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면서 7년만에 2번째 트레블을 달성해냈다. 


바르셀로나의 선발 라인업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선택한 라인업에는 깜짝 카드가 없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출전 여부가 다소 의심스러웠으나 선발 출전할 컨디션은 유지되었고 주장 완장까지 달고서 경기에 나섰다. 나름의 변수는 골키퍼였는데 컵 대회에서는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아닌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을 활용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유벤투스의 선발 라인업


반면에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에게는 불운한 소식이 있었다. 결승전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죠르지오 키엘리니가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안드레아 바르잘리가 대신 센터백으로 투입되었다. 키엘리니를 대신해 바르잘리가 투입되면서 보누치가 2명의 센터백 위치 중에서도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물론 경기 시작부터 백3 시스템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았으나 키엘리니의 부상으로 경기 도중 백3 시스템으로 전환할 가능성 역시 상당히 줄어들은 채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기 요약


바르셀로나가 경기 내내 우세했고 특히 전반전 초반부터 경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오히려 추가골은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유벤투스의 압박


경기를 앞두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전술적 키포인트는 과연 유벤투스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였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엉덩이를 뒤로 뺀 상태로 경기를 펼칠 것인가? 경기가 시작된 그 순간에는 먼저 이야기한 강력한 전방 압박이 유벤투스가 꺼내든 카드였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유벤투스의 포워드는 바르샤의 센터백을 강하게 압박했고 아르투로 비달은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압박했다. 마치 바르셀로나처럼 유벤투스가 상대를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유벤투스의 거센 압박 때문인지 바르셀로나는 전방으로 공을 보내는데 어려워하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물론 최근 몇년 사이 빅매치에서 바르셀로나가 경기 시작부터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말이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같은 팀이 킥오프 순간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초조한 상태로 공을 돌리게 유도했고 이번 유벤투스의 경우는 백4 구성원 중에서는 가장 패스 능력이 떨어지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압박해 2차례의 실수를 이끌어냈다. 유벤투스가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낸 기회에서 카를로스 테베즈가 득점을 만들어냈다면 이보다 반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유벤투스의 압박에 대응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4분만에 멋진 패스 연결을 통해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의 경기 흐름을 끊어버렸다. 특히 첫번째 득점은 루이스 수아레즈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모두 합작해낸 골이라는 점에서 팀이 만들어낸 최고 수준의 득점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특히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르셀로나가 후방에서부터 슬슬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전진했고 리오넬 메시의 횡패스부터 공격 템포를 빠르게 올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반 라키티치의 첫번째 득점 상황은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라키티치가 골을 적게 넣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가 동시에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 침투한 것이 드물었다는 말이다. 2014-2015시즌의 바르셀로나는 공격적인 부분에선 전방에 위치한 3명의 선수의 기량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관점에서 바르셀로나의 첫번째 득점은 펩 과르디올라 스타일의 플레이가 만들어낸 득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호르디 알바를 활용한 방향 전환







첫번째 득점 상황에서 메시가 반대편 측면으로 단번에 연결시켜주는 것이 상당히 큰 효과를 보았고 사실 이러한 방식의 공격 전개는 경기 시작 후 30분간 굉장히 두드러진 바르셀로나의 공격 방식이었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더가 폭을 좁히고 컴팩트하게 모여있었기 때문에 알바는 피치 위에서 가장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던 선수였다. 메시와 알베스는 알바를 향해 단번에 넘어가는 패스를 자주 시도했고 특히 패스의 길이가 평소보다 더 길었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패스는 경기 시작 후 30분까지만 나왔다.


