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y Neville


일요일에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거대하면서 역사적으로도 풍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맞대결을 펼치고 스페인에서는 엘 클라시코 경기가 예정되있다. 4개의 팀의 예상 스타팅 라인업을 나열했을 때, 과연 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에 나서는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엘 클라시코 경기에 나설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가 있기나 할까?


굉장히 슬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적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우리는 결코 프리미어 리그가 유럽에서 부진하고 있는 것이 자금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우수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한쪽은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를 보유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보고난 이후로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이 지금처럼 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시티 팬 한 명이 나한테 이렇게 물어봤다. "우리가 X신이었던거야? 아니면 바르셀로나가 정말 잘했던거야?"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둘 다!"였다.


시티는 분명 좋은 팀이다. 최근 3번의 프리미어 리그 타이틀 중에서 2번은 맨체스터 시티의 몫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클래스의 축구에서 우리 잉글랜드 클럽들의 위상을 나열해보면, 우리는 결코 정상에 위치해있지 않다. 오직 첼시만 유럽 대항전에서 우승할만한 더 좋은 자격을 갖춘 팀이지만, 이들마저도 파리 셍제르망을 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마법과도 같은 레벨이었고 이는 나한테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과 같았다. 경기 시작 후 25분이 지났을 때 나는 중계하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 맨체스터 시티가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시티가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경기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지만 바르셀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분간 나는 지금까지 해설자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끌렸다. 해설자로 경기를 지켜보면 나는 항상 분석적으로 생각하려한다. 상대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어떻게 해야지 클럽이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난 해설자로서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25분부터 45분까지 그 20분간 바르셀로나를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과자 가게(sweet whop)로 돌아간 기분에 빠지고 말았다.


난 지금까지 축구 경기장에서 그런 감성에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분간 메시가 보여준 장면들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메시의 플레이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는 이미 다 써버린 것 같았다. 그만큼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플레이었고 메시의 플레이 덕분에 경기의 더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메시는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메시의 플레이를 감상하게 되버린 나는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적 결함, 미드필드 지역에서 개방된 공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마누엘 펠레그리니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가 전혀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축구 경기에서 심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순수주의자'가 결코 아니었던 나는 축구의 유토피아에 있었다. 


내가 관심있어하는 분야는 언제나 팀의 경기력, 집단의 활동, 1명의 선수가 11명의 상대를 지배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이다. 난 언제나 상대 선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답은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에 우리는 특별한 상대를 위한 특별한 대비책을 만들었었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포르투갈 대표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선수들을 위한 대응 전략 같은거 말이다. 그러나 하프 타임까지의 20분간 바르셀로나는 결코 막을 수 있는 해답이 없었다. 최고의 수준을 넘어선 플레이였다.


메시에게 시티가 갈기갈기 찢겼지만, 우리는 잉글랜드 축구가 유럽 대항전에서 소멸해버린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 우리가 문제점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0:5로 패배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했었다. 챔피언스 리그 16강 대진에서 나는 아스날-모나코의 1차전, 첼시-PSG 경기, 바르셀로나-맨체스터 시티 경기를 시청했다. 5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로 경기를 뛰었던 잉글랜드 선수는 고작 5명에 불과했다. 우리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 거대 자본이 프리미어 리그에 유입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클럽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유스) 생산 라인은 점점 질이 떨어지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를 보면서 나는 여전히 경기에 열중하게 되고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중에 있었던 일처럼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잉글랜드 클럽들을 평가하게 될 때 실망하게 된다.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들은 잉글랜드 클럽보다 더욱 조직화 되어있고 신체적으로도 더 우수하며 절대적으로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는 잉글랜드 축구를 이야기할 때 강렬함, 적극성, 거친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잉글랜드 축구가 '터프'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자. 바르셀로나의 왼쪽 수비수인 호르디 알바는 엄청나게 적극적인 선수이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태클을 기꺼이할 그런 선수다. 이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첼시를 상대로 티아구 실바와 다비드 루이즈가 머리를 사용해 골망에 골을 집어넣는 것을 지켜봤고 바르셀로나가 공을 다시 뺏어내기 위해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켜봤다. 우리는 우리의 축구가 '터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럽 상위권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경기장 내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했던 토트넘 선수들은 마루앙 펠라이니와 에슐리 영의 정확한 플레이가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피치 위에서 혼자의 힘으로 이런 상황에 적응하며 대응할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선수들이 하프-타임에 코치들이 자신을 붙잡고 제대로 알려주기까지 기다리고만 있다.


