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y Neville


80년대 아버지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관전했을 때, 아버지와 나는 가장 열성적인 팬들이 위치한 스탠드에서 경기를 봤다. 그리고 당시에는 경기장 밖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싸우는 팬들에게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무슨 일들을 하셨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차를 탄 이후에 팬들의 행동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단지 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축구장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행동들이 용인되는 곳이었고 우리들은 그것이 축구이며, 그런 행동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행동들로부터 훌리건이 만들어졌고 상대를 모욕하는 노래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팀의 서포터로 자라던 시절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상대 선수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이 이루어졌다. 더불어 경기장 입석에 위치한 팬들로부터 주제가 어떻든간에 그들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90년대 축구가 더욱 인기를 끌었고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관중들의 특정 행동들이 용납되지 않기 시작했다. 25년전만 하더라도 경기장에서 뛰고있는 흑인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이 바나나를 던지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장에서의 인종차별 행위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훌리건 역시 경찰의 단속 강화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상대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고 의심을 받으면 철저하게 조사받는다. 존 테리와 루이스 수아레즈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FA가 막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여전히 축구장에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하는 행동들이 존재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맨체스터 시내에서 토요일 밤늦게 큰 소리를 지르면 경찰들이 출동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가능하다. 경기장은 여전히 사람들이 소리를 칠 수 있는 공간이다. 사회적인 약속의 일부가 무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잠시동안 사회적인 약속 일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경기장의 매력이기도 하다.

 

최근 96명이 사망했던 힐스보로 참사에 대해 새로운 보고가 있었고, 이번 주에 맞붙게되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서로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에 새로운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년간 내가 해온 일들을 생각하면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관계를 평화롭게 만드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으로 자랐고 매번 리버풀이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는 것에 분개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다.

 

리버풀이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걸 보는게 나한테는 정말 괴로웠다. 선수시절에는 리버풀의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이 울려퍼지는건 참을 수가 없었다. 리버풀은 언제나 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고 그 어떤 경기보다 리버풀과의 경기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유나이티드 팬들이 젊은 리버풀 팬들이 경기장에서 죽었다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걸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리버풀팬들이 비행기 사고로 젊은 선수들이 죽었다는걸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리버풀과의 라이벌 관계를 즐긴다. 그렇지만 나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 대한 심각한 증오심을 품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찰들이 힐스보로 참사의 원인을 팬의 탓으로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사건은 축구 이상의 중요한 문제이다. 팬들이 정말로 기뻐서 힐스보로 참사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심사가 배배 꼬여있는 소수의 인간들이 존재하겠지만, 다수의 팬들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퍼거슨 감독님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버풀 팬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정의를 위한 그들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우리의 위대한 라이벌 리버풀과 함께할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말씀을 해줄 사람은 없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팬들 중에서는 리버풀팬들이 뮌헨 참사로 조롱을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불만을 품고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뮌헨참사보다 유나이티드팬들을 가슴아프게 만드는 것은 없기 때문에 이해한다. 그러나 이번이 서로를 자극하는 것을 마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라이벌로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범위를 생각해볼 시기인 것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잉글랜드 북쪽에 위치한 거대 도시이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일으킨 도시이다. 두 클럽 모두 노동자 계층을 바탕으로 두었던 클럽이었고 지난 100년간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던 클럽이었다. 두 도시가 겪었던 경제 불황 속에서도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각 도시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클럽이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그리고 두 팀의 팬들은 서로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두 팀의 대결은 즐길 수 있는 경기가 되어야한다. 이 경기의 흥미나 적대감이 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과거의 브라이언 롭슨과 그레이엄 수네즈의 대결, 노만 화이트사이드와 앨런 핸슨의 대결처럼 스티븐 제라드와 폴 스콜스의 대결이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리그 우승으로 리버풀 팬들을 자극하고 리버풀 팬들은 유럽대회 우승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을 자극하는 그런 모습들이 있길 바란다. 코너킥 하나에도 열성적인 응원을 보이고 격한 환호를 지를 수 있는 경기가 되길 희망한다. 나는 두 팀의 경기가 친선 경기같이 긴장감이 없어지는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정선을 넘지 말아야할 필요가 있다. 서포팅의 적정선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다시 힐스보로 참사를 조롱하는 노래를 부를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클럽을 멋진 클럽이라고 포장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리버풀 팬들 역시 뮌헨 참사를 들먹이면서 수준낮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 기회로 상대의 비극적인 참사를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퇴치해보도록 하자. 라이벌팀에 대한 행동은 적정선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들은 과거의 슬럼가에서부터 만들어졌다. 이제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긴장감만 남겨두고 부정적인 것들은 과거의 것들로 묻어두자. 훌리건, 인종 차별같은 행위들은 이 시대에 꺼내야할 필요가 없다.

 

 

 

 

 

출처 : http://www.dailymail.co.uk/sport/football/article-2207243/I-relish-Liverpool-Manchester-United-rivalry-civilised-Gary-Nevil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