사실 오른쪽에 위치한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수비수 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네이마르를 향해 공을 길게 넣어주는 것은 2014-2015시즌 후반기부터 자주 볼 수 있던 장면이다. 수아레즈가 경기 초반 비교적 조용했지만 바르셀로나는 계속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유벤투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슈테판 리히슈타이너의 팔에 공이 맞았으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던 장면도 있었고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낸 기회에서 네이마르가 근소한 차이로 공을 터치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컴팩트한 두 팀


두 팀 모두 전반 내내 간격을 조밀하게 유지했고 전반 5분까지 강한 압박을 펼쳤던 테베즈와 알바로 모라타는 수비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까지 내려와서 마스체라노와 헤라르드 피케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두 선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막는 것에 집중했다. 마찬가지로 중원에서 3 v 4명이라는 열세에 놓이는 바르셀로나도 수아레즈를 다소 수비적으로 활용하면서 유벤투스의 플레이메이커인 안드레아 피를로가 쉽게 공을 뿌리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피를로의 부진은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도 특별한 기회를 더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달의 흥분


유벤투스의 전반 퍼포먼스에서 가장 기이했던 점은 비달의 경기력이었다. 비달은 소위 '되는 날'에는 축구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선수다. 공이 있는 상황에서도 없는 상황에서도 탁월한 공수 능력과 기술력을 맘껏 뽐내지만 이 경기에서 비달은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고 경기를 컨트롤 하는데 실패했다. 겁없이 달려들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비달이 무자비할 정도로 부스케츠를 압박하면서 칠레의 승리를 만들어냈고 아마 이번 경기에서 그 때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반칙과 태클 실패였다. 비달이 압박을 들어가지만 결국 공은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에게 연결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런 소득 없이 비달은 힘만 빼버리고 말았고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경고를 받은 선수였으며 퇴장을 당하지 않은 것도 다소 운이 따랐다고 표현할 수 있다. 유벤투스가 0:1의 스코어로 고전하던 것을 아주 잘 집약해주는 것이 이 날 비달의 퍼포먼스였다.






미드필드 조직이 깨져버린 유벤투스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진영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태껏 유벤투스의 다이아몬드 미드필드 배치는 수비 상황에서 一자 라인을 잘 형성했지만 이 경기에서만큼은 누가 누구를 막아야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라키티치와 이니에스타 2명이 동시에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첫번째 득점 장면도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비달이 수아레즈를 마크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비달이 다이아몬드 배치에서도 가장 윗쪽에 있고 유벤투스의 후방에는 분명 추가적인 인원이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아한 장면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v 유벤투스의 왼쪽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오히려 핵심 매치업은 반대편에서 일어났다.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파트리스 에브라는 메시를 따라가지 않고 레프트백 위치를 고수했고 대신 보누치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 메시와 수아레즈를 마크하러 피치 높은 곳까지 전진했다. 보통 유벤투스가 백3 시스템을 활용하는 순간에 보누치는 스위퍼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평소 키엘리니가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니 알베스 역시 평소와 다르게 터치 라인을 타고 움직이는 횟수가 적었다. 반대편 측면에 위치한 알바와 비교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경기 도중에 오히려 피치 중앙에서 피를로를 압박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알베스가 라이트백 자리를 비우고 피치 중앙에 가까이서 플레이한 것은 포그바로부터 시작되는 역습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결과 포그바는 전반전에 영향력이 미비했고 대신 알베스가 중앙에 가까이 뛰면서 에브라가 전진할 공간이 넉넉하게 되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강한 압박을 보여준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하프-타임에 다시 똘똘 뭉쳤고 다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녔던 비달 역시도 평온해졌고 유벤투스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도 똑뿌러지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벤투스는 득점과 함께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경기 지배력을 회복하면서 동점골을 넣은게 아니라는 점이 신기하기는 하다. 또한 유벤투스의 득점 장면은 이전까지는 자주 보기 어려운 방식의 공격 전개였다는 점에서도 독특했다. 네이마르는 리히슈타이너의 전진을 막을 생각이 별달리 없어보였고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된 수비 소홀은 모라타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네이마르의 수비 소홀 역시 유벤투스가 우세한 경기력을 가져간 시기를 잘 요약해주는 장면이었다. 유벤투스는 동점골 이후 약 10분 정도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는데 이 때 동시에 바르셀로나는 컴팩트한 라인을 유지하지 못했고 공격수들도 수비 가담이 떨어진 상태였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수들은 즉각적으로 유벤투스 수비진을 위협하기 위한 생각에만 몰두했고 그 결과 바르셀로나는 뒷쪽이 헐거워졌다. 바르셀로나의 수비 라인은 아래로 내려갔지만 공격수들은 그만큼 따라 내려와주질 않았고 유벤투스가 피치 중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수아레즈 역시 피를로 마크에 손을 놓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약 60분경 나왔던 테베즈의 박스 바깥쪽에서의 슈팅 역시도 수아레즈가 피를로 대신 유벤투스의 센터백 가까이 위치하면서 만들어진 공격이었다. 오히려 부스케츠가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 대신 피를로 방어를 위해 더 앞쪽까지 나가있었고 리히슈타이너의 패스가 비달에게 연결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평소 부스케츠가 이 상황을 처리해줬기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테베즈의 슈팅은 사실상 경기에 무의미한 영향이었지만 바르셀로나가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컴팩트한 대형 유지도 안 되었고 미드필드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역습


