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통계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는데, 데이터는 공격 선수들이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 상위구단의 수입이 지난 10년사이 급격한 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제 축구팬들은 세계 최고이적료 기록이 경신되는 것에 익숙해졌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겨울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구단들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전례없는 수준으로 총 £815m($1.15bn)을 지출했다. 지난 6개월 사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 3명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골키퍼 최고 이적료는 16년 전의 값에 머물러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키퍼인 지안루이지 부폰은 이제 40세가 되었다. 트랜스퍼마크트(Transfermarkt)에 따르면, 2001년 유벤투스가 부폰을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53m($66m)이다. 역대 가장 비싼 선수 200명을 나열했을 때, 이 20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골키퍼는 단 3명 뿐이며 부폰이 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부폰은 그의 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골키퍼로 언급되는 선수이며, 역대 발롱도르 탑3에 이름을 올린 골키퍼는 부폰을 포함 단 5명 뿐이다. (레프 야신, 디노 조프, 올리버 칸, 지안루이지 부폰, 마누엘 노이어) 발롱도르 역사 62년에서 골키퍼가 수상한 사례는 레프 야신이 유일하다. 공중을 나는 골키퍼의 선방은 축구에서 가장 짜릿한 장면 중 하나지만, 그들에게 붙는 가격표는 저렴하고 다른 슈퍼스타 동료들에 비해 비교적 언급되지 않는다.


골키퍼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데이터 부족이다. 우리는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가 각각 몇골을 넣었는지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레프 야신이 몇개의 골을 막았는지 측정할 수 없으며 심지어 그가 총 몇 회의 세이브를 기록했는지도 모른다. 최근 구단과 팬들이 세련된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여전히 축구의 골키퍼를 위한 데이터는 다른 종목의 수비 자원들과 비교해 부족하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Whoscored.com 조차도 2009년부터 골키퍼의 선방 횟수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근래 몇시즌간 양적 분석이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경기 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우리는 경기에서 발생한 주요 이벤트의 (슈팅, 패스, 태클 등...) 순간과 위치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날것의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가들은 각 선수의 대략적인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새로운 통계는 기대득점(expected goal)이다. 기대득점은 리그 평균수준의 선수가 해당 위치에서 슈팅을 시도했을 때,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을 보여준다. 물론 이 통계는 슈팅의 위치 뿐만 아니라 슈팅 상황에서 사용한 신체 부위, 슈팅 이전의 패스 형태 등 여러 요소까지 고려한 값이다. 기대득점 통계는 경기장에서 만들어낸 득점 기회의 퀄리티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대득점을 통해서 우리는 공격수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기대득점 통계를 통해 우리는 골키퍼의 슈팅 방어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가인 콜린 트레이너(Colin Trainor) 는 2010년 이후 소수의 골키퍼를 대상으로 '포스트-슛 기대득점(post-shot expected goals)' 란 통계를 만들었다. 포스트-슛 기대득점 역시 슈팅이 발생한 위치를 고려한 통계량이다. 지안루이지 부폰은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유럽 주요리그의 평균수준의 골키퍼들보다 맞선 슈팅의 난이도 대비 약 20% 적게 실점하고 있다. 부폰은 여전히 경이로운 골키퍼다. 부폰의 자리를 잇는 2명의 선수, 31세 마누엘 노이어와 27세 다비드 데 헤아는 지난 8시즌간 예상되는 실점 수보다 17% 적은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평균수준의 골키퍼에 비해 20% 가량의 이점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탄탄한 수비를 갖춘 팀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부폰, 노이어, 데 헤아는 각각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며 3개 구단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구단들 중 하나다. 평균적으로 이들의 선방은 리그평균 수준의 골키퍼들과 비교했을 때, 한시즌에 4~6골을 막아내는 정도다. 4~6골을 막아내는 것은 아주 유익한 기여지만, 어떻게 대략 30골을 때려박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에 비교할 수 있을까?


