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타야에서 용감한 전술적 선택을 보여준 발렌시아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연승행진을 22경기에서 마감시켰다.


발렌시아의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윈터 브레이크(winter break)이전에 있었던 에이바르전(1:0 승리)에서 처음으로 꺼내들었던 3-5-2 시스템을 다시 선택했다. 그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롭게 영입된 엔조 페레즈가 바로 경기에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페레즈는 기존 하비 푸에고가 뛰었던 곳에 위치했으며 오른쪽에는 소피앙 페굴리를 대신하여 안토니오 바라간이 선택되었다. 왼쪽 윙백으로는 파블로 피아티가 선발로 출전했지만 전반전조차도 다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호세 가야로 교체되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예상할 수 있는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발렌시아 진영에서의 3 vs 3 상황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볼 전술적 포인트는 발렌시아가 3명의 공격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3명의 수비수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이건 3명의 수비수가 단순히 3명의 상대팀 공격수를 상대하는게 아니다.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이적료를 기록한 2명의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을 상대하는 것이며 득점 능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팀을 상대로 3명의 수비수를 기용하게되면 사실상 윙백까지 수비에 가담시켜 5명의 수비수를 두는 것과 유사한 흐름을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이 날 발렌시아의 윙백들은 베일과 호날두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 날 행운이 따랐는지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막강한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이는 시코드란 무스타피, 니콜라스 오타멘디, 루카스 오르반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3명의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대인 방어하는 역할을 부여받았고 특히 오르반은 가레스 베일을 아주 타이트하게 방어했다. 베일을 밀치기도 하고 몸싸움 과정에서 과격한 태클을 시도하면서 베일에게 위협을 가한 오르반이지만 전반적으로 오르반은 베일을 확실하게 무력화시켰다. 베일은 후반전 중반에 완벽한 기회를 맞이했는데 그것조차 발렌시아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뜻하지않은 프리킥 실수로 레알 마드리드가 역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제외하고는 베일은 별달리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래 : 베일을 타이트하게 방어해낸 루카스 오르반)






중앙에서는 오타멘디가 벤제마를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 벤제마를 대인 방어한 오타멘디는 벤제마가 발렌시아 박스 근처에서 터치라인 근처까지 이동하더라도 그를 따라갔다. 그러나 벤제마가 자신의 진영으로 깊숙히 내려갈 경우, 자신의 임무를 페레즈에게 넘겼고 스위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말로는 이러한 전술적 선택이 발렌시아의 수비 안정성을 배가시켰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타멘디가 방어할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2번의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레알의 빌드업은 벤제마가 후방에 있을 때 더욱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대체적으로 베일과 호날두보다 벤제마가 더 후방에 위치하게 되었다.


가장 힘든 임무를 부여받은 선수는 무스타피지만 무스타피도 멋진 활약을 펼쳤고 덕분에 이 경기에서 호날두가 특별한 기여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물론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팀을 앞서나가게 만들었고 1:2 상황에서부터 슈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긴 했지만 경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레알의 공격진이 이토록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개개인에 대한 타이트한 대인 방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며 레알은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꽁꽁 묶여있었기 때문에 미드필드 지역에서 전방으로 공을 빠르게 연결시키지 못했다.



