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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05 숫자의 게임 : 게릴라 축구,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지피지기백전불태 :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100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 손자병법



프리미어 리그 구단 중 위건 애슬레틱은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하는 팀이다. 또한 프리미어 리그에서 위건만큼 역사가 부족하거나 관중 수가 적은 팀도 없다. 2005년 역사상 최초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이뤄낸 이후로 사람들은 매시즌 위건의 강등을 예상했다. 매년 "이제는 위건이 강등될 때가 되었다!" 라고 말했지만 위건은 매번 살아남았다. 위건은 끊임없이 그들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세력과 맞서 싸워왔고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했다. 다윗이 골리앗이 득실거리는 땅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저서 <왜 잉글랜드는 항상 실패하는가> 를 집필한 축구 저널리스트 사이먼 쿠퍼와 경제학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축구 구단의 성공에 있어서 '돈'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주장한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잉글랜드 구단의 최종 순위의 92%를 주급 지출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주급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팀이 항상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반대로 가난한 구단은 결국 밑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위건에게 상당히 유감스러운 이론일 것이다. 딜로이트에서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위건은 매출, 임금 지출액, 관중수 부분에서 빅클럽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건은 계속해서 강등을 면하고 있고 이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위건은 축구 경제학이 주장하는 이론을 부정하고 있으며 또한 하부 리그로 그들을 잡아당기는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위건의 잔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구단주 데이브 웰란(Dave Whelan)을 빼놓을 수 없다. 위건의 평균 관중수는 17,000명에 불과하다. DW 스타디움을 채우는 관중 수는 네덜란드의 비테세, 독일 2부리그 수준이다. 표가 매진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평균 관중 수는 프리미어 리그 평균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관중 수 부족은 구단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관중 수 부족은)TV 중계나 상업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2010/2011시즌 위건은 총 £50.5m의 상업 수익을 기록했다.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프리미어 리그 구단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오로지 웰란 구단주의 애정과 투자가 위건의 적자를 막아내고 있으며 2011/2012시즌에는 무려 £48m의 대출 부재를 탕감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위건은 다른 프리미어 리그 구단과 경쟁할 수준이 못 된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 그들은 골리앗들과 경쟁을 펼친다.


사실 위건이 주급 지출에 비해 극적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쿠퍼와 지만스키는 지출 대비 성적이 감독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항이라 말한다. 지난 5년간 위건의 주급 지출 순위는 18위, 15위, 15위, 16위, 16위였다. 이것은 위건의 실제 리그 순위와 큰 차이가 없다. 


어쨌든 위건은 계속해서 프리미어 리그 잔류에 성공하고 있다. 재정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스위스램블은 위건의 행보를 "현대의 작은 기적" 이라 묘사한다. 우리는 위건이 지난 5시즌간 강등될 확률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매년 20개 구단 중에서 3개의 구단이 강등을 당하므로 각 팀이 강등당할 확률은 15%다. 하지만 돈이 핵심인 이 구조에서 모든 팀이 동등한 확률을 가지지 않는다.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재정 자료를 바탕으로 강등에 대한 확률을 따져보면, 평균 이상의 주급을 지출하는 구단이 강등당할 확률은 7.2%이다. 하지만 평균 이하의 주급을 지출하는 구단의 강등 확률은 15~21%로 상승한다. 위건 수준 혹은 위건 이하 수준으로 주급을 지출하는 팀의 강등 확률은 최대 44%까지 올라간다.


