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원문은 2016년 1월 6일 글입니다)
루이 반 할은 공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득점을 위한 팀의 야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점유율, 유효 슈팅, 심지어 득점까지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12월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득점 경기를 마친 이후, 루이 반 할 감독은 올드 트래포드 관중들이 팀에게 더 많이 공격하라고 주문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나는 팬들이 왜 '공격! 공격!'을 외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나면 우리는 정말 공격적인 팀이었고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처럼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루이 반 할은 우리에게 굉장히 기본적이면서 여전히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과연 공격축구란 무엇인가?
거기에 덧붙여서 반 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상대팀보다 경기를 지배한다. 우리가 공의 소유 시간을 늘릴수록 우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포제션을 늘리게 되고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면 득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반 할의 관점에서 공을 소유하는 것은 바로 공격이다. 그는 점유를 통해 골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내 관점으로 득점은 (팀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동시에 (득점이 나오기 위해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축구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하다. 20개의 찬스를 만들며 정말 우세한 경기를 펼침에도 득점에 실패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스트라이커의 부진이 때로는 상대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갑자기 등장한 수비수의 걷어내기, 포스트를 맞춘 이후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들이 이런 케이스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그런 경우들을 우리는 목격해왔다. 단순히 득점만으로 그 팀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측정할 수는 없다. (물론 득점과 그 팀의 공격성은 상관 관계가 있지만 오로지 득점만으로 공격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경우 득점과 팀의 공격성은 더 두드러진 상관 관계를 보일 것이다)
유나이티드는 웨스트 햄을 상대로 21번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1골도 넣지 못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굉장히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고 주장은 할 수 있겠다. 그 21번의 기회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직 1번의 유효 슈팅만 기록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는 그들이 굉장히 비효율적인 축구를 펼쳤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자. 8번의 찬스가 박스 바깥에서 나왔고 또한 8번의 찬스가 세트 플레이에서 비롯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찬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정말 질높은 찬스를 만들기 어려운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때 이후로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5경기 사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1번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5경기에서 고작 4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런데 찬스의 횟수, 찬스의 퀄리티만으로 그 팀의 공격성을 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런 기록은 공격의 결과이지 공격성의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공격이라 생각하는 요소들 (득점, 슈팅, 찬스, 크로스 기타 등등...) 을 만드는 접근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주도하는가 vs 상대에 대응하는가
가장 간단하게 구분할 때, 축구는 주도하는 방식(proactive)과 상대에 대응하는 방식(reactive)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며 점유율을 컨트롤하는 것과 공 없이 플레이하면서 상대에게 카운터를 날릴 준비를 하는 축구 두가지로 구분이 된다.물론 우리가 이런 접근법에 대해서 흔하게 가진 첫인상보다 훨씬 복잡한 사항들이 존재한다.
2010년 월드컵 당시 나는 독일이 상대에 대응하는 방식의 축구를 펼치며 굉장히 뛰어난 역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독일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한 논평가는 나를 축알못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주도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모욕적인 언사로 받아들여지고 역습을 펼친다고 말한 것이 그들을 경멸하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인식도 확실히 달라졌다. 위르겐 클롭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역습도 재밌을 수 있다는걸 널리 알렸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과도한 점유율 축구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도적인 것이 점유율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이 비(非)점유율과 항상 대응되는 것은 아닌거 같다. 반 할의 유나이티드는 웨스트 햄을 상대로 58%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분명히 팬들은 자신의 팀이 공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대응하는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역습은 엉덩이를 뒤로 뺀 상태에서 상대의 공이 오길 기다리면서 펼칠 수 있지만, 피치 높은 구역에서부터 상대를 쫓아다니면서 역습을 펼칠 수도 있다. 역습도 주도적일 수 있고 수동적일 수 있다. 반 할의 팀은 공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에 대응하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리스크를 두는 것을 꺼리는 이들의 축구는 상대가 실수를 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볼 소유