이 경기에서 굉장히 주목해야할 점은 유벤투스가 우세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골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역습 상황에서 특히 위협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챠비를 중심으로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가 역습 상황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해 공격을 펼치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후반전에 이런 방식이 확실히 효과적이긴 했다. 







사실 49분에 수아레즈의 니어포스트를 향한 슈팅을 부폰이 막아내는 장면이 유벤투스에게 있어선 일종의 경고였다. 두번째 득점 역시 굉장히 비슷한 흐름이었고 수아레즈의 이전 슈팅 장면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많은 선수가 공격에 나간 상황에서 내준 공격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이전과 다르게 빠르게 공격을 진행할 능력이 있고 빠른 속도로 피를로와 백4 라인 앞에 도달했다. 메시의 슈팅을 부폰이 막아냈지만 바운드된 공은 수아레즈의 사정권 내로 들어갔고 결국 스코어는 2:1이 되었다.


유벤투스는 너무나도 담대한 포지셔닝 때문에 일종의 벌을 받은 것이다. 아마도 예상치 못한 경기력 우세로 인해 들뜬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우세한 상황에서도 라인을 내리고 보수적인 경기를 운영할만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할 것이다. 유벤투스는 자신들이 우세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전반전에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 한 번 생각했어야만 했다. 



교체


전술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교체는 거의 없었다. 지친 이니에스타를 대신한 챠비의 투입, 비달을 대신한 로베르토 페레이라, 모라타를 대신한 페르난도 요렌테는 그 자리에 맞는 선수 교체였다. 추가 시간에서야 포지션이 바뀌는 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제레미 마티유의 투입은 센터백 수를 늘리는 결과를, 킹슬리 코망의 투입은 에브라의 부상으로 인해 나온 결과였다.


3번째 교체 선수였던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네이마르의 세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역습이었다. 유벤투스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던진채 전방까지 올라갔었고 네이마르의 결승골과 동시에 경기는 끝이 났다.



결론


좋은 결승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양 팀 모두 찬스가 많았던 오픈 게임이었고 두 팀 모두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시기가 있었다. 물론 골은 자신들이 최고로 잘하던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골이 터진 시점이 경기를 혼란 속으로 빠뜨렸고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되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두 팀 모두 우리가 예상하던 방식으로 플레이를 했고 유벤투스가 경기 초반에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으로 우릴 놀라게 했으나 결국에는 내려앉았다. 바르셀로나 역시 공을 중앙에서 많이 소유했지만 실질적인 위협 상황은 역습에서 나왔다. 바르셀로나가 역습을 장착한 것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이다.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기록한 득점은 바르셀로나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사무엘 에토가 오른쪽에서 짤라 들어와 득점을 기록한 장면, 메시가 중앙에서 헤더 득점을 기록하는 장면 모두 두 선수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한 방 먹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1년 결승은 3명의 공격수가 3골, 3명의 미드필더가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당시의 팀이 얼마나 응집력이 있었는가를 보여줬다. 이번 결승전은 라키티치,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골을 넣었고 세명의 선수 모두 근래 2년 내에 영입된 선수들이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력과 득점이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6/09/barcelona-3-1-juventus-barca-pounce-to-end-spells-of-juve-pres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