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y Neville


2014-2015시즌 프리미어 리그 개막 후 첫 4달간, 나는 2008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로 잉글랜드 최고의 팀을 목격한 것 같았다. 첼시는 진정 강팀이었다 : 첼시는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팀이었고 강한 수비력을 갖춘 팀이었다. 환상적인 공격력, 투쟁심(fighting spirit), 센터 포워드인 디에구 코스타와 탑클래스 플레이메이커 세스크 파브레가스로 이어지는 득점 루트까지 갖춘 팀이 바로 첼시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20경기를 소화한 상황에서 승점 46점으로 같은 위치에 있는걸 목격하고 있다. 심지어 득실차도 25로 같은 상황이다. 첼시는 더 이상 유리한 입장이 아니고 조세 무리뉴 감독 본인도 앞으로 5개월이 상당히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는걸 직감했을거다. - 물론 그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싸움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기에 크게 괴로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들에게 첼시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음에도 승리하지 못한 경기가 있었고(vs 사우스햄턴) 단순히 운이 없어서 패배한 경기(vs 뉴캐슬)도 있었고 수비가 무너졌기 때문에 패배한 경기(vs 토트넘)가 있었음을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킬 것이다. (좋은 경기를 보이겠다는) 경기에 대한 이들의 마음가짐만 바로잡혀 있으면, 이들의 문제점은 분명히 고쳐질 것이다. 


원정 경기에서 고전하는 일정한 패턴은 분명히 무리뉴의 첼시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번 2014-2015시즌 초반에 나는 조세 무리뉴 감독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2013-2014시즌의 첼시에는 킬러 본능(killer instinct)가 부족했고 이번 시즌에는 그 부족했던 킬러 본능을 채운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의 무리뉴 감독은 항상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승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강한 첼시의 모습을 다시 되찾기 위해선 첼시는 가을의 그 무시무시했던 경기력으로 돌아가야한다.


15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첼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선덜랜드, 뉴캐슬, 사우스햄턴, 스퍼스전의 결과는 그러한 주장을 더 이상 펼칠 수 없게 만들었다. 아직까지도 첼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급소가 남아있을까? 


나의 직업 특성상, 첼시가 승점을 잃는 것이 리그에 좋은 일이라는 주장을 많이 듣게 된다. 이들의 주장도 맞는 말이다. 나 역시도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팀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경쟁이 심한 리그, 하위팀도 상위권을 잡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리그가 조성되길 항상 바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시즌 개막 후 2~3달 동안의 첼시를 그토록 좋아했던 것은 그 때의 첼시야말로 20년 정도된 프리미어 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뛰어난 팀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토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팀은 3~4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중립적 입장에서 보면, 아주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갖춘 팀이 무실점 경기를 펼치면서 거기에 위대한 골키퍼가 활약하면서 오랫동안 무패행진을 기록하는건 보기 좋은 일이다.


그래서 내 소망은 아주 특출난 팀(outstanding team)이 등장하는 것이다. 특출난 팀의 등장은 모든 클럽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막강한 팀의 등장은 다른 팀을 철저하게 부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의 라이벌들에게 축구에 대한 기준치를 높여주며 그들을 자극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현 시점에서 나는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를 따라잡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도 경이로운 승리행진을 이어가고 있기에 그들의 폼에 대해서 전혀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우승 경쟁에서 맨체스터 시티보다 첼시가 더 우위에 있다고 느낀다.


1996년 아르센 벵거의 등장, 2004년 조세 무리뉴의 등장으로 우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어떠한 발전이 이루어졌는지 목격했다. 1990년대 후반 우리는 아스날을 꺾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극도의 한계까지 몰아넣었다. 우리와 아스날은 막상막하였고 우리는 매주를 그렇게 싸워왔다. 그리고 우리가 승점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순간이 모여 우리는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거대한 클럽이 경쟁하는 시절로 돌아가야한다. 


유나이티드는 시즌 후반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것과 우리의 라이벌을 결국에는 끌어내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2000년대 중반 무리뉴 감독의 첼시의 등장과 90년대 아스날은 우리에게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이 시절 우리 팀은 드레싱 룸에서 이 때의 아스날과 첼시를 '좋은 팀, 완벽한 팀'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지난 2~3년간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이 나온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3-2014시즌 시티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 그 정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경기가 떠오르지가 않는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경기는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 경기가 아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다. 나는 이처럼 선수 본인이 스스로를 극도의 한계치까지 밀어넣어 실수가 발생하지 않고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기를 보는걸 좋아한다.


1998년 벵거의 아스날은 내가 상대해본 팀들 중 최강이었고 이렇게 우리가 상대를 쫓아가는 입장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다 : 그들이 세워놓은 높은 기준치에 우리가 다가가느냐. 그들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느냐.


시티가 좋은 팀(good team)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뛰어난 팀(outstanding team)이 되기 위해서는 아틀레티코,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이 보여주는 꾸준한 집중력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한다. 내 눈에는 현재의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 우승했던 팀보다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여전히 큰 의문점이 남아있다 : 과연 시티가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2달은 중요할 것이다. 2달 내에 무리뉴 감독의 첼시가 상대팀을 다시 사살할 수 있는 습관을 회복할 수 있는지 결정될 것이고 맨체스터 시티가 2년 연속으로 우승을 할 수 있는지가 결정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시티가 윌프레드 보니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아쉽다. 보니는 좋은 센터-포워드이지만, 보니의 영입은 세르히오 아게로와 카를로스 테베즈 조합의 재등장 정도로 끝날 것이다. 구단주 입장에서는 2년 연속으로 타이틀을 차지하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진지한 도전을 펼치질 원할 것이다. 그러나 팀 퀄리티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그 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을 뿐이다.


나는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 클럽의 경기력 기준치가 더 상향 조정되길 바란다. 지금이 바로 그럴 시기다. 그 어떠한 리그보다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있는 곳이 잉글랜드이다. 그만큼 잉글랜드는 최고의 축구를 만들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할 곳이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지난 3~4년간 최고 품질의 축구를 만들기는 커녕 퇴보했다. 스페인과 독일의 행보에 완전히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첼시, 시티 그리고 유나이티드가 그 정도 레벨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루이 반 할 감독이 1년 안에 유나이티드를 타이틀 경쟁권 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는 결코 의심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