피지컬 싸움


이 경기는 포메이션 싸움보다 격렬한 태클과 파울이 넘쳐났던 피지컬 게임인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발렌시아가 피치에서 1:1 싸움을 선택한 것이 반칙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경기 시작 후 30분간 너무나 많은 파울을 범해 상대에게 프리킥 찬스를 허용했다. 그 결과 프리킥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는 호날두의 선제골로 연결되었다. 너무 많은 선수들이 경고를 받으면서 이 경기가 과연 발렌시아 선수가 11명으로 유지된 상태로 끝날 수 있을지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진행되었다. 60분까지 총 6명의 선수가 경고를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발렌시아는 퇴장은 면한 채 경기를 마쳤다. (아래 : 수없이 많은 파울을 저지른 발렌시아)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전문적인 홀딩 미드필더, 신체적 강점을 가진 선수, 박스-투-박스(box-to-box) 미드필더 없이 경기를 펼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발렌시아의 전략은 레알 마드리드를 당황하게 만들기 딱 좋은 선택이었다. 4-3-3 시스템의 중앙 미드필더 3명을 10번 역할의 선수로만 구성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신체적 접촉에서 분명한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경기가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를 지휘할 수 있는 파괴자가 없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재 안첼로티 감독이 시도하는 전략은 거의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 중앙에 큰 구멍이 하나 있는데 22경기를 연속해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발렌시아처럼 신체 접촉을 강하게 걸어오는 팀에게 고전했던 것은 사실이고 레알 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고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대인 방어가 아니라 완벽한 형태 유지에 신경쓰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3년 전, 메스타야에서 3:2 승리를 거두었을 당시의 경기력과 현재의 경기력을 비교하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볼만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3번째 득점은 용맹함의 결정체였고 이는 조세 무리뉴가 지휘하는 팀의 특성이기도 하다. 50:50 확률 경합에서 6번 승리를 거두었고 이 날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은 머리를 쓰는 창조적인 역습보다는 체력을 바탕으로한 역습이었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가 당시의 상황에서 그럴 수 있는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안드레 고메스의 역할


그러나 이 경기를 단순히 (공을 점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지컬 싸움, 수비적인 퍼포먼스에만 초점을 맞춘다는건 멋진 경기를 펼친 발렌시아 선수들에게 실례가되는 일이다. 이들은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도 멋진 능력을 보여줬다. 전방에 위치한 파코 알카세르와 알바로 네그레도는 공 점유에 특별히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공이 없는 상황에서 두 선수의 운동량 기여는 상당했다. 미드필드진과의 간격을 조밀하게 유지할 수 있게 움직였고 토니 크로스를 방해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안드레 고메스이다. 가장 전진배치된 미드필더였던 고메스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압박을 걸었고 공을 뺏어내서 영리하게 공을 가지고 질주해 크로스를 제치고 레알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로 들어갔다. 고메스의 적극적인 공격적 움직임 덕분에 발렌시아의 다른 미드필더들은 위험한 곳으로 계속해서 전진 패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고메스는 박스 바깥쪽에서 득점이 될 뻔한 기회들을 만들어냈고 레알은 계속해서 고메스가 위협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게 공간을 내주었다. 이 경기가 크로스가 중원을 지배하지 못한 첫번째 경기가 아닐까 싶다. (아래 : 수비적 기여도 훌륭했고 위협적인 슈팅까지 시도한 안드레 고메스)






발렌시아의 윙백


발렌시아 공격에 있어서 2명의 윙백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하다. 윙백들은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 90분 내내 자유롭게 경기를 펼쳤다. 굉장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바라간은 공격을 펼쳤고 공을 점유한 상황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피아티와 가야는 기술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위협했다.


역습 상황에 대기하고 있는 호날두와 베일은 일반적으로 피치 전방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윙백들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레알 마드리드가 특별히 역습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좀처럼 나질 않았다. 상대의 스트라이커가 2명이기 때문에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 역시 2명의 센터백만 남겨두고 전진을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에는 백4 라인 앞에서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가 없었던 것도 레알 마드리드의 풀백들이 전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풀백은 공격하러 전진하지 않고 윙포워드는 수비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 진영에는 40야드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발렌시아의 풀백들은 그 사이 공간에서 공을 점유하고 빠른 발을 이용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발렌시아의 동점골은 이러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요약해준 골이었다. 왼쪽에서 자유로운 상태인 가야는 반대편에 위치한 바라간을 확인했다. 두 명의 윙백 모두 상대의 마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였고 두 명의 윙백이 중요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발렌시아의 에스피리누 산투 감독이 0:1로 이끌려가는 상황에서 하프-타임에 전술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는 발렌시아가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고 당황하지 않았던 것이다. 후반전에도 같은 전략으로 결국에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레알의 문제점


레알이 특별하게 경기를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번뜩이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분명 안첼로티 감독은 발렌시아 후방 지역에서 3 vs 3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호날두와 베일은 언제든지 상대의 마크를 제쳐내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니까 말이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대인 방어는 굉장히 탄탄했다.


