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이번 월드컵은 원칙과 팀을 위한 선택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고 있는 노련한 감독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새로운 감독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1980년대 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로 다른 두 명의 감독은 축구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사되어야하는지에 대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두 명의 감독 모두 7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토탈 풋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지만, 그러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몸상태가 더 향상되어야하고 압박이 보다 더 전방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여겼다.


이번 월드컵에서 수많은 팀들은 전원공격과 역습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으며, 이전보다 더 전방에서부터 공을 뺏어내려고 하고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거의 모든 국가들의 감독들은 마르셀로 비엘사나 루이스 반 할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루이스 반 할은 직접 네덜란드를 이끌고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반 할만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에 틀어박혀있지 않았다. 물론 확고한 규율 준수, 언론에 대한 공격적 태도, 뻔뻔해보일 정도의 자기 확신적 태도는 이전과 같으나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축구 철학에 대한 태도에는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칠레를 2:0으로 잡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반 할의 현실과 이상이 타협한 경기라 뽑을 수 있다. 비엘사의 제자인 호르헤 삼파올리가 이끄는 칠레를 보며 반 할은 거울을 보고있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왜냐면 칠레의 모습은 자신이 추구하는 네덜란드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옛날이었으면 칠레처럼 똑같이 플레이하면서 응수했겠지만) 노련해진 반 할은 수비 라인을 내리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 칠레의 약점인 높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반 할은 칠레가 경기가 약 10~15분 정도 남은 상황부터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이 시간대를 정확하게 노렸고 적중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아르연 로벤이 칠레의 수비진을 돌파해 크로스를 내줬고 멤피스 데파이가 2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반 할은 기자들로부터 거센 질문 세례를 받았다. 네덜란드의 스타일인 공격 축구를 버렸다고 말이다.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반 할의 대답은 이러하다 "당신이 정의내리는 공격 축구란 무엇입니까?" 


반 할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공격 축구는 쉽게 정의될 수가 없는 용어이다. 관중들의 시선에 결정되기 마련인 것이며 최근 10년간은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시청하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전 세대에서 일컫는 공격 축구란 공을 소유하는 축구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는데 지금의 축구는 그렇지 않다. 지난 2010년 우리는 독일이 가장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은 역습을 주 전술로 꺼낸 팀이었다. 반면 점유율을 중시하는 축구를 했던 스페인이 지루한 축구를 구사한다고 지탄 받았었다. 


반 할의 철학은 리누스 미헐스, 요한 크루이프가 주장하는 여전한 아약스와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여준 반 할의 철학은 분명히 과거 네덜란드식 축구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미헐스, 크루이프와 아약스 동료들이 보여준 축구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다. 반 할이 여전히 4-3-3을 선호하고 미드필더처럼 플레이메이킹을 해줄 수 있는 센터백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추가적인 홀딩 미드필더를 기용하면서 4-2-3-1 포메이션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번에 네덜란드를 이끌면서 역습 스타일의 팀을 만들었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Z 알크마르를 이끌던 당시 반 할은 전통적인 윙어를 두지 않으면서도 역습 위주의 팀을 만들어 팀을 에레디비지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더욱 주목할 변화는 케빈 스트로트만의 부상으로 인한 스리백으로의 전환이다.


AS 로마 소속의 스트로트만은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친선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이 경기가 네덜란드가 포메이션을 바꾸게 만든 결정적 계기를 만든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카림 벤제마는 브루노 마르틴스-인디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버렸는데, 이 경기로 반 할이 대표팀 수비수들이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의 1:1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게 된 것이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있으면 바로 다른 선수가 공간을 커버해줄 수 있으며 나아가 스리백을 활용하면서 5명의 수비수를 배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네덜란드의 5백을 구성하는 선수들 중 마르틴스-인디, 스테판 데 브라이, 데릴 얀마트는 페예노르트 동료로 팀에서 3명의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자원들이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감독이 반 할과 개인적 감정이 좋지 못한 로날드 쾨만이지만, 반 할은 새로운 포메이션을 팀에 안착시키기 위한 실용주의 정신으로 반 페르시와 함께 페예노르트 경기를 지켜보러 갔다. 그 후 반 할은 아르연 로벤에게 전화를 해 전통적 네덜란드식 플레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다.


반 할은 이미 네덜란드를 이끌고 2002 한일 월드컵 본선행 좌절이라는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었다. 이 때 그가 얻었던 교훈은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대표팀에서는 시간이 부족하다. 클럽 축구에서처럼 자신의 철학을 완전히 팀에 녹이려는 시도는 옳지 못하다' 그래서 이번 2014년에는 단기전에 알맞는 전술적 선택을 내렸고 그는 베슬리 스네이더가 최대한 창조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로벤의 속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쿨링 브레이크를 이용해 로벤의 위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꾼 것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반 할은 수많은 네덜란드 감독들이 옳은 방식이라고 여기는 네덜란드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지 않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반 할의 전술적 유연함과 더불어 섬세한 준비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가 말했었듯이,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승리하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실용주의적 결단, 급진적 변화 모두를 시도할 사람이 바로 루이스 반 할이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4/jul/03/louis-van-gaal-tempers-idealism-holland-strengt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