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스냐 숏패스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하다. -밥 페이즐리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스토크 시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하고 있는 성적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현역 시절에도 뛰어난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토니 퓰리스 감독 지도 하에 2008년 처음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스토크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우린 타이틀 레이스를 펼치는 빅클럽들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 원정 경기를 주목한다. 춥고 강풍이 부는 브리타니아에서 성공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것, 그것은 그 팀이 진정으로 리그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점차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 


토니 퓰리스는 수많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감독이다. 만약 퓰리스가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같은 축구까지 선보였다면 그는 근래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토크는 그러지 않았고 동시에 퓰리스는 수많은 비난과 마주하기도 한다. 스토크의 롱볼 스타일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한 축구로 낙인이 찍혔고 축구의 심미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조차도 스토크의 축구는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스토크를 향한 이런 냉소적인 시선은 통계 자료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 스토크는 가장 높은 롱볼 비율을 기록하며, 상대 진영에서 가장 적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팀.

 

이런 데이터만 모아놓고 본다면 스토크는 진작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사라졌어야만하는 팀이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공이 없는 상황이 스토크에게는 더 편한 것이다. 점유율 왕조가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스토크 홀로 공화정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것과 달리 퓰리스의 관점에서는 공이 없는게 더 이득인 것이다. 스토크는 공소유를 적게 해야지 자신들의 실점을 줄이고 득점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로리 델랍이 페널티 박스로 공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두 손으로 공을 잡은 순간, 그 때는 유일하게 스토크가 점유율이 골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 순간이다. 


스토크는 다수가 즐기지 않는 축구가 펼쳐지는 순간을 즐긴다. 공을 소유하고 공을 땅 위에서 굴리는 철학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공을 소유하게 되면 더 나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토니 퓰리스의 성공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스토크의 방법 : 실질적 경기 시간을 줄이자


90분간의 축구는 절대로 펼쳐질 수 없다. Opta Sports의 2010/2011시즌 기록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경기장에서 공이 움직이는 시간은 60~65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리미어 리그는 평균적으로 62.39분이며 스토크 경기는 평균적으로 58.52분이라고 한다. 스토크 시티는 교실 벽에서 시계를 떼어내 시간을 미리 몇 분 앞당겨 놓는 장난꾸러기 아이같은 존재이다. 스토크와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은 66.58분으로 두 팀의 실질적인 경기 시간 차이는 약 8분이 된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계속해서 공을 피치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딱히 놀랄 것도 없는 결과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토크는 점유율에 있어서 완벽한 순수주의자이다. 스토크는 상대팀이 피치 밖으로 공을 내보내는 경우에 자신들이 온전한 점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 나머지 순간들은 모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스토크는 자신들만 확실하게 공을 점유할 수 있는 순간에서의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그것이 바로 세트피스다.


따라서 스토크와 경기를 펼칠 때는 다른 어떤 팀과 상대할 때보다 점유율이 의미가 없다. 아까 평균이 58.52분이라고 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실제로 공이 움직이는 순간이 45분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2010/2011시즌 스토크는 550번의 롱스로인을 시도하면서 이 부분에서 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522회를 기록했다. 스토크가 스로인을 시도하는 순간을 회상해보자. 델랍에게까지 공이 전달되는 시간, 델랍이 공을 손으로 온전히 잡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수건을 사용해서 공의 물기를 닦아내는 시간까지 그 순간에도 경기장 시계는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이 순간 스토크는 온전히 공을 점유하고 있다. 다른 팀이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을 점유하고 있고 이렇게 스토크는 상대팀이 공을 점유하는 시간을 죽인다. 스로인은 스토크의 장점인 공중전을 펼칠 수 있게 만들고 동시에 상대의 찬스 메이킹을 억제할 수 있다. 