돈을 적게 쓴다는 것이 사형선고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매년 돈을 그렇게 적게 쓰면 강등 가능성은 증가한다. 지난 5년간 누적된 위건의 2012년 강등 확률은 무려 95%다. 수학적인 측면이나 회계적인 측면에서도 이 정도면 위건의 강등은 확실했다고 할 수 있다. 위건보다 4배로 돈을 많이 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강등 확률은 0%, 2배로 쓰는 아스톤 빌라의 강등 확률은 31%, 1.5배로 쓰는 풀럼의 강등 확률은 69%였다.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지속되는 위건의 잔류는 단순한 행운을 넘어선 결과이다. 모든 숫자들은 위건의 강등을 주장했는데 위건이 살아남았기에 위건의 스토리를 단순히 '돈'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은 돈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위건만의 생존 요소가 있을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위건의 스토리를 단순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는데서 끝내지 않고 배울점을 찾아야할 것이다. 다윗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여러분은 다윗이 사울의 갑옷과 투구를 쓰고 골리앗과 싸울 수 있었음을 알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그러지 않았고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 반란군의 지도자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위건은 뛰어난 팀이 아니다. 위건은 매시즌마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은 팀이다. 하위권에서 놀고있는 구단 중에서 위건은 점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돌린 결과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로베르토 마르티네즈는 단순히 수비진영에서 공을 돌리면서 행운이 따르는 상황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코넬 대학교의 학생 람지 벤 사이드(Ramzi Ben Said)는 Opta 스포츠가 <The Guardian>을 통해 발표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2010/2011시즌 위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득점을 기록했는지 분석했다. 또한 람지는 모든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이 어떻게 골을 기록했는지 수집해 분류했다.


데이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평균적으로 경기당 1.4골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오픈 플레이 득점은 전체의 66%다.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득점 루트는 직접 프리킥(direct free kick)으로 전체 득점 중 약 2.8%가 직접 프리킥이다.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넣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35차례의 슈팅이 시행된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의 위건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팀이었다. 2010/2011시즌 위건은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골을 기록했다. 위건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골을 만드는 것에 의존하지 않았고 다른 구단들처럼 차분하게 빌드업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위건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득점하지 못한 경기는 무려 19경기였다. 위건 오픈 플레이 득점의 대다수는 속공이었으며 나머지 득점은 프리킥이었다. 위건의 결과물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위건은 속공으로 평균보다 2배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고 프리킥으로는 4배 많은 골을 기록했다. 


마르티네즈는 일반적인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오히려 2가지 모두를 포기했다. 프리킥이라는 확률 낮은 공격방법을 통해 경기에서 승리하고자 했다. 마르티네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잡으려하지 않았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통해 경쟁했다.


ESPN의 통계&정보부 소속 앨버트 라카다(Albert Larcada)는 더 많은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경기 데이터를 통해 라카다는 위건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우리는 위건이 속공과 프리킥에 의존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게다가 라카다의 주장에 따르면, 위건은 슈팅을 시도하는 평균적인 거리가 가장 먼 구단이었다. 위건은 평균 26야드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위건이 슈팅 수 대비 득점 수가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위건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전술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위건이 기록한 득점의 평균 슈팅거리는 18.6야드이며 이 부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보다 훨씬 멀다. 또한 2010/2011시즌 중거리슛 득점자 상위 5명에 휴고 로다예가, 샤를 은조그비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위건이 의도를 가지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음을 뒷받침한다.


마르티네즈는 박스 바깥에서 슈팅하는 것이 위건에게 가장 적합한 루트라 판단했다. 실제로 위건은 박스 안 득점이 리그에서 가장 적은 구단이었다. 위건이 박스 안에서 기록한 득점은 총 28골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69골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속공과 프리킥에 의존하고 중거리 슈팅이 많다는 사실은 위건이 매우 수비적인 팀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위건의 포메이션은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Opta의 데이터에 따르면, 프리미어 리그 팀들은 평균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34% 비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위건은 그 어떠한 경기에서도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4-3-3 포메이션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렇다고 4-3-3이 고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위건은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을 계속 변화했고 특히 2012년에는 독특한 3-4-3 포메이션으로 위건의 잔류를 이끌었다. 그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마르티네즈의 전술은 정확한 장거리 슈팅에 의존한다. 그렇게 해야지 위건의 수비 조직이 깨지지 않으며 또 빠르게 조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마르티네즈는 코너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010/2011시즌 위건은 코너킥으로 단 1골만 넣었다. 위건에게 코너킥(공격)은 상대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위험한 상황이다. 마르티네즈는 게릴라 축구를 했던 것이다.


