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은 2016년 4월 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by Jonathan Wilson


게겐 프레싱은 단순히 상대를 쫓아다니는 것을 발전시킨 형태로, 잉글랜드가 진작에 밟았어야할 전술적 진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잉글랜드는 잉글랜드만의 특징에 대해서 신념을 잃지 않고 클롭이 보여주는 것들을 잘 배워야 한다. 


5일 간격으로 펼친 2경기에서 리버풀은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vs 토트넘 vs BVB) 두 경기 모두 수준 높은 경기였으며 동시에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기였다. 위르겐 클롭 아래서 리버풀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할만한 여러 증거들이 있는데 클롭은 리버풀의 축구를 재밌게 변화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잉글랜드 축구, 잉글리쉬 스타일의 축구가 뛰어나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클롭이 안필드에 도착했을 무렵, 사람들은 클롭의 게겐 프레싱(gegenpressing)에 대해 흥미로운 논쟁을 펼쳤는데 클롭이 성공하지 못할거라 콧방귀를 뀌는 냉소가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게겐프레싱의 본질적인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게겐 프레싱이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 공을 뺏으려 노력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차이를 보이지만 꼭 다르다고만은 할 수 없다.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잉글랜드 클럽들은 공을 소유한 선수를 쫓아가 압박을 해야한다는 의식을 보였고 그렇게 '에너지와 끈질김'은 잉글랜드식 게임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압박이란 개념은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에 잉글랜드, 네덜란드와 소련에서 탄생했다. 당시 유럽의 축구는 2가지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북쪽은 백4와 압박으로 대변되었고 남부는 리베로를 두면서 내려앉는 형국이었다. 많은 혁신이 그래왔듯이 발전에는 적합한 타이밍이라는게 있다. 백4 시스템은 1958년 월드컵 이후에 영양 공급의 발달과 스포츠 과학의 발전과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런 환경 속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잉글랜드 클럽의 성공은 압박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상대보다 더 열심히,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로 대표되는 잉글랜드만의 뚜렷한 특징은 다른 유럽 클럽들이 두려워하는 특징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헤이젤 참사 징계로 인해 잉글랜드 클럽들은 엘리트 클럽들과 맞대결을 펼치지 못하게 되었고 잉글랜드는 뒤쳐지기 시작했고 열등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유럽 무대는 잉글랜드 클럽에게는 (자국에서 경험하지 못할) 이색적인 무대이자 세련된 대결의 장소였고 그들은 잉글랜드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유럽에서의 모든 패배는 비슷한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94년 바르셀로나에게 0:4로 패배했을 때, 우리는 유럽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잉글랜드가 패배한다는게 잉글랜드가 트렌드에서 뒤쳐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요한 크루이프의 팀에게 완패당한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동시에 국가대표팀 레벨에서도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의 긍정적인 면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유로 1992에서는 형편없는 모습이었고 1994년 월드컵은 본선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잉글랜드가 롱볼 축구를 선호하는 것이 결국에 잉글랜드 축구에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더 편하게 공을 다루고 패스할 수 있도록 가르칠 지도자 육성이 잉글랜드에게 필요한 해결책이라 의견이 모였다. 여전히 그럴 지도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부끄러인 일로 여겨지지만, 진정한 문제는 잉글랜드가 '발전'에만 사로잡혀 정작 본인들이 잘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1994년 네덜란드가 잉글랜드의 월드컵 진출을 좌절시켰고 1995년 루이 반 할의 위대한 아약스가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자 네덜란드식은 잉글랜드의 롤모델이 되었다.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2000년에 유로에서 우승하자 클레르퐁텐을 따라하자는 것은 또 유행이 되었다. 그 이후 스페인이 급격하게 부상했고 3개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덜란드식과 카탈란식이 합쳐진 라 마시아 모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또 독일이 나아갈 방향이라 말하고 있다.


물론 잉글랜드 축구는 다른 축구문화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현재 잉글랜드의 위상은 90년대 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의 잉글랜드는 문제를 선수 구매로 해결하려는 기본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고 기존의 자원을 잘 살려보겠다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결국 무엇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의 해결책은 외부에 있다는 결론만 내리게 된다.


클롭은 잉글랜드가 무엇을 잘했었는지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줬다. 클롭의 게겐 프레싱은 잉글랜드의 특징을 발전시킨 형태고 잉글랜드 클럽들은 그런 기질로 과거 유럽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잉글랜드는 자신들이 잘하던 것에 대한 신념을 잃지말고 장점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토트넘과 리버풀전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경기는 80년대 축구의 더 빠르고 더 깔끔한 버전이었다. 다소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펩 과르디올라식 기교있는 축구, 각자 자기 턴에서 공격을 시행하는 농구 스타일의 리듬에 대해 싫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사이 리버풀이 보여준 압박 축구는 빠른 템포의 축구, 치열하게 치고받는 축구에서도 상당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걸 우리에게 상기시켜줬다.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보내는 것으로 상대의 압박을 우회할 수 있다면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리버풀이 그 2경기에서 이기진 못했지만, 리버풀 팬들에게는 충분히 고무적인 경기력이었다. 비록 이 경기가 2명의 독일 감독과 1명의 아르헨티나 감독이 펼친 대결이었으나 이 경기는 잉글랜드가 잘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경기였다. 그래서 잉글랜드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출처 : http://www.theguardian.com/football/blog/2016/apr/08/jurgen-klopp-liverpool-english-football-gegenpres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