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ary Neville


내가 TV 해설자 인생을 시작하던 참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줬다. "미디어에서 일할 경우, 사람들의 일개 논평이나 의견들에 신경을 쓰지 말아라.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신문 하나하나 꼼꼼히 읽지 말아라. 그래야지 너만의 참신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분은 이렇게 말했었다.

 

물론 이전보다는 더 많은 소식들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외부에서 들려오는 평을 듣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도 그 생각에 동화되어간다. 나는 그 점을 유의하고 있다. 미디어에 종사하게 된 것은 나에게 아주 큰 변화였다. 선수 생활 시절, 외부에서 어떠한 소용돌이가 몰아치든 라커룸은 은신처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산티 카솔라가 헐리웃 액션으로 논쟁거리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월요일에는 마리오 발로텔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 다음에는 리오 퍼디난드 사건과 관중석에 그물망 설치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떠들어댔다. 수요일에는 4부 리그 클럽인 브래드포드에게 패배한 아스날이 온갖 관심을 다 가져갔다. 다시 목요일에는 세르비아와 잉글랜드간의 경기에서 나왔던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판결로 시끄러웠다.

 

금요일,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고있던 와중에 어느 아스날팬이 나에게 "조지 그래엄은 아스날이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거라 말했어요. 당신은 이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쓰여진 멘션을 보낸걸 발견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실제로 인터넷에 접속해 기사를 찾아보았다. 정말 조지 그래엄은 "아스날이 우승할 수 있을거 같나고요? 저는 그러지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오늘날 축구를 다루는 미디어의 속도는 마치 음식을 갈아버리는 믹서기 속도처럼 빠르다. 믹서기가 음식을 수천 조각으로 갈아내지만 최종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최종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 미디어는 진짜 소시지를 만드는 기계가 아닌 다진 고기를 대량 생산하는데 목적을 둔 기계같은 존재다.

 

나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코치와 미디어계에 모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두가지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축구계와 미디어가 조금 더 밀착한 관계를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보다 언론에 열린 마음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라커룸 분위기는 일반 팬들이 생각하는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나는 솔직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대중들이 평온한 라커룸 분위기를 느끼길 원하는지 아니면 날이 서있는 미디어의 영향을 더 받길 원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에게는 2가지 종류의 미디어 매체가 필요하다. 하나는 실제 경기만 다루는 미디어, 다른 하나는 경기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2종류 미디어가 필요하다.

 

축구는 이제 드라마처럼 변하고 있고 프리미어리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스토리텔링이 있다는걸 우리 모두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사실 드라마처럼 포장되어지는 추세 속에서 실제 축구가 가지는 의미는 줄어들어가고 있다. 부차적인 소식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에게 축구 그 자체는 2순위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 아스날이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거라는 아주 놀라운 주장이 나왔다. 물론 아스날이 X나게 잘하는 팀이라서 브래드포드를 상대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팀이라 말하는게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다. 분명히 아스날은 지난 3년간 주전 선수들의 이적을 약해졌고 떠난 선수들의 빈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계약 후 1년만에 실패로 낙인이 찍혀 손해보는 장사도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벵거의 잘못도 있다. 현재 아스날에는 2005년 FA컵 우승 당시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티에리 앙리가 없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고전했지만, 그 당시 아스날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겨보려는 에너지가 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아스날이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가져갔고 이는 현재까지 그들이 들어올린 마지막 트로피로 남아있다.


나는 여지껏 아스날에 대해서 가장 많은 식견을 가진 사람이 조지 그래엄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아스날에 대해 이정도의 혹평을 했다는 것에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날이라는 클럽이 다시는 우승하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 놀랄 것이다. 이는 마치 내일이 월요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원문은 일요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리버풀이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거라 말하는 것과 똑같다. 리버풀도 언젠가는 우승에 성공할 것이다. 15년 전에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나 생각해봐라.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아스날의 역사를 훑어보자. 아스날은 창단 45년만에 첫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30년대와 2차 세계대전 이후를 잠시 지배했다. 이후 아스날은 1953년부터 1971년 사이에 단 한 번의 리그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후 조지 그래엄이 지휘한 아스날이 1989년 우승을 차지하는데도 1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아스날은 결코 레알 마드리드, 벤피카, 셀틱처럼 매시즌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클럽이 아니다. 그리고 그랬던 적도 없었고...

 

불과 3주전 로베르토 디 마테오의 경질을 두고 미친 짓이라 말하며 첼시의 행동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스날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원하는게 무엇인가? 그들은 단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원하는 것이다. 믹서기 같이 복잡한 축구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음식(새로운 이야깃거리)을 넣길 희망하는 것이다.

 

벵거를 짜른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리버풀이 £100m을 썼음에도 리그에서 고배를 마시듯이 돈을 쓴다고 우승이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최근에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약 20억 파운드 (3조 6천억원) 가량 쏟아부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다. 아스날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스날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아주 현명한 길을 걷고 있다. 내가 아스날 원정을 떠날 때 나는 좋은 선수들, 좋은 축구를 볼 수 있었고 아스날이 풍기는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아스날 축구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공격수쪽에서 말이다. 내가 현역생활을 하던 시기에 아스날은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클럽이었다. 그렇지만 현재의 아스날은 파괴력을 잃어버렸다.

 

충성이라는 것의 가치가 떨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즉각적인 성과만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의 해임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아스날이라는 클럽은 아르센 벵거 감독을 16년 동안 지지해오고 있다. 당신들은 이런 사실에 박수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축구 팬이라면, 당신은 아르센 벵거를 옹호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가 새로이 강한 아스날을 만들 수 있도록 격론을 펼쳐줘야한다. 그리고 '아스날은 다시는 우승할 일이 없어' 라는 사고방식은 집어치우길 바란다. 나는 그런 말이 터무니없는 사고라 생각한다.

 

 

 

 

 

 

출처 : http://www.dailymail.co.uk/sport/football/article-2248779/Arsene-Wenger-stay-Arsenal-Gary-Neville.html