필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골키퍼의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법은 각 선수가 얼마나 많은 승점을 가져오는지 측정해보는 것이다. 야구와 농구에서는 이와같은 아이디어가 굉장히 익숙하다. 특히 야구는 1:1 대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종목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각 선수는 팀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비슷하게 농구는 경기 수가 굉장히 많고 선수 교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 선수 출전여부에 따른 변화를 계산할 수 있고 그 결과, 선수가 어느 정도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야구와 농구에서는 리그 최저 수준 임금을 받는 베테랑 FA선수의 기대 퍼포먼스 대비 승점 기여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똑같은 방식을 축구에 가져오는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우선 축구에는 임금 최저선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선수의 출전 여부에 따른 퍼포먼스 측정이 어렵다. 특히 골키퍼의 경우는 더 어렵다. 각 구단의 넘버 원 골리는 리그 90% 이상의 경기를 소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쿼드 로테이션, 부상, 이적, 컵대회, 국가대표 일정 등으로 대다수 선수들은 팀원들과 다양한 조합을 구성하며 경기를 뛴다.






축구 컨설팅 회사인 <21st Club>은 선수 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데 헤아와 노이어는 프리미어 리그 평균수준의 골키퍼들의 값을 기준점으로 삼았을 때 1시즌에 승점 4점을 더 벌어온다. 두 선수가 무승부로 끝날 경기 2번을 승리로 만든다는 의미와 동등하다. <21st Club>의 모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골키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얀 오블락이다. 오블락은 1시즌에 추가승점 5점의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골키퍼가 벌어오는 승점은 최고의 공격수들의 벌어오는 승점에 미치지 못한다. 리오넬 메시는 같은 포지션의 프리미어 리그 평균수준의 선수들보다 1시즌에 승점 11.3점을 더 만들어낸다. 메시의 뒤를 잇는 선수는 메시와 함께 세계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아니라 메시의 동료인 루이스 수아레즈다. 모든 선수들의 기여도를 나열했을 때, 상위 15인 명단에서 골키퍼 최고값을 기록한 얀 오블락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유럽 상위 5개 리그의 상위 10개 구단을 대상으로 계산해본 결과, 스트라이커는 프리미어 리그 평균수준의 스트라이커에 비해 승점 2점을 더 가져오는데 골키퍼는 프리미어 리그 평균수준 골키퍼에 비해 승점 0.7점을 더 가져오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 4차례 이적시장에서 스트라이커의 평균 가격은 €17.1m 이었다. 즉 추가적인 승점 1점을 위해 스트라이커에게 €8.5m을 지불한 것이다. 한편 골키퍼의 평균 가격은 €6.5m 이었다. 추가승점 1점을 위해 골키퍼에게 지불한 가격은 €9.4m이었다. 골키퍼가 저평가 받기 때문에 공격수에 비해 값이 덜 나가는 것이 아니다. 골키퍼는 스트라이커만큼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값이 덜 나가는 것이다.


<21st Club>은 골키퍼와 필드 플레이어의 중요한 차이를 주목했다. 골키퍼는 11명 중 유일하게 공격적 이득을 주지 못하는 포지션이다. 지난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킨 50명의 선수 명단에서 수비수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골키퍼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비수들은 팀의 공격 플레이에 더 많이 가담하기 시작하고 있다. 골키퍼가 어시스트를 기록한 경우는 2차례 뿐이지만, 수비수의 어시스트는 89회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태클에 소극적인 공격수조차 수비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공을 소유한다는 것조차도 상대의 득점 기회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박이 유행하면서 이제 스트라이커는 공을 가진 상대 선수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모든 통계학자들이 골키퍼에 공정한 값이 매겨지고 있다고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폰이 7시즌 연속으로 유벤투스의 주장 자리를 맡고 있다는 사실과 골키퍼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장수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이자 <사커노믹스>의 공동저자인 스테판 지만스키(Stefan Szymanski) 교수는 골키퍼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수 임금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그의 주장이 확실한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구단은 선수의 이적료에 대해서는 공개하지만, 임금에 대해서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츠 웹사이트인 스포팅 인텔리전스(Sporting Intelligence) 관계자 닉 해리스(Nick Harris)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2006년 프리미어 리그 골키퍼 평균임금은 리그 전체평균의 79% 수준이었지만, 지난시즌 골키퍼 평균임금은 리그 전체평균의 69%까지 하락했다. 더욱 늘어나는 골키퍼에 대한 평가절하는 수많은 골키퍼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장갑보다 축구화가 실제로  더 가치가 크다고 말한다.



출처 : https://www.economist.com/blogs/gametheory/2018/02/unrequited-g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