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arlie Eccleshare


풀백이 가장 하찮은 포지션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안루카 비알리는 풀백은 윙어가 될만한 기술력이 없는 선수, 센터백이 될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한 선수가 하는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이미 캐러거 역시 "개리 네빌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풀백은 이제 더 이상 겉도는 인물이 아니라 피치 위 핵심이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이 풀백 영입에만 £210m을 투자한 것을 고려한다면, 풀백은 전세계가 탐내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활발한 공격수


아르센 벵거는 1996년 아스날에 부임한 이후 선수들이 닭고기와 감자튀김으로 구성된 식단을 섭취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었다. 


벵거는 구단의 믿음직한 수비수이나 극히 제한된 역할만 수행하고 있던 나이젤 윈터번(Nigel Winterburn)과 리 딕슨(Lee Dixon)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벵거는 두 선수에게 90분 내내 측면을 타고 움직이길 요구했다. 벵거의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선 짧은 거리를 빠르게 주파할 수 있는 스피드와 엄청난 스태미나가 필요했다.


"조지 그라함(George Graham) 이 감독일 때, 공격 상황에 충분히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꾸중을 듣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벵거가 부임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벵거는 우리에게 앞으로 전진할 자유를 줬고 빠른 속도로 앞쪽, 측면 넓은 공간을 향해 전진하라고 요구했다. 예전에는 딕슨이 전진했을 때, 내가 후방에 남아있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둘은 공격 상황에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갔다." 윈터번이 말했다.


벵거가 변화를 시도하자, 다른 사람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과거 아스날의 스카우터이며 토트넘과 리버풀에서 풋볼 디렉터(director of fooball) 직책을 담당했던 다미앙 코몰리(Damien Comolli)는 과거에는 풀백이 6:4 혹은 7:3 비율로 수비에 더 높은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로 공격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격을 지원하는 풀백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대지만, "요즘 풀백들은 상대를 몇번 막아내는 것보다 크로스를 몇번 올리는지로 평가받는다." 라고 주장하는 캐러거의 발언처럼 여전히 수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풀백은 물리적 힘과 수많은 거리를 전력 질주로 뛰어다닐 활동량을 요구받는 포지션이다." 라고 코몰리가 평가했고 그는 애슐리 콜(Ashley Cole)이 풀백으로 아주 적절한 예시가 될 것이라 말했다.


"풀백에게 상당한 수준의 공격 가담을 요구하며 풀백에게 측면을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에게 공을 뺏겨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그들이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수비를 해주길 바란다. 풀백 1명에게 2가지 포지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1개만 잘하면 되는 시대였다. 다른 포지션보다 풀백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더 많다. 특히 공을 뺏긴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본래 위치로 돌아오기 위해선 30~40야드를 전속력으로 후퇴해야 한다. 고로 풀백이 전력 질주로 누비는 뛴 거리 역시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코몰리가 말했다.


딕슨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풀백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측면 플레이어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풀백이라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나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움직임이 당연스럽게 요구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풀백이 커버해야하는 범위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전력 질주를 하는 횟수도 늘어났기에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기 위해선 뛰어난 활동력이 필요해졌다. 지난 3시즌 사이 상위 4개 구단 풀백의 스프린트 횟수는 12% 증가했고(49.52회→55.3회) 경기당 뛴 거리는 0.4km 상승했다. (9.53km→9.93km)


기술력 요구


이제는 덩치만 가지고 풀백을 보는 시대가 아니다. 공을 다루는 능력은 아주 값진 능력이 되었다. 소위 "빅-6" 라 불리는 구단이 본래 윙어인 선수를 풀백 혹은 윙백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애슐리 영,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제임스 밀너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라.


"이제는 풀백이 숏패스 게임에 참가하거나, 파이널 서드(the final third) 지역까지 드리블하는 모습, 조화 플레이에 참여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지 크로스 올리는 것만 기대했다면, 이제는 동료 선수와 원투를 주고 움직이거나 좁은 공간에서도 스루패스를 넣을 줄 아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코몰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토트넘에 있을 때, 우리는 2006년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우리 팀의 풀백은 폴 스톨테리(Paul Stalteri)와 이영표였다. 두 선수는 지금 스퍼스에서 뛰고 있는 풀백들과는 다른 선수고 감독 역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두 선수에게 주문했다." 