선수들은 생각하며 뛰는 것에 굉장히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져 보인다. 지난 시즌부터 경기 해설을 하면서 집단의 수비 방식 장면 몇가지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어처구니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브랜단 로저스 감독이 지난 시즌 리버풀의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형편없는 수비력을 확실히 개선시킨 것에 대해서 대단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형편없는 수비력에 불구하고 지난 시즌 리버풀은 우승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지금의 리버풀은 수비 조직력이 훨씬 더 탄탄해졌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돌리면 리버풀의 수비 조직력은 엄청 뛰어난 것이 아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시티 선수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공을 뺏어냈다. 이건 바르셀로나 축구의 본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 우리는 공을 잃는 그 즉시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와야만 한다.


우리 잉글랜드는 상대에게 바로 달려들어 공의 소유권을 뺏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선수, 공보다 더 뒤쪽으로 후퇴하면 충분하다고만 생각하는 두가지 유형의 선수만 보유하고 있다. 상대 선수에게서 3~4야드만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부터 신체적, 정신적, 의지, 열정과 같은 능력들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요일 밤의 메시는 아마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선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티 선수들 중에서 상대의 전략적 흐름을 끊어내려는 선수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 경기의 흐름을 늦추며 상대의 흐름을 끊어내고 생각하며 움직이려하는 선수가 있었는지 말이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왈츠를 추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춤을 추면서 회전을 하고 재미를 느끼지만 우리는 결국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방금 보여준 춤을 통해서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려 했는가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흥미를 유발시키는 소재로 가득찰 것이다. 팬들은 들떠있을 것이고 경기장 분위기는 어마어마할 것이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러나 두 팀의 라이벌 매치 이후에 있을 엘 클라시코 경기 때문에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기술적, 전술적인 부분에서 최우선적으로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주기적이고 패턴일까? 난 지금 잉글랜드가 부진하는 것이 일시적인 국면이길 바란다. 그러나 선수 수급은 잉글랜드 클럽에게 있어서 굉장히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현대 축구는 해외의 거대 에이전트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에이전트는 내 생각에 없는 것 같다. 지금 잉글랜드는 제3자가 보내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받아서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작 우수한 물품(뛰어난 선수)은 에이전트와 더 친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다른 클럽으로 떠밀리고 있으며 그들이 정말로 선호하는 클럽으로 이적하고 있다.


잉글랜드 클럽은 슈퍼-에이전트 사업 세계를 전혀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아스날,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역사적으로 에이전트를 잘 (구슬려서) 활용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이들은 굉장히 비싼 값(high, high prices)에 억지로 기존의 클럽을 떠나려는 선수들을 사고 있다. 메수트 외질과 앙헬 디 마리아가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잉글랜드는 너무나 많은 지출을 하고 있지만 진정한 엘리트 선수들은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진정한 엘리트 선수들을 데려온다 할지라도 결국 그들은 바르셀로나 혹은 레알 마드리드로 향하길 원할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최고의 선수들이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선호하는 이 트렌드를 결코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셰이크 만수르와 아스날 구단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을 타리그에 내주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은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에서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세계 축구에서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신용을 깎아먹는 결과이다. 우리는 지금의 하락세를 빠르게 끊어야 한다. 내가 앞서 이야기했던 모든 사안에 대한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 언급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여러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남은 것, 우리를 여전히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이 있을) 안필드에 흥행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 잉글랜드 축구에 남은 마지막 카드는 흥행이다. 우리는 흥행거리라는 것을 정말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잉글랜드 축구는 그 이상의 것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출처 : http://www.telegraph.co.uk/sport/football/competitions/premier-league/11485907/Gary-Neville-We-must-arrest-this-decline-in-our-game-and-stop-the-super-agents-taking-our-top-clubs-for-mug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