아르센 벵거의 철학을 신봉하는 아스날 팬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퓰리스의 경기 접근법은 혐오의 대상이다. Opta의 컨텐츠 디렉터이자 아르센 벵거의 열렬한 지지자인 롭 베이트만은 "스토크가 아스날을 상대로 득점한 4골 중 3골이 스로인이고 나머지 1골은 페널티킥이다." 라고 아주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러한 전략은 공을 다루는데 취약함을 노출하는 스토크에게 아주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1/2012시즌 스토크가 3회 이상 패스를 연결시킨 횟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했고 7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된 것은 4%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축구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던 영국의 공군 중령 찰스 리프가 주장했던 축구가 펼쳐진 것이다. 반면에 아스날은 4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비율이 36%였고 7번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횟수 역시 18%나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는데 스토크 시티가 공을 잡은 시간의 43%는 이후 정확한 패스로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토니 퓰리스의 스토크 시티는 공을 소유하면 곧바로 상대에게 공을 내주고 말았다. 반면에 아스날은 그 비중이 27%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스토크는 점유율이 역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더 많은 패스를 시도하면 할수록 공을 잃어버리는 횟수 역시 증가하며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도 늘어난다. 따라서 상대의 득점 기회가 상승한다. 지난 3시즌간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살펴보았을 때, 스토크가 상대팀보다 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한 경기에서 상대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77회였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스토크가 상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경우, 소유권을 넘겨주는 횟수는 평균 199회였다. 스토크와 정반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아스날은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0회,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때 186회를 기록했다. 어쨌든 스토크는 공을 점유하려고 할수록 상대에게 더 자주 공을 뺏긴다.


퓰리스의 스토크는 이러한 사고방식 아래서 시작했다. 프리미어 리그 전체 득점의 2/3이 오픈 플레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스토크 시티는 오픈 플레이 득점 비율이 절반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 조사기간 스토크는 롱스로인 득점이 프리미어 리그 평균의 5배를 웃돌았다. 또한 평균적으로 1경기당 오픈 플레이 득점이 0.85골인데 스토크는 고작 0.51골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아스날은 1.39골로 스토크와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벵거와 아스날,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 루이스 메노티, 요한 크루이프는 스토크 시티의 기록을 보고 경악을 할 것이다. 그런데 스토크의 방법론은 통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여기에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승격한 스토크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의 대표적인 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스토크는 자신들만의 방법론으로 리그 내 거물들을 잡아냈고 다른 클럽처럼 누군가를 모방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스토크가 공을 점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스토크는 자신들 나름의 방식대로 경기를 컨트롤하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해낸다. 스토크는 공의 점유를 원하지 않으나 그 속에서도 승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게 점유율은 공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공을 내주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크루이프는 이를 싫어하겠지만 이해해야한다.



첫번째, 그러나 실패한 혁명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현대 축구 흐름에서 스토크는 찰스 리프가 좋아할만한 몇 안되는 클럽이다. 30년간 노트와 펜을 가지고 축구 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리프는 점유율이 보통 3번의 패스 이하로 끝난다는 것을 주장했다. 리프는 55년간 팀이 공을 상대에게 뺏기고 다시 뺏어오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 결과 점유율은 근거없는 믿음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공점유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 상당히 우수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스토크처럼 공을 가진 순간에 골을 뽑아내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리프에게는 애석하게도 스토크같이 축구하는 팀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샘 앨러다이스의 영향을 받은 팀들이 남아있으나 이제 대다수 사람들은 롱볼 게임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경향의 플레이가 무시당하는 가장 간단한 이유는 리프가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선 챕터에서 이미 검토했듯이 공을 소유하는 것은 상대에게 패배하지 않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타당한 전략이다. 공을 소유하면 우리가 득점할 기회가 올라가고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퓰리스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거다. 다만 그의 방식은 대다수 감독들과 다른 방식인 극과 극의 대응인 것이다. 스토크도 공의 소유권을 유지한다. 다만 그것이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 뿐이다.


리프의 연구로 돌아가자. 리프는 축구 경기를 승리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내고자 했다 : 그의 생각은 아주 단순 명료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극대화시키면 더 많은 승리를 기록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을 시행하기 위해서 각 클럽은 효율적인 경기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효율적'이란 말은 적은 점유율, 적은 패스, 적은 슈팅, 적은 터치를 바탕으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골이 나오기 위해서는 9번의 슈팅이 필요하고 3번 이상의 패스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골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절반 가량의 득점이 상대의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공의 소유권을 다시 되찾아 만들어낸 골이라는 거다.


리프는 자신의 조사 결과에 따라 그렇게 주장하는게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우리 역시도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런 방식의 해석을 내놓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리프의 입장에서는 팀들이 비효율적인 패스 연결로 기회를 낭비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상대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뺏어내고 오는 득점 기회를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답답했을거고.