이 경기에서의 레알의 문제점이라면 움직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방에 위치한 3명의 공격수들은 좀처럼 서로의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만약 세명의 선수가 포지션을 교대했다면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위치를 잡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의 공격수들은 전혀 그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발렌시아의 수비수들은 상대를 대인 방어하기가 쉬워졌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나 이스코의 공격 가담도 적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올바른 교체를 시행했다. 헤세가 베일 대신 투입되었는데 베일은 오르반의 지속적인 근접 마크에 질색한 모습이었다. 또한 카림 벤제마를 대신하여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투입했고 에르난데스의 빠른 발이 높은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오타멘디를 상대로 통하길 바란 것일거다. 


가장 흥미로운 교체 투입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빼고 사미 케디라를 투입하는 결정이었다. 추가적인 공격 카드를 투입하지 않고 지고있는 상황에서 플레이메이커를 빼면서 전투적이고 피지컬 싸움을 할 수 있는 활발한 미드필더를 투입시켰다. 지고있는 상황에 좀처럼 하기힘든 결정인데 그만큼 레알 마드리드가 피치 중앙에서 고전했는지를 알려주는 교체이기도 하다. 케디라는 단 20분간 경기를 소화했음에도 풀타임을 소화한 토니 크로스보다 더 많이 상대로부터 공을 뺏어냈다. (아래 : 발렌시아로부터 공을 좀처럼 뺏어내지 못한 토니 크로스)






레알 마드리드는 결국 만회를 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조차도 크로스 공격 혹은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이스코에게도 헤더 찬스가 있었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두 차례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코너킥으로 결승골을 집어넣은 팀은 발렌시아였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는 발렌시아의 수비 퍼포먼스를 결코 빼놓을 수 없는데 수비수 오타멘디가 골을 기록하면서 홈팀에 승리를 안겼다.



결론


발렌시아는 팀 자체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경기를 펼쳤지만, 수많은 개개인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오르반과 무스타피는 베일과 호날두를 무력화시켰다. 추가 인원 없이 3 vs 3 상황에서 발렌시아 선수들이 레알의 화려한 공격진을 막아낸 것은 아주 인상적이다. 새롭게 영입된 엔조 페레즈는 자신에게 부여된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벌써 완전히 숙지한 것으로 보이고 멋진 데뷔전을 치러냈다. 윙백들은 굉장히 공격적이었고 고메스는 공이 있는 상황이건 공이 없는 상황이건 가릴 것 없이 아주 멋진 활약을 펼쳤다.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3-5-2 시스템은 우리 팀이 2명의 스트라이커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상당한 공격적 이점을 준다." 라고 말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다른 클럽들은 발렌시아의 포메이션 자체보다 이들의 (윙백의 수비 가담을 억제하고 피지컬 싸움을 시도하는) 경기 접근 방식에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발렌시아의 전략은 굉장히 잘 먹혀들었다. 그렇지만 이 전술은 상당히 위험한 전술임에 틀림없다. 발렌시아 선수들보다 기량이 미달인 선수들이 과연 호날두와 베일을 1:1로 막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물음을 한 번 던져볼 필요가 있다. 크로스는 후방 미드필더 역할에 상당히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탑클래스 팀을 상대할 때에는 사미 케디라가 옆에 있어주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중원에 3명의 '10번 역할'을 배치하는 것은 다수의 라 리가 클럽에게 통할지라도 상위권 클럽에게는 아닐 수 있다.




출처 : http://www.zonalmarking.net/2015/01/07/valencia-2-1-real-madrid-valencia-risk-3-v-3-at-the-back-and-push-the-wing-backs-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