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안토니오 콩테는 스탬포드 브릿지에 자신의 색깔을 심고 있으며 첼시는 전임 감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 팀에 오래 머무르면서 자신의 왕조를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조세 무리뉴도 첼시에서 첫번째 지휘봉을 잡았을 때, 아주 뚜렷하면서 지속되는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양측 모두 서로를 놓아줄 생각이 없던 것 같다. 2012/2013시즌 말미 무리뉴는 첼시 스쿼드를 "나의 선수들"이라 표현했고 어느 정도까지는 실제로 그러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같이 여러 감독이 첼시 지휘봉을 잡았지만 어느 누구도 무리뉴가 그려놓은 청사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구단주 첫 10년 속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무리뉴가 선호하지 않는 선수를 구매해 무리뉴와 관계를 틀어놓고선 무리뉴가 떠난 이후, 계속해서 무리뉴의 방식을 따랐다는 것이다. 첼시가 2012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를 꺾은 것은 전술적인 관점에서 무리뉴 방식과 아주 흡사했다.


라파 베니테즈는 무리뉴 1기 창단 멤버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무리뉴가 다시 돌아왔다. 무리뉴의 복귀는 마치 히스클리프가 다시 폭풍의 언덕으로 돌아온 것과 흡사했다. 우승이란 영예로운 사건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참담한 결과가 뒤따랐다.


무리뉴 2기의 영향력은 1기 때처럼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무리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2번째 시도가 실패한다면, 3번째 시도에 대한 열의를 억누를 것이다. 무리뉴의 영향력이 이전만큼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안토니오 콩테의 첫번째 임무는 첼시를 새로운 길로 이끄는 것이고 선수단, 임원진, 팬들 모두가 현재 콩테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전임자 무리뉴를 항상 그리워하지 않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콩테에게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콩테의 끝없는 에너지와 내재된 카리스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첼시란 팀에는 무리뉴가 보유했던 프랭크 램파드, 페트르 체흐, 미하엘 발락, 디디에 드록바 같이 무리뉴에 대한 큰 애착을 보이는 선수들이 없다. 심지어 존 테리와 무리뉴의 관계는 지난해 12월 무리뉴가 첼시를 떠날 때 식은 것처럼 보인다. 현재 콩테가 데리고 있는 스쿼드에서 무리뉴와 사적인 연락을 정기적으로 주고받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리뉴는 첼시의 선수 영입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무리뉴가 불만을 토로했던) 첼시의 스쿼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콩테가 물려받은 선수들은 4-3-3 혹은 4-2-3-1 형태로 뛰는 것에 적합한 선수이며 또한 라인을 뒤로 내린 것에 더 익숙하다. 빌라스-보아스를 선두로하여 첼시에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하려는 시도는 테리 때문에 흔들렸다. 2011년 10월 아스날에게 홈 5-3 패배를 기록했을 때, 존 테리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발이 느린 수비수가 피치 높은 구역에서 경기를 펼칠 때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테리는 여전히 첼시에 남아있고 여전히 첼시 선수들 중 가장 타고난 수비수다. 방어적인 성향이 강한 수비수가 희귀해져가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존 테리는 35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비적인 관점에서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선수들 중 하나다. 콩테는 시에나, 유벤투스, 이탈리아에서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해왔고 이는 테리에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첼시가 테리에게 1년 재계약을 제시한 것은 상당히 흥미롭기까지 하다.


콩테는 물려받은 4-2-3-1 시스템을 바탕으로 타협점을 찾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콩테가 웨스트 햄과의 개막전에 출전시킨 선발 라인업은 지난 시즌 1라운드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에서 무리뉴가 내보낸 선발 라인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 1명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콩테는 스완지와 무승부, 아스날&리버풀에게 패배, 난장판이었던 리그컵 레스터전 4-2 승리 이후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는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테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콩테는 백3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빅터 모지스와 마르코스 알론소를 윙백으로 기용했다. 존 테리는 2006년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에게 2-0으로 패배한 당시 백3 시스템에서 뛰는 것이 싫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현재 첼시의 시스템에 테리의 자리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첼시가 백3 시스템을 사용한 이후 헐 시티와 레스터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 전부지만, 경기력이 향상된 것은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는 백3 시스템은 임시방편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콩테는 (백3 시스템을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선수단으로 백3 시스템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인다.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이러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콩테가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구단에 콩테 자신만의 특징을 불어넣는 것이 아주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짐작건대 콩테의 비전에 맞춘 선수 영입이 뒤따를 것이다.


과거 첼시를 이끌었던 전임자 조세 무리뉴를 상대로 콩테가 승리한다면, 자신의 권위를 확고히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또한 콩테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그 승리를 만들어낸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oct/20/antonio-conte-jose-mourinho-chelsea-manchester-uni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