2014년 월드컵을 얼마 앞두고 나는 한 방송에 패널로 출연을 했었다. 청중으로 있던 사람들 중 한 분이 "잉글랜드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아도 좋으니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했다. 나는 그 분에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건지 되물어 봤고 그는 팀에 보다 흥미를 유발하는 공격적인 선수를 선발했으면 좋겠다라는 대답을 해줬다. 충분히 합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선수들이 공격을 펼치기 위해선 그들에게 공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여전히 깨닫지 못한 과제라고 해야할까나
공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는 다시 주도적이냐 주도적이지 못하냐의 이슈로 되돌아 온다. 만약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서 공을 소유하고 그걸 지켜낼 수 있다면 (반 할이 원하는 것처럼) 소모적인 패스 플레이는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완전히 라인을 내리고 수비수들의 기량과 수비적 형태에 의존하여 공의 소유권을 되찾고 역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는 상대팀이 공격을 하기 위해 밸런스를 깬 상태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또 점유를 위해 앞에서부터 공을 향한 사냥을 나갈 수 있다. 여기서는 빠르게 공격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대다수 팀들은 3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한다. 다만 그 비중의 차이가 다른 것일 뿐이다. 올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첫번째 방법보다 2,3번째 방법이 더 흔한 전술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들어 홈어드벤티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어쩌면 이런 전술적 경향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상대의 카운터를 카운터로 되받아치는 역습에 대한 가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사실 지난 10년간 역습으로 득점한 전체 득점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역습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것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점차 일반적인 공격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리스크 감수
40%의 점유율만 가지고도 숨막힐 듯한 재밌는 축구를 펼칠 수 있고 60%의 점유율을 가지고도 지루해 죽겠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또한 지루한 20번의 찬스를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짜릿한 5번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결과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상황의 분위기이다. 아래 소개할 인터뷰는 과거 아약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스야트 스바르트의 관점이다. 그는 90년대 아약스에서 활약했던 피니디 조지와 마크 오베르마스가 2명의 수비수와 마주했을 때 자신의 진영을 바라본 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인물이다. "나는 결코 우리 팀 수비수들을 향해 공을 뒤로 패스하지 않았다. (수비수 2명과 마주했다고 공을 뒤로 돌리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 할의 시스템이다. 수많은 경기에서 졸음이 쏟아진다. 텔레비전에서 '아약스가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그렇게 경기하는 것은 축구가 아니다. 창의성이라고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윙어가 수비수들을 향해 돌진하길 원했고 공을 잃어버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길 원했다. 유나이티드 팬들도 아주 전통적인 유나이티드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물론 유나이티드만의 스타일을 명확히 정의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느나 이들은 주로 측면에 기반을 두고 경기를 펼쳤고 박스를 향해 크로스를 시도했다. 크로스 시도 역시도 공의 소유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클롭의 도르트문트가 최고로 재밌는 경기를 펼칠 시점에 그들은 항상 빠르게 공을 전방으로 보냈고 그렇게 경기를 펼치다가 공의 소유권을 내주더라도 그들은 계속해서 그런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공격축구 구사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드리블 시도는 개인주의 게임, 스코틀랜드에서 패스 플레이를 구사하기 이전까지 시도되었던 1860~1870년대 축구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수없이 많은 크로스 시도는 2014년 2월 데이빗 모예스의 유나이티드가 기록한 81회의 크로스, 그러나 무의미한 크로스 공격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빠르게 공을 전방으로 연결짓기만 하다가는 잉글랜드 축구를 오랫동안 망쳐온 철학없는 롱볼 축구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한히 같은 방법론을 반복하면 공격 과정의 집중도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점차 그 노력은 진부해져간다. 때로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경기를 펼쳐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안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숏패스로 공격축구를 할 수 있고 롱패스로도 공격축구를 할 수 있다.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축구를 할 수 있고 공이 없을 때도 할 수 있다. 주도적이든 주도적이지 못하든, 드리블로 경기를 펼치든 경기 대다수를 패스로 풀어가든 모두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축구에서 '공격성'이란 말은 굉장히 모호한 어휘이며 경기적 상황에 따라 상당히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음란물에 대해서 "(음란물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다만 보면 알 수 있다. (You know it when you see it)" 라고 말했던 것처럼 '공격축구'도 마찬가지로 직접 봐야만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지 않을까.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jan/06/the-question-what-is-attacking-football-jonathan-wilson
'The Ques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레이메이커의 변화 : 스네이더, 외질, 크로스 (0) | 2016.05.25 |
---|---|
풀백은 어떻게 피치 위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되었는가? (0) | 2016.05.25 |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들은 왜 사라졌는가? (0) | 2016.05.24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루니의 득점 수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0) | 2016.05.24 |
수비형 포워드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0) | 201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