위건은 상대를 기다렸고 카운터 어택으로 펀치를 날렸다. 마르티네즈는 날카로운 슈팅력을 가진 선수를 스나이퍼로 기용했고 그들에게 중거리 슈팅과 프리킥을 맡겼다. 위건은 유연했고 예측이 불가능한 팀이었다. 깔끔한 정장과 밝은 미소를 머금은 사람이지만 마르티네즈의 내면은 반란군이었던 것이다.






지능적인 축구



여느 혁명과 다를 것 없이, 마르티네즈에게도 '정보'가 핵심이었다. 자신의 장점,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지 않는 반란군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 역시도 마찬가지다.


지식(intelligence)은 2가지 형태를 가진다 : 첫째는 정보(information)다. 감독은 항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대의 정보를 수집한다. 스카우팅, 코치들과의 상의, 훈련 관찰, 끊임없는 뉴스 관찰. 이것은 감독이 수행하는 업무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감독에겐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숫자는 이 곳에 개입한다. 날것의 데이터보다 객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늘날 감독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가공할 수 능력이 있든 없든 경기 분석가를 고용한다. 훈련장에는 이제 분석가를 위한 공간이 생겼으며 이들은 이전 경기들을 검토하고 다가오는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준다.


몇몇 감독들은 데이터에 상당히 집착하는 증세를 보인다. 마르티네즈는 집 TV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감독이다. Opta 스포츠, 아미스코/프로존, 스탯DNA, 매치 애널리시스 같은 데이터 회사들 덕분에 마르티네즈를 비롯한 감독들이 코너킥, 슈팅, 패스 자료를 터치 한 번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것과 동치는 아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회사들은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스탯 DNA의 창립자 제이슨 로젠펠드(Jaeson Rosenfeld)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많은 혁신이 유의미한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경기장에서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우리는 분석을 위한 간결한 데이터를 뽑아내야 합니다. 선수들의 기여도를 반영하는 몇가지 모델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파이널 서드에서의 패스 성공 횟수 같은 것들 말이죠. 왜 그러한 숫자들이 의미가 있는지 수백가지 이유들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더 중요한 의미를 찾아 심도있는 분석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이미 데이터는 많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터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가지는데 비싼 수업료를 내야만 합니다."


감독들에게도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마르티네즈처럼 기존의 관습과 다른 방식으로 전략을 구사하려는 감독에게는 데이터가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감독에게는 아군에 대한 정보, 적팀에 대한 정보가 모두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여기서 두번째 지식, 추론(deduction)이 개입한다.


축구는 애널리틱스를 늦게 받아들였지만, 애널리틱스가 활용되는 분야는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감독과 애널리스트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유의미한 정보, 많은 정보를 확보하길 원한다. 정보는 매우 중요하며 정보를 등한시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제 수많은 구단이 애널리틱스를 조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장점들까지 전부 활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통계와 그에 대한 분석은 훈련, 스카우팅, 경기 전략에 모두 활용되고 있다. Opta 스포츠에서 근무하는 존 콜슨(John Coulson)은 이제 데이터와 전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이 산업이 나아갈 다음 단계라 주장한다.


"현장에서는 통계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들은 자연스럽게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통계의 역할은 감독의 직관과 경험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보좌해주는 것이죠. 역동적인 스포츠인 축구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감독)이 통계 분석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큰 도전입니다. 이제 데이터는 상당히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10년 내에 우리는 지금보다 더 깊이있는 분석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와 농구에서 그랬듯이, 누군가 축구에서 데이터가 큰 이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면 그것은 즉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입니다."