풀백에게 추가적인 것들을 요구하면서 점차 풀백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난 풀백을 찾고 있다. 이제 풀백은 피치 높은 곳에서 공을 받고 있으며, 과거보다 공을 더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과거 사우스햄턴의 스카우터인 필 스프레드베리(Phil Spreadbury)가 말했다. 필은 루크 쇼가 8살일 때, 쇼를 스카웃한 인물이다.


이제 풀백은 드리블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10년 사이 풀백의 경기당 평균 드리블 횟수는 0.59회에서 0.87회로 상승했다. 또한 상대팀 진영에서 패스를 하는 비율 역시 과거에 비해서 상승했다. 지난시즌 탑4 구단의 풀백(윙백)이 상대진영에서 시도하는 패스 횟수가 2006/2007시즌 대비 약 10% 증가했다. (54.58%→64.87%)

 

전술적 유연성

 

이 시대의 감독들 중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아마 풀백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본 감독일 것이다.


과르디올라 팀의 풀백은 팀의 예비 윙어나 다름없이 경기를 펼친다. 거기에 과르디올라는 풀백이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하여 중앙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해주길 요구한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필립 람과 다비드 알라바를 그렇게 활용했다. 과르디올라의 풀백 활용은 상대 측면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과르디올라의 팀이 A라 하고 상대팀을 B라 하자. A의 풀백을 따라 B의 윙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B의 풀백은 A의 윙어를 1:1로 상대해야 한다. 여기서 B의 윙어는 딜레마에 빠진다. A의 윙어를 막기 위해 측면에 그대로 붙어있으면, 중앙 포지션에서 A의 풀백이 무방비 상태로 플레이를 펼친다.


올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펩은 비슷한 전략을 활용한다. 첼시를 상대로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으로 경기를 소화한 파비앙 델프, 카일 워커의 히트맵, 볼터치 기록을 보라. 두 선수는 피치 중앙에서 공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풀백의 위치와 측면 미드필더 위치에서도 공을 잡았다. (워커의 볼터치 맵 / 델프의 히트맵)

 

 

 


결국 풀백은 지금 1경기에서 각기 다른 3가지 포지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스프레드베리는 과르디올라의 아이디어가 잉글랜드 내로 퍼지고 있으며, 결국 풀백의 역할은 점점 더 유동적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아카데미팀 경기에서 풀백들이 전진하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스퍼스에서 선보이는 것처럼 높은 위치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백4는 백4가 할 일, 미드필더는 미드필더가 할 일, 스트라이커는 스트라이커가 할 일을 해내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팀 전체가 하나의 유닛이 되어야 한다."

 

시장가치


각 구단이 풀백 영입을 위해 투자하는 자금을 살펴보면, 지금 풀백이 어느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비싼 풀백 11명 중 5명의 선수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탄생했다. 첼시가 윙백 전략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제 여러 구단이 뒤늦게나마 풀백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벤자민 망디, 다닐루, 워커 영입에만 £130m을 투자했고, 스퍼스는 세르주 오리에 영입에 £23m, 첼시는 다비데 자파코스타 영입에 £23m을 투자했다. 

 

 

 


"풀백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정말 많기 때문에 탑-클래스 풀백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라이트백 자원이 부족하다. 자파코스타 딜은 유럽 전체를 놀라게 만들었다. 오리에는 매우 좋은 선수지만, 피치 밖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스퍼스는 (좋은 풀백을 영입하기 위해) 기꺼이 막대한 금전적 도박을 감행했다. 만약 라이트백 자리에 선택지가 많았다면, 스퍼스는 오리에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첼시 역시 자파코스타 영입에 그 정도로 많은 돈을 투자하진 않았을 것이다." 코몰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뛰어난 라이트백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그들은 결국 위험을 감수하는 영입을 해야만 했다."


풀백은 이제 화려한 포지션이 되었다. 따라서 "개리 네빌처럼 되고 싶은 선수는 없다." 란 말이 앞으로는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어린 아이들이 넥스트 망디 혹은 넥스트 워커가 되길 바랄 지도 모른다.



출처 : http://www.telegraph.co.uk/football/2017/10/13/full-backs-became-footballs-important-pla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