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am Rosenior


지난 20년간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는 누구인가? 틀림없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환상적인 올라운더 능력을 갖춘 스티븐 제라드, 뛰어난 득점력과 침투 타이밍을 자랑했던 프랭크 램파드, 기술적 기량이 뛰어난 폴 스콜스를 이야기할 것이다. 3명의 선수 모두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였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 3명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만한 또 다른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갖췄으며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와 영리한 플레이로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줄 안다. 그러나 오랫동안 저평가 받아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특히 국가대표팀 레벨에서는 그를 고려대상으로도 삼지 않았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마이클 캐릭이 은퇴를 한다. 캐릭은 골문 상단에 꽂히는 30야드 중거리 슈팅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선수가 아니다. 또한 득점이나 어시스트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달리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볼 때마다 경기를 아주 간단하게 풀어가는 캐릭의 모습에 감탄한다. 캐릭은 공을 정확하게 연결할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메세지를 담아서 공을 연결한다. 따라서 동료 선수들은 캐릭의 공을 받기위해 속도를 줄일 필요도 없고 (캐릭의 패스에는 메세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받는 선수는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수비진에서 연결된 패스를 받아 하프-턴(half-turn) 하는 상황에서 피치를 시야에 확보하여 공을 받기 이전부터 다음 패스를 어떻게 구상하는지에 대해 잉글랜드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 선수들에게 말할 때, 나는 이 분야에서 잉글랜드 선수들 중 캐릭만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 잉글랜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여럿 존재했던 황금 세대 때,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한 것일까. 램파드와 제라드가 왜 한팀에서 뛰지 못하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왜 잉글랜드는 두 선수 뒤에 캐릭을 기용하지 않았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캐릭은 두명의 슈퍼스타가 피치 높은 곳에서 보다 자유롭게 경기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캐릭이 뒤를 받쳐주었다면 제라드와 램파드는 골을 만드는데 자신의 능력을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라드와 램파드가 프리미어 리그 혹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던 시즌을 생각해보자. (두 선수가 첼시와 리버풀에서 맹활약할 때) 두 선수의 뒤에는 영리하고 규율잡힌 플레이를 펼치는 클로드 마켈레레 혹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제라드는 팀의 수비 밸런스를 맞추고 전방을 향해 매끄러운 경기 전개를 할 줄 아는 사비 알론소와 같이 뛰기도 했다.


지난 40년간 잉글랜드의 축구 문화와 전술적 철학은 다이렉트 플레이에 매료되어 있었고 골이 많이 터지는 빠른 템포 경기와 미드필드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태클에 열광했다. 이러한 문화는 캐릭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였고 그는 대표팀에서 외면받았다. 하지만 이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게 손해였다. 다행스럽게도 세계적인 축구 흐름, 외국 감독의 유입으로 인한 진보로 인해 잉글랜드의 철학은 근래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코치 방법론에 대한 변화 역시 잉글랜드 대회의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잉글랜드의 축구관이 발전하면서) 캐릭의 기술적 능력에 대한 찬사는 점점 많아졌다. 특히 여러 칭찬들 중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찬사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2011년 웸블리에서 바르셀로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상급 축구 강의를 펼쳤음에도 과르디올라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뤄낸 바르셀로나 팀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중 유일하게 마이클 캐릭을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스스로 직접 창조해낸 그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에게, 과르디올라의 칭찬만큼 가치있는 칭찬은 없을 것이다.


캐릭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국내외 여러 수많은 트로피를 차지했고 그 때마다 주요 선수로 활약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이뤄낸 잉글랜드 대표팀 출전 횟수는 단 34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캐릭이 스페인이나 독일 선수였다면 훨씬 더 많은 A매치 경력을 쌓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잉글랜드와 다른 방식으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를 평가하고 가치를 매기기 때문이다.


캐릭과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지진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환상적인 축구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지 않고 놀라운 새로운 단계(코치)에 접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조세 무리뉴는 올시즌 이후 캐릭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칭 스태프로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치 캐릭이 선수 때만큼 자신의 축구 지능과 기술적 이해도를 선보인다면, 그가 뛰어난 젊은 선수를 배출해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상위 구단의 코치가 되거나 감독이 되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캐릭이 상위 구단을 지도하는 날이 온다면, 그 때 우리는 그가 현역시절에 받았어야 마땅한 충분한 찬사를 선수 마이클 캐릭이 아닌 코치/매니저 마이클 캐릭을 향해 보낼지도 모른다.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2018/jan/25/michael-carrick-liam-rose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