"비디오 분석도 지금처럼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선수들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 자료, 스카우팅 자료로 활용되고 있죠. 메세지는 분명합니다. 초기에 비디오 분석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이 수행하는 하나의 사이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한층 발전된 데이터 분석은 전술 결정, 선수 영입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나아갈 다음 단계입니다. 물론 아직 굉장히 초기 수준에 위치해 있습니다."


숫자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은 언제나 동일하다. 축구는 숫자로 분석하기에 역동적, 유동적,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그렇다. 축구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담는 병의 모양마다 달라지는 물(water)만큼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 "오픈 플레이 vs 데드 볼, 슈팅 타입별 분류, 페널티킥, 골이 나오는 시간대, 홈 vs 원정, 평균적인 위치, 동점 상황일 때, 경기를 지고 있을 때, 경기를 이기고 있을 때" 처럼 우리는 굉장히 다양한 변형을 줄 수 있다. 축구 경기를 분석하려는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경기하는 방식, 선수 가치 평가에 대한 통찰력을 갖습니다. 성간과 성운 그리고 파이프라인, 고속도로교통망 같이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가는 사항들도물리학자와 기술자들이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축구도 결코 못할 것은 아니다. 


모든 지식을 적용하기 전에 우리는 한가지 전제 조건을 명심해야만 한다. 축구에 최고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을 많이 넣는 것이 골을 적게 넣는 것보다 좋고 적게 실점하는 것이 많이 실점하는 것보다 좋다. 그것 뿐이다. 그 이상을 넘어서는 결코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감독들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특정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든다. 그 전략이 롱볼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속공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볼 점유율을 통해 상대를 말라죽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게릴라군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전술을 선택해야 한다. 지안루카 비알리와 가브리엘레 마르코티는 이렇게 말했다. "전술을 해체하면 기본적으로 2가지 뼈대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우리 팀의 단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며 둘째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온 전술의 핵심이다."


전술(tactics)과 전략(strategy)은 다르다. 전략은 시즌 전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한편 전술은 개별 경기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와 관련있다. 전략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올바른 전술을 택해야 하고 그 전술은 자신과 상대 팀에 적합해야한다.



펀트(punt)가 아닌 4번째 공격(Fourth down)을 시도하라



애널리틱스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축구계가 관습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축구에는 여전히 데이터 분석 없이 의사 결정하는 사항이 많으며 새로운 방법은 적어도 초기에는 배척당한다. 피치 밖에서 축구는 이렇게 빅데이터와 싸우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치열한 무대인 전쟁과 스포츠에서 표준적인 방식을 따라야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 말콤 글레드웰(Malcom Galdwell)은 <New Yorker> 사설에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이렇게 펼쳐나간다.


<다윗은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 쇠사슬 갑옷을 입고 황동 투구를 썼으며 검을 집어들었다. 다윗이 검을 선택했다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골리앗과 싸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윗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나는 이러한 무장에 익숙하지 않아" 라고 생각해 무장을 해체한 후 5개의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언더독이 자신의 약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대결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골리앗의 방식으로 싸운다면, 골리앗이 이길 뿐이다.>


글레드웰은 이것이 단지 성경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는 상황에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다윗이 골리앗과의 대결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혁신적이고 예측하지 못할 방법을 쓰는 것이다. 글레드웰이 주장했듯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은 '사회가 몸서치리는 것'을 시행하는 것이다. 즉 사회에는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관습이 있고 그 관습에 도전해야만 한다. 물론 승리하기 위해 다윗(약팀)은 골리앗(강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2010/2011시즌의 반란군 위건은 다윗의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마르티네즈를 영웅대접하고 있지만 그가 유일한 존재는 결코 아니다. 마르티네즈는 자신이 보유한 스쿼드의 가치를 발견할 줄 아는 감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감독들은 축구계의 만연한 지식에 도전했고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해내 축구를 바꿔왔다. 혁신은 주로 기대만큼 승리하지 못하는 팀, 잘 이기지 못하는 팀에서 시작되었다. 강팀은 (적극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혁신하지 않을 경우 죽는 것은 약팀 뿐이기 때문이다. 약팀을 지도하는 감독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린다.


