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tthew Syed

 

지난 9월 미래의 기술에 대한 행사에서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MS의 변신을 지휘했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아주 간결했다. "MS의 옛 성공이 혁신을 막았다. 우리만의 방식에 갇혀 있었다. MS는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이 되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새로운 배움과 성장을 멈춰버렸다."


"성공은 혁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란 말은 비즈니스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다른 분야, 축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르센 벵거가 잉글랜드에 도착했을 당시 그는 아주 혁신적인 인물이었다. 어린 선수에 아주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고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마른 사람이었다. 벵거는 스포츠 과학과 선수들의 체계적 영양 관리를 도입했고 그 외의 부분에서도 남들보다 앞장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벵거에게 성공이 따라왔다. 벵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는 남들보다 시대에 앞서있다."


MS와 비슷하게 아스날 역시 (아스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바로 그) 방식에 갇혔다는 것이 문제다. 심리학적으로 살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위대한 성과를 이뤄냈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일 것이다. 또한 당신은 비위에 맞춘 수많은 찬사와 비평을 받는 입장이 된다. 그런데 당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경쟁자들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다른 산업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이들이 당신의 성공을 구경하기 위해 줄지어 서있게 내버려두면 안되는 것이 아닐까?


MS의 천재적 신화에 홀딱 넘어가버린 경영진이 바로 MS의 문제였다. 그들은 MS 밖의 세상을 보지 않았다. MS의 하급 사원들은 생산 라인 개선을 요청했지만, 위에서는 생산 라인 개선을 혁신의 기회로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의 요구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고위 간부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완제품 상태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향후 발전에 아주 중요한 내부 토론 문화가 멈춘다. 고객들이 소비를 멈춘다면, 그것은 제품의 결함 때문이 아닌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은 절대 잘못이 없다는 믿음의 결과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벵거의 완고함, 벵거의 관점에 도전하지 못하는 스태프들의 무능력, 이적시장에서 벵거가 보여준 기대이하의 실적, 변하지 않는 벵거의 트레이닝 지도 방식. 이 모두가 앞서 언급한 이야기와 동일한 프리즘을 관통하여 보여지는 것 같다. 부임 초기 벵거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14년간 아스날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고 종종 우승에 도전조차 못하고 있다. 축구는 변화했으나 아스날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제서야 아스날은 벵거와의 작별을 준비하며 새로운 스태프를 고용하고 있으나 벵거가 존재하는 한, 그들의 투입이 유의미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어쩌면 조세 무리뉴의 커리어도 벵거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무리뉴 역시 초창기에 끊임없이 혁신하는 인물이었다. 무리뉴는 다운 증후군 아이들을 지도하는 체육 교사로 지도자의 길을 시작했다. 2015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무리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이들을 기술적인 부분에서 도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덕분에 성공했다. 아이들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했고 오로지 그 관계만으로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 손길, 공감 같은 것들 말이다."


무리뉴는 매니지먼트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 출신인 무리뉴의 아버지는 한 구단의 감독이었고 무리뉴는 아버지를 위해 스카우팅 리포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무리뉴는 오바렌스(Ovarense)에서 스카우터로 일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보비 롭슨과 루이 반 할의 지도를 받으며 그들의 지도 철학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세심한 부분에 집중하는 무리뉴의 능력은 아주 유명하다. 무리뉴가 포르투에 도착했을 때, 선수들은 무리뉴의 예지력을 경험했다. 단단한 수비 조직과 세심한 경기 준비로 무리뉴는 포르투를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리뉴는 뛰어난 감독이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무리뉴의 방식에 두드러진 진전이 없었음을 부정하는건 오직 무리뉴의 열렬한 추종자들 뿐이다. 어떤 이는 과거에 통했던 수비적 전술에 무리뉴가 판에 박힌 듯이 의존하는 성향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단기적인 성공을 가져오고 몇시즌 이후 자체적으로 파멸했던 과거와 비슷한 선수 영입 패턴과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동기부여 방식을 볼 수 있다. 항상 새로운 시야를 추구하는 펩 과르디올라처럼 기꺼이 자신을 해체하던 무리뉴가 이제는 변하지 않는 인물이 되었다.


무리뉴 추종자들은 패배의 원인을 (심판, 저널리스트, 볼보이, 금전적 지원 부족 등...) 외부에서 찾는 그의 성향을 두고 "선수들이 비난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함" 이라 오랫동안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이 안좋을 때, 무리뉴는 공개적으로 팀을 혹평한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은 이렇다. 무리뉴는 본인의 천재성에 넘어갔다. (그래서 패배의 요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다.) 만약 무리뉴가 지구 상에 존재했던 모든 감독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스페셜한 감독이라면, 그 때 패배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구단에서 하나의 왕조를 구축하며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대학농구의 위대한 감독인 존 우든(John Wooden)은 빠른 템포의 압박과 풀-코트 압박(full-court press)로 농구 경기를 혁신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모든 문제점, 모든 패배를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며 (패배를) 반겼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 전까지 당신은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다." NFL의 빈스 롬바르디(Vince Lombardi), 시카고 불스에서 6번의 NBA 챔피언십 우승과 LA 레이커스에서 5번의 우승을 이끈 필 잭슨(Phil Jackson)의 스토리도 똑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조크 스테인(Jock Stein) 역시 언급할 수 있다. 1967년 셀틱의 유러피언 컵 결승골 주인공인 스티비 차머스(Stevie Chalmers)는 조크 스테인이 끊임없이 혁신하는 감독이라 말했다. 스테인은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스코티시 리그 챔피언십에서 9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리스본에서는 셀틱에게 영광스런 승리를 안겼다. 그는 셀틱에서 훈련과 전술을 계속 혁신했고 사람들 다루는 면에서도 귀신이었다. 스테인이 스코틀랜드 감독일 당시 그의 수석코치였던 알렉스 퍼거슨 경은 스테인을 "one-man university" 라고 표현했다.


퍼거슨 역시도 스스로 발전하는 인물이었다. 마이클 모리츠와 공동 집필한 <리딩; Leading>에서 퍼거슨은 자신이 '현실에 안주하는 바이러스'와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모리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퍼거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홀로 투쟁했다. 우승을 차지한 이후, 퍼거슨의 최우선 과제는 본인의 지위 확대가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퍼거슨은 유나이티드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해서 혁신했다.


퍼거슨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자신의 생각을 감독에게 말하도록 권장했다. 이렇게 퍼거슨은 낡은 생각에 사로잡히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퍼거슨은 (스태프들과) 상대팀 라인업을 예측하는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모리츠는 퍼거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력한 지도자에게는 감히 도전할 수 없을거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지도자야말로 자신에 대한 도전에 가장 개방적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개방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다. 퍼거슨은 반란을 용인하지 않았으나 반대 의견은 언제나 환영했다."

 

계속 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하며 과거 성공적이었던 방법에 의문부호를 던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없다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혁신은 경쟁이 펼쳐지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나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는지, 스포츠쪽에서 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정체는 예정된다."

 


 

출처 : https://www.thetimes.co.uk/article/matthew-syed-arsene-wenger-and-jose-mourinho-stopped-adapting-and-started-stagnating-fb3w5vmxz?utm_source=Dir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