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nathan Wilson
루이 반 할 감독은 굉장히 자기 주장이 강한 감독이며 특히 자신의 관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하다. 이토록 개성이 강한 감독이 프리미어 리그에 왔다. 다른 누구보다 명석한 두뇌를 갖췄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로 올 수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할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축구의 늪에 빠져버린 팀을 맡았는데 반 할 감독은 올해 들어서 타깃맨을 활용한 잉글랜드식 축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반 할 감독은 펠라이니를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AZ 알크마르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10년간 반 할 감독이 보여준 감독으로서의 가장 커다란 매력은 전술적인 부분에서 발전하려는 의지를 기꺼이 보였다는 것이다. 새로운 포메이션을 흡수했고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루이 반 할이 누구인가?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축구를 수정해 아약스와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전술을 펼쳐보였던 감독 아닌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는 4-2-3-1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실패했지만 그 이후로 반 할 감독은 임기응변이라는 점에서 발전했고 역습 시스템을 통해서 다시 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반 할 감독은 다시 자신만만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반 할 감독은 후안 마타를 '가짜 오른쪽 윙어(false right-winger)'라고 표현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창조자를 측면으로 빼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시행되었던 전술적 움직임이다. 특별히 새롭지 않다. 후안 마타의 기용보다 더욱 혁신적인 선수 기용은 바로 마루앙 펠라이니를 딥-라잉 타깃맨(deep-lying target man)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알크마르 시절 이후로 반 할 감독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주전술을 바꾸고 있다. 반 할 감독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쌓으면서 실용주의에 눈을 뜨게 된 것인지 클래식한 네덜란드식 모형에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인지, 우리는 정확히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클래식한 네덜란드식 스타일이 반 할 감독의 주된 축구 철학이 아니었다면 그가 아약스와 바르셀로나를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나이티드 부임한 이래로 반 할 감독은 지속적으로 현재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분석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전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속적인 포메이션 변화는 시즌 초기에 선수들이 시스템에 녹아들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지만 토트넘, 리버풀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여준 모습이 다음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추구할 방향이라면, 팀에 대해서 걱정할 사람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언에서도 반 할 감독은 시즌 초기에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유벤투스 원정 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두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유나이티드에서는 변화의 기폭제가 된 경기가 바이언보다 늦게 찾아온 것 같다. 토트넘전 승리는 현재까지 바이언의 유벤투스전 승리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림판에 계속해서 점을 찍어왔는데 토트넘전에 찍은 점은 지금까지 무슨 그림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 이제서야 하나의 제대로 된 그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안필드에서 보여준 후반전 경기력은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 할 감독의 철학이 완벽히 주입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전반전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유나이티드의 팀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백4 라인 앞에서의 마이클 캐릭의 경기 조율과 패스 템포에 감탄하고 있으며 안데르 에레라는 모든 선수들을 짜임새있게 만들어주는 플레이로 시선을 끌고 있지만 우리는 폭탄머리를 하고있는 선수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활개를 펼치는 것에서 결코 눈을 뗄 수가 없다. 우리는 펠라이니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난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데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는 플레이 덕분에 펠라이니는 더욱 위협적인 선수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유나이티드의 전술은 결코 새롭거나 혁신적인 포메이션이 아니다. 전형적인 4-3-3 시스템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포워드가 중앙으로 이동하여 오른쪽 풀백이 오버래핑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중원의 삼각형 형태는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 어찌보면 다른 팀도 구사할 수 있는 평범한 전술이다 : 캐릭은 후방에 남아서 두 명의 센터백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에레라는 캐릭의 오른쪽에서 전진하며 마타, 발렌시아와 연계 플레이를 펼친다. 왼쪽에 위치한 펠라이니는 에레라보다 더 높이 전진하는데 사실상 팀의 세컨 스트라이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다. 지금 펠라이니의 역할은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 에버턴에서 펠라이니에게 부여했던 그 역할과 굉장히 유사하다.
한 때는 유나이티드가 펠라이니에 의존해 과도하게 롱볼 축구를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펠라이니를 향한 롱볼이 펠라이니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필드에서 펠라이니를 직접적으로 마크했던 엠레 찬은 (올 시즌 중앙 수비수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경기 시작부터 펠라이니를 상대로 고전했다.
whoscored.com 의 기록에 따르면, 펠라이니는 90분당 평균적으로 9번의 공중볼 경합을 시도해 5.5회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90분 기준으로 펠라이니보다 더 좋은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에슐리 반스(번리), 그라차노 펠레(소튼), 피터 크라우치(스토크), 크리스티안 벤테케(빌라) 뿐이다.
공격수를 제외하고 미드필더들의 기록만 살펴봤을 때, 펠라이니와 가장 차이가 적은 선수는 팰리스의 밀레 예디낙이다. 예디낙은 90분당 4.7회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 중이다. 펠라이니와 달리 예디낙의 공중볼 경합은 주로 수비 상황에서 나오고 있다. 펠라이니는 다른 미드필더들과 비교해서 경기당 공중볼 경합 승리 횟수가 평균적으로 2배 많다.
공중에서 상대 선수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떨궈주는 것은 패스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 잉글랜드에서 1870년 중반 이후로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현재의 펠라이니를 뛰어난 선수로 만들어주는 것은 단순히 이런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의 펠라이니는 후방에서부터 달려들어와서 공중볼 경합을 따낸다는 것이 다르다. 타깃맨을 측면에 배치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경우는 지금까지 몇차례 있었다. 제라드 울리에 감독과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에밀 헤스키를 그렇게 활용했고 노르웨이의 에질 올센 감독은 요스테인 플로를 그렇게 활용했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가 이렇게 활용된 것은 처음이다.
지금의 펠라이니는 공을 등지고 받아 그걸 지켜내고 동료 선수들을 향해 공을 뿌려줄 일이 없다. 후방에서부터 달려와 공중볼 경합에 가세하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확실한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자면, 발렌시아가 대각선으로 길게 롱볼을 넘겨주면 펠라이니는 10~20야드를 달려와서 그 공을 머리에 맞춘다. 즉, 상대 수비수는 정지된 상태에서 점프하여 공중볼 경합을 펼치는데 펠라이니는 이미 전부터 속도를 내면서 달려오기 때문에 파워에서 경쟁하기 수월해진다.
드리블러에게 속력이 붙는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잘 알고 있다. 현재 펠라이니 활용법은 헤더에서도 드리블과 마찬가지로 달려들어오는 속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펠라이니를 방어하기 위해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가 배치될 수 있겠지만, 펠라이니의 체격 조건과 파워를 감당해낼 미드필더가 얼마나 있겠는가?
상대팀은 거대한 펠라이니를 막는걸 버거워하고 있고 펠라이니는 상대의 구멍을 찾아 들어가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축구를 구사해온 반 할 감독 특유의 색깔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스타일의 방식이지만 지금은 이것이 확실히 통하고 있다. (자신의 색깔과는 부합하지 않으나) 지금 당장은 효과적인 기존과 다른 새로운 대안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5/apr/09/louis-van-gaal-masterstroke-fellaini-deep-lying-targe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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