허버트 채프먼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W-M 시스템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7:0으로 패배한 이후 만들어졌다. 카테나치오, 지역 방어, 롱볼 게임 모두가 마찬가지다. 모두들 기존의 관습에 맞서 싸우기 위해, 상대를 놀라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심도있게 알며 새로운 것을 알고 있다면, 약팀도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재능, 고된 훈련을 떠나서 혁신이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성경 속 다윗처럼 리스크를 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사항이 아니다. 글레드웰은 이렇게 말한다.


"외부인이 기존의 방식에 도전하는 것은 내부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반란군은 규칙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 규칙을 만든 사람이 바로 골리앗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골리앗이 그러한 사회적 규칙을 만들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골리앗의 규칙으로 싸울 때 골리앗이 이기기 때문이다. 다윗이 골리앗의 방식으로 덤빈다면 다윗은 필히 패배한다. 관습적인 방법으로 싸우다 졌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받지도 않을 것이며 감동적인 추모사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윗이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싸우다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장례식에는 어느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며 그 방식에 대한 맹렬한 비판만 가해질 것이다."


누구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축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축구계 주류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다른 형태의 축구(other football)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빈 캘리(Kevin Kelley)는 플라스키 아카데미의 미식축구팀 감독이다. 캘리의 업적은 아주 뛰어나지만 미식축구계 사람들은 그가 비정상적인 사람이라 말한다. 캘리는 미식축구에서 시행되는 몇가지 관습적인 행동이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반대로 시행했다. 캘리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의 관습대로 행동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관습은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상대 진영으로 펀트(punt)하는 것이다. 미식축구에서는 매소유권 상황마다 공을 앞으로 보낼 수 있는 4차례 기회가 주어진다. 만약 10야드 전진을 해낼 경우, 점유권이 유지되어 또 한 번 4차례 기회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3차례 시도 끝에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할 경우, 마지막 기회에서 4번째 시도를 할지, 펀트를 통해 상대에게 점유권을 내줄지 결정해야 한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차서 소유권을 잃게 되지만, 적어도 펀트를 통해 상대팀을 상대진영 깊숙한 지점까지 밀어낼 수 있다.


일반적인 통념은 이렇다 : 4번째 공격을 시도하다가 소유권을 내주는 것보다 가능한 공을 멀리 차서 상대팀을 최대한 밀어내는 것이 낫다. 만약 상대 골라인까지 거리가 멀지 않다면, 포스트 사이로 공을 차넣는 필드골을 시도할 것이다. 터치다운이 6점, 필드골이 3점에 불과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필드골을 시도할 것이다.


2006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는 과연 이러한 시도가 올바른 결정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 결과 로머는 펀트 혹은 필드골이 사실 나쁜 결정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팀은 여전히 그 방식을 선택한다.


사실 로머는 NFL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은 전통적인 경제 관념(기업이 언제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는가?)이다. 2006년 로머는 <정말로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 하는가?, 미식 축구로부터 얻은 증거들> 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로머는 4번째 공격 기회에서 펀트가 아닌 공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을 따르는 팀은 없었다. 명백하게도 미식축구 팀들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


캘리는 전통적인 관습을 거스르는 방법으로 큰 효과를 봤다. 그러나 로머와 캘리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방식을 사용할 경우, 팬들과 펀딧들은 그 방식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다. 2009년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NFL 경기에서 빌 벨리칙(Bill Belichick)이 4번째 공격을 시도했던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이다. 영화 <21>과 책 <Bring Down the House>로 유명해진 블랙잭 선수 제프 마(Jeff Ma)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벨리칙이 이끄는 패트리어츠는 6점이 앞선 상황이었다. 경기는 2분이 남아있었고 패트리어츠는 28야드 라인에서 다음 공격권 획득까지 2야드를 남긴 상태로 4번째 시도를 앞두고 있었다. 대다수 구단은 이 상황에서 펀트를 시도하지만 패트리어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28야드 지점에서 4번째 공격을 시도해 2야드 전진에 성공할 확률은 60%이다. 만약 성공할 경우 경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28야드 지점에서 펀트를 시도할 경우, 평균적으로 38야드 더 상대를 밀어낼 수 있다. 따라서 펀트로 상대를 38야드 더 밀어내는 것은 공격의 60% 성공 확률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통계 수치들은 벨리칙의 결정을 뒷받침했지만, 나는 이것이 직관에 반하는 결정이 사실 매우 간단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38야드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 성공 확률 60%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가치있는 결정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패트리어츠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공은 콜츠에게 넘어갔고 콜츠는 경기 13초를 남기고 근거리에서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벨리칙은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지 않았단 이유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 단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옳은 결정을 충분히 많이 시행한다면, 결국 확률은 당신의 것이 된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패배를 앞둔 상황에서 끝까지 비관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일반적인 방식으로 패배했다면 그 실패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무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축구에서 동일하게 코너킥 실점을 허용해도 맨투맨 방어를 지시한 감독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방어를 도입한 감독보다 욕을 덜 먹는다. 어떤 면에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 감독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감독에게 새로운 방법이자 더 옳은 방법을 제안한다.


데이터는 실생활에 스며들었고 축구도 마찬가지다. 감독, 팬, 선수들을 포함한 모두가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틀릴 수 있다는걸 데이터가 이야기한다. 진보적 성향의 감독은 각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터는 자신의 팀에 대해 알게 해주고 마찬가지로 상대팀에 대해서도 알게 해준다.


축구에는 100% 승리 공식이 없다. 매주, 매경기 접근법을 수정해야 한다. 감독들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 팀, 상대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승리 가능성을 높여야하고 감독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데이터는 혁신적인 감독들의 새로운 시도를 도와줄 것이며 숫자의 게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싸우기 위해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축구에서 처음 시작된건 아니다. 이것은 중국의 고대 철학에서 시작되어 이미 많은 감독들이 관심을 가진 사항이다. 


"빅 필"이라 불렸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는 <손자병법>에 깊은 감명을 받은 감독 중 하나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스콜라리는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에게 손자병법 일부분을 선수들에게 복사하여 나누어줬다. 호나우지뉴가 얼마나 열심히 읽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스콜라리가 <손자병법>에서 지혜를 빌리고자 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 챕터를 시작할 때 소개했던 문구 <지피지기백전불태> 처럼 말이다. 


가능한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고싶은 감독들은 숫자에서 통찰력을 발견할 것이며 또한 그러한 시도들은 감독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 


슈팅을 예시로 들어보자. 슈팅을 많이 시도하는 것은 공격 생산성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슈팅 횟수 자체는 슈팅의 퀄리티와 연결되는 상황 조건을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훨씬 더 깊은 수준의 이해력이 필요하다.


애널리틱스는 피치 위에서 시행되는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려준다. 롱볼이 크로스보다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가? 자기 진영에서 시도하는 드리블은 어느 팀에게 더 손해일까? 4-4-2는 4-3-3보다 더 효율적인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대팀을 상대로 (포메이션이) 더 효율적인가? 숫자는 우리가 경기를 어떻게 펼쳤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숫자는 감독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그 전략을 위해 개별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도입해야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단순한 숫자만 가지고 점유율이 항상 옳은지, 역습이 좋은지, 마르티네즈처럼 중거리슛과 직접 프리킥에 의존하는 것이 좋은지 결론내릴 수 없다. 숫자는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숫자를 활용하는 설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숫자가 감독의 업무를 대체할 순 없다. 애널리틱스는 결코 축구를 기계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숫자는 피치 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감독이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출처 : <The Numbers Game : Why Everything You Konw About Soccer Is Wrong, Chapter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