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on Kuper


잔루지이 부폰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2006년 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승부차기였을 것이다.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부폰은 결코 자신있어 보이지 않았다. 


부폰은 상대팀 키커의 승부차기 패턴을 미리 준비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며 직감에 의존하는 선수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유벤투스 동료인 다비드 트레제게가 있었다. 다른 선수는 몰라도 트레제게와 부폰은 서로의 습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벤 리틀턴(Ben Lyttleton)이 집필한 페널티킥에 관련된 저서 <Twleve Yard>에는 유벤투스 훈련장에서 트레제게와 부폰이 트레이닝 세션 이후 페널티 연습을 종종했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트레제게는 자신의 레퍼토리를 알고있는 골키퍼를 만났고 결국 막기 어려운 곳  -왼쪽 코너 상단- 으로 공을 차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트레제게의 공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축구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트레제게의 공은 결국 크로스바를 맞췄고 부폰에게는 행운이 따랐다. 결국 부폰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위대한 타이틀을 따냈다.


6월 3일, 웨일즈의 카디프에서 39세 부폰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출전한다. 결승전은 종종 승부차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만약 이번 경기에서도 승부차기에 돌입한다면, 부폰에게는 직감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차기는 과학적이라는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승부차기 과학의 시대를 연 경기는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였다. 당시 첼시의 감독이었던 아브람 그란트는 스페인의 유명한 경제학자 팔라시오스 푸에르타(Palacios Huerta)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팔라시오스 푸에르타는 수천번의 페널티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인물이다. 세계 최고의 페널티 키커, 세계에서 페널티를 최고로 잘 막는 골키퍼를 데려다 놓더라도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푸에르타는 자신의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누구보다 좋은 추측을 해낸다. 그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에드윈 반 데 사르에 대해서 내릴 수 있던 아주 중요한 결론이 있었다 : 승부차기에서 반 데 사르는 주로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한다.


첼시는 푸에르타의 조언을 그대로 사용했다. 첼시의 6번 키커까지 모두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아주 간단한 전략이지만 이 전략은 통하고 있었다. 반 데 사르는 거의 반대 방향으로 뛰고 있엇고 (호날두의 슈팅을 막은 체흐와 달리) 반 데 사르는 1번의 선방도 해내지 못했다. 만약 존 테리가 미끄러지지 않았더라면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었을지도 모른다. 테리 역시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공을 찼고 반 데 사르는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넘어졌지만 테리의 킥은 골문을 외면했다. 


7번째 키커는 니클라스 아넬카. 유나이티드 벤치에 있는 알렉스 퍼거슨 경은 점차 자신이 내세운 골키퍼의 판단에 실망하고 있었다. "나는 에드윈이 왼쪽으로 다이빙하길 원했는데 에드윈은 계속 오른쪽으로 넘어지더라." 이후 퍼거슨의 모스크바에서의 결승전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아넬카가 킥을 준비하는 순간 키가 큰 반 데 사르는 양손을 뻗었다. 아마 그 순간은 아넬카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 순간이었을 것이다. 반 데 사르가 검지로 왼쪽을 가리킨 것이다. 마치 아넬카에게 "너 여기로 찰꺼지? 내가 다 알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아넬카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졌다. 아넬카는 이전 키커들과 마찬가지로 반 데 사르의 왼쪽을 향해 차려 했는데 (키커 기준 오른쪽) 반 데 사르가 그 의중을 읽은 것이다. 이제 아넬카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 그는 반 데 사르의 왼쪽으로 공을 차려했던 그 결심을 접었다. 대신 반 데 사르의 오른쪽으로 공을 찼다. 거기까지는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날아가는 공의 높이가 문제였다. 푸에르타가 첼시에게 조언할 때 절대로 차지 말아야할 높이, 반 데 사르가 가장 잘 막는 높이로 공이 날아간 것이다. 예상대로 반 데 사르는 아넬카의 킥을 막았다. 이 장면을 TV로 시청하고 있던 푸에르타는 굉장히 실망했다. 아넬카는 2가지 관점에서 푸에르타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첼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했다.


이제 승부차기 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루틴(routine)이 되었다. 2012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둔 첼시는 푸에르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이미 첼시 스스로가 방대한 양의 페널티킥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트르 체흐는 지난 5년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페널티킥 영상이 담긴 DVD를 2시간 가량 학습했고 첼시 구단의 데이터팀은 체흐에게 바이언 선수들의 킥 정보를 체흐에게 제공했다. 그날 밤, 체흐는 바이언의 6번의 페널티킥 방향을 모두 읽었다. (1번은 경기 중, 5번은 승부차기) 결국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는 첼시의 것이 되었다.


지난해 밀라노에서 개최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도 승부차기 끝에 승부가 갈렸다. 아틀레티코는 동전 던지기에서 승리했는데 매우 치명적이고, 절대 하지 말아야할 실수를 저질렀다. 아틀레티코가 나중에 차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푸에르타의 연구에 따르면, 먼저차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60%다. 나중에 차는 팀은 골을 넣어야만 스코어를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동전 던지기에서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것을 잘 모른다. 중계진은 동전 던지기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동전 던지기에서 이겨놓고서 나중에 차는 선택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 캡틴이 또 한명 있다. 그가 바로 잔루이지 부폰이다. 유로 2008에서 부폰은 동전 던지기에서 이겼는데 스페인의 선축을 선택했다. 스페인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를 이겼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체 왜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선축을 넘긴 것일까? 아틀레티코가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PSV를 이겼을 때, 나중에 찼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푸에르타는 2015/2016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종료 이후 나에게 이메일로 "최고 수준 레벨에서 (동전 던지기를 이기고도 선축을 선택하지 않는)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놀랍다." 라고 말했다.


푸에르타는 11,000회의 페널티킥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부차기에서 선축이 매우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아틀레티코는 나중에 차고 PSV를 이긴 단 1번의 사건을 너무 과신해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며칠 후, 네덜란드의 분석가인 피테르 츠바르트(Pieter Zwart)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주 흥미로운 비디오를 올렸다. 그 비디오의 제목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얀 오블락의 다이빙 방향을 알았던 것인가?" 이다.


그 비디오는 얀 오블락이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상대 키커가 슈팅을 시도하기 바로 전, 오블락은 자신이 다이빙하기로 마음먹은 방향으로 스텝을 밟는다. 그 스텝으로 오블락은 자신이 마음먹은 방향으로 빠르게 다이빙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상대팀 선수가 그걸 읽는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오블락의 그 습관을 알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5번의 슈팅 중 4번이 모두 빠르지 않은 공이었고 선수들은 오블락이 스텝을 밟는걸 기다린 후 반대 방향으로 공을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데이터 분석이 승리한 것이다. 축구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유벤투스는 부폰이 상대의 킥을 분석하고 나오길 바라야할 것이다. 유로2012에서 잉글랜드전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이후 부폰은 스스로 잉글랜드 선수들의 페널티킥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도 부폰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토요일 결승전을 위해 부폰은 더 많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www.espnfc.com/uefa-champions-league/2/blog/post/3136513/penalty-shootouts-in-champions-league-and-other-cups-and-tournaments-decided-by-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