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벵거가 아스날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은 아스날을 백3 시스템을 쓰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현재 백3가 유행을 타고 있으며, 이제 벵거의 팀도 윙백을 사용하고 있다.




1996년 9월 아스날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의 UEFA컵 2차전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독일 원정을 떠났다. 아스날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아르센 벵거는 경기를 관전할 뿐 주말에 있을 선덜랜드와의 경기부터 정식적으로 지도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프-타임 스코어는 1-1로 아스날은 합계 스코어 3-4로 지고 있었다. 당시 임시감독을 수행하고 있었던 팻 라이스의 말에 따르면, 벵거는 하프타임에 관중석에서 내려와 '1~2가지 조언'을 했다.


아스날은 이 경기를 3명의 중앙 수비수를 기용하며 시작했다. 윙백 포지션에 마틴 키언, 나이젤 윈터번이 있었으니 이것을 백5라 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라이스는 "벵거는 백4로 시스템을 바꾸고 측면 공격을 활발히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물론 그의 조언을 시행에 옮겼습니다." 라고 말했다. 후반전 시작 후 단 4분만에 폴 머슨이 2-1로 앞서나가는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아스날은 상대의 역습에 2골을 내주면서 3-2 스코어로 패배했다.


벵거는 2-0 스코어로 승리한 선덜랜드와의 토요일 경기 프로그램 노트(programme notes)에 백3 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그는 다른 유럽 대륙 구단들이 백4를 선택하는 상황에 점점 더 많은 잉글랜드 구단들이 스위퍼와 윙백을 사용하는 유럽 대륙의 '구식'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표현했다.


이것은 벵거가 아스날 감독으로 처음 던진 주요 논쟁거리였다. 토니 아담스는 백3 시스템을 편하게 느꼈는데 신임 감독이 쓸데없이 시스템에 참견한다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일단 벵거는 한 발 물러나 계속해서 3명의 중앙 수비수를 기용하며 시즌을 소화했다. 하지만 1997/1998시즌 개막부터 그는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아스날에 백4를 주입시켰다. 그리고 1997/1998시즌 아스날은 더블을 달성했다. 그 때부터 약 2주 전 아스날이 미들즈브러에게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벵거는 줄곧 백4를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벵거는 20년 후에 급진적인 변화를 감행한 것일까? 백3 시스템을 선택한 것은 벵거의 필사적인 노력을 일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당한 패배는 너무나도 좋지 못했고 아스날은 확실히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했다. 또한 이변화는 벵거가 3-4-2-1 시스템이 유행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상대의 역습을 어렵게 만들고자하는 현대적인 전술적 풍조를 벵거가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브랜단 로저스가 시도했던 이 시스템은 이제 큰 전술적 기반이 되었다.






이 시스템의 핵심적 사항은 백3 그 자체보다는 2명의 창조자(two creators) 활용에 있으며 2명의 창조자는 인사이드-포워드 포지션에 효율적으로 위치하게 된다. 2명의 선수는 상대 입장에서 굉장히 불확실성이 높은 자리에 배치된다. 이들을 홀딩 미드필더가 막아야할지, 풀백이 막아야할지, 센터백이 막아야할지 혼란스러워진다. 그 결과 전통적인 10번 혼자서 경기를 풀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 크리스마스 트리(4-3-2-1) 전략을 사용했던 이들이 깨달은 사항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시스템의 문제는 측면 활용이 떨어진다는 것이었고 공격적인 풀백이 있을 때나 어느 정도 선에서 만회가 가능했다. 풀백을 위로 올리는 것은 그들을 윙백처럼 사용하는 것이며 미드필더 한명을 수비 라인으로 내려 공간을 커버하게 되었다. 그 미드필더는 결국 3번째 센터백이 되었고 이로써 측면 활용뿐만 아니라 5명이 형성하는 수비적인 블록(2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3명의 중앙 수비수)까지 잡는 결과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3-4-2-1 포메이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는 올시즌 첼시를 막기위해 8명의 감독이 3-4-2-1 시스템을 사용했다는건 유익한 사실이다. 첼시와 똑같이 3-4-2-1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윙백끼리 서로 상대하고 홀딩 미드필더 2명은 상대의 인사이드-포워드를 막는다. 1명의 센터백이 상대팀 최전방 공격수에 대응하고 남은 2명의 센터백이 미드필드 진영과 수비를 오가며 공수 양면에 걸쳐서 활약한다. 


어떠한 시스템이 자신의 완전한 거울상을 만나게 되면 점차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된다. 새로운 시스템을 막는 것은 그것을 철저하게 똑같이 시행하는 것 그것보다 보다 더 잘하는 것이다.


벵거가 선덜랜드와의 경기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당시의 3-4-1-2 시스템은 빠르게 퍼져나간 백4 시스템, 하이프레싱(high press), 형태의 변화보다는 경기 스타일의 변화에 의해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날 백3 시스템은 이미 압박 속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포메이션도 결국에는 상대의 인사이드-포워드를 잡기위해 3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한 시스템 혹은 토니 퓰리스와 조세 무리뉴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사용했던 작전 (백4와 윙백간의 간격을 좁힌 형태) 에 패배할 것이다. 아니면 누군가가 윙백의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공격법을 고안하여 윙백의 전진한 포지션이 장점보다는 취약점이 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벵거는 3-4-2-1 포메이션이 상대가 다루기 가장 까다로운 포메이션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과 동일한 포메이션으로 싸울 듯한 벵거의 위험은 같은 포메이션의 충돌이 단지 아스날의 부족함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 뿐이다. 각 지점에서 맞대결이 펼쳐질 경우, 토트넘은 현재 아스날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고, 공격적인 팀으로 보인다. 지난 일요일의 맨체스터 시티처럼 토트넘은 너그럽게 경기하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 유행 속으로 뛰어든 벵거지만, 그것을 망설였다는 것이 벵거에게는 훨씬 큰 위험이 아닐까 한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7/apr/28/arsene-wenger-arsenal-back-three#im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