리프가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러했다 : 3회 이상 패스가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패스가 3번 이하 연결로 종료되는 경우는 전체의 91.5%나 되었다. 따라서 공격 진영에서 부차적으로 패스가 이뤄지면 이뤄질수록 골을 넣을 확률은 떨어지는 것이고, 전체 득점의 30%가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뺏어내며 만들어낸 득점이란 것을 상기시켜보면 숏패스 게임보다 롱볼 게임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리프의 연구는 50년대와 60년대의 연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후 웨일즈 대학의 교수 마이크 휴즈,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 이안 프랭크가 다시 조사를 했다. 이번에는 데이터로 1990년, 1994년 월드컵 경기를 선정했고 리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패스는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률이 떨어졌다. 일단 두 사람은 리프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 동의했지만 곧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리프가 주장처럼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소한의 점유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마무리에 의지하는 축구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2009년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픈 플레이 득점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오직 8%의 득점만이 페널티킥이다. 즉 오픈 플레이 득점 빈도가 페널티킥보다 8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득점의 가능성만 따지면 오픈 플레이는 성공률이 12%에 불과하다. 반면에 페널티킥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77%나 된다. 


대다수 득점이 나오는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강점을 가지는 팀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인 페널티킥을 잘 만들어내는 팀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감독이 선택할 사항이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득점 유형의 빈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득점 유형의 확률을 선택할 것인가. 페널티는 발생 빈도라는 관점에서 아주 드문 케이스다. 그러나 페널티만큼 확실한 기회는 없다. 반면에 오픈 플레이는 흔하지만 득점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 리프는 통계량의 특성 차이를 간과했고 특성의 차이를 고려한 순간부터 롱볼 게임은 쇠퇴했고 점유율 축구의 성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리프와 마찬가지로 휴즈와 프랭크는 더 많은 선수가 패스 흐름에 연관될수록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패스 연결 횟수와 득점의 가능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패스 연결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득점을 뽑아낼 가능성이 올라간다. 오랫동안 패스 연결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클럽은 더 높은 득점 확률을 기록하게 된다. 패스가 6회 이상 지속되면 득점의 확률 역시 올라간다. 


득점을 기록하기 위해선 슈팅을 시도해야한다. 한편, 휴즈와 프랭크는 패스 연결 횟수가 짧을수록 슈팅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4회 이하의 패스 연결 후 시도한 슈팅은 5회 이상의 패스를 기록한 후의 슈팅보다 정확성이 높았다. 득점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리프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더 적게 패스하면 9번의 슈팅으로 1골이 나오는데 패스 연결 횟수를 늘리면 15번의 슈팅마다 1골이 나오는 낭비적인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석해볼 수 있다. 더 많은 패스를 연결지을수록 상대팀 수비가 진영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꼴이다. 수비가 위치를 잘못잡을 확률을 오히려 공격하는 팀이 줄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적은 패스를 시도하면서 만들어낸 높은 슈팅 정확성이 반드시 더 많은 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리프의 숫자는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료를 심도있게 분석하지 못했다. 휴즈와 프랭크의 분석에 따르면, 패스 연결 횟수가 길어질수록 유효 슈팅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득점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회와 효율성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패스 연결을 더 오래할수록 공격팀에게 슈팅의 기회가 더 많이 나오는데 슈팅 당 득점력은 떨어진다. 우리는 이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공을 점유하는 기술이 성공적인 팀과 실패한 팀을 가르는 요소임을 발견했다. 앞서 평균적으로 9번의 슈팅을 통해 1골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일 뿐이지 성공적인 팀은 실패한 팀보다 3배 이상의 슈팅을 시도한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할수록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게 되고 상대에게 공을 넘겨주지 않아야 더 많은 슈팅을 기록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기술이 뛰어나거나 점유율 게임을 펼쳐야하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에 또 적용시켜보자. 우리는 각 클럽의 숏패스 대비 롱패스 횟수를 측정했고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가 그래프 오른쪽에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롱패스의 기준을 35야드 이상의 거리를 기록한 것이라 판단했고 그에 따라 자료를 정리했다. 숏패스 게임을 펼치는 팀일수록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프를 통해서 스토크는 아스날보다 슈팅의 효율성이 높았고 강등팀인 블랙풀은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슈팅면에서 효율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토크와 블랙풀,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이점은 후자가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롱볼을 구사하는 팀은 더 적은 득점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더 적은 득점을 기록하게 된다. 그 결과 강등권 탈출을 놓고 전쟁을 펼치게 된다. 반면에 점유에 높은 가치를 두는 팀은 테이블 정반대쪽에 위치한다. 처음으로 분석을 통한 롱볼 게임을 펼친 샘 앨러다이스, 토니 퓰리스 정도만 선방했다. 두 감독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의 능력치를 최대화시켜 클럽의 야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스토크와 볼턴에게는 롱볼이 올바른 방법론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 허나 두 팀이 롱볼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다음 시즌에도 프리미어 리그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프는 대단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자고 주장한 리프의 역설과 철학은 이제 경기에서 사라져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물론 여전히 아주 정통성 있는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존재는 한다. 하지만 축구계 전체를 놓고보면 패턴은 아주 분명하다. 21세기 들어서 점유율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11/2012시즌 프리미어 리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StatDNA의 사라 루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리프는 패스의 연결 횟수가 올라갈수록 그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루드는 끝내 다시 패스의 연결 확률이 올라감을 발견해냈다. 기술의 발전, 훈련의 과학화, 피치 상태의 개선 등이 패스 축구가 과거에 비해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패스가 7번 이상 오가는 것은 이제 2번 오가는 것만큼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리프의 연구 성과를 과거의 유물로만 생각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리프가 옳다고 생각한 플레이는 아름다운 플레이가 아니며 끝내 그는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지만 데이터를 통해 경기를 바라보려는 그의 접근법 자체는 굉장히 현대적인 시도였다. 리프는 최초로 축구 경기의 핵심 사항을 데이터를 통해 꿰뚫어보려던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데이터의 활용에 개방적인 시대도 아니었고 모든 대회, 모든 경기에 대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절 역시 아니었다. 축구는 무질서한 경기처럼 보였으나 결국에는 관리가능한 요소들의 종합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점유율 게임이 널리 퍼졌고 공을 지켜낼수록 더 많은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슈팅이 더 많은 골이 나오게 만들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수록 실점의 빈도 역시 줄어든다.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패하는 횟수는 줄이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팀이 다 이렇게 플레이해야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승리를 위한 완벽한 방정식은 없다. 롱볼로 좋은 성적을 냈던 왓포드, 윔블던에게 숏패스 게임이 옳은 것이다라는 주장이 먹힐까? 지금도 롱볼로 충분히 기대치를 달성하고 있는 스토크에게도 유효할까? 2004년 유로 대회를 우승한 그리스에게 공격 축구가 더 많은 승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해서 그 말이 받아들여질까?


과거 리버풀의 감독이었던 밥 페이즐리가 "중요한 것은 숏패스냐 롱패스냐가 아니다. 그게 올바른 패스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말했던 것처럼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팀에게는 롱볼이 맞는 옷이고 모두가 점유율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리프의 주장처럼 움직이는 팀이 롱볼 축구를 다른 이들에게 설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것에서 어긋날 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리프는 수치를 잘못 해석했다. 그가 손수 발견해낸 수치들은 분석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숫자를 통해서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리는 사항들이 실제로 맞고 틀림을 증명해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리프는 오로지 득점을 기록하는데 어떻게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만 몰두했다.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다. 초기에 축구가 오로지 공격에만 몰두했었는데 리프도 마찬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롱볼 게임이 총체적인 승리 전략으로 이목을 끌지 못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더 뛰어난 상대팀은 롱볼 축구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롱볼 게임 플랜은 어떻게 수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리프는 어떻게 수비를 펼쳐야할지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전술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효율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은 2012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게 패배했고 같은해 바르셀로나 역시 첼시에게 준결승에서 패배했다. 바이언과 바르샤 모두 점유율을 낭비했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리프는 효율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 축구에서 불운을 막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이 딱 1가지 뿐이라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축구에서는 팀의 운명을 컨트롤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어쩌면 적은 기회를 잘 살리는 효율적인 경기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리프의 유산이 완전히 잊혀져 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리프는 자신보다 더 앞선 시대의 혁명가들처럼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서 굉장히 독단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리프는 처음으로 축구 경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승리하려는 시도를 펼친 인물이다. 현재 데이터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리프 없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클럽들은 리프처럼 어떤 요소가 자신들을 승리로 이끄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모두가 스토크 시티처럼 경기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바르셀로나가 될 수도 없는 법이다. 모든 팀은 데이터를 통해 제공되는 사실들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맞는 승리 공식을 만들어낸다. 리프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올바른 승리 방식을 찾아내는 것, 우리는 결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프의 시대에 비교해서 우리는 더 발전된 데이터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료의 수집과 활용 능력 면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지적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출처 :  The Numbers Game <Why Everything You Know About Soccer Is W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