 실바 사이에서 데 브라이너가 뛰고 있다. 데 브라이너는 둘 사이의 공간에서 다소 오른쪽에 치우쳐 경기를 펼치고 있고 경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해석하며 경기를 펼치는 자유를 부여받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요한 크루이프의 교리를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요즘 맨체스터 시티의 근본적인 미드필더 틀은 1974년 월드컵의 네덜란드 혹은 1978년의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유사하다. (비록 아르헨티나의 세자르 루이스 메노티 감독이 토탈 풋볼 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페르난지뉴의 역할이 빔 얀센(Wim Jansen) 혹은 아메리코 가예고(Americo Gallego) 라면, 다비드 실바의 역할은 빌럼 반 하네험(Wim van Hanegem) 혹은 마리오 켐페스(Mario Kempes)라 할 수 있다. 기술력과 스태미너 갖추고 직선적인 데 브라이너는 요한 네스켄스(Johan Neeskens) 혹은 오시 아르딜레스(Ossie Ardiles)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데 브라이너가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던 시절의 일이다. 과르디올라는 데 브라이너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데 브라이너는 실력 뿐만 아니라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헌신적인 모습과 지능, 세심한 면까지 가진 선수다." 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영리한 선수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하는지만 지시해주면 되는 선수다. 상당히 빠른 선수이고 수많은 패스와 어시스트를 해줄 수 있는 자원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공간을 발견하며 발로 공을 다루는 능력까지도 출중하다. 그는 완벽한 선수다." 라고 평가했다.


데 브라이너와 과르디올라는 축구가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견해가 있다. 말끔한 삼각 형태의 패스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데 브라이너가 수행하는 역할은 바로 '변속 장치'다. 정교한 패스 연결 속에서 데 브라이너는 공의 흐름에 완급을 조절한다.


사람들이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을 '티키-타카(tiki-taka)'라고 표현할 때, 과르디올라는 화를 낸다. 80년대 초기 바르셀로나의 치장은 화려하나 무의미한 패스를 보고선 당시 아슬레틱 클럽의 감독인 하비에르 클레멘테가 처음으로 사용한 모욕적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데 브라이너의 역할은 시티의 축구가 실속없는 티키-타카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데 브라이너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서 데 브라이너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선수는 메수트 외질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뿐이다. 놀라운 점은 올시즌 데 브라이너의 역할이 더 이상 단순한 창조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화요일 샤흐타르와의 경기에서 교착 상태를 깨는 데 브라이너의 선제골에서 볼 수 있었듯이,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골을 넣는 능력도 가진 선수다. 하지만 데 브라이너가 과르디올라에게 귀중한 선수라는 점은 데 브라이너의 기량적인 완전성(completeness)에 의한 것이다. 데 브라이너는 골을 넣을 줄 알고, 골을 넣을 찬스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그가 맨체스터 시티 플레이의 밸브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고 경기의 리듬을 조절하며 공격의 깊이를 조절한다. 창의성 있는 선수들로 가득찬 맨체스터 시티에서 데 브라이너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장인이다. 데 브라이너는 시티의 경기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진행될 수 있게 하며 속도가 결코 떨어지지 않게 만든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17/sep/28/guardiola-kevin-de-bruyne-tiki